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배준우는 '결과'라는 단어를 듣고, 순간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백 어르신에게 물었다."어떻습니까?"고은영은 얼굴에 돌던 혈색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떨며 백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정말 끝났다!백 어르신은 고은영을 바라봤다. 고은영은 백 어르신에게 간청하는 눈빛을 보냈다…….하지만, 백 어르신은 나이가 들어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바로 배준우를 보고 말했다."고 아가씨는 병에 걸리지 않았습니다."고은영은 순간 숨이 막혔다!이 영감, 상냥해 보였는데, 그래도 이건 너무했다. 이렇게 망설임 없이 그녀를 팔아넘겼다.고은영은 정말 죽고 싶었다!배준우.”병에 안 걸렸다고요?"이 한마디는, 엄숙하기만 하지 않았다!말투 속의 의미도 순간 더욱 깊어졌고, 눈을 깔고 곁에 앉아 있는 고은영을 내려다보았다.고은영은 애써 마음속의 긴장감을 누리며, 배준우에게 아프지 않은 것에 기뻐하는 웃음을 억지로 지어 보였다.하지만 이 웃음은 억지웃음이라서, 정말 우는 것보다 더 보기 싫었다!백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마도 병원의 오진일 겁니다. 고 아가씨는 확실히 병이 없습니다."'오진'이라는 두 글자를 듣자, 고은영은 백 어르신의 두 눈을 바라보며 순간 번쩍 빛났다.그래, 오진이야, 이건 오진이야!배준우는 병원의 오진이라는 말을 듣고, 차갑게 코웃음 쳤다."현재 병원에는 이미 백 어르신 같은 의사가 없어요."백 어르신."그렇게 말할 수도 없어요. 아무래도 그들은 상대해야 할 환자가 너무 많아요. 오진은 정상이에요.""그들이 무책임에 핑계를 대지 마세요."배준우의 말투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다.그의 아래에도 병원이 있다!이런 오진은 적어도 그의 병원에서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백 어르신이 웃음을 지었다. 그가 또 무언가를 말을 하려고 할 때, 배준우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백 어르신에게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이만 일 보러 가세요. 별일 없으니 저도 먼저 가볼게요."배준우는 고개
주의사항을 묻는 배준우의 말에 백 어르신은 고은영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요즘 불안정할 때는 잠자리 가지지 마세요.""뭐가 불안정해요?"배준우는 뭔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눈살을 찌푸리고 고은영을 바라봤다.몇 분 동안, 대체 고은영이 백 어르신에게 뭘 말했지?백 어르신이 '처음 3개월'이라고 말하려 하자, 고은영은 얼른 말을 끊었다."백 어르신의 물건이 좀 무거워 보이니 제가 들어 드릴게요."그녀는 조금 조급하게, 또 조금 높은 목소리로 배준우와 백 어르신의 이야기를 끊었다.백 어르신은 그녀가 들어주겠다는 말하는 것을 듣고 웃으며 놀렸다.“조금 무겁긴 하지만. 지금은 무거운 걸 들면 안 됩니다."바로 고은영의 손에서 작은 상자를 받아가며, 배준우에게 한마디 말했다. "전 아직 일이 남아서 먼저 가볼게요."배준우는 백 어르신이 바쁘다는 말을 듣고는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기사가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어요.""그래요."백 어르신도 사양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배준우는 바로 백 어르신을 문 앞까지 배웅해주었고, 고은영도 이 영감이 또 무슨 말을 할까 봐 긴장하며 뒤를 따랐다.백 어르신이 집을 나서는 그 순간, 고은영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하지만 백 어르신은 뭔가 생각이 난 듯, 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맞다, 지금 집에 제비집 좀 사두세요. 제비집은 산......""에취~!"