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이혼한 지 8년 만에 성지민은 병원에서 전 부인을 마주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한때는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던 천하의 귀한 아가씨 김도아가 어느덧 의사가 되었고 심지어 절름발이 신세가 되어 있었다. 일곱 살짜리 아들이 그녀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성지민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오랜만에 보는 옛 지인.” 성지민은 평생을 냉정하고 무정하게 살아왔다. 복수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치열한 사업 판에서 지금껏 수많은 더럽고 추악한 짓을 저질렀다. 그는 언제나 양심에 거리낌이 없었고 그 누구에게도 후회해 본 적이 없었다. 결코, 단 한 번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해 그녀가 유리 조각을 자신의 어깨에 찔러넣고 목이 터져라 자신을 증오한다고 울부짖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다. 8년 전, 김도아는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연인에게 배신당한 뒤 이 도시를 떠났다. 8년 후, 그녀는 이곳으로 돌아왔고 다시 성지민과 마주쳤다. 그에게는 아이가 생겼고 새로운 결혼반지를 끼고 있었다. 그녀 역시 새로운 연인과 아이가 있었다. 증오와 사랑, 얽히고설켰던 모든 것은 이미 지나간 일이 되었다. 그러다 김도아가 남자의 숨겨온 비밀을 알게 되는데... 성지민의 아이는 그녀의 아이였고 손에 낀 결혼반지 또한 8년 전 그녀가 바다에 버렸던 반지였다. 그는 그저 미친놈이었다. 집착이 심하고 고집스러우며 여전히 과거에 갇혀 사는 미친놈. 보육원에서 굶주린 들개처럼 스스로를 벼려 상권을 장악한 실세가 되기까지 성지민은 단 한 치도 허리를 굽힌 적이 없었다. 뼛속까지 시린 칼바람이 부는 겨울, 그토록 깊이 감추었던 침잠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녀를 붙잡기 위해 완전히 미쳐버린 성지민, 모든 것을 뒤엎고 난장판을 만든 후에야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후회했다. 미치도록 후회했다.
Lihat lebih banyak성연우는 그녀의 휘어진 눈웃음을 바라보며, 옆에 늘어뜨린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김도아는 소매를 걷고 뒷좌석에서 손가방을 꺼냈다.가방 너머로 철제 도시락을 만져 보았다.막 만들었을 때는 따뜻했지만, 기다린 시간이 길어 조금 식어 있었다.“돼지족발은 집에 가서 데워서 먹어.”연우는 조심스럽게 받아 안고, 숨을 고르며 말했다.“괜찮아요.”“데워 먹어야 해. 안 그러면 속이 불편해.”김도아는 코트 자락을 모아 그의 손에 쥐여 주며 말했다.“옷 잘 잡고, 돌아갈 땐 뛰지 말고. 옆구리 결릴 수 있어.”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김도아가 차에 타려는데 그가 갑자기 조용히 물었다.“이거... 어떻게 데워요?”김도아는 멈춰 섰다.“집에 있는 아줌마한테 부탁해. 너는 불 만지지 말고.”“지금 집에 아무도 없어요. 저 혼자예요.”바로 그때, 그의 배에서 때아닌 꼬르륵 소리가 났다.연우는 민망한 듯 입을 다물고 얼굴을 돌렸다.김도아는 잠시 말이 없었다.그는 한참을 고민한 듯하다가, 마침내 용기를 내어 말했다.“이모가 데워 주실 수 있어요?”....불이 오르고, 향이 퍼졌다.간장 족발의 냄새가 주방을 가득 채우는 동안 성연우는 김도아의 옆에 서 있었다.실내 온도가 갑자기 올라가 얼굴이 붉어져 양 볼에는 마치 홍조처럼 붉은 기가 돌았다.연우는 밥그릇을 들고, 다 데워지기도 전에 김도아가 집어 준, 충분히 익은 족발 한 점을 먼저 먹었다.기름진 음식은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며, 은미란이 그의 식단을 매우 엄격히 관리했기에 평소 이런 음식을 거의 먹지 않았다.하지만 막상 먹어 보니 정말 맛있었다.“오늘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어?”김도아가 물었다.연우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그가 밥을 먹는 모습은, 그야말로 ‘허겁지겁’이라는 단어에 딱 어울렸다.김도아는 무력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이 아이가 평소 어떤 생활을 하는지 짐작조차 어려웠다.‘성지민은 아이 밥도 제대로 챙기지 않는 건가?’김도아는 족발을 두 점 더 떠서 아이의 그릇에 올려놓고
김효린의 항공편은 지연되어, 예정 시간보다 삼십 분 늦게 착륙했다.시중에서 아직 구하기도 힘든 최신형 LV 트렌치코트에, 굽 있는 가죽 부츠, 웨이브 진 긴 머리...캐리어를 끌고 나타난 그녀는 진한 눈썹과 붉은 입술로 화사하게 빛났다.“엄마, 연우야.”그녀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막 김씨 집안으로 돌아왔을 당시만 해도, 일반 운동화에 보풀 난 니트, 조거 팬츠 차림이었다. 김씨 집 정원 관리인이 그녀를 일하러 온 도우미로 착각해 분무기를 들라고 했을 정도였다.하지만 지금의 김효린은 돈으로 가꾸어지고, 교육과 지식으로 다듬어져, 분위기와 외형 모두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돌아올 때마다 매번 더 정제되고 세련되어졌다.은미란은 그녀의 깔끔하고 당당한 차림새를 보며 만족한 눈빛으로 웃었다.“효린아.”김효린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보고 싶은 사람을 보지 못했다.은미란이 미소 지으며 설명했다.“지민이는 갑자기 회의가 생겼어. 이따가 바로 본가로 가서 보자꾸나.”김효린은 눈에 스친 옅은 실망을 거두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앞으로 나아가 은미란을 안았다.