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회는 치명적

그 후회는 치명적

Oleh:  김희랑Baru saja diperbarui
Bahas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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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지 8년 만에 성지민은 병원에서 전 부인을 마주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한때는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던 천하의 귀한 아가씨 김도아가 어느덧 의사가 되었고 심지어 절름발이 신세가 되어 있었다. 일곱 살짜리 아들이 그녀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성지민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오랜만에 보는 옛 지인.” 성지민은 평생을 냉정하고 무정하게 살아왔다. 복수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치열한 사업 판에서 지금껏 수많은 더럽고 추악한 짓을 저질렀다. 그는 언제나 양심에 거리낌이 없었고 그 누구에게도 후회해 본 적이 없었다. 결코, 단 한 번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해 그녀가 유리 조각을 자신의 어깨에 찔러넣고 목이 터져라 자신을 증오한다고 울부짖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다. 8년 전, 김도아는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연인에게 배신당한 뒤 이 도시를 떠났다. 8년 후, 그녀는 이곳으로 돌아왔고 다시 성지민과 마주쳤다. 그에게는 아이가 생겼고 새로운 결혼반지를 끼고 있었다. 그녀 역시 새로운 연인과 아이가 있었다. 증오와 사랑, 얽히고설켰던 모든 것은 이미 지나간 일이 되었다. 그러다 김도아가 남자의 숨겨온 비밀을 알게 되는데... 성지민의 아이는 그녀의 아이였고 손에 낀 결혼반지 또한 8년 전 그녀가 바다에 버렸던 반지였다. 그는 그저 미친놈이었다. 집착이 심하고 고집스러우며 여전히 과거에 갇혀 사는 미친놈. 보육원에서 굶주린 들개처럼 스스로를 벼려 상권을 장악한 실세가 되기까지 성지민은 단 한 치도 허리를 굽힌 적이 없었다. 뼛속까지 시린 칼바람이 부는 겨울, 그토록 깊이 감추었던 침잠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녀를 붙잡기 위해 완전히 미쳐버린 성지민, 모든 것을 뒤엎고 난장판을 만든 후에야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후회했다. 미치도록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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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 1

제1화

“대표님, 어르신께서 저녁에 작은 도련님 모시고 집에 한 번 들르실 수 있냐고 여쭤보시는데요.”

“상황 봐서.”

성지민은 막 회의를 마치고 병원 로비로 들어섰다.

가을철 소아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라 병원 곳곳에 링거를 맞는 아이들이 있었고 기침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가 전화를 끊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침내 파란색과 흰색이 섞인 대기 의자에 홀로 링거를 맞고 있는 아들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아들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여자 의사를 보았다.

흰 가운은 그녀의 가녀린 몸매를 가리지 못했고 대충 묶은 중장발의 머리는 너무나도 익숙해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수년이 흘렀어도 그 실루엣 하나만으로 성지민은 제자리에 못 박힌 듯 멈춰 섰다.

그녀는 여전히 온화한 눈길로 성지민의 아들을 내려다보며 나직이 물었다.

“왜 또 너 혼자서 링거 맞고 있어? 가족들은 어디 가고?”

7살이 된 성연우는 이 나이답지 않게 점잖고 어른스러웠다.

“방금 오셨어요. 바로 뒤에 계시네요.”

김도아가 살짝 멈칫하며 고개를 돌렸고 그렇게 성지민의 시선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재회한 두 사람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녀는 한순간 멍해졌지만 금세 평정을 되찾고 몸을 일으켰다.

수년 만의 재회였지만 반가움의 인사 대신 김도아는 단지 의사로서의 공적인 태도를 보였다. 마치 지난날의 사랑과 증오는 덧없는 구름처럼 지나간 듯이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말했다.

“이렇게 아이 혼자 링거 맞는 건 위험해. 의사가 시시각각 지켜볼 수 없으니 다음부터는 최대한 혼자 두지 마.”

성지민은 그녀를 뚫어져라 응시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 교수님, 잠시 이쪽으로 와보시죠!”

“네, 지금 갈게요.”

