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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Author: 은지아
송남지는 화병에 꽂힌 작매를 바라보다가 이내 응답 없는 전화를 내려다보았다.

막막함에 얼굴에 그늘이 내려앉았다.

어느 정도 어려운 일이야 오지훈에게 부탁할 수 있겠지만, 모든 사소한 일까지 남의 손을 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송남지는 계속해서 신호만 가는 전화를 붙들고 있다가, 이대로는 시간만 버리겠다는 생각에 결연히 자리에서 일어나 민지현의 사무실로 향했다.

민지현은 송남지를 보자마자 걱정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사무실에 와서 잠깐 둘러본다더니 여긴 어쩐 일이세요? 하실 말씀 있으면 전화를 하시지, 제가 가면 되는데.”

송남지가 자리에 앉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민 실장님, 박재용 씨 주소 좀 알려주세요. 내가 직접 가봐야겠어요.”

그 말에 놀란 민지현이 손사래를 쳤다.

“안 돼요, 관장님. 가봤자 만나주지도 않을 거고 몸만 고생하실 거예요.”

민지현은 진심으로 송남지의 상태가 우려됐지만, 송남지의 결심은 확고했다.

“무모하게 굴지 않을 테니 걱정 말아요. 내 몸 상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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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849화

    소윤의 부모님이 눈물짓는 모습을 보며 송남지는 마음이 아릿해졌다.“아저씨, 아주머니,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이건 전부 조윤혁 그 인간 잘못이에요.”세상은 늘 그랬다. 마음 약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탓하고 정작 양심 없는 인간들은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들고 산다.소윤의 부모님은 걱정을 떨치지 못한 듯 물었다.“조윤혁이랑 그 여자가 와서 난동을 피웠다는데, 너희가 쫓아냈다며... 그놈이 너희한테 복수하겠다고 했다던데 어쩌니.”하정훈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안심시켰다.“괜찮아요. 저희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무서울 게 뭐 있겠어요. 걱정 마세요.”부모님을 겨우 달래고 나서야 송남지는 전시관에 전화를 걸 틈이 생겼다.여준휘에게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자, 그는 당장이라도 화동으로 달려올 기세로 걱정했다.“안심하세요. 제가 잘 챙기고 있어요.”여준휘는 어린 후배인 그녀가 겪었을 고생에 마음 쓰여 하며 말했다.“너도 여자애 혼자 몸인데 그 많은 일을 어떻게 다 감당해. 이번 일 마무리되면 장기 휴가 줄 테니까 푹 쉬어. 정말 고생이 많다.”송남지는 살며시 웃으며 답했다.“고생이라뇨, 우리 식구 일인데요.”전화를 끊고 고개를 돌리자 조금 피곤해 보이는 하정훈이 서 있었다.“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됐으니 여기는 내가 지키면 돼요.”완곡한 거절이었고 하정훈 정도의 눈치라면 충분히 알아들을 법한 말이었다.하지만 그는 마치 말귀를 못 알아먹는 사람처럼 굴었다.“그래, 정말 거의 다 해결됐네.”송남지는 헛기침을 하며 다시 한번 쐐기를 박았다.“그러니까 내 말은, 이제 그만 가서 쉬시라고요. 화동에 출장 오신 거잖아요. 다른 업무에 방해되면 안 되니까요.”하정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화동엔 행사 커팅하러 온 건데 이미 물 건너갔으니 딱히 바쁜 일도 없어.”송남지가 곧바로 말을 받았다.“그럼 서경으로 돌아가도 되겠네요.”“돌아갈 생각 없어.” 하정훈의 대답은 군더더기 없이 단호했다.송남지는 멍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무슨 말씀