“엄마, 오랜만이에요.”은미란은 그녀의 어깨를 다독였다.“해외에 있으면서 게을리 굴진 않았지? 공부는 제대로 했고? 금융 지식은 놓치면 안 돼.”“걱정하지 마세요. 열심히 공부했어요.”김효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그녀는 다시 몸을 돌려 연우를 안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연우야, 나 보고 싶었어?”속눈썹이 긴 성연우는 말이 없을 때면 얌전하고 고분고분해 보였다.아이가 아무 반응이 없자, 김효린의 미소는 눈에 띄게 잠시 굳었지만 이내 손을 잡았다.“너 줄 선물 정말 많이 사 왔어. 같이 가서 볼까?”그날 식사 자리에서 연우는 거의 먹지 않았다.식탁 위에는 양식이 대부분이었다. 양식을 즐겨 먹는 김효린이 여러 가지를 잔뜩 사 왔기 때문이었다.성연우는 입맛이 없기도 했고, 또 정말로 그런 음식을 먹고 싶지 않았다.성지민 역시 공적인 일에 묶여 제때
박서윤은 완전히 얼떨떨한 얼굴이었다.“네? 누군데요? 무슨 일이에요?”양한성 부원장은 그녀의 태연한 모습을 보고 더 걱정스러워졌다.“최근에 누구한테 미움 살 만한 일 없었는지 잘 생각해 봐요. 직접 찾아와 경고까지 했어요. 조 선생님이 입 무거운 사람이라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박 선생님이 병원에서 어떻게 얼굴 들고 다니겠어요. 박 원장님은 또 어떡하고요.”박서윤은 어리둥절한 채 나갔다가, 어리둥절하게 돌아왔다.“무슨 일이예요?”김도아가 그녀의 표정을 보고 물었다.박서윤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저 아무래도 누군가를 건드린 것 같아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 얌전히 살아야겠어요.”김도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네?”...집으로 돌아온 은미란은 아까 자신에게 사과하던 그 여자의 얼굴을 떠올렸다.“그 사람이 박서윤이야?”“네.”얼굴은 제법 순해 보였다.하지만 그뿐이었다.“어젯밤 지민이 만난 사람이 그 여자라고?”비서는 잠시 침묵하다 대답했다.“어제뿐만 아니라, 지난번 학술 세미나나 최근 연우 도련님이 이 병원에서 진료받은 것도 전부 그분과 관련이 있는 듯합니다.”은미란은 김효린의 귀국 소식을 듣고 전날 밤늦게 성지민에게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그녀가 직접 별장으로 갔을 때 그곳에는 연우만 있고 성지민은 없었다.성지민의 모든 일정은 효성 그룹과 관련돼 있어 은미란에게는 투명했다.술자리까지 포함해 전부 알고 있었지만 그날 밤의 다른 일정은 알지 못했다.사람을 시켜 조사한 끝에, 그의 차가 낯선 일반 주택가에 주차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그곳은 처음이 아니었다.얼마 전에도 그 렉서스의 위치가 그곳에서 포착된 적이 있었다.비서가 따라갔을 때 한 여자가 웃으며 성지민과 이야기를 나누다, 그가 떠나자 곧바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효린이 곧 돌아와. 이 시기에 지민이 다른 여자에게 얽히는 건 원치 않아.”은미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 아이도 그다지 영악해 보이진 않더군. 지민도 잠깐의
그날 김도아는 연달아 세 건의 수술을 집도했다.수술실에서 나왔을 때는 온몸이 마비된 것처럼 느껴졌다.가볍게 숨을 고르고 사무실로 돌아온 그녀는 책상 위에 배달 음식이 가득 쌓여 있는 것을 보았다.박서윤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누가 보낸 건지 맞혀 봐요.”김도아가 웃으며 말했다.“그 표정이면 얼굴에 주경찬이라고 써 붙인 거나 다름없는데요?”“형부한테 감사 인사 전해줘요.”박서윤이 혀를 찼다.“옛것이 가야 새것이 오는 법이죠. 어떤 사람이 전남편 후보로 탈락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라니까요...”마침 복도를 지나던 은미란이 사무실 안의 소리를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요즘 의사들은 다 이렇게 시끄러운가?”박서윤은 누군가가 자신을 핀잔하는 걸 듣고 멈칫하며 고개를 내밀어 밖을 보았다.고개를 기울이는 순간, 문밖에 서 있던 귀부인과 정면으로 마주쳤다.박서윤은 민망하게 헛기침을 했다.“죄송합니다...”다시 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입을 가린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저 방금 목소리 많이 컸나요?”자리에 앉아 있던 김도아는 모니터 너머로 시선을 옮겼다.그녀는 그 여인의 뒷모습과 옆에 선 비서의 얼굴을 보았다.잠시 침묵하던 김도아는 시선을 거두고 배달 음식을 풀었다.박서윤이 좋아하는 것부터 건네주고, 주경찬에게 사진도 몇 장 보내주었다.최근 두 사람은 시차와 일정 탓에 실시간으로 연락하기가 어려웠다.잠깐 대화하기조차 쉽지 않았다.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은 은미란은 옆 정형외과 진료실로 들어갔다.진료를 맡은 의사는 비교적 젊어 보이는 남자였다.“여긴 다른 의사는 없어요?”조승현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제 경력이 부족하다고 느끼시면 내일 오전에 다시 오세요. 내일은 김 교수님께서 진료하거든요.”“혹시 박씨 성인 의사는 없나요?”은미란은 가방을 들고 천천히 자리에 앉으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 여자의 평판은 어떤가요?”조승현은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다시 그녀를 보았다.“예약이나 연락처가 있으시면 직접 찾으시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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