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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편은 의대 박사였다. 사람이 바르기로 소문났고 타고나길 착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첫사랑이 차 사고를 내어 사람을 죽이고 말았다. 첫사랑의 죄를 덮어주기 위해 남편은 그동안 배운 의학 지식을 전부 이용해 시체를 표본으로 만들어 실험실에 놓아두었다.
시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남편은 시체의 뱃속에 채 자라지 못한 아이가 있는 걸 발견했다. 늘 차분하고 냉정하던 남편도 심장이 벌렁대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 시체가 바로 나라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채 자라나지 못한 아이의 아빠는 바로 나를 표본으로 박제한 남편이었다.
내 남편과 악녀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나와 악녀가 동시에 납치됐을 때, 구급차를 타고 온 의사 남편은 악녀부터 구해줬다.
두 다리가 골절한 나는 바닷속에서 버둥거렸다. 숨이 넘어갈 직전, 나는 그에게 뱃속의 아이만이라도 살려달라고 했다.
그는 나를 힐끗 보더니 선심 써서 다른 구급차를 불러준다고 하며 말했다.
“이게 이젠 살려고 존재하지도 않는 애를 지어내네. 역겨워. 네가 날 살려준 은혜는 이렇게 갚았어. 이따가 병원에서 이혼협의서에 사인 해.”
이 말을 들은 나는 떨리는 손으로 오른쪽 귀의 보청기를 벗었다.
난 알몸으로 냉동고에 갇힌 지 40일째였다.
그리고 모자이크 없이 찍힌 사진들이 온라인에서 미친 듯이 퍼져 나갔다.
쏟아지는 온갖 루머 속에서 어머니는 그 사진을 무심히 공유하며 내 동생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연예계는 이렇게 더러운 곳이야. 넌 그냥 네 언니 유산이나 잘 물려받으면 돼.”
“넌 언니랑 달라, 내 소중한 딸은 깨끗하게 살아야지.”
내가 그 더러운 곳에 발을 들인 이유가 어머니의 암 치료비를 벌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어머니는 이미 다 잊은 모양이었다.
남편의 첫사랑이 차에 한 시간 동안 갇혀 있자 그녀를 구해준 뒤 정작 아내인 나를 나무 상자에 강제로 집어넣고 못을 박았다.
“아리가 겪은 고통은 백배로 되돌려 줄 거야.”
내가 아무리 애원하고 변명하고 발버둥 치며 울고 불어도 그는 끝까지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이내 매정하기 그지없는 말투가 들려왔다.
“안에서 반성하다가 잘못했다고 시인하면 다시 풀어줄 거야.”
비좁은 상자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나는 뼈가 이미 산산조각이 나고 선혈이 바닥을 적실 정도였다.
일주일 뒤, 첫사랑과 다시 지하실을 찾은 남편은 나를 풀어 주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질식사로 죽은 쥐 오래되었고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