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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화 불꽃의 연대

作者: 릴리
last update 公開日: 2026-10-06 17:00:36

유현에게서 [선배, 제 디자인을 찾고 싶어요]라는 문자를 받은 유진은 한동안 휴대폰 화면을 가만히 바라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거대한 공룡 기업 CB와 업계의 유명 디자이너인 찰스를 상대로 개인이 싸움을 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잘못하다간 디자인을 찾기는커녕 업계에서 영원히 매장당할 위험이 컸다. 그러나 유현의 진심 어린 호소를 외면할 수 없었던 유진은 고민 끝에 제이아우라의 이지수 대표를 직접 찾아갔다.

유진으로부터 유현의 상황과 찰스가 벌인 스티치 커플구두 표절 건을 상세히 전해 들은 지수는 한동안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과거 디자이너 'Z'로 활동하며 수많은 모방과 압박 속에서 외롭게 싸워야 했던 자신의 옛 모습이 유현에게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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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잔인한 축복   289화 자유의 형태, 그리고 서늘한 반격

    회식 자리 구석, 주니어 디자이너들의 솔직한 고백과 찰스를 향한 억눌린 불만이 터져 나온 후 유현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해져 있었다.유현은 자신에게 진심을 내어준 동료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늘 혼자라고 생각했던 이곳에서, 사실은 자신과 같은 꿈을 꾸고 같은 상처를 어루만지며 숨죽이고 있던 아이들의 존재를 비로소 직시한 순간이었다. 유현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누르며, 조심스럽지만 단호해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저…… 퇴사하고도 여러분께 계속 연락드려도 될까요?"유현의 갑작스럽고도 조심스러운 질문에 디자이너들은 순간 말을 멈추고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 짧은 정적 속에서 유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신이 또 오지랖을 부린 것은 아닐까, 타인의 영역에 함부로 발을 들여놓아 부담을 준 것은 아닐까 싶어 유현은 한껏 작아진 목소리로 황급히 덧붙였다."아…… 혹시 마음이나 상처에 부담이 되신다면 괜찮습니다. 제가 너무 갑작스럽게 기분 내켜서 부린 탐욕일 수도 있으니까요."그러자 한 디자이너가 깜짝 놀라 손사래를 치며 특유의 쾌활한 웃음을 터뜨렸다."아이구, 유현 씨! 그게 아니에요! 저희한테 이런 사적인 이야기를 먼저 하신 게 오늘이 진짜 처음이라서 너무 낯설고 놀라워서 그래요. 저는 언제든지 연락 환영입니다!""맞아요! 저도요! 매일 스케치북만 들여다보시길래 우리가 말 걸면 싫어하실 줄 알았어요. 우리 번

  • 가장 잔인한 축복   288화 불꽃의 연대

    유현에게서 [선배, 제 디자인을 찾고 싶어요]라는 문자를 받은 유진은 한동안 휴대폰 화면을 가만히 바라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거대한 공룡 기업 CB와 업계의 유명 디자이너인 찰스를 상대로 개인이 싸움을 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잘못하다간 디자인을 찾기는커녕 업계에서 영원히 매장당할 위험이 컸다. 그러나 유현의 진심 어린 호소를 외면할 수 없었던 유진은 고민 끝에 제이아우라의 이지수 대표를 직접 찾아갔다.유진으로부터 유현의 상황과 찰스가 벌인 스티치 커플구두 표절 건을 상세히 전해 들은 지수는 한동안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과거 디자이너 'Z'로 활동하며 수많은 모방과 압박 속에서 외롭게 싸워야 했던 자신의 옛 모습이 유현에게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지수는 결단을 내리고 전화기를 들어 제이아우라와 Rv의 통합 법률팀을 이끄는 박성재 변호사에게 연락을 취했다."박 변호사님, 실력 있는 젊은 디자이너 한 명을 법적으로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다만, 그 친구가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절대 제이아우라 법무팀이라는 소속을 밝히지 마시고, 개인 변호사 자격으로 친절하게 자문을 제공해 주세요."지수의 섬세한 배려 덕분에 유현은 비밀리에 대형 로펌급 베테랑 변호사인 박성재와 직접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유현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이 그동안 보관해 두었던 스케치북, 가죽과 실의 특성을 세밀하게 기록한 개인 작업 일지, 그리고 컴퓨터 원본 도면 파일과 작성 일자가 적힌 데이터들을 테이블 위에 내밀었다.

