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상인 출신 유소영, 부군의 출세와 집안살림을 도왔지만 돌아온 건 상인 출신이라 간사하고 계산적이라는 말뿐이었다. 혼인한지 2년, 그는 형수를 연모하며 그녀를 독수공방하게 했다. 형님이 사망한 후,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형님의 대를 이을 거라며 형수와의 합방을 말했다. 그리하여 유소영은 뒤돌아서 부고를 당한 줄 알았던 그의 형님을 찾아가게 된다. 사람들은 그녀의 출신을 비웃었지만 그녀는 죽은 자도 살릴 수 있는 엄청난 의술을 갖고 있었다. ‘이 소란이 언제 끝나나 보자.’ 사람들은 충용 후작의 고 세자가 준수한 외모에 학식이 뛰어난 문관이라 알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어릴 때부터 병을 몸에 달고 살았다. 그의 인생에 유일한 오점이라면 그가 동생의 부인과 강제로 혼인한 거였다. 몇 년 후, 엄청난 권세를 가졌음에도 사내는 매일 조회가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달려갔다. “부인이 자꾸 도망칠 궁리만 하니 당연히 빨리 집에 가야지!” 유소영은 절규했다. ‘병약한 사람이라더니!’
View More고장훈은 이제 구품 종군 교위에 불과해, 예전 진영에 있을 때처럼 위세가 등등하지 않았다.게다가 그의 몸에 난 상처도 아직 다 낫지 않은 상태였다.조정은 그에게 요양할 시간을 조금도 내어주지 않았다. 상처를 입은 채 일을 하다 보니, 하루가 저물 즈음이면 고통과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고장훈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유경원이 비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그는 앞뒤 가리지 않고 노발대발하며, 마치 덜 자란 아이마냥 무슨 일만 생기면 부모부터 찾고 보았다.충용 후작은 아직 화가 덜 풀린 상태라 인내심이 바닥나 있었다.그가 단도직입적으로 쏘아붙였다.“네놈이 감히 물어볼 염치나 있느냐?”“네 형님이 왜 거처를 옮겼겠느냐, 다 너 때문이 아니더냐!”고장훈의 호흡이 무겁게 가라앉았다.충용 후작이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네가 형을 모함하고 죽이려 들지만 않았어도 그 아이가 떠났겠느냐? 일이 이 지경이 되니 이제 속이 시원하냔 말이다!”고장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고 부인을 쳐다보았다.“어머니, 어머니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고 부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슴팍의 옷깃을 꽉 움켜쥐고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고장훈의 얼굴이 새까맣게 어두어졌고, 주먹을 꽉 쥔 탓에 뼈마디에서 뚝뚝 소리가 났다.갑자기 그는 무언가에 깊숙이 찔린 듯 극도로 격분하여 나지막이 울부짖었다.“제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쥐뿔도 모르시면서! 왜 다들 저만 탓하시는 겁니까!”“제가 형님을 모함한 건 오로지 후작부를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형님을 암살하려 했던 건…… 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요! 그저 가만히 앉아 누리기만 하실 거면서 무슨 자격으로 저를 비난하십니까!”짝!충용 후작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의 뺨을 매섭게 후려쳤다.이어서 손가락질하며 호통을 쳤다.“이 몹쓸 놈! 썩 꺼지거라!”고 부인이 안타까운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끝내 말리지는 않았다.고장훈은 철저히 실망한 기색으로 두 사람을 한 번 쳐다보고는 문을 박차고 나갔다.난향원
임유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부러웠다.할 수만 있다면 그녀 역시 진작에 거처를 옮기고 싶었다.그러나 거처를 옮긴다는 것은 곧 분가를 의미했고, 이는 불효였다.아들들은 그나마 나았지만, 자신 같은 며느리들은 시부모를 모시고 제때 문안 인사를 드려야 하는 등 번거롭고 자질구레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진수야, 형님을 배웅하러 가자.”“예, 부인.”임유정이 유경원에 도착하자, 짐을 나르는 하인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모습이 보였다.그녀는 월하각에 이르러서야 유소영을 볼 수 있었다.유소영은 혼자서 직접 자신의 서화들을 정리하고 있었다.임유정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물었다. “세자께서는 안 계십니까?”“관서에 일이 많아 먼저 가셨습니다.”유소영이 말하며 고개를 들어 임유정을 바라보았다. “때를 잘못 맞추어 오셨네요. 다들 바빠서 대접할 겨를이 없습니다. 편히 앉으세요.”두 사람은 한때 날카롭게 대립했지만 이제는 이토록 평온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임유정은 자리에 앉았다. 한때 그녀 역시 이 유경원의 안주인이었으나, 지금은 매사에 조심스럽고 위축된 모습이었다.“형님, 저는 형님이 정말 부럽습니다.”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작아서 마당의 소음에 묻혀버렸다.유소영은 짐을 챙기느라 그녀가 하는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괜찮으시다면 제가 정리해 둔 헌 물건들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가져가세요.”예전 같았으면 이런 말을 듣고 유소영이 자신을 모욕한다고 여겼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그녀의 심경이 크게 달라져 있었다.의지할 친정도 없고 금전이 들어올 곳도 없는 데다, 남편마저 좌천되어 급여가 더욱 줄어들었기 때문이다.앞으로 이 난향원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녀는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유일한 바람은 연말이 다가오니 봉지의 수확물이 올라오는 것뿐이었다.“감사합니다, 형님.” 임유정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유소영이 필요 없다고 한 물건들조차 모두 새것이나 다름없는 귀중품
