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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남대두
30일의 이혼 숙려기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오하윤은 이미 출국 티켓을 예약해 두고 마지막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모든 짐을 상자에 담아서 먼저 해외로 부칠 생각이었다.

상자를 안고 방을 나서던 오하윤은, 마침 집 안으로 급하게 들어오던 임연희와 진소원을 정면으로 마주쳤다.

그러자 상자 속에 들어 있던 물건들이 바닥에 와르르 쏟아졌다.

오하윤은 황급히 물건들을 주워 담았지만, 결국 임연희와 진소원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이렇게 많은 걸 챙겨서 뭐 하려고요?”

진소원이 묻자 오하윤은 적당한 핑계를 둘러댔다.

“다 안 쓰는 물건이라서 보육원에 기부하려고요.”

이에 진소원이 코웃음을 쳤다.

“이런 고물들을 보육원에 기부한다고요? 보육원 애들도 참 난처하겠네요.”

오하윤은 진소원의 도발에 대꾸하지 않고 상자를 다시 담아서 그대로 나가려 했다.

“잠깐만요.”

임연희가 오하윤을 불러 세우고는 상자 안에서 팔찌 하나를 꺼냈다.

“이거 꽤 예뻐 보이는데요? 제가 가질게요.”

그 순간 오하윤의 시선이 임연희의 손으로 향하더니, 다급하게 여자의 손에서 팔찌를 다시 빼앗았다.

“안 돼요. 잘못 넣은 거예요. 이건 기부 안 해요. 제가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 팔찌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오하윤에게 남긴 마지막 물건이었다.

그랬기에 오하윤은 그동안 소중하게 간직해 왔다.

그런데 하필 오늘 임연희의 눈에 띄고 말았다.

“안 되긴 뭐가 안 돼요? 팔찌 하나 가지고.”

진소원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연희 언니가 마음에 들어 하는 게 어쩌면 본인한테도 좋아요. 얼른 줘요. 그 궁상맞은 꼴 좀 그만 보이고요.”

진소원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오하윤을 몰아세웠다.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죠! 내 물건을 내가 왜 줘야 하죠?”

가슴속에 쌓였던 울분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는지, 오하윤은 얼굴을 붉히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진소원이 순간 멍해졌다.

‘감히 나한테 소리를 지른 거야?’

진소원은 오하윤이 본인이 대체 뭐라도 되는 줄 안다고 생각했는지 어이가 없었다.

진소원이 막 손을 뻗어서 팔찌를 빼앗으려는 순간, 진서우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멀리서부터 시끄럽던데 무슨 소란이야?”

진서우의 불쾌한 시선이 방 안을 훑다가 오하윤을 바라봤다.

그러나 오하윤이 입을 열기도 전에 임연희가 고개를 숙이고 훌쩍이기 시작했다.

“서우야, 다 내 잘못이야. 하윤 씨가 한 상자 가득 안 쓰는 물건을 모아서 보육원에 기부한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팔찌 하나가 마음에 들어서 혹시 나한테 팔 수 있냐고 물었는데 싫다고 했어.”

“그러게. 이렇게 옹졸한 사람은 처음 봐. 우리가 돈을 주겠다는데도 안 된대.”

진소원도 옆에서 맞장구를 치며 부채질을 했다.

그 말을 들은 진서우는 곧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오하윤을 바라봤다.

“안 차는 팔찌 하나잖아. 연희가 갖고 싶다는데 그냥 줘. 내가 새걸로 하나 사줄게.”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였기에 오히려 오하윤의 가슴을 깊숙이 찔렀다.

오하윤은 입술을 꾹 깨물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면서, 눈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애써 참았다.

그리고 팔찌를 진서우 앞으로 내밀었다.

“똑똑히 봐. 이거 우리 어머니 유품이야. 이게 나한테 어떤 의미인지는 알아?”

어머니가 막 세상을 떠났을 무렵, 오하윤은 이 팔찌를 하루 종일 손목에 차고 있었다.

잠을 잘 때조차 빼지 않았다.

그러다 한 번은 진서우의 재활을 도와주다가 팔찌가 부딪치는 일이 있었다.

그때부터 오하윤은 팔찌를 빼서 조심스럽게 따로 보관했다.

3년 동안 밤낮없이 진서우와 함께 지냈으니, 진서우도 이 팔찌를 어느 정도는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서우는 팔찌를 한참 바라보고도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에서 나오는 말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하윤아, 넌 정말 갈수록 너무하네.”

“팔찌 하나 가지고 유품이라는 거짓말까지 지어내? 내가 그런 말을 믿을 것 같아?”

“내가 보기엔 네가 일부러 연희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 같은데?”

“연희가 원하는 물건일수록 네가 더 안 주려고 하는 거잖아. 차라리 기부해 버리더라도 연희한테는 주기 싫다는 거고.”

“네가 이렇게 속 좁은 사람인 줄은 정말 몰랐어. 정말 실망이야.”

진서우는 임연희의 손을 잡아끌고 밖으로 나갔다.

쾅!

문이 부서질 듯한 소리를 내며 세게 닫혔다.

오하윤은 그 자리에서 크게 휘청거렸다.

그리고 결국 더는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임연희가 무슨 말을 하든 진서우는 믿었다.

하지만 오하윤은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진서우에게는 단 한 마디조차 와닿지 않았다.

오하윤은 손에 든 팔찌를 꼭 감싸 쥐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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