같은 과 동료 의사가 부르자 김도아는 알겠다고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날 때 자세가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외래 진료실로 가면서 걸음걸이가 조금 빨라지자 오른쪽 다리를 살짝 절뚝이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성지민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치 바다 표면에 갑자기 이는 큰 파도처럼 표정이 심오하고 무거워졌다.

...

병원 응급실에 열이 나서 찾아온 아이들은 대부분 엄마와 단둘이었다.

이는 가장 흔한 풍경이기도 했다.

또한, 모든 엄마들은 보온병, 물티슈, 휴지 등 아이에게 필요한 온갖 잡동사니가 든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검은색 롱코트 자락을 날카롭게 휘날리는, 마치 피투성이 갱단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이 남자는 그런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옆에 있던 성연우는 병원에서 끓인 미지근한 물을 일회용 종이컵에 받아 마셔야 할 지경이었다.

아빠와 아들, 둘의 분위기는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성지민은 깊은 눈매에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틀에 갇히지 않고 냉랭하지도 않지만, 본능적으로 위험한 느낌을 주었다.

다만 그가 데리고 온 아들은 아빠와 성향이 사뭇 달랐다. 성지민에게서 풍기는 살벌하고 오만한 기세와는 달리 이 아이는 왠지 모르게 단정하고 차분했으며 이 또래에서는 보기 드문 내면의 성숙함이 있었다.

“다들 봤어요? 밖에 있던 꼬마 아빠가 성지민 씨였더라고요.”

“네, 봤어요. 방금 그분 뉴스 인터뷰도 봤는데.”

“혹시 내가 잘못 봤나? 왜 자꾸 저쪽 사무실만 쳐다보는 것 같지...”

“대박! 진짜네요. 누굴 보는 거지?”

의료 기기 업계의 거물 성지민은 각종 신문 1면을 장식하는 단골 인물이었다. 냉혹한 수완과 오만하고 지배적인 행동, 이 남자에겐 정해진 규칙 따위 없었다. 밑바닥에서부터 기어 올라온 그는 사생활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언론은 그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만 알 뿐 아이 엄마에 대한 소식은 단 한 번도 보도한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오늘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버젓이 나타난 것이다.

호기심이 발동한 몇몇 의사들은 그가 대체 누굴 보는 것인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유능한 부원장의 조수 조정원 의사일까 아니면 집안 배경도 좋고 얼굴도 예쁜 박서윤 의사일까?

그때 뜬금없는 목소리가 가볍게 흘러나왔다.

“저를 보고 있는 걸지도 모르죠.”

모두가 휙 돌아보았지만, 그곳에는 밤샘 근무로 머리도 못 감아 잔뜩 헝클어진 채 우유빵을 입에 욱여넣고 있는 초췌한 몰골의 김도아 교수밖에 없었다.

“...”

뭇사람들은 시선을 거두고 건조한 웃음으로 난감함을 달랬다.

김도아는 빵을 입안에 가득 채워 넣어서 볼이 빵빵해졌지만 태연한 척 손을 털었다.

“농담이에요.”

당연히 농담이겠지.

김도아는 병원에서 가장 젊은 부교수이자 미르에서 스카우트해 온 최고급 인재였다. 병원 의사 소개 패널에는 그녀와 몇몇 교수진, 병원장, 부원장의 경력만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의 전문 능력에는 감복했지만 절대 성지민과 연관 지을 리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도아는 미인도 아니고 거기에 다리까지 절뚝였으니까.

아무도 그녀가 성지민의 전 부인일 거라고 믿지 않았다.

이것은 편견이자 세속적인 시선이었다.

잠시 후 수술이 예정되어 있던 터라 김도아는 하루도 넘게 못 씻은 머리를 다시 한번 대충 낮게 묶었다.

바깥에는 여전히 비가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녀는 병원 복도 대기 의자에 앉아 환자가 병실에 빠트린 필름을 가져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등 뒤에서 문득 발소리가 들려왔다.

수년이 흘렀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 발소리가 변함없이 익숙했다.

“언제 돌아왔어?”

김도아는 진지하게 생각하다가 머리를 살짝 기울이고 습관처럼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반년쯤 됐나.”

몇 초간의 침묵 후, 상대가 다시 물었다.

“그동안 잘 지냈어?”

“그럭저럭, 겨우 살 만했어.”

