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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겨울, 성녀를 독살하려 했다는 누명으로 처형당한 «악녀» 비올레타. 눈을 뜨니 열일곱 성인식 날 아침이었다. 이번 생은 착한 척 안 한다. 싫으면 싫다고, 하고 싶은 건 한다. 그런데 전생에 나를 처형한 북부 대공이 자꾸 따라온다. “왜 계속 따라와요?” “네가 가는 곳이니까.” “저 악녀인데요?” “알아.”
사람의 손목을 잡고 목 가까이 다가가는 건 조향사 한유리에게 그저 일이다. 하지만 메종 르비에의 신임 총괄이사 권재헌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 창립 20주년 향수 〈BORDERLINE〉을 함께 개발하게 된 두 사람. 유리가 아무렇지 않게 그의 넥타이를 잡아당길 때마다 재헌의 경계는 흔들리고, 급기야 유리의 전 남자친구까지 광고 모델로 합류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누구에게나 거리낌 없이 다가가던 유리가 어느 순간부터 재헌 앞에서만 물러서기 시작한다. “왜 피합니까?” “안 피해요.” “선을 먼저 넘은 건 조향사님이잖습니까.” 향으로 시작된 경계가 사랑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파혼 선언이 사백 명 앞에서 울려 퍼진 밤, 약혼 계약서 제9조를 소리 내어 읽은 영애가 등대 임명서를 꺼냈다.
«내일 해 지기 전에 그 등대에 불을 켜겠습니다.»
몰락한 영애 노엘라가 맡은 곳은 십수 년째 불이 꺼진 곶의 등대. 30일까지 빈 날 없는 일지를 채워야 직위를 지킨다.
막는 사람은 전 약혼자 쪽 사람들, 그리고 밤마다 불을 확인하러 오는 말 적은 제독 유리안 하그.
분 단위로 말하는 그는 확인자에서 공동 관리인이 되어 간다.
일지·시험·증인으로 이기는 파혼 영애 직업물 로맨스판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