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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ผู้เขียน: 주광
민혁은 갑자기 나타난 도순희를 힐끗 바라보다가, 흥미로운 듯 시선을 예진에게 옮겨 반응을 지켜봤다.

예진은 순간 멍해졌다. 몇 년간 몸에 밴 반사적인 습관이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뭔가 말하려다 멈췄다.

‘왜 내가 설명해야 하지?’

곧 정신을 차린 예진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랑 부윤제는 이미 끝났어.’

‘부윤제 본인도 관심 없는 일을, 내가 왜 신경 써야 하지?’

‘전 시어머니 눈치를 볼 이유가 없잖아.’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예진의 표정이 서서히 차가워졌다.

“사모님, 말씀 좀 조심하시죠. 첫째, 저와 사모님의 아들, 부윤제 씨는 이혼 절차 진행 중이에요.”

“제 사생활은 이제 부윤제 씨와 전혀 상관없고, 당연히 사모님과도 무관해요. 만약 계속 간섭하신다면, 그건 제 사생활을 침해하시는 겁니다.”

“둘째, 지금 저와 이 분 사이에 뭔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에 대한 증거라도 있으신가요?”

“있다면 제시해 주시죠. 없다면 그건 명백한 명예훼손이고, 저희 둘 다 사모님을 법적으로 고소할 수 있어요.”

예진의 단호한 말에 도순희는 순간 얼어붙었고, 곧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목소리를 한층 더 높였다.

“너... 지금 나한테 뭐라고 했니?”

그러고는 테이블을 ‘쾅’ 하고 내리쳤다.

“세상이 진짜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날 고소하겠다고? 지금 제정신이야?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말하면서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도순희는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잔을 들더니 예진 쪽으로 들이부으려 했다.

예진은 순간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맞겠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커피는 예진의 얼굴에 닿지 않았다.

도순희의 손목은 허공에 멈춰 있었고,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민혁이 날쌔게 그녀의 손을 움켜쥐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이 손 놔! 내 며느리 내가 혼내겠다는데, 왜 당신 같은 외부인이 끼어들어?”

도순희는 손을 빼려 했지만, 민혁의 손에 잡힌 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모님, 사모님 댁 집안일에 제가 끼어들 입장은 아니지만, 이건 그냥 충고입니다. 지금은 단순한 말다툼이지만, 이 커피를 진짜로 쏟으신다면 그건 명백한 ‘폭행’입니다. 고예진 씨는 사모님을 상대로 형사 고소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말을 마친 민혁이 예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고예진 씨, 혹시 이분이 폭력을 행사하신다면, 법적 조치하실 의향 있으십니까?”

도순희는 민혁의 말을 듣고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하, 법적 조치? 그걸 이 여자가 한다고? 이 여자, 우리 윤제 없으면 숨도 못 쉬는 애라는 걸 당신이 알아?”

“우리 아들만 바라보면서 매달리던 게 누군데! 이 여자가 감히 나를 건드려? 우리 윤제가 발길 끊으면 끝인 여자야!”

소란이 커지자 주변 손님들의 시선이 하나둘 이쪽으로 쏠렸고, 어느새 몇 명은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날카로운 칼처럼 예진을 향해 꽂혔다.

‘다들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래도, 이건 참을 수 없어.’

예진은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희미하게 들으면서, 도순희의 얼굴에 떠오른 그 뻔뻔하고 우쭐한 표정을 바라봤다.

‘웃기다... 내가 뭘 하겠다고 이렇게까지 망가졌지.’

‘한 남자 때문에 이렇게 초라해진 내가 진짜... 한심해.’

예진이 잠시 멍하니 있을 때, 민혁이 다시 한번 말을 건넸다.

“고예진 씨, 다시 묻겠습니다. 고소 의향이 있으신가요? ‘예’, ‘아니오’로 대답해 주세요.”

도순희는 도발하듯 비웃으며 예진을 노려봤다.

그 웃음이 마치 날 선 바늘처럼 예진의 눈에 박혔다.

예진은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또 내쉰 뒤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예.”

그 짧은 한마디가 공기 중에 떨어지자, 주변의 웅성거림이 순식간에 커졌다.

‘끝까지 간다. 이제는, 누구도 봐주지 않아.’

민혁은 가볍게 미소를 짓더니, 도순희의 손을 거칠게 밀쳐냈다.

도순희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가 가까스로 균형을 잡았다.

그리고 곧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고함을 질렀다.

“기가 막혀, 진짜 어이가 없네! 고예진 너, 이제 아주 안하무인이구나! 감히 날 고소하겠다고?”

“여기 있는 사람들, 내 말 좀 들어봐요! 이 여자, 우리 집 며느리예요. 남편은 다쳐서 병원에 있는 판국에, 딴 남자랑 몰래 만나다 걸린 거라고요!”

“그런 주제에 나한테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거예요! 이런 여자가 무슨 며느리 자격이 있고, 무슨 엄마 자격이 있답니까?”