  • 가장 잔인한 축복   287화 외통수, 그리고 마지막 밧줄

    며칠 동안 핏발 선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법적인 허점을 찾기 위해 사력을 다했던 강도진과 CB 사내 법무팀이 내린 결론은 결국 단 하나였다.법적으로는 승산이 0%에 가깝다는 것.원작자 이지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성된 독소 조항과 관련 대법원 판례, 그리고 박성재가 이끄는 제이아우라 법률팀의 철통같은 방어막 앞에서 CB가 내밀 수 있는 법적 카드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이제 도진에게 남은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도진이 직접 지수를 찾아가 무릎이라도 꿇고 지난날의 정에 호소하며 바짓가랑이라도 잡는 것.마침 도진이 진우에게 보여주고 설득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완성했던 남미 광산 투자 계획서도 작성이 끝난 참이었다. 도진은 자신의 비서실장인 정지상을 불러, 지수와의 직접적인 면담 일정을 어떻게든 잡으라고 애원하듯 지시했다.그러나 제이아우라 측에 연락을 넣고 돌아온 정지상 실장의 보고는 차갑다 못해 서늘했다."대표님…… 제이아우라 측에 직접 확인해 보았습니다만, 이지수 대표님의 향후 한 달간 미팅 일정이 해외 바이어 및 내부 신규 프로젝트 건으로 이미 풀로 차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당장 시간을 내어드리기는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시간이 없다는 게 말이 돼?! 나야, 강도진이라고! 내가 직접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다고 다시 전해!"도진이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질렀지만, 정지상 실장은 난감한 표

  • 가장 잔인한 축복   286화 자신의 자리를 찾는 법

    '영원한 사랑'의 디자인 사용권 종료 통보라는 메가톤급 악재로 CB 그룹 사내 법무팀과 주요 경영진이 혼비백산하여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상층부의 혼란과는 대조적으로, 1층 플래그십 스토어와 이벤트 홀의 분위기는 완전히 딴세상처럼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CB의 메인 디자이너 찰스가 주축이 되어 준비한 홀리데이 컬렉션 라인이 드디어 베일을 벗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아직 세계적인 명성가이자 정재계의 주목을 받는 클로이의 결혼식 날짜가 다소 남아 있는 상황이었지만, 패션가 안팎에서는 이미 그녀의 웨딩드레스와 메인 주얼리, 그리고 연회용 액세서리 일체를 CB 그룹이 독점 협찬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브랜드의 이미지 추락을 막아야 하는 CB 입장에서도, 명성을 유지해야 하는 찰스의 입장에서도 이번 홀리데이 라인은 사활을 건 마케팅의 장이었다.여기에 찰스의 머리에서 나온 감질나는 영업 전략도 한몫했다. 찰스는 메인 피스를 한 번에 모조리 공개하는 진부한 방식 대신,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서브 피스들부터 총 5회에 걸쳐 순차적으로 발표하는 독특한 마케팅 방식을 취했다.그 전략은 완벽하게 시장에 먹혀들었다. 베일이 하나씩 벗겨질 때마다 패션 매체와 유명 인플루언서, 그리고 패션 피플들의 기대감은 마치 폭발하듯 최고조로 치솟았다. 각종 SNS와 패션 포럼은 CB의 새로운 홀리데이 라인에 대한 찬사로 도배되고 있었다.그리고 총 5번의 순차 공개 구조 중 정확히 한가운데인 세 번째 드롭(Drop) 날. 세상의 조명이 집중된 이벤트 홀 중앙 무대 위에서 문제의 디자인이 베일을 벗었다.

  • 가장 잔인한 축복    285화 헛된 망상, 서늘한 칼날

    전날 밤, 강도진이 리버파크 문밖의 차가운 차 안에서 질투와 집착에 휩싸여 처절한 좌절감을 맛보았던 것과는 완전히 별개로, 이지수는 더없이 편안하고 아늑한 밤을 보냈다.아침 일찍 일어난 지수는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완벽한 컨디션으로 제이아우라 사옥에 출근했다. 그녀의 머릿속은 오직 하나, '영원한 사랑'이라는 자신의 정체성과 지식재산권을 CB 그룹으로부터 단 1%의 여지도 없이 완벽하게 회수해 오는 일에만 집중되어 있었다.제이아우라 대회의실. 지수의 앞에는 제이아우라와 Rv그룹의 통합 법률팀을 이끄는 박성재 변호사를 비롯해, 지수가 디자이너 'Z'로 활동하던 초창기부터 그녀의 디자인 저작권 조언을 전담해 온 베테랑 IP(지식재산권) 전담 변호사들이 서류 더미를 쌓아놓고 모여앉아 있었다.지수는 커피를 한 머그잔 들고 석상처럼 단정한 자세로 앉아 서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CB 측에 공식적인 내용증명 문서를 발송했지만, 강도진 대표는 자신들의 최대 매출원이자 대표 상품인 '영원한 사랑'을 절대로 순순히 내주지 않을 겁니다. 그쪽에서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억지를 부리며 버티려 들겠죠. 하지만 우리는 모든 법적 조치를 동원해서라도 완벽하게 뺏어와야 합니다."지수의 말에 박성재 변호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회의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변호사들은 CB 측이 벼랑 끝에 몰렸을 때 들고 나올법한 온갖 가상의 공격 시나리오를 테이블 위에 올리며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다."박 변호사님, 저쪽에서 혹시 디자이너 Z 시절 CB 그룹의 자본과 마케팅 지원이 없었다면 '영원한 사랑'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형성되지 않았을 거라는 '기여도 지분' 논리를 들고 나오지 않을까요?"한 젊은 변호사의 질문에 옆에 있던 선배 변호사가 허탈한 실소를 터뜨렸다."에이, 설마요. 원작자의 독점적 지식재산권이 명시된 계약서가 있는데 아무리 급하다고 그

