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허서령의 가슴속에는 작은 토끼가 숨어 마구 뛰어다니는 듯했다. 그녀는 긴장한 채 뒤로 피했다.그가 낮게 말했다.“서로 보고 싶으면 만나고, 욕구가 생기면 함께 자자. 너한테 내가 필요할 때 나는 반드시 곁에 있을게. 나한테 네가 필요할 때 넌 날 버리고 가지 마. 인생은 길어야 몇십 년인데 굳이 관계의 이름 따위에 얽매여야 할 이유가 있을까?”허서령은 망설였다. 그 말은 거대한 돌처럼 가슴 위에 내려앉아 숨조차 쉬기 어려워졌다.그의 얼굴이 갈수록 가까워져 거의 입술에 닿으려 했다. 허서령은 다급히 고개를 돌려 입맞춤을 피했다.“이러지 말아요.”소파를 짚은 지강산의 손가락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뜨거운 눈을 내리깔고 그녀가 피해 버린 분홍빛 입술을 깊이 바라보았다.입안이 바싹 마르고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그는 괴로운 듯 침을 삼키며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서령아, 한번 생각해 봐.”공기는 뜨거워졌고 애매하고 야릇한 기류가 거실을 떠돌았다. 남자에게서 나는 은은한 향과 따뜻한 숨결이 그녀를 빈틈없이 에워쌌다.심장 박동은 빨라졌고 몸은 팽팽히 굳었다. 주먹을 살짝 쥔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가 깊은 생각에 빠지는 동안, 지강산은 자제력을 잃기 직전이었다. 시선이 분홍빛 뺨과 붉고 촉촉한 입술, 하얀 목과 매혹적인 어깨를 훑자 마음속에서 수많은 말이 질주하듯 격렬한 욕망이 솟구쳤다.불길은 갈수록 거세졌고 강인한 자제력조차 지금의 망상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는 그녀를 자신의 몸 아래 눕히는 장면을 수없이 상상했다. 평생 메마른 사막에서 목말랐던 식물이 비를 갈구하듯 절실했다.지강산은 주먹을 꽉 쥐고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나 샤워하고 올게.”말을 남긴 그는 성큼성큼 방 안 욕실로 들어갔다.지강산이 사라지는 순간 허서령은 온몸의 힘이 풀려 소파 위로 쓰러지듯 누웠다. 숨을 크게 몇 번이나 내쉬었다. 얼굴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마음은 실타래처럼 뒤엉켰다.연애를 시작할 때부터 줄곧 관계를 확실히 하
[업은 업으로 갚는다.]쪽지의 문장은 의미가 모호했다.지강산은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허서령을 바라보았다.“전에도 이런 게 있었어?”“네.”허서령은 고개를 끄덕이고 슬리퍼를 신은 채 안으로 들어가, 다른 쪽지를 꺼내 지강산에게 건넸다.지강산은 슬리퍼로 갈아 신고 뒤따라 들어오다가 쪽지를 받아 보며 물었다.“신고했어?”“신고했어요. CCTV로 보면 여자 같아요.”허서령은 지친 몸으로 소파에 앉았다.“얼굴은 안 보이고, 쪽지 내용도 구체적인 협박이라고 볼 수 없대요.”“이사해, 허서령.”지강산은 그녀 곁에 앉아 두 장의 쪽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나랑 살자.”허서령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입술을 깨물고 그를 노려보며 몇 초간 침묵한 뒤 물었다.“화장실 빌리러 온 거 아니었어요?”지강산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잊었네.”‘정말 급했다면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허서령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쿠션을 안고 소파에 기대자 온몸의 긴장이 풀렸다.잠시 후 지강산이 손을 깨끗이 씻고 나왔다. 그는 소파 쪽으로 걸어오며 정장 재킷을 벗었다.허서령이 의아하게 물었다.“옷은 왜 벗어요? 안 갈 거예요?”“너무 늦었어. 내일 갈게.”지강산은 재킷을 소파 위에 놓고 그녀 곁에 앉았다.너무 가까이 앉자 허서령은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막 엉덩이를 들었는데 치마가 당겨져 다시 앉게 되었다. 내려다보니 지강산이 그녀의 치맛자락 위에 앉아 있었다.그녀는 쿠션을 내려놓고 치마를 빼낸 뒤 옆으로 옮겨 소파 끝에 앉았다.“내가 무슨 전염병이라도 걸렸어?”지강산은 따뜻한 눈에 억울함을 조금 담은 채 난처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렇게 멀리 피해야 해?”허서령은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며 작게 투덜거렸다.“무슨 생각 하는지 스스로 잘 알잖아요.”지강산은 씁쓸하게 웃으며 뒤로 기대 소파 등받이에 뒤통수를 댄 후 고개를 돌려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알지. 그래도 내가 너