도순희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고, 주위 사람들의 시선과 수군거림은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진짜야? 남편이 다쳤는데도 모른 척하고 남자 만난 거야?”

“창피하지도 않나? 시어머니한테 딱 걸렸네.”

“겉은 멀쩡하게 생겨놓고 속은 썩었구먼.”

“...”

그 말들이 칼날처럼 예진의 귓가를 베고 지나갔다.

예진은 애초에 이 자리에서 벗어날 생각이었다. 더 이상 상처받기 싫었다.

하지만, 그 익숙한 ‘참아야 한다’는 습관을 꾹 눌러오던 순간... 그 날카로운 말들이 예진의 발을 붙잡았다.

‘참자고? 지금까지는 참았지.’

‘그런데... 이제 이혼도 두렵지 않은 내가 왜 계속 당해야 해?’

‘더 이상 부씨 집안의 꼭두각시로 살지 않을 거야.’

예진은 고개를 들고 천천히 도순희 앞으로 걸어갔다.

그 표정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차분했고, 두 눈은 얼음처럼 깊고 어두웠다.

도순희는 턱을 치켜들고 예진과 눈을 맞췄다. 전혀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민혁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마치 무대 위의 결말을 기대하는 관객처럼.

“본인 눈이 더러워서 세상도 다 더럽게 보나 봅니다. 남자랑 밥 한 끼 먹었다고 불륜이니 뭐니 하신다면, 사모님이 그렇게 아끼는 아드님이 매일 밤 외박하면서 다른 여자랑 지내는 건... 그건 뭐로 설명하실 건가요?”

예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변의 분위기가 다시 들썩였다.

‘그래, 이대로 끝내지 않아. 오늘은 제대로 보여줄 거야.’

사람들은 숨을 죽이며 상황의 반전을 기다렸다.

도순희는 순간적으로 얼굴이 굳었다.

‘들켰나...?’

눈동자가 바쁘게 흔들리고, 말투에선 기가 꺾인 게 확실히 보였다.

“무슨 말이야? 괜히 우리 아들한테 누명 씌우지 마!”

예진은 씁쓸하게 웃었다.

“누명이요? 사모님이 가장 잘 아시잖아요. 부윤제 씨가 외박한 날, 어디 있었는지... 바로 사모님 집이잖아요. 사모님이 눈 감아준 그 여자와 함께 있었잖아요.”

“너, 너 진짜!!!”

도순희가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예진이 한 발 더 나섰다.

“사모님, 그 여자를 부윤제 씨 옆에 붙여준 것도, 아예 대놓고 둘이 잘되라고 밀어붙인 것도 사모님이에요.”

“심지어 제 아이, 이안이까지 그 여자한테 데려가 키우면서... 이안이가 저를 싫어하게 만든 것도 사모님이시잖아요. 이게 다 제가 꾸며낸 얘기인가요?”

예진의 말은 담담했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송곳처럼 도순희의 온몸을 찔렀다.

도순희는 말을 잃었다.

예전의 예진은 어떤 말을 해도 고개 숙이고 묵묵히 다 참던 사람이었다.

그랬던 예진이, 지금은 이렇게 냉정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숨겨온 진실을 하나하나 까발리고 있었다.

‘이 애가 이렇게 바뀔 줄은...’

도순희는 처음으로, 눈앞의 여자가 낯설게 느껴졌다.

주변의 시선이 눈에 띄게 바뀌었다.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이제 예진을 향한 동정과 지지로 바뀌었다.

“아이고, 시어머니가 며느리 인생 망치고 있었네.”

“자기 아들 불륜 도와준 것도 모자라서 손주까지 빼앗아? 말이 되냐고.”

“같은 여자끼리 왜 그래... 저 며느리, 얼마나 마음고생 심했을까?”

“그런 시댁이면 나라도 이혼했겠다.”

“...”

도순희는 당황했지만, 끝까지 지지 않겠다는 듯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말 돌리지 마! 너희 부부가 갈라서건 말건, 애는 무슨 죄야? 이안이 오늘 다친 거 알면서도 너, 병원에도 안 왔잖아! 그러는 네가 무슨 엄마야?”

예진은 조용히, 그러나 차갑게 웃었다.

그 웃음엔 자조가 섞여 있었다.

“맞아요. 저, 엄마 자격 없어요. 그래서... 이안이 엄마 자리, 이제 내놓을게요.”

그리고 잠시 멈춘 뒤, 마지막 일격처럼 덧붙였다.

“화재 현장에서 저를 내버려두고, 다른 여자 걱정하러 가버린 아이... 그 아이가 제 아들이라면, 저도 그런 아이 엄마 할 필요 없어요.”

“너... 너 지금... 미쳤어?!”

도순희는 말을 잇지 못한 채 숨을 몰아쉬었고, 민혁은 한쪽에서 조용히 예진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엔 감탄과 묘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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