두 사람의 대화는 마치 오랜 친구가 안부를 묻는 것처럼 평온했다.

하지만 당시 그들의 결별은 사실 꽤나 추악했고 심지어는 뼈를 깎는 듯 아픈 이별이었다. 늘 밝고 명랑했던 김도아는 혹독한 시련으로 반쯤 죽은 사람처럼 변해버렸고 몇 번이고 무너져 내릴 듯한 절망에 빠졌다. 눈물이 메말라버렸고 벌겋게 부은 두 눈은 생기를 잃어서 퀭한 모습으로 겨우 한 마디만 내뱉었다.

“이제 그만 놓아줘.”

그녀는 성지민을 증오했다.

더 나아가 한진이라는 이 도시가 자신에게 안겨준 모든 것을 증오했다.

10년 넘게 함께 자라며 한때는 뼛속 깊이 사랑했었고 나중에는 또 그만큼 원망했었다.

긴 침묵이 흐른 뒤, 환자 보호자가 내려오지 않자 김도아는 병동으로 올라가려 몸을 일으켰다. 그때 마침 빗물이 튀어 발밑이 살짝 미끄러지며 걸음을 휘청거렸다.

허리에 손이 닿는 순간, 그녀는 마치 흉악한 것이라도 피하듯 휙 하고 몸을 뒤로 뺐다. 눈가에 스친 혐오감은 금세 사라졌고 그녀는 또다시 평온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심지어 성지민을 향해 가볍게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고마워. 먼저 갈게.”

“도아야.”

뒤에서 낮고 거친 목소리가 들렸지만 김도아는 돌아보지도 않고 곧게 앞으로 걸어갔다. 결국, 그녀의 그림자마저 눈앞에서 모조리 사라졌다.

병원 벽걸이 TV에서는 두 시간 전 성지민이 회의에서 발표하던 모습이 여전히 재생되고 있었다. 언론 앞에 선 그는 거침없고 비범한 기세를 뽐내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몇십 분 후, 지금의 그는 무겁고 침울한 뒷모습만 그림자로 드리워졌다.

...

깊은 밤.

오늘은 이달 초하루이고 현관에는 작은 불당이 마련되어 있었다.

위엄 있고 신성한 관우상은 커다란 검을 쥐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홀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에는 사납고 위협적인 기운이 가득했다.

성지민이 집사가 건넨 향을 받을 때, 부주의로 향 한 개비가 부러져 버렸다.

이에 집사가 물었다.

“도련님, 혹시 무슨 근심거리라도 있으신가요?”

천둥 번개가 치고 별장 밖에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성지민은 훤칠한 몸매로 홀 앞에 서서 옆모습이 여러 번 조명에 비쳤다. 초점이 깜빡거렸지만, 그는 시종일관 태연했다.

“옛 지인을 만났어요.”

오랜 시간 그의 곁에 나타나지 않았던, 그의 아내 김도아를 만났다.

성지민은 마음을 다잡고 다시 향을 피웠다.