소준혁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미소도 굳었다.지강산의 눈에 득의만면한 빛이 무심코 스쳤다. 그는 몸을 돌려 허서령 곁으로 갔다. “가자.”허서령은 소준혁을 향해 고개를 숙인 뒤 지강산을 따라 떠났다.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준혁은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문 채 짜증스럽게 욕설 한마디를 내뱉었다.소유하가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오빠, 나는...”“입 다물어.”소준혁은 몸을 돌려 그녀를 노려보았다. 화가 나 가슴이 들썩이더니 목소리를 낮춰 한 글자씩 힘주어 말했다.“소유하, 똑똑히 기억해. 허서령을 싫어해도 좋고 지강산과 허서령이 다시 만나는 걸 막아도 좋아. 하지만 내가 허서령을 쫓는 데 조금이라도 방해하면 네 돈줄을 전부 끊을 거야. 그때는 나를 오빠라고 부르지도 마.”소유하는 고개를 숙였다. 마음속으로는 억울했지만 돈이 끊길 수 있다는 압박에 즉시 굴복했다.“미안해. 오빠, 내가 잘못했어. 꼭 오빠가 허서령을 얻도록 도울게.”“알았으면 됐어.소준혁은 말을 던지고 화가 난 채 다른 손님들에게 걸어갔다....깊은 밤, 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불을 밝혔다. 차는 붉게 이어진 차량 행렬 속으로 들어갔고 차 안은 유난히 조용했다.술을 마신 지강산은 대리기사를 불렀다.허서령은 그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은은한 술 냄새와 남자에게서 나는 기분 좋은 향이 섞여 차 안을 가득 채우며 희미하게 그녀의 숨결 속으로 스며들었다.그녀는 차창에 기대어 고개를 돌리고 밖의 도시 야경을 바라보았다.얼마나 지났을까. 지강산이 먼저 다정한 목소리로 답답한 침묵을 깼다.“허서령, 오늘 정말 예쁘다.”그의 시선은 거리낌 없이 그녀의 몸에 머물렀다. 시선에는 숨길 생각조차 없는 감탄이 담겨 있었다.허서령의 심장이 한 박자 놓치고 뺨이 살짝 떨렸다. 다행히 어두운 조명이 순식간에 스친 당황을 가려 주었다.“고마워요.”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아주 작게 대답했다.그는 눈빛이 뜨거웠지만 여전히 신사적인 거리를 지켰다. 억눌린 애매한 기류가 공기 속을
“우리 오빠?”소유하는 잠시 멍해졌다가 곧 비웃음을 띠었다.“하긴, 오빠가 예전부터 널 많이 좋아했지. 가지지 못한 사람이 첫사랑의 환상으로 남는 법이잖아. 지난 몇 년 동안 만난 여자들도 다 너와 조금씩 닮았더라.”허서령은 대꾸하지 않았다.소유하는 잔 속의 레드와인을 흔들며 혼자 말을 이어 갔다.“그런데 허서령, 남자 갖고 노는 재주는 정말 대단하네. 처음에는 지강산, 그다음에는 윤성, 이제는 우리 오빠까지. 남자란 남자는 다 한 번씩 만나 보고 제일 돈 많은 사람을 고르려는 거야?”목소리를 들은 손님들이 모두 두 사람 쪽을 바라보았다.언제나 침착하고 냉정한 허서령에게 이런 모욕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소유하만 한없이 유치해 보였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태연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췄다.“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네 오빠에게 관심 없어. 그저 네 오빠의 대리 변호사일 뿐이야.”“너...”소유하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오빠를 싫다고 해?”“너 때문이잖아.”허서령은 정중하고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지만 한마디 한마디는 칼날처럼 날카로웠다.“소준혁에게 너 같은 여동생이 있다는 건 큰 감점이야. 아무리 돈이 많고 훌륭해도 난 관심 없어.”“허서령, 무슨 자신감으로 이렇게 오만하게 굴어?”소유하는 분노에 차서 와인잔을 들고 그녀에게 끼얹으려 했다.