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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ผู้เขียน: 주광
도순희의 얼굴은 이미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주변에서는 수군거림이 점점 더 커졌다.

“그 아이, 분명 할머니 밑에서 그렇게 된 거야. 친엄마 두고 딴 여자만 챙긴다니.”

“그러게. 내 자식이 저랬으면 나도 저 집안 다 내쳤을 거야.”

“...”

도순희는 입술을 꾹 깨물며 아무 말도 못 했다.

‘이게 다 고예진 때문이야. 감히 날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망신을 줘?’

분노로 인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데도, 발이 딱 얼어붙어서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때, 등을 돌린 예진이 민혁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이제 가시죠.”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식당을 나섰다.

식당 안에 남은 도순희는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뭘 그렇게들 봐? 구경났어?”

그제야 주변의 사람들은 조용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도순희는 이를 악물고 자리에 털썩 앉았다.

‘고예진... 두고 봐. 너 같은 게 어떻게 버티나 보자.’

‘우리 윤제한테 다 말할 거야. 네 진짜 얼굴을 윤제가 다 알게 되면, 넌 끝이야.’

식당 밖.

예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무작정 앞을 향해 걷고 있었다.

‘다 끝났는데 왜 이렇게 허전하지. 이겼는데, 하나도 시원하지 않아.’

그 표정을 본 민혁이 조용히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차 저쪽에 있어요. 태워다 줄게요.”

그제야 예진은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조용히 차에 올라탔다.

“지금은 은주 집에 있죠?”

예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지낼 생각은 없어요?”

다시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번엔 살짝 고개를 저었다.

“마음에 드는 집이 생기면... 나올 거예요.”

조용히 웃는 민혁의 얼굴에 가벼운 흥미가 섞여 있었다.

침묵이 잠시 이어졌고,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해서... 고예진 씨 같은 ‘연애 바보’가 진대영 교수님 밑에서 나랑 나란히 이름을 올린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법대 수석에 교수님의 자랑거리라는 게, 오늘 고예진 씨를 만나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었죠.”

예진은 작게 웃었다.

그 웃음엔 씁쓸함이 묻어 있었다.

“변호사님을 실망시켜 드려 죄송하네요.”

민혁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아니요. 조금 전 고예진 씨, 꽤 괜찮았어요. 적어도... 말 한마디로 판도를 뒤집는 사람답더라고요.”

예진은 그 말에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 대체 어디까지 보고 있는 거지.’

민혁은 알 수 있었다. 조금 전 그 순간, 그게 진짜 고예진이었다는 걸.

‘이 여자, 원래 저렇게 날카롭고 단단한 사람이었구나.’

다만, 오랫동안 한 남자를 위해 살아오며 자신을 잊고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였을까... 비록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예진은 자기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 모습은 내가 아는 내가 아닌데... 근데 왜 이렇게 자연스럽지.’

“제가 지금까지 맡았던 이혼 사건, 꽤 많습니다.”

민혁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실제로 이혼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았어요.”

예진이 민혁을 바라봤다.

“대부분... 정을 끊지 못해서 그런 건가요?”

민혁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부드럽게 답했다.

“아니요. 대부분은 이혼을 ‘협박’의 수단으로 씁니다. 상대방이 미안해하길, 붙잡아주길 바라면서 말이죠.”

“사실상 결혼을 정리하고 싶지만, 또 버리긴 아까운 관계... 그래서 둘 중 한 명이 조금만 물러서면, 결국 이혼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예진은 조용히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민혁은 다시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근데 고예진 씨는... 진짜로 끝낼 사람 같아요.”

예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왜요? 제 얼굴에서 단호함 같은 게 보였나요?”

민혁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아니요. 결정적인 건... 평온함이었어요.”

그 말에 예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민혁은 덧붙였다.

“사랑도, 미움도 다 사라진 상태. 그게 제일 깊은 실망이죠.”

곧 차는 은주의 집 앞에 도착했다.

집 안은 불이 꺼져 있었고, 은주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듯했다.

예진이 조용히 차 문을 열고 내리자, 민혁이 창문을 내렸다.