관우상에 예를 갖추자 옅은 연기가 가늘게 피어올라 천장으로 흩어지며 마치 숲처럼 자욱해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향이 다 타들어 갈 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꼬마 성연우가 그의 뒤에 서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빠가 말씀하신 그 옛 지인이 혹시 내 엄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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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대표님, 어르신께서 저녁에 작은 도련님 모시고 집에 한 번 들르실 수 있냐고 여쭤보시는데요.”“상황 봐서.”성지민은 막 회의를 마치고 병원 로비로 들어섰다.가을철 소아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라 병원 곳곳에 링거를 맞는 아이들이 있었고 기침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그가 전화를 끊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침내 파란색과 흰색이 섞인 대기 의자에 홀로 링거를 맞고 있는 아들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아들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여자 의사를 보았다.흰 가운은 그녀의 가녀린 몸매를 가리지 못했고 대충 묶은 중장발의 머리는 너무나도 익숙해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수년이 흘렀어도 그 실루엣 하나만으로 성지민은 제자리에 못 박힌 듯 멈춰 섰다.그녀는 여전히 온화한 눈길로 성지민의 아들을 내려다보며 나직이 물었다.“왜 또 너 혼자서 링거 맞고 있어? 가족들은 어디 가고?”7살이 된 성연우는 이 나이답지 않게 점잖고 어른스러웠다.“방금 오셨어요. 바로 뒤에 계시네요.”김도아가 살짝 멈칫하며 고개를 돌렸고 그렇게 성지민의 시선과 정면으로 마주쳤다.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재회한 두 사람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그녀는 한순간 멍해졌지만 금세 평정을 되찾고 몸을 일으켰다.수년 만의 재회였지만 반가움의 인사 대신 김도아는 단지 의사로서의 공적인 태도를 보였다. 마치 지난날의 사랑과 증오는 덧없는 구름처럼 지나간 듯이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말했다.“이렇게 아이 혼자 링거 맞는 건 위험해. 의사가 시시각각 지켜볼 수 없으니 다음부터는 최대한 혼자 두지 마.”성지민은 그녀를 뚫어져라 응시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 교수님, 잠시 이쪽으로 와보시죠!”“네, 지금 갈게요.”같은 과 동료 의사가 부르자 김도아는 알겠다고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일어날 때 자세가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외래 진료실로 가면서 걸음걸이가 조금 빨라지자 오른쪽 다리를 살짝 절뚝이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성지민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마치 바다 표면에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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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아빠.”문득 성연우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저 끝났어요. 이제 가요.”성지민은 침울한 말투로 나직이 대답했다.“응.”외진 근무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김도아는 책상 위에 가득 차려진 디저트와 보냉 케이스를 발견했다.“오셨어요, 교수님! 얼른 와서 드세요.”“우와 맛있겠다.”김도아는 재빨리 문을 닫으며 말했다.“이거 다 누가 시켰어요? 완전 많은데?”당직을 서던 박서윤이 포장 케이스를 하나씩 뜯으며 대답했다.“환자 보호자분이 사주셨어요. 바로 그... 성지민 씨요. 확실히 돈 많은 사람은 다르네요. 여기 두쫀쿠 하나에 거의 만 원 한다고 들었는데.”김도아는 문을 닫던 손을 멈칫했다.“교수님은 뭐 드실 거예요? 두쫀쿠에요 치즈 케이크예요?”“전 괜찮아요.”너무 피곤해서였을까, 김도아의 목소리는 한층 무미건조해졌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먼저들 드세요. 