  • 가장 잔인한 축복   284화 빼앗긴 자리, 짙어지는 밤

    CB 그룹의 명줄이자 대표 브랜드인 '영원한 사랑'의 디자인 사용 연장 거부 통보.내용증명 문서를 확인하자마자 허탈감과 경악에 빠졌던 강도진은 넋을 놓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당장 다음 시즌 주얼리 및 패션 라인의 메인 젖줄이 끊기는 것은 물론, 이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는 순간 CB의 주가는 걷잡을 수 없이 폭락할 것이 분명했다.도진은 급히 제이아우라 본사로 향했다. 이지수를 직접 만나 어떻게든 설득하고, 필요하다면 판권료를 몇 배로 더 얹어주어서라도 마음을 돌려야 했다.하지만 제이아우라 로비에서 도진을 맞이한 것은 차가운 정적과 서늘한 안내 데스크 직원의 반응뿐이었다."죄송합니다, 강 대표님. 이지수 대표님께서는 사전 약속이 잡혀있지 않은 방문객은 일절 접견하지 않으십니다.""내가 그냥 방문객이야?! 이지수 대표한테 강도진이가 왔다고 직접 전해! 당장 내려오라고 해!"도진이 고성을 지르며 억지를 부렸지만, 경비원들이 냉정하게 그를 막아섰다. CB의 총수이자 과거 이지수의 남편이었던 그 화려했던 후광은 제이아우라 사옥 내에서 단 1g도 작동하지 않았다.결국 정문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도진은 이대로 돌아설 수 없었다. 제이아우라의 본사이자 플래그십 스토어인 '더 문(The Moon)' 건물 뒤편, 직원 전용 주차장 입구가 한눈에 보이는 외진 길목에 차를 대놓고 시동을 끈 채 지수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렸다.어느덧 날이 어두워지고 '더

  • 가장 잔인한 축복   6화 D-10

    3일간 안정을 취한 지수는 외출준비를 서둘렀다.거울 앞에 선 지수의 차림새는 단조로웠다. 연한 하슬색 원피스에 검은색 C사의 핸드백이 전부였다. 초췌해진 얼굴은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ㅇ낳았고 푸석해진 머릿결과 여전희 볼록하게 남아있는 복부는 지수를 실제보다 훨씬 지쳐보이게 했다.누가 이모습을 보고 스물여덟의 꽃다운 나이라 할까. K국의 공주님으로 불리던 지수는 이제 A국의 가정부보다 못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지수는 거울 속 낯선 여자를 뒤로 한채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집을 나섰다.그녀의 차는 도진이 3년전 결혼 기념으로 사준

  • 가장 잔인한 축복   9화 D-7

    A국에 도착한 슬비는 K국과 다른 차갑고 축축한 공기를 마시며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박진우씨 맞으신가요? 저는 GS그룹의 박슬비라고 합니다. 제안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 그런데 만날수 있을까요?"갑작스러운 전화에 진우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 GS? 내가 아는 그 GS 맞아? 그 큰 회사에서 나를 왜?'라는 생각을 하며 대답했다."피싱 아닌가요? 요즘도 이런 사기에 걸리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하며 거칠게 전화를 끊어 버렸다.슬비는 황당한 표정으로 끊어진 전화를 한참 보다가 진우에게 메세지와 자신의 명함을 전송

  • 가장 잔인한 축복   8화 D-8

    이지현은 비서 슬비가 가져온 서류를 검토하다거 결국 참지 못하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서류 봉토 안에는 동생 지수의 처절한 결혼 생활과 강도진의 외도 증거들이 빠곡히 담겨 있었다. "하, 이지수,, 이딴 남자 때문에 그렇게 속상해하고 있었던 거야?" 지현은 화가나고 속상한듯 서류를 구기며 슬비를 봤다."박비서님은 지수의 친구이기도 하니 당분간 A국에서 가서 지수 옆에 있어 주실수 있다요? 이건 상사로서 명령이라기 보다는 지수 오빠로서의 부탁입니다. 아 그리고 지수가 부탁한 사람은 이 이사람이 좋겠군요""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 가장 잔인한 축복   7화 D-9

    전날 시어머니에게 수모를 당하고 돌아온 지수는 K국에 있는 오빠 이지현에게 연락을 했다. " 오빠~ 잘 지내? 너무 오랫만에 연락했지? 실은 나 부탁하고 싶은게 있어서 ...." 지금 K국은 아침 6시였다. 지현은 시차도 잊은 채 걸려온 동생의 목소리에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다정한 웃음을 지었다."우리 공주님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 줘야지. 무슨 일인데. 말만해. 오빠가 다 처리해 줄께."여전히 자신을 아껴주는 오빠의 음성이 지수는 목이 메었지만, 간신히 감정을 억눌렀다. " 오빠 나 아이가 생기면 혼자서 회사를 운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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