하지만 잔을 들어 올리고 와인을 뿌리기 전, 커다란 손 하나가 그녀의 손목을 세게 내리쳤다.‘짝’ 소리와 함께 소유하는 아파서 비명을 질렀고 손에 들고 있던 와인잔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유리잔이 산산이 조각나고 레드와인이 사방에 쏟아졌다.소유하는 놀라 고개를 돌렸다. 지강산이 어두운 표정으로 위험할 만큼 차가운 기운을 뿜으며 곁에 서 있었다.그가 내리친 손목이 욱신거릴 정도로 아팠다. 소유하는 억울한 표정으로 손목을 감싸 쥐다가 다가오는 오빠를 발견했다.지강산이 자신을 감싸 주지 않으리라는 걸 아는 소유하는 소준혁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
“서령이는 석류 주스 안 좋아해.”지강산이 태연하게 말했다.“망고 주스로 바꿔 줘.”소준혁은 표정이 어두워진 채 막 집어 든 주스를 다시 내려놓았다.“강산아, 우리 따로 가서 얘기 좀 하자.”“좋아.”지강산은 몸을 돌려 연회장의 뒷문으로 향했고 소준혁이 그 뒤를 따랐다.정원 밖에는 흐릿한 밤이 내려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빽빽한 관목 사이의 오솔길을 지나 한참 돌아간 뒤 차가운 흰빛이 비치는 정자에 도착했다.정원 가득 울리는 벌레 소리가 아름다운 교향곡처럼 이어졌다.얼굴을 스치는 산들바람에는 정원의 은은한 꽃향기가 섞여 있었다.지강산은 난간 옆에 서서 하늘 끝의 희미한 별을 올려다보았다. 소준혁은 정자의 둥근 기둥에 몸을 기대고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담배 한 개비를 꺼내 지강산에게 내밀었지만 지강산은 받지 않았다.“끊은 지 오래됐어.”소준혁은 그를 신경 쓰지 않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고개를 숙여 라이터로 불을 붙인 뒤 한 모금 깊이 빨아들이고 고개를 들어 하얀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강산아, 너희가 대학 시절 내내 사귀었고 전에 한 번 다시 만난 적도 있다는 건 알아. 하지만 나도 그 사람한테 진심이야. 공정하게 경쟁하자.”지강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있는 듯 없는 듯 걸렸다.“공정한 경쟁? 우리 사이에는 그런 게 성립하지 않아.”“왜?”소준혁이 미간을 깊이 찌푸렸다.“나와 그 사람은 한 몸이나 다름없어. 너는 끼어든 제삼자가 될 뿐이야.”소준혁은 코웃음을 치며 담배를 깊게 빨았다.“너희는 이미 헤어졌어.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앞으로는 내가 그 사람에게 더 잘 맞을 거야.”“넌 매일 꽃을 보낼 수 있겠지. 하지만 나는 그 사람과 오 년 넘게 비바람을 함께 견뎠어. 가장 초라하고 약한 모습도 봤고, 가장 망가진 모습까지 사랑해. 나와 허서령은 사랑했던 사이가 아니라 지금도 사랑하는 사이야. 한 번도 멈춘 적 없어.”“내가 알기로 그 사람 아버지가 감옥에 있어. 너희
“허서령.”지강산이 다정한 목소리로 약간 놀란 듯 그녀를 불렀다.사람들은 목소리를 듣고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허서령 곁에 다가와 손으로 가느다란 허리를 감싼 뒤 가볍게 품으로 끌어당겼다. 일부러 소준혁 옆에서 그녀를 떼어 낸 것이다.그 행동에 모두가 얼어붙었다. 허서령도 멍해졌고 소준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너도 왔어?”지강산은 그녀의 허리를 감싼 채 고개를 숙여 발목을 내려다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발목은 좀 나아졌어?”허서령은 영문도 모른 채 다급히 그의 손을 밀어내며 속으로 생각했다.‘발목이 나아졌냐니, 무슨 소리지?’지강산은 남몰래 팔에 힘을 주어 그녀를 더 바짝 끌어안아 빠져나갈 수 없게 한 뒤 어리둥절한 사람들을 올려다보며 미소로 설명했다.“제 전 여자 친구예요. 며칠 전 집에서 샤워하다가 미끄러져 발목을 삐었거든요.”소준혁의 친구라면 거의 모두가 지강산을 알고 있었다.그 말이 나오자 사람들은 갑자기 민망해졌다. 이토록 막장 같은 관계 앞에서 더는 허서령에게 소준혁을 받아 주라고 재촉할 수도 없었다.소준혁의 표정은 갈수록 어두워졌다. 그는 옆에 있던 술잔을 들어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허서령은 어이가 없었다. 이 남자가 이렇게까지 잔꾀를 부릴 줄은 몰랐다. 