저는 별로 배고프지 않네요.”의사들은 한데 모여 디저트를 먹기 시작했고 김도아는 홀로 자리에 앉아 보고서를 작성했다. 중간에 한 의사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 닿는 곳에 치즈 케이크를 놓아주었지만, 그녀는 고맙다고만 할 뿐 끝내 건드리지 않았다.어느새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휴대폰 화면에 노을의 차가운 빛이 닿았고 김도아는 안경을 고쳐 쓴 후 소매를 걷고 서랍에서 먹다 남은 소금빵을 꺼냈다. 그녀는 허겁지겁 먹으면서 남은 보고서를 다 해치웠다.모든 보고서를 완전히 끝냈을 때, 시간은 이미 새벽이 가까워지고 있었다.늦은 밤, 한진에 또다시 장대비가 쏟아졌다.그녀는 피로에 뻣뻣해진 목을 주무르며 퇴근할 채비를 하다가 문득 녹아버린 치즈 케이크를 다시 보았다.치즈가 다 녹아서 덩어리져 있었지만, 어느 가게 것인지는 단연 쉽게 알아봤다.바로 오드 하우스, 김도아가 예전에 가장 좋아했던 브런치 카페였다. 그때 한진에는 지점이 없었고 유일한 가게는 외곽 순환도로를 따라 한 시간이나 차를 몰아야 나오는 곳에 있었다.임신 때 그녀는 먹덧이 심해 일주일에 닷새는 꼭 그 케이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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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수업 종이 울리자 교문 밖에는 인적이 드물어졌다.김도아는 머릿속으로 앞으로 사흘 밤을 연속 근무할 때 버틸 만한 음식으로 무엇을 사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가 그녀의 상념을 끊었다.“어르신께서 수년간 아가씨를 그리워하고 계세요. 돌아오신 걸 알면 얼마나 기뻐하실지...”나이 든 사람들은 감정이 앞서는 법, 운전기사는 눈물을 훔치며 계속 말을 이었다.“그동안 밖에서 고생 많으셨죠. 지금 바로 댁으로 모시겠습니다...”“아니에요, 기사님.”한편 김도아는 눈물을 쏟는 운전기사와 달리 너무나도 평온했다.“지금 돌아가면 서로가 꽤나 민망하지 않겠어요?”게다가 그곳은 단 한 번도 그녀의 집이었던 적이 없었다.김도아는 김씨 가문의 딸로 스무 해를 넘게 살았는데 하루아침에 자신이 가짜라는 통보를 받았다.부모님은 친부모가 아니었고 소꿉친구에서 남편으로 된 성지민마저 그녀가 효성 그룹 딸이란 신분 때문에 접근했을 뿐이었다.예기치 못한 화재가 별장 전체를 태웠는데 임신 중이던 김도아가 가장 먼저 불이 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목숨을 걸고 부모님을 구했지만 정작 자신은 지붕 아래에 깔렸다.활활 타오르는 불길 너머로 그녀의 부모님은 가장 먼저 구출된 친딸 김효린을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김효린, 김씨 가문에서 갓 찾은 친딸, 한 가족 세 식구는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서로 꼭 껴안고 있었다.한편 김도아는 이 화재에서 까마득히 잊힌 존재였다.불길이 그녀의 주위를 덮쳤고 연기를 너무 많이 마신 탓에 시야가 흐릿해지면서 세상이 온통 암흑으로 변했다.그것은 어쩌면 단순한 사고였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부모님은 친딸 김효린이 방화범인 줄 알고 경찰의 질문에 일부러 딸아이를 감싸주었다.심지어 병상에서 막 정신을 차린 김도아에게 온갖 회유와 압력을 가하며 따지지 말아 달라고 반강제로 부탁했다. 그녀가 김효린의 인생을 빼앗았기 때문에 마음의 평정을 잃어 이 같은 짓을 벌인 것이라고 했다.그리고 성지민은...그녀의 남편 성지민은 그녀 부모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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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녀는 진열대 옆에 서서 장바구니에 온갖 종류의 빵을 담고 있었다. 인스턴트 빵을 사면서도 뒷면의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하며 방부제가 적은 빵을 고르는 모습이었다.예전에는 다른 여자들처럼 긴 웨이브 머리에 큐빅 박힌 네일아트까지 관리도 잘 받더니 지금은 하얗고 고운 목덜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제대로 손질하지 않은 머리는 푸석할 따름이었고 검은 뿔테 안경이 생기 어린 눈동자를 다 가렸다.누군가에게서 걸려 온 영상 통화를 받자마자 그녀는 재채기를 했다. 상대방이 뭐라고 했는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술을 말아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가족에게 훈계를 듣는 듯한 모습이었다.성지민은 정말 오랜만에 이런 표정들을 보게 됐다.