  • 가면을 쓴 남편   제848화

    병원 건물 아래 늘어선 포장마차 앞에서 송남지는 홀린 듯 멈춰 섰다.하교 시간과 맞물려 노점 여기저기서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그녀의 눈길은 지글지글 익어가는 꼬치구이 위에 고정되었다.“이거 먹고 싶어?”하정훈이 눈썹을 살짝 올리며 물었다.송남지는 조금 민망해졌다. 나이가 몇인데 초등학생들 틈에서 간식을 탐내는 모양새가 조금 그랬다.그녀가 대답 없이 머뭇거리자 하정훈이 노점으로 다가가더니 금세 김이 모락모락 나는 꼬치 몇 개를 사 들고 돌아왔다.“먹어. 이게 꼭 먹고 싶어서라기보다, 하루 종일 굶어서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인 거 다 알아. 일단 이걸로 배부터 좀 채워.”송남지는 하정훈이 내미는 꼬치를 자연스럽게 받아 들었고 모처럼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한참 먹던 중 하정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한 그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 그는 송남지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옆으로 비켜났다.“잠깐 전화 좀 받고 올게.”꼬치를 든 채 십여 미터 떨어진 하정훈을 바라보던 송남지는 무슨 대화인지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의 표정이 몹시 심각하고 불쾌해 보인다는 것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하정훈이 돌아오자 송남지는 입술을 달싹이다 결국 조심스레 물었다.“무슨 일 있으세요?”하정훈은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저었다.“별일 아냐.”그가 말하지 않으니 송남지도 더는 묻지 않았다.간단히 요기를 마친 두 사람은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산부인과 전문의들은 회진 후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고 뒤늦게 달려온 소윤의 부모님은 떨리는 손으로 수술 동의서에 서명했다.노부부의 가느다란 손 떨림을 지켜보는 송남지의 가슴 한구석이 이유 없이 아려왔다.소윤이도 부모님에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딸일 텐데, 어떻게 조윤혁 같은 인간에겐 죽든 말든 상관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걸까?분명 결혼할 때는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맹세했을 텐데, 인간의 약속이란 게 이토록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는 건지 싶어 송남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하

  • 가면을 쓴 남편   제847화

    송남지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예전 같으면 굳이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인사를 생략하는 게 오히려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고마워요, 하 대표님.”하정훈 나름의 보상이었든 아니었든, 이제 송남지는 그가 무엇을 하든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다시 듣게 된 하 대표님이라는 호칭에 하정훈은 잠시 멍해졌다.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송남지에게서 더 이상 격렬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 차분한 호칭은 그녀가 평온을 되찾은 뒤에 그어버린 냉정하고도 명확한 선이었다.가슴 한구석이 허전해졌지만, 정작 이런 관계가 자신이 바라던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하정훈은 얇은 입술을 달싹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별말씀.”5분 뒤, 병원 아래층이 소란스러워지더니 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들이 대거 몰려 올라왔다. 그제야 송남지도 마음이 놓였다.초췌해진 송남지의 모습에 마음이 좋지 않았던 하정훈이 제안했다.“가자. 여기는 전문의들에게 맡기고 우린 나가서 뭐라도 좀 먹자.”송남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가요.”그녀는 하정훈의 뒤를 따라 병원을 나섰다. 조금은 신선해진 공기를 들이마시고서야 겨우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었다.오전부터 저녁 가까이 온종일 시달린 탓에 배가 몹시 고팠다. 아까까지는 경황이 없어 몰랐는데, 신경이 돌아오자마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송남지는 민망한 듯 배를 움켜쥐며 어색하게 화제를 돌렸다.“그나저나 신기하네요. 화동 쇼핑몰 주차장엔 어쩐 일로 계셨던 거예요?”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주차장에서 하정훈을 만나지 못했다면 오늘 일은 그야말로 악몽이 되었을 것이다.하정훈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성은 그룹에서 화동 쇼핑몰에 투자했거든. 오늘이 개업일이라 커팅식 하러 왔었어.”송남지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네? 그럼 커팅식도 안 가신 거예요?”송남지는 하정훈의 일을 방해한 것 같아 일말의 자책감을 느꼈다.하지만 하정훈은 금세 손을 내저으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괜찮아. 안 그래도