거짓말을 하면서도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그녀는 서둘러 지강산을 밀어냈다. 하지만 그의 거짓말을 굳이 폭로하지는 않았다.“이제 괜찮아요.”지강산의 등장은 그녀를 곤란한 상황에서 구해 준 셈이었다. 다만 한 난처한 상황에서 다른 난처한 상황으로 뛰어든 것뿐이었다.그때 지강산과 아는 친구 하나가 장난스럽게 말했다.“강산아, 첫사랑과 헤어진 지 오래됐다고 들었는데 그분이 허 변호사님일 줄은 몰랐네.”지강산은 부드러운 미소로 허서령을 뜨겁게 바라보았다.“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어. 연애하다 보면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일도 흔하잖아. 마지막으로 헤어진 게 아마 1년 전이었지? 그렇지, 허서령?”허서령은 뻣뻣한 미소를 유지한 채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지강산이 몸부림치는 허서령의 손목을 잡고 머리 위 벽에 고정시킨 뒤 이성을 잃은 맹수처럼 키스를 퍼부었다.참아왔던 눈물이 허서령의 감긴 눈꺼풀 사이로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지강산은 멈출 기색이 전혀 없었다.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허서령이 그의 아랫입술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윽.”날카로운 통증에 지강산이 입술을 뗐다.허서령이 기억하는 지강산은 언제나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었다.그런 그가 이토록 사납게 구는 건 분명 그녀를 뼛속 깊이 증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생각에 허서령은 심장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지강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지강산이 앞에 놓인 술잔을 들더니 단숨에 비워냈다.뽑은 벌칙 대신 술을 택했다. 그 누구와도 키스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선언이었다.주변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유하가 티슈를 던지면서 씩씩거렸다.“재미없어, 정말. 뭐가 부끄럽다고 그래?”지강산이 한숨을 무겁게 내뱉으며 술기운을 눌러 내렸다.게임이 계속되었다. 술병이 여러 번 돌고 돌아 마침내 허서령의 차례가 왔다. 그녀는 벌칙이 지나칠까 봐 두렵기도 했고 술을 이길 자신도 없었다.“진실을 말하는 걸 선택할게요.”그러자 소유하가
지강산과 함께한 4년은 허서령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이별 후 허서령은 5년을 울며 보냈다.매일같이 눈물을 쏟은 건 아니었지만 지강산을 떠올리기만 하면 마음속에 장마라도 진 것처럼 축축하고 눅눅한 비가 내렸고 이내 눈시울도 뜨겁게 젖어 들곤 했다.살면서 지강산을 다시 마주하게 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백시욱이 주선한 술자리.떠들썩한 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자석에 이끌리듯 허서령의 시선이 익숙한 얼굴에 닿았다.그 순간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요동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정말 해일이라도 밀려온 것
공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정적이 내려앉았다. 주변의 소음이 잦아들고 세상의 색채가 빛을 잃어가는 가운데 오직 지강산만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연한 블루 반팔 셔츠에 블랙 바지 차림의 지강산이 청량하면서도 멋진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평범한 출근룩이었음에도 조각 같은 이목구비, 탄탄한 몸매와 훤칠한 키 덕분에 우아하고 기품이 흘러넘쳤다.그가 깊고 어두운 눈으로 빤히 쳐다보자 허서령은 저도 모르게 긴장감에 휩싸였다.소유하가 슬리퍼를 가져와 지강산의 앞에 놓으며 살갑게 굴었다.“오빠, 신발 갈아 신어.”하지만 지강산은 아무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