아주 오래전, 그녀가 임신했을 때 발이 심하게 부었었는데도 몰래 외출했다가 그에게 들킬 때면 싸늘한 얼굴을 마주하고 꼭 저런 표정을 지었었지. 그러고는 애교 조로 속삭이는 김도아였다.“지민아, 내가 잘못했어. 다음에 또 몰래 나가면 그땐 나 때려. 제발 이렇게 외면하진 말라고, 응? 지민아, 지민아...”김도아는 애교를 부리기 시작하면 꽤 끈질긴 편이었다. 상대가 화가 다 풀릴 때까지 계속 곁을 맴돌며 마음을 녹이는 타입이었다.그때의 성지민도 실은 자신이 어디까지가 찐 분노이고 어디부터 연기인지 구별이 안 되었다.다만 그를 달래려는 김도아의 마음만큼은 백 퍼 진심이었다.성지민은 기억이 시작될 때부터 스스로에게 ‘정을 끊고 사랑을 버리라’라는 첫 번째 과제를 주입했다. 그는 과거에 얽매인 사람이 아니었고 자신이 했던 일에 절대 후회하는 법이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왠지 모르게 심장 어딘가 무뎌진 신경이 움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마치 바늘에 찔린 것처럼 따끔거렸다.그는 시선을 거두고 눈가에 깃든 날카로운 기세를 모조리 숨겼다. 이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저 여자를 외면해버렸다.계산할 때, 김도아는 진열대 옆의 껌을 보더니 겸사겸사 한 통 집었다. 오늘은 비가 계속 내려서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 그녀는 봉투를 들고 우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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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성지민의 표정에는 미동조차 없었다. 권력을 손에 쥔 지 오래라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했지만, 지금은 눈꺼풀의 희미한 떨림마저 숨기지 못했다.그녀의 말이 비수처럼 심장에 꽂혔으니까.김도아는 항상 이렇게 가장 모진 말로 남자의 정곡을 찌른다.“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그럼 어떻게 말해줄까?”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격렬하게 부딪쳤다.과거 한낱 길거리의 들개와 하늘 높은 줄 모르던 부잣집 아가씨는 이제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김도아는 한순간에 구름 위에서 진흙탕으로 곤두박질쳤고 성지민은 어느새 모든 걸 다 갖춘 피라미드의 정점에 선 남자로 거듭났다.그녀의 눈빛에는 여전히 사랑도 증오도 아닌 희미한 조소만이 감돌았다.“성 대표님!”바로 그때, 왼쪽 차선에서 굉음을 내며 달려오던 분홍색 슈퍼카가 경적을 울렸다. 창문이 내려가자 아까 술자리에서 봤던 여자가 손에 든 서류 뭉치를 흔들었다.“대표님, 물건 놓고 가셨어요.”김도아는 그쪽을 힐끗 쳐다보더니 시선을 거두었다. 그녀는 금세 태연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조금 전의 날 선 대화는 없던 일인 것처럼 말이다.“네가 한밤중에 왜 날 따라왔는지는 알고 싶지도 않아. 어차피 지나간 건 다 지나간 일이잖아. 다만... 앞으론 자중하고 품위를 지켰으면 좋겠어. 한낱 절름발이인 나랑 엮여봤자 좋을 것 없잖아. 소문이라도 나 봐, 다들 얼마나 비웃겠어? 그래도 어쨌든 오늘은 고마웠어.”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입술을 앙다물고는 봉투에서 커다란 우유 한 통을 꺼내 성지민에게 건넸다.“도와줘서 고마웠어. 갈게.”말을 마친 그녀는 우산을 들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휙 돌아섰다.운전하던 여자가 겨우 차를 세우고 서류를 들고 달려왔다. 멀어져가는 김도아의 수수한 뒷모습을 힐긋 보면서 어딘가 낯이 익었지만, 막상 생각나진 않았다.“물건 전해드렸으니 저는 이만 가볼게요. 추우니 감기 조심하세요.”한편 성지민은 어두운 표정으로 여전히 떠나가는 김도아의 뒷모습만 응시하고 있었다.지하철은 정말로 운행을 멈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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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1층에서 김도아는 성연우의 손을 잡고 로비 쪽으로 걸어갔다.“지난번에 아빠가 집에 올 때 우유 한 통 들고 오시던데 그거 선생님이 주신 거예요?”아이의 질문은 갑작스러우면서도 어딘가 이상했다.김도아는 몇 초간 침묵하다가 되물었다.“우유 맛있었어?”성연우는 고개를 저었다.“아직 안 마셔봤어요.”그녀는 추측에 나섰다.“그럼... 너도 마시고 싶어?”이번엔 고개를 젓는 대신 까만 눈동자로 그녀를 올려다봤다.“그래도 돼요?”