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그저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었을 뿐인데, 그 일로 남편의 소꿉친구가 감기에 걸렸다. 분노한 남편은 사람을 시켜서 임신한 나를 그대로 얼음 창고에 가둬 버렸다. “네가 내 아이를 가졌다고 해서 아연이한테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마.” “아연이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리면, 네가 백 배로 갚게 만들 거야!” 추위에 온몸을 떨던 나는 울면서 남편에게 머리를 조아려 잘못을 빌었다. 앞으로는 반드시 손아연을 잘 보살피며 속죄하겠다고, 다시는 그녀가 조금이라도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하지만 남편은 차가운 얼굴로 사람들에게 얼음 창고의 문을 닫으라고 명령했다. 이 정도로 혹독한 벌을 줘야 내가 뼈저리게 잘못을 깨달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러갔다. 남편의 소꿉친구 손아연의 감기가 다 낫고 나서야, 비로소 얼음 창고에 가둬 둔 나를 떠올렸다. “여희진, 이제 정말 잘못을 뉘우쳤어? 당장 아연이한테 가서 무릎 꿇고 사과하겠다고 약속하면 널 풀어줄게.” 하지만 남편은 몰랐다. 얼음 창고에 갇힌 나는 이미 온몸이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는 것을. 남편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던 아이 역시 이미 숨이 끊어져서, 생명의 기운도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Ver más나는 허공에 떠서 육승훈의 시신이 실려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마음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미움도 원망도 없이, 그저 낯선 사람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기분이었다.한때 나는 육승훈을 평생 미워할 거라고 생각했다.얼음 창고에서 내게 보였던 육승훈의 냉담함을 미워했고, 우리 아이를 죽게 만든 것을 미워했다. 또 손아연에게 눈이 멀어서 번번이 내게 상처 입힌 것을 미워했다.하지만 영혼이 되어 이곳에서 육승훈이 평생 속죄하며 살아온 모습을 지켜보았다.한때 의기양양하던 육 대표가 늙고 초췌한 노인이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 미움은 바람에 흩어지는 연기처럼 서서히 사라져갔다.용서한 게 아니라, 더는 미워할 가치도 없어서였다.나는 한때 육승훈을 그토록 뜨겁게 사랑했고,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하지만 그 남자는 내 사랑을 발밑에 짓밟았고, 내 존엄마저 산산조각으로 냈다.그 사랑은 이미 얼음 창고의 추위와 절망 속에서 얼어붙어서, 다시는 되돌릴 수 없게 되어버렸다.바로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와 아빠였다.두 분은 내가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의 옷차림을 하고 계셨다.엄마는 짙은 남색 니트, 아빠는 회색 옷을 입고 계셨다. 얼굴에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면서 내게 걸어오셨다.두 사람 곁에는 아이 하나도 함께 있었다.하얀 우주복을 입은 동그란 얼굴에는 해맑은 미소가 번져 있었다. 커다란 두 눈은 나를 쏙 빼닮았다.바로 우리의 아이였다.아이는 아주 건강하고 사랑스러워 보였다.더 이상 얼음 창고 속에서 차갑게 굳어 있던 작은 시신이 아니었다.“희진아, 우리가 데리러 왔어.”엄마가 손을 내밀었다.엄마의 손은 여전히 따뜻했다.내 어릴 적 기억 속과 똑같았다.더 이상 참을 수가 없게 되면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나는 세 사람에게 달려가서 엄마의 품에 안겼다.엄마는 어릴 때 내가 속상한 일을 겪었을 때처럼 다정하게 내 등을 토닥이며 나를 위로해 주셨다.“이제 울지 마. 우리 희진이 고생 많았지. 이제 다시는 네가 고생하
가을바람이 누렇게 마른 낙엽을 휘몰아 묘비 앞에서 한 바퀴 돌리더니, 다시 육승훈의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육승훈은 닳아서 맨들맨들해진 복숭아나무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지팡이 머리에 새겨진 연꽃덩굴 무늬는 이미 오랜 세월에 빛을 잃었다. 그 자신도 세월에 깎이고 닳아서 늙고 쇠약해져 있었다.몇 년 동안 육승훈은 거의 무덤 앞에서 살다시피 했다.빛 바랜 양모 담요 한 장을 묘비 옆에 깔고, 그 위에는 내가 살아생전 가장 좋아하던 재스민 향을 피우는 향로를 놓았다.하지만 지금 향로 속 향재는 오래전에 차갑게 식어 있었다. 이따금 육승훈이 뭔가 떠올릴 때면 떨리는 손으로 성냥을 그어 값싼 향 하나를 피웠다. 그리고 가느다란 연기가 바람 속에 허무하게 흩어지는 걸 지켜볼 뿐이었다.육승훈의 머리카락은 전부 하얗게 세었고, 드문드문 두피에 달라붙어 거무틱틱한 두피를 드러냈다.눈가의 주름은 골짜기처럼 깊게 패었고, 한때 날카롭던 두 눈마저 탁하게 만들었다.앉을 때마다 육승훈은 묘비를 붙잡고 한참을 쉬어야 했다.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기침 소리는 낡은 풀무를 잡아당기는 듯했고, 그때마다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따라왔다.강철수가 수없이 별장으로 돌아가 살고 간병인도 구하라고 권했지만, 그는 매번 고개만 저었다.야윈 손가락으로 묘비에 새겨진 내 이름을 거듭 어루만지며,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을 만지는 듯했다.“희진이는 별장의 쓸쓸함을 싫어해.”육승훈은 늘 그렇게 중얼거렸다.“여기엔 희진이가 좋아하던 오동나무도 있고, 아이도 함께 있어. 희진이는 외롭지 않아.”사실 육승훈은 누구보다도 자신이 외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날 새벽, 아직 날이 밝지도 않았는데, 육승훈은 빛바랜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임시로 지은 판잣집에서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걸어 나왔다.판잣집은 강철수가 사람을 시켜 지은 것으로, 무덤 옆에 세워졌다.안에는 허름한 나무 침대 하나와 석탄을 때는 작은 난로 하나뿐이었다. 겨울에는 얼음 창고처럼 추웠고, 여름에는 찜통처럼 더웠다.