  • 가면을 쓴 남편   제846화

    침대에 누워 겨우 안정을 찾는 듯했던 소윤이 다시 눈물을 쏟으며 비명을 질렀다.“당장 나가! 너희 둘 다 꼴도 보기 싫으니까 꺼져버려!”송남지는 다급히 침대 가로 달려가 소윤의 손을 꼭 잡았다.“소윤아, 제발 진정해. 응?”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윤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그녀는 불룩하게 솟은 배를 움켜쥐며 비명을 내뱉었다.“아악!”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곧장 병실 밖으로 나가 의료진을 소리 높여 불렀다.옆에서 지켜보던 서리나는 가소롭다는 듯 비아냥거렸다.“자업자득이라더니, 누가 그 몸으로 이 난리를 피우래?”송남지는 소윤의 손을 꽉 쥔 채 싸늘한 시선으로 서리나를 거쳐 조윤혁을 쏘아보았다.조윤혁은 소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오로지 서리나만 챙기고 있었다. “리나야, 아까 저 사람들이 너 때린 거 내가 반드시 감옥 보낼게. 걱정 마, 내 옆에 있는 한 절대 너 괴롭히게 안 둬.”송남지는 이를 악물고 일갈했다.“당장 꺼져. 둘 다 안 꺼지면 저 상간녀 뺨이 퉁퉁 붓다 못해 터질 때까지 때려줄 테니까!”아까 맞은 뺨의 통증이 떠오른 서리나는 겁을 집어먹었다.조윤혁은 서리나의 팔을 잡아끌며 중얼거렸다.“가자, 저런 미친 여자랑 상대해 봤자 우리만 손해야.”서리나는 소윤에게 한마디 더 내뱉으려다 송남지의 서슬 퍼런 눈빛에 눌려 입을 다물었다.결국 두 사람이 병실을 빠져나가자, 문밖에서 기다리던 하정훈이 조윤혁을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물었다.“네가 그러고도 남자냐?”그러자 조윤혁은 적반하장으로 대들었다.“내가 남자가 아니면 뭔데? 그쪽이 뭔 상관이야?”하정훈의 입가에 냉소가 걸렸다.“사람이라면 최소한의 도리는 있어야지. 바람을 피우고 가정을 부정한 것도 모자라, 네 씨를 품고 있는 여자한테 이딴 짓을 해? 넌 짐승만도 못한 놈이야.”옆에서 조윤혁의 팔짱을 끼고 있던 서리나가 제 남자를 감싸고 돌았다.“헛소리 좀 마세요. 결혼이라니, 핏줄이라니? 윤혁 오빠랑 소윤 씨는 그냥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일 뿐

  • 가면을 쓴 남편   제845화

    소윤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조윤혁이 감히 상간녀를 데리고 병원까지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조윤혁, 서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자. 나도 정리됐어. 내 아이한테 꼭 아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나 혼자서도 키울 능력 되고 우리 아이 건강하게 잘 키울 수 있어.”그러자 소윤의 말에 옆에 있던 서리나가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뭐라는 거야? 그 배 속의 애가 누구 애인지 알고 우리 자기한테 뒤집어씌워? 그리고 무슨 낯짝으로 우리 집 옥상까지 와서 죽네 사네 난리야? 정말 죽을 거였으면 벌써 죽었겠지. 나 망신 주려고 일부러 쇼한 거 모를 줄 알아? 그 몸으로 머리 쓰느라 참 애쓰네!”소윤은 기가 막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뻔뻔함의 극치였다. 송남지는 저들이 소윤의 면전에 대고 날뛰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게다가 저들만 아니었다면 하정훈이 위험에 처할 일도 없었다.만약 에어매트가 조금이라도 빗나갔다면 하정훈이 지금처럼 무사히 서 있을 수 있었겠는가.송남지는 곧장 다가가 서리나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날카로운 파열음이 병실 안에 울려 퍼졌다.서리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뺨을 감싸 쥐며 송남지를 노려봤다.“네가 감히 날 때려? 우리 부모님도 나한테 손찌검한 적 없는데, 네가 뭔데!”서리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 한 번의 매서운 손길이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역시 송남지였다.옆에서 지켜보던 하정훈이 송남지에게 낮게 속삭였다.“내가 여자 안 때린다는 단점을 네가 아주 완벽하게 보완해 주네.”서리나는 아픔과 분함에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송남지가 온 힘을 다해 휘두른 두 대의 뺨 세례는 그만큼 매서웠다.서리나가 독이 바짝 올라 팔을 치켜들었지만, 미처 내리치기도 전에 하정훈에게 손목을 잡히고 말았다.“이 사람 건드릴 생각이면 나한테 먼저 허락받아야 할걸?”하정훈의 완력은 대단했다. 서리나는 제힘으로 도저히 손을 뺄 수 없게 되자 옆에 선 조윤혁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그가 남자답게 나서주기만을 바랐다.조윤혁은