김도아는 가볍게 웃었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성연우는 2주 전 집 식탁 위에서 아주 큰 통에 든 우유를 보았다.가정부조차 그 우유가 어디서 났는지 몰랐다. 상표를 보니 혹시 어느 일하는 사람이 자기 물건을 두고 갔나 싶었다.저렴한 제품이란 뜻이 아니라 이 집에서 작은 도련님께 대접하는 음식은 항상 수입 식자재에 각별히 신경을 썼고 자연스럽게 우유도 늘 구매하던 몇 가지 브랜드뿐이었다. 하여 이 우유는 분명 누군가 몰래 들여온 것이라 여겼다.가정부가 치우려 하자 비서가 막아서며 절대로 건드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지난 2주 동안, 성연우는 외출할 때마다 우유가 늘 그 자리에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아이는 왠지 모르게 우유 맛이 궁금했다.잠시 후, 김도아가 우유빵 한 봉지를 들고 왔다.“우유는 다 마셨고 빵만 남았네. 이것도 맛있으니까 한번 먹어봐.”성연우는 고개를 숙이고 주머니에 모아둔 용돈을 꺼냈다. 그것은 구겨서 꼬깃꼬깃해진 몇 장의 지폐 뭉치였다.“잘 먹겠습니다. 이 돈이면 될까요?”“돈은 됐어.”김도아는 몸을 숙여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직하게 말했다.“선생님이 사주는 거야.”그녀에게서는 나는 향긋한 냄새는 어떤 바디워시 향 같기도 했지만 성연우는 맡아본 적 없는 향이었다. 이건 오히려 햇살처럼 산뜻하고 포근하면서도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기분 좋은 향이었다.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동안 아이는 숨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다....그날 점심, 수액을 맞고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우는 거실 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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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그녀의 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저마다 달라졌다.예전의 김도아는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던 사람인지라 딱히 악의를 보이지 않아도 많은 이들의 시기와 질투를 샀다.그랬던 그녀가 이토록 초라한 모습을 보이니 사람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뚜렷하게 선을 그어 그녀를 완전히 배제했다. 유리창 너머로 거만하게 내려다보며 실실 비꼬고 야유를 날렸다.허름한 외투에 스크레치가 가득한 천 가방, 그리고 화장기 하나 없는 수수한 얼굴까지, 모든 것이 그녀가 지금 얼마나 힘들고 거칠게 살고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었다.“쟤 몇 년 동안 어디 잠적했던 거야? 소식 하나 없더니.”“듣기로는 그때 아이를 유산하고 정신이 나갔다던데?”“말 좀 예쁘게 해라. 누구인들 안 미치겠냐? 줄곧 화려하게 살다가 자신이 가짜란 걸 알게 됐는데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그 충격을 너 같으면 감당하겠어?”“옆에 저 아저씨 봐봐. 김도아 설마 돈 많은 재력가한테 빌붙은 거 아니야?”누군가 야유를 날렸다.“헐! 환갑은 훌쩍 넘었겠는데 저런 사람하고도 잠자리가 가능하다고? 안 됐다, 그치? 우리라도 돈 좀 모아서 기부해야 하는 거 아냐? 그래도 한때 알던 사이인데.”순간, 방안은 폭소로 가득 찼다.다음 순간, 룸 안의 어둠 속에서 탁하는 소리가 울렸다.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차리자마자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지민아... 너 언제 올라왔어?”성지민은 어둠 속에 앉아서 무표정하게 담배만 태웠다. 고요하고 싸늘한 기운이 그의 주변을 감쌌다.이제 피라미드의 정점은 성지민이 차지했다.아무도 예전처럼 그의 ‘고아 출신’을 들먹이지 못했고 데릴사위라며 뒤에서 비아냥거리던 소리도 감쪽같이 사라졌다.절대적인 권력 앞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는 법이다.남자는 조용히 성지민의 눈치를 살폈다. 그가 불쾌해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자 조금 전의 대화를 이어가며 아첨했다.“걔도 분명 자신이 가짜라는 걸 알았을 거야. 김씨 가문 사람들, 그리고 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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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박서윤은 앙증맞은 고양이처럼 그녀의 손바닥을 비벼대며 말했다.