“준형아, 너…… 지금 뭐라고 했느냐? 분가를 한다고? 어디로 간다는 게야? 어째서 분가를 하겠다는 거냐!”고 부인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의자 팔걸이를 움켜쥔 채 저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아들이 어찌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일말의 상의하는 기색도 없이 그저 일방적으로 통보를 하러 오다니!고 부인은 말할 것도 없고, 유소영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어쨌든 그녀도 세자와 며칠 동안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고준형은 태연하고 담담한 얼굴로 고 부인에게 말했다.“폐하께서 하사하신 저택입니다.”“그곳이 황궁과 관서에서 더 가깝기에, 평소 조회에 참석하고 정무를 볼 때 적잖은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고 부인의 안색이 확 굳어졌다.“그럼 그곳이 네 재상부란 말이냐?”양나라의 관원들은 대부분 자비로 저택을 마련했다.그러나 삼품 이상 관원에게는 조정에서 저택을 하사했다.이는 황제께서 내리신 은혜였다.고준형이 재상부로 거처를 옮기는 것은 전혀 흠잡을 데 없는 일이었다.그러나 그는 거처할 저택이 없는 그런 자가 아니지 않은가!이렇게 으리으리한 후작부가 있는데, 그가 지내기에 부족하단 말인가?고 부인의 입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꼭 분가를 해야만 하느냐? 후작부도 그리 멀지 않지 않으냐!”“앞으로 관원들이 찾아와 정무를 논의할 일이 잦을 텐데, 후작부는 적합하지 않습니다……”“그럼 소영이는 널 따라갈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부인은 두 사람이 이대로 떠나버리면 저택이 적막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의논할 사람조차 없어질까 봐 두려웠다.이때가 되어서야 고 부인은 자신이 유소영에게 적잖은 의지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느리가 둘뿐인데, 임유정은 꼴을 보아하니 애초에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유소영은 적어도 영특한 데다 금전도 있고 의술까지 뛰어났다.무슨 일이 생겼을 때, 유소영이라면 쓸모가 있었다.고준형이 육소영의 손을 맞잡고 말했다.“재상부를
조담과 강지영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로, 그는 늘 그녀를 끔찍이 아꼈다.그의 마음속에 지영은 선량하고 순진한 사람이었다.강씨 가문이 화를 입지 않았다면, 그녀는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을 것이다…….도대체 언제부터 그녀가 이토록 낯설게 변한 것일까!조담은 강지영을 깊이 응시했다. 그의 눈빛에는 실망감이 역력했다.가을 사냥 때, 그는 유소영이 무슨 일을 당했을지도 모른다고 어렴풋이 짐작했었다.그러나 그 일이 지영과 관련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강지영이 갑자기 몸을 일으켜 감옥 문에 매달린 채 조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러나 전 후회하지 않아요! 조원욱 그 짐승만도 못한 놈을 죽인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요! 그토록 천인공노할 짓을 저질러 놓고 어째서 고작 유배형에 처해져야 하죠? 유배라고는 하나, 폐하께서 한마디만 하시면 언제든 사면될 수 있잖아요……. 전 그놈에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을 겁니다.”“아시나요? 그놈을 죽이는 것만으로는 제 마음속의 한을 풀기에 부족했어요.”“전 폐하께서 그놈이 죽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하고 싶었어요! 제가 그때 겪었던 것처럼, 자신의 혈육이 죽어가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보게 만들고 싶었다고요! 그래야 진정한 복수니까요……. 그래서 전 오라버니에게 감사해요. 저에게 이런 기회를 준 오라버니에게 감사하다고요.”“설령 제가 죽게 된다 해도, 기꺼이 달게 받겠어요!”그녀가 지난 세월 동안 목숨을 부지하며 버텨온 것은 오직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원한을 갚지 못했다면 진작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었다.그 말을 듣는 조담의 얼굴은 몹시 차가웠다.“고준형은 널 이용한 거다. 네 복수심을 이용해서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치워버린 거라고.”“그는 내 부왕과 손을 잡고 이황자를 밀어주려 했으니, 육황자가 바로 그 장애물이었던 거지.”강지영은 아무런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그녀가 냉소를 터뜨렸다. “그게 뭐 어떻다는 거죠? 당신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보다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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