“오늘... 처음 뵙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서 죄송해요. 언젠가 기회 되면, 제가 밥 살게요. 정식으로.”

예진은 피곤한 듯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하지만 민혁은 차를 그대로 그 자리에 멈춰 있었고, 민혁은 뒤돌아 들어가는 예진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깊고 조용한 눈빛.

그 눈가에, 미소 아닌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누가 처음 보는 사이라는 거야...”

...

한편, 회의를 마친 윤제는 핸드폰을 켜자마자 도순희와 이안의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찍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무슨 일이지...?’

불길한 느낌이 들던 윤제는 집으로 가지 않고 바로 본가를 향해 차를 돌렸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윤제는 거실 풍경에 걸음을 멈췄다.

이안은 소파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있었고, 아린이 곁에서 아이를 달래고 있었다.

도순희는 얼굴이 잔뜩 굳은 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앉아 있었다.

온 집안 분위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윤제를 보자마자, 이안은 벌떡 일어나 달려왔다.

“아빠! 우리 아빠 왔어!”

윤제는 허리를 굽혀 아이를 안아 올렸다.

“왜 그렇게 울어? 무슨 일이야?”

그러자 도순희가 씹어 삼킬 듯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다 네 마누라가 벌인 짓이지, 뭐겠니!”

그 말에 이안은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급히 말했다.

“아빠, 오늘 엄마한테 전화해서 나 데리러 와달라고 했는데... 엄마가 안 온다고 했어. 심지어 나한테... 죽어도 상관없다고 했어. 앞으로는 전화도 하지 말래...”

윤제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진짜로, 그렇게 말했어?”

“응, 아빠... 엄마가 그러더라고, 이제 자기 애를 낳을 거래. 나는 더 이상 자기 아들도 아니래... 오늘 고모가 안 왔으면, 난 너무 아파서 그냥 쓰러졌을지도 몰라...”

그 말에 아린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윤제 품에서 이안을 받아 안았다.

“이안아, 그런 얘기는 아빠한테 하지 마. 아빠도 오늘 하루 종일 힘들었을 거야.”

하지만 이안은 고집스럽게 아린을 꼭 끌어안은 채 고개를 들었다.

“난 몰라! 나 이제 엄마 필요 없어! 고모, 제발... 고모가 우리 엄마 해줘, 응? 나 진짜 잘할게!”

이안의 목소리는 절절했고, 그 눈엔 간절함이 가득했다.

아린은 난처한 듯 아이를 토닥이며 살짝 웃었다.

“얘가... 애들은 그냥 마음대로 말하는 거니까, 오빠는 너무 신경 쓰지 마.”

그 순간, 윤제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뒤엉켰다.

‘고예진...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아이한테 그런 말을 하다니.’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어떤 설명도 듣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를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생각도 들고 있었다.

‘정말 그랬다고? 진짜 그렇게 말할 사람이었나?’

윤제는 얼굴이 잔뜩 굳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안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도순희가 벌떡 일어나 테이블을 ‘쾅’ 하고 내리쳤다.

“마음대로 말한 게 아니라, 이안이 말이 다 맞아! 너는 하루라도 빨리 고예진이랑 이혼해! 그 X, 밖에서 딴 남자랑 붙어 다니며 바람났더라! 거기다 나까지 사람들 앞에서 망신 줬다고!”

윤제는 눈살을 잔뜩 찌푸리며 낮고 무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도순희는 곧 울먹이며 상황을 부풀려 말하기 시작했다.

“오늘 점심에 레스토랑 갔더니 고예진이 남자랑 아주 다정하게 붙어 있는 거야. 그래서 내가 가서 조심스럽게 물어봤지. 그랬더니, 그 X이랑 그 남자가 같이 날 밀치고, 위협까지 했어!”

그러더니 붉어진 손목을 윤제 앞에 내밀었다.

“봐봐, 이거... 그 남자가 내 손목을 이렇게 세게 잡았다고. 이 나이에 내가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해? 게다가 고예진은... 나를 고소하겠다는 거야! 감옥 가게 만들겠다고!”

윤제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

“그리고... 또요?”