“고마워요, 교수님.”곧이어 방에 들어가서 의자에 엎드려 잠깐 눈이라도 붙이려 했다. 정말 피곤하긴 했나 보다. 이를 본 김도아가 차에 가서 여분의 외투를 챙겨와 그녀에게 덮어주려고 했다.“저기요?”문득 들려온 목소리에 김도아는 고개를 돌렸다.상대는 바로 주경찬의 망년지우 조윤기였다. 그는 최근에 한진 보건복지국으로 발령받았다. 김도아는 작년에 주경찬과 함께 그의 딸 결혼식에 참석했던 적이 있다.조윤기가 그녀를 알아보고 활짝 웃으며 계단에서 내려오려 했다.“정말 김도아 씨네요. 여기서 이렇게 뵙다니.”하지만 김도아는 고개를 든 순간 2층에 있는 두 사람을 보게 됐다.구도영이 통유리창 앞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오랜만에 그녀와 재회한 구도영은 심장을 옥죄이듯 괴로운 기색을 엿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릴 때부터 공주처럼 떠받들리던 김도아가 나중에 온갖 사건들이 터지면서 처참한 몰골로 한진을 떠나버렸고 지금 이렇게 다시 보니 만감이 교차할 따름이었다.결국, 그는 입술을 달싹이며 억지 미소를 지으면서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김도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을 거두었다.조윤기는 그녀에게 당당하게 걸어와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나눴다.“오랜만이네요, 도아 씨. 남편분은 요즘 잘 지내시죠?”2층에 있던 구도영은 입에 머금고 있던 샴페인을 그대로 뿜어버렸다.층은 달랐지만 2층 창문이 살짝 열려 있어 웬만한 소리는 다 들렸다.조윤기는 인기척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김도아는 아무것도 못 들은 척 악수를 이어받으며 예의 바른 미소로 답했다.“네, 그럼요. 안 그래도 경찬 씨가 며칠 전에 얘기하던데, 오늘 이렇게 만난 걸 알게 되면 엄청 기뻐할 것 같아요.”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전시 구역으로 걸어갔다.구도영은 입을 쓱 닦으며 놀란 마음을 달랬다.‘경찬 씨? 남편분?’“뭐야 대체? 도아 재혼했어?”그는 너무 혼란스러웠다.“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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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성지민은 10살 때 김씨 가문에 발탁되었다.부모를 여의고 배경도 없지만, 성적만 우수했던 천여 명의 아이들 중에서 그는 열한 번째로 선택된 아이였다.파격적인 특례 ‘입학’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김씨 가문으로 끌려간 후 온갖 고된 경영 지식을 배워야 했다. 하루 8시간 수면 시간을 제외하면 그의 눈앞에는 숫자와 주판, 그리고 난해하기 짝이 없는 경영 사례들뿐이었다. 이 혹독한 과정에 지쳐 우는 바람에 중도 포기한 아이들이 8명이나 되었다.겨우 세 명만 남았는데 이 세 명은 김씨 가문으로 함께 보내져 그 집안의 따님과 함께 배우고 생활하게 되었다.그곳에서 성지민은 처음 김도아를 만났다. 그녀는 하얀색 레이스 치마를 입고 뒷마당에서 선생님에게 피아노를 배웠다.아마도 권력에 대한 본성 때문이었을까? 세 명의 아이는 예외 없이 김도아에게 호감을 표현하며 함께 놀자고 다가갔다.유일하게 성지민만이 무심했다.그 모습에 김도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유심히 쳐다봤다.“다들 자기소개했는데 넌 이름이 뭐니?”“성지민이야.”성지민, 그의 부모님은 효성 그룹의 전 직원들이었고 김효린과는 어릴 때부터 함께 의지하며 자란 사이였다.김효린은 여섯 살 때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되었다. 보육원을 탈출해 친부모를 찾아가려 했지만, 권력자에게 아첨하고 약자를 경멸하는 효성 그룹의 일부 사람들에 의해 거부당했다. 그들은 김효린이 망상에 빠졌다고 마구 몰아붙였다.성지민의 부모는 홀로 회사 밖에서 내몰린 그녀를 가엾게 여겨 집으로 데려와 거두었다.그때부터 김효린은 성씨 집안에서 성지민의 여동생으로 거듭났다.그녀는 얌전하고 착했지만, 종종 엉뚱한 소리를 하곤 했다.하긴, 그녀가 효성 그룹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과연 누가 믿어줄까.애가 좀 푼수 같긴 해도 성지민의 부모는 이런 딸을 얻어 행복했고 꼭 잘 키워보자고 다짐했다.하지만 김효린이 성인도 채 되기 전에 효성 그룹 내부에 회사를 통째로 무너뜨릴 만한 큰 비리가 터졌다.그 사건의 핵심 인물로 성지민의 부모는 누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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