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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Author: 꼬미 요괴
[업은 업으로 갚는다.]

쪽지의 문장은 의미가 모호했다.

지강산은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허서령을 바라보았다.

“전에도 이런 게 있었어?”

“네.”

허서령은 고개를 끄덕이고 슬리퍼를 신은 채 안으로 들어가, 다른 쪽지를 꺼내 지강산에게 건넸다.

지강산은 슬리퍼로 갈아 신고 뒤따라 들어오다가 쪽지를 받아 보며 물었다.

“신고했어?”

“신고했어요. CCTV로 보면 여자 같아요.”

허서령은 지친 몸으로 소파에 앉았다.

“얼굴은 안 보이고, 쪽지 내용도 구체적인 협박이라고 볼 수 없대요.”

“이사해, 허서령.”

지강산은 그녀 곁에 앉아 두 장의 쪽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나랑 살자.”

허서령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입술을 깨물고 그를 노려보며 몇 초간 침묵한 뒤 물었다.

“화장실 빌리러 온 거 아니었어요?”

지강산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잊었네.”

‘정말 급했다면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허서령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쿠션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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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28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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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28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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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280화

    아침 햇살이 발코니를 물들이고 커튼을 뚫고 들어와 방 안을 환히 밝혔다. 허서령은 몽롱하게 정신이 들자 손을 뻗어 옆 침대를 더듬었다.서늘하고 텅 비어 있었다. 눈을 뜨고 좌우를 살핀 그녀는 이불로 몸을 가린 채 일어나 앉았다. 지강산은 이미 방에 없었다.휴대전화가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집어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열 시 팔 분이었다.지강산은 진작 출근했을 시간이었다. 허서령은 출퇴근 기록을 찍을 필요도, 정해진 근무 시간도 없어서 중요한 일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눈을 뜬 뒤 사무실에 가도 됐다.허서령은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바닥에 흩어졌던 옷이 이미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본 그녀는 화장실로 들어가 씻었다.거울 앞에 서자 하얀 피부 곳곳에 입맞춤 자국이 남아 있었다. 지난밤 그가 얼마나 거칠었는지 알 수 있었다.허서령은 손끝으로 피부 위의 붉은 자국을 살며시 만져 천천히 쓸었다. 심장이 가늘게 떨렸다.지난밤의 장면들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뺨이 살짝 뜨거워졌다.‘관계의 이름을 욕심내지만 않는다면 두 사람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허서령은 마음에서 우러난 미소를 지었다. 서둘러 씻고 옷을 입은 뒤 옅은 화장을 하고 방을 나왔다.거실 식탁에는 지강산이 만들어 둔 아침 식사와 쪽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쪽지를 들어 읽었다.[음식이 식었으면 데워 먹어. 오늘 저녁은 야근 안 해. 내가 저녁 준비할 테니 일찍 돌아와 줄래?]허서령은 쪽지를 가볍게 접고, 기쁜 마음으로 일어나 쪽지를 서랍 안 상자에 넣었다.그러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지강산과의 대화창을 연 뒤 망설이지 않고 문자를 입력했다.[네, 일찍 들어갈게요. 강산 씨가 말한 방법에도 동의해요.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은 채 이렇게 서로 기대고 도우면서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해요.]문자를 다 입력한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전송하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화면에 전화가 걸려 왔다는 표시가 떴다.제산시 지역 번호로 걸려 온 모르는 번호였다.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7화

    공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정적이 내려앉았다. 주변의 소음이 잦아들고 세상의 색채가 빛을 잃어가는 가운데 오직 지강산만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연한 블루 반팔 셔츠에 블랙 바지 차림의 지강산이 청량하면서도 멋진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평범한 출근룩이었음에도 조각 같은 이목구비, 탄탄한 몸매와 훤칠한 키 덕분에 우아하고 기품이 흘러넘쳤다.그가 깊고 어두운 눈으로 빤히 쳐다보자 허서령은 저도 모르게 긴장감에 휩싸였다.소유하가 슬리퍼를 가져와 지강산의 앞에 놓으며 살갑게 굴었다.“오빠, 신발 갈아 신어.”하지만 지강산은 아무 반응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6화

    다음 날.업무를 마친 허서령이 휴대폰을 들어 심인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인혜야, 깼어?][어, 깼어.][시욱 씨랑은 어떻게 됐어?][얘기 잘 끝냈어. 시욱 씨가 양보하기로 해서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해.][미안해서 어떡하지? 지금 손에 엄청 중요한 사건이 하나 있거든. 다음 달에 출장 가야 할 것 같아. 들러리 못 서줄 것 같은데... 이번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양쪽의 비주얼 담당 두 사람이 다 못 온다고? 둘이 짰어?][그게 무슨 소리야?][지강산 씨도 일이 생겨서 못 온대.]지강산 역시 허서령을 만나고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5화

    허서령은 진심으로 겁이 났다.지난번 사람들이 북적이는 호텔에서도 허서령에게 키스를 퍼부었던 지강산이었다.지금은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간인 데다가 아파트 복도에 인적도 끊겼다. 지강산이 또 무슨 짓을 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강산 씨도 여기에 올 줄은 몰랐어요.”허서령이 떨리는 목소리로 현관문에 몸을 바짝 붙였다. 당장이라도 문을 두드리며 살려달라고 소리칠 기세였다.“강산 씨 눈앞에 일부러 나타난 게 아니에요.”지강산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말없이 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걸어가더니 피우던 담배를 비벼 꺼서 던져 넣었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4화

    병원 안.허서령이 수납을 마치고 영수증을 챙겨 병원을 나섰다. 그때 진성호가 뒤쫓아와 허서령의 팔을 거칠게 붙잡았다.“지난번에 내가 얘기했던 거 생각해 봤어?”허서령이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진성호의 손을 뿌리치며 째려봤다.“미친놈.”진성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하게 일그러지더니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러고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오만한 태도를 취했다.“허서령, 나한테 시집오면 배상금 1억 6천만 원을 주지 않아도 돼. 우리 아버지 병원비도 낼 필요 없고. 게다가 너의 엄마가 원하는 대로 은행에서 1억 원 대출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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