그 물음에 도순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 X이... 나한테 ‘사모님’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너랑 이혼할 거라고 했어. 애도 필요 없대. 그 남자랑 영원히 같이 살 거라며 나보고 그냥 꺼지라더라...”

그 말을 듣자마자 윤제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유리컵을 거칠게 들어 바닥에 내던졌다.

컵은 산산이 부서졌고, 거실에 있던 모든 사람이 숨을 멈췄다.

도순희는 그 기세에 깜짝 놀라 말을 잇지 못했고, 이안은 눈물을 닦으며 훌쩍거렸다.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자, 아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빠... 오해일 수도 있잖아. 애도 놀랄 텐데 이러지 말고, 예진 씨한테 전화해서 직접 물어보는 게 어때?”

이안이 겁에 질려 말도 못 하는 걸 본 윤제는 그제야 숨을 가쁘게 내쉬며 분노를 가라앉혔다.

“그 사람이 날 차단했어. 전화도 안 받아. 문자도 씹고.”

그 말에 아린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예진 씨, 내 번호는 저장 안 해 놨을 거야. 내 걸로 해 봐. 이대로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 찝찝하잖아.”

윤제는 망설이다가 아린의 핸드폰을 건네받아, 조용히 번호를 눌렀다.

통화 연결음이 이어지는 동안, 모두의 시선은 그에게 집중됐다.

그 시각, 예진은 막 방 정리를 마치고 잠시 숨을 고르던 참이었다.

핸드폰 화면에 낯선 번호가 떠올랐고, 순간 멈칫했다.

‘누구지...?’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온 것은 익숙하지만 싸늘하게 굳은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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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순미는 입꼬리를 비뚤게 올리며 못마땅한 듯 말했다.“만약 그 계집년이 도망이라도 쳤다면, 우리가 덜미 잡히는 거 순식간 아니야? 너희 둘, 괜히 입 잘못 놀린 거 없지?”조보군과 조동일은 급히 고개를 저었다.“걱정 마세요. 여기서 시내까지는 한참 걸려요. 게다가 그 계집년은 이 동네가 처음일 테고, 지금은 한밤중이잖아요.”“몸도 다친 상태라 차에서 뛰어내렸다면 크게 다쳤을 겁니다. 우리가 지금 바로 되돌아가서 찾을 테니까, 아저씨도 마을 쪽을 샅샅이 뒤져보세요. 분명히 금방 찾을 수 있을 겁니다.”말을 마친 조보군과 조동일은 부리나케 차에 올라타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이병수와 한순미도 길을 따라가면서 마을 안쪽을 살펴보기 시작했다....그 시각, 다른 한편에서는 민혁은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재하, 선아, 은주도 함께 경찰서에 남아 민혁과 자리를 지켰다.동이 틀 무렵, 영호가 서류철을 들고 급히 들어왔다.“찾아냈어요! 그 차량은 이미 단종된 모델이에요. 대부분 폐차됐고, 지금 실제로 굴러다니는 건 다섯 대뿐이에요. 벌써 그 다섯 대 차주의 신원은 확인했고, 추적조에 투입했어요.”민혁은 서류철을 낚아채듯 받아들고 빠르게 훑어보았다.그러다 한 주소에서 눈빛이 번쩍였다.수부마을.예진이 맡은 재판의 피고인인 이규철의 본가가 바로 그곳이었다.‘수부마을... 설마...’민혁은 곧장 그 주소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영호를 바라봤다.“여기, 뭔가 수상해. 예진이 어제 마주했던 피고인, 이규철. 그자의 고향이 바로 이 수부마을이야. 게다가 어제 재판에 이규철 부모도 직접 와 있었고...”영호의 이마에 주름이 깊게 패였다.“여기서 그 마을까지는 최소 여덟, 아홉 시간은 걸려요. 제가 지금 바로 관할 경찰에 연락할게요. 마을에서 수상한 흔적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게 한 다음에, 우리 쪽에서도 인력을 보낼게요.”그러나 민혁은 더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예진에겐 원한을 살 만한 일이 없었다.고씨 집안도 누구한테나 당당한 집안이고, 사업상 다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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