손아연은 얼음 창고에 갇힌 채 온갖 고초를 겪었다.추위와 굶주림, 공포가 조금씩 손아연의 의지를 갉아먹었다.그제서야 손아연은 내가 그때 얼음 창고에서 겪었던 고통을 뼈저리게 깨달았다.손아연은 후회하기 시작했다.자신이 나를 질투하지 않았더라면, 나를 번번이 모함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꼴이 되지 않았을 텐데.하지만 이제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었다.육승훈은 손아연을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매일 가사도우미를 시켜서 음식과 물을 조금씩만 보내며, 얼음 창고에서 간신히 목숨만 부지하게 만들었다.손아연은 육승훈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육승훈은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다.육승훈의 마음속에는 나에 대한 죄책감과 손아연에 대한 증오만이 가득했다.며칠 후, 가사도우미는 손아연이 이미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얼어붙은 손아연의 몸은 굳어 있었고, 얼굴에는 공포의 표정이 아직 남아 있었다.육승훈은 그 소식을 듣고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손아연의 죽음은 그의 마음속 증오를 조금 덜어줄 뿐, 나에게 입힌 상처를 메워주지는 못했다.육승훈은 여전히 매일 내 무덤 앞을 지켰다.하루가 지나고, 또 한 해가 지나도.육승훈이 오랫동안 회사를 돌보지 않자 심각한 위기가 찾아왔다.주주들은 육승훈에게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고, 육씨 가문의 사업은 빠르게 쇠락했다.하지만 육승훈은 그런 것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재산과 지위는 이미 육승훈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육승훈이 유일하게 신경 쓰는 것은 나와 아이였지만, 우리를 영원히 잃고 말았다.육승훈은 자주 꿈에서 나와 아이를 만났다.꿈속에서 나는 웃으며 육승훈에게 다가갔고, 품에는 우리 아이를 안고 있었다.하지만 손을 뻗어서 우리를 안으려고 하면, 우리는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꿈에서 깨어날 때마다 남자의 얼굴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육승훈은 이것이 모두 환상일 뿐이며, 다시는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육승훈은 내 묘소를 찾아왔다.묘비에 새겨진 사진 속 나는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하지만 그 미소는 칼날처럼 육승훈의 가슴을 찔렀다.육승훈은 아이의 작은 시신도 나와 함께 묻었다.아이는 아직 이름조차 얻지 못했고, 이 세상의 따스함도 느껴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결국 자신의 아이였다.“미안해.”육승훈은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지금 무슨 말을 해도 늦었다는 거 알아. 내가 손아연한테 속아서 눈이 멀었어.”“너한테 그렇게 잔인하게 굴어서도 안 됐고, 우리 아이를 죽게 만들어서도 안 됐어.”“손아연은 얼음 창고에 가둬뒀어. 너와 아이의 목숨값을 치르게 하려고.”“네게 입힌 상처를 이것만으로는 되돌릴 수 없다는 거 알아.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야.”“네가 하늘에서 이 모든 걸 알고 있다면, 나를 용서해 줄 수 있을까?”“정말 후회하고 있어. 너와 아이가 너무 보고 싶어.”육승훈은 그렇게 무덤 앞에 무릎을 꿇은 채,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끊임없이 참회했다.하지만 아무리 애원해도 다시는 내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그때 강철수가 다가와 육승훈에게 일기장 하나를 건넸다.“이건 사모님의 일기장입니다.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했습니다.”육승훈은 일기장을 받아 들고서 떨리는 손으로 펼쳤다.그 안에는 육승훈과 결혼한 뒤의 일들이 하나하나 기록되어 있었다.육승훈을 향한 나의 사랑과 임신 후의 기쁨, 그리고 그에게 상처받은 뒤의 고통과 절망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오늘도 승훈이 손아연 때문에 나한테 화를 냈다. 정말 억울하다. 나는 아연이를 괴롭힌 적이 없는데, 승훈이는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아가, 오늘 엄마가 너한테 음악을 들려줬어. 들었어? 엄마는 정말 네가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어.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어.][승훈이 나를 방에 가뒀다. 너무 배고프고 무서워. 아가, 너는 꼭 버텨야 해. 엄마가 너를 지켜줄게.][나는 얼음 창고에 갇혔다. 너무 추워. 아가, 엄마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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