  • 가면을 쓴 남편   제844화

    “말귀를 못 알아먹는 거야?”하정훈이 눈앞의 여자를 짜증스럽게 쳐다보며 내뱉었다.조윤혁은 일이 들통날까 봐 안달이 났는지 험악한 표정으로 하정훈을 노려보았다.“사람다운 말을 해야 알아먹지! 상간녀니 뭐니, 소윤이가 왜 내 마누라야!”말을 마친 그는 옆에 있는 여자를 끌어안으며 다독였다.“리나야, 저 여자 헛소리 믿지 마. 어디서 굴러먹던 사람인지도 모르겠네.”송남지는 수많은 진상남을 겪어봤지만 이토록 뻔뻔한 인간은 난생처음이었다.하정훈이 서늘하게 눈을 가늘게 뜨자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기운에 조윤혁은 찔끔한 듯 주춤거렸다.“방금 누가 헛소리를 한다고? 다시 한번 지껄여봐.”하정훈이 눈썹을 까닥이며 조윤혁을 비웃듯 바라봤다.조윤혁은 눈에 띄게 기가 죽었지만, 억지로 버티며 말을 내뱉었다.“당신 뭐야? 건달이야? 내 동생이 대체 어디서 이런 사람들을 알게 된 건지 원. 역시 시골이라 수준이 떨어진다니까. 아직도 옛날처럼 깡패 짓거리가 통할 줄 아나 본데.”하정훈이 조윤혁을 깔보듯 비웃었다.“그래? 너 때문에 기가 막혀서 투신까지 하려다 병실에 누워 있는 여자를 두고 아직도 입에서 여동생 소리가 나와?”송남지는 화가 나서 입술을 파들파들 떨었다.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뻔뻔한 남자가 다 있나 싶었다.조윤혁은 제 거짓말을 정당화하려는 듯 당당하게 소리쳤다.“원래 어릴 때부터 알던 동생 맞다니까! 걔가 예전부터 나한테 시집오고 싶어 하더니, 정신이 어떻게 됐는지 제 혼자 나를 남편이라고 착각한 거야.”소윤이와 몇 달간 지내며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면, 송남지조차 조윤혁의 말을 믿을 뻔했다.이 쓰레기는 또 한 번 송남지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여자에 눈이 멀어 온갖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꼴이라니.서리나는 조윤혁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맞장구를 쳤다.“자기야, 자기는 동생으로 생각해서 챙겨줬는데 어떻게 저렇게 뒤통수를 쳐? 양심도 없네. 우린 걱정돼서 보러 온 건데 말이야.”송남지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 가면을 쓴 남편   제65화

    송남지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어째서 대문만 열어 놓으면 개가 뛰쳐 들어오는 걸까?’윤해진의 얼굴에는 노기가 역력했다.송남지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윤해진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즉시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하려 했다.이런 사람하고는 더 말 섞을 필요도 없었다.몇 번이나 무단으로 들이닥치고 예의도 없고 교양도 없을뿐더러 심지어 미친개처럼 사람을 물어뜯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존재였다.“송남지, 할 말이 있어!”윤해진은 씩씩거리며 송남지의 앞으로 다가와 섰다. 그의 눈썹과 눈에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어려 있었다

  • 가면을 쓴 남편   제53화

    “안아줘, 남지야.”하정훈이 나지막이 말했다.송남지는 망설이듯 공중에 멈춰있던 손을 천천히 그의 허리에 둘렀다.젖은 흰 셔츠를 통해 전해지는 그의 탄탄한 허리선은 한 폭의 완벽하고 섬세한 유화를 연상시켰다.그렇다. 하정훈의 허리 라인은 그만큼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이 있었다.허리에서 전해지는 뜨거운 열기가 송남지의 손바닥을 타고 전해져 짜릿한 감각을 선사하자 그녀는 잠시나마 이런 행동이 다소 섣부르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하정훈은 그녀를 부드럽게 이끌며 속삭였다.“나랑 같이 씻을래?”송남지는 그의 품에

  • 가면을 쓴 남편   제69화

    최근 성은 그룹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하정훈은 결혼식 당일에는 온전히 시간을 비워두려고 일부러 며칠 동안 일정을 빡빡하게 잡았다.책상 가득 쌓인 서류를 훑어보는 하정훈의 미간에는 약간의 피로가 스쳤다.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누르려는 찰나, 비서 김서윤이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그는 목소리 톤을 높여서 대답했다.“들어와요.”김서윤은 태블릿을 들고 들어왔고 하정훈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했다.“오늘은 이만하자.”손목시계를 보니 벌써 6시였다.그는 송남지와 저녁 식사를 같이하고 싶었는데 더 늦으면 이미 저녁 식사를 마쳤

  • 가면을 쓴 남편   제66화

    송남지는 속이 메슥거리는 것을 겨우 참아내며 심호흡을 했다.그녀가 윤해진을 불러낸 것은 더 이상 엄마를 귀찮게 하는 걸 막고 싶어서였는데 윤해진은 그녀가 진지하게 대화하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착각하는 모양이었다.송남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쏘아붙였다.“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나 바쁘니까 그쪽이랑 한가롭게 수다를 떨 시간 없어요.”윤해진은 태연하게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분명 부탁하는 입장인데도 부탁하는 사람 태도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송 씨 가문이랑 하 씨 가문이 원래부터 잘 아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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