고은영은 재채기하여, 서둘러 배 어르신의 말을 끊었다.그녀는 '산'이라는 글자를 들었다.제발, 더는 말하면 안 돼, 이건 정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백 어르신은 고은영이 재채기하는 걸 보고, 계속 말했다."그리고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세요.""네, 고마워요 백 어르신."고은영은 애써 진정하며 말했다.백 어르신은 그녀가 이렇게 끊어버리자, 방금 무슨 말을 하려던 것도 완전히 잊어버렸다.그리고 또 배준우에게 말했다."저 먼저 갈게요."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고은영은 영감이 몸을 돌린
고은영은 깊게 잠들어 있었다. 그러나 고은지의 말에서 조급함이 들려서 순간 정신을 차렸다. “왜 그래?" "그 여자가 왔어.. 내가 방금 기차역에서 그 여자를 만났다고!" 그 여자? 조보은인가? 도대체 언제부터 고은지도 조보은을 엄마라고 부르는 것을 꺼린걸까? 고은영은 순간 잠이 깨서 바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 여자가 왔어?” "응, 계속 너를 보자고 얘기했어!" "나는 그 사람을 만나지 않을 거야." 고은영은 생각지도 않고 말했다. 조보은에 대해 고은영은 전화로 이미 얘기가 끝났었다. 어렸을 때 그렇게 많이 만났는데 조보은이라는 친모는 고은영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않았다. 이제, 그 여자가 어떤 태도를 보이든지 모두 의미가 없다. 고은영이 이렇게 말하자 고은지는 어쩔 수 없이 한 번 더 일깨워 줬다. "네가 만약 지금 오지 않으면, 그 여자는 내일 너를 찾아갈 것이야" "그 여자가 네가 지금 어디에 사는지 몰라도 동영 그룹은 찾기 쉽잖아." 고은영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답답해졌다. 맞네! 그 여자는 자신을 찾지 못해도 동영그룹은 찾기 쉬웠다. 조보은의 성격이라면 그는 무서운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일단 그 여자가 동영 그룹을 찾아가서 바로 동영그룹 입구에서 난동을 부리면 동영그룹의 얼굴을 깎는 것이다...그때면 고은영은 정말 망할 수 있다.여기까지 생각하자 고은영은 짜증이 나서 머리를 긁어 잡았다. 고은영은 정말 조보은을 만나러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고은지가 이렇게 말하자 고은영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알았어!" 고은영은 지금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뱃속의 아기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조보은까지 와서 신경을 건드렸다. 고은지의 전화를 끊고 고은영은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었다. 지금 날씨가 쌀쌀해졌다. 안지영은 아직 고은영에게 옷을 보내주지 않았다. 그래서 고은영은 니트를 하나 더 입을 수밖에 없었다. 집을 나설 때, 배준우는 안방에서 나와 물을 마시려 했다. 고은영이 단정하게
그러나 고은영은 데려다 주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안 돼요, 저 혼자 갈래요." 배준우가 데려다 주면? 조보은이 배준우를 보면 아마도 2천만 원, 심지어 3천만 원을 내놓지 않으면 절대 가지 않을 것이다. 배준우는 고은영의 염려를 눈치챘다. "내가 밖에서 널 기다리면 돼." 말을 마친 배준우는 다시 거절하기도 전에 손에 물 잔을 내려놓고 현관으로 향해 갔다. 배준우는 아직 샤워도 하지 않았다. 입고 있는 옷은 여전히 낮의 홈웨어였다. 고은영은 배준우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 말을 들은 배준우는 고은영에게 ‘고맙다는 말 그만 못할래?’라는 눈빛을 던졌다. 고은영은 몸을 움츠렸다. 고은영의 이런 모습을 보고 배준우는 코웃음을 쳤다. "간이 이 만큼 밖에 안 되면서 감히 혼자 간다고 해?" "저는 그 여자와 말할 것도 없고 두려울 것도 없어요." 고은영이 배준우의 말에 당당하게 대꾸했다. 이건 진짜 맞는 말이었다. 이익 관계도 없으니 대수롭지 않았다. 하지만 고은영이 배항준을 기를 채워 ICU에 들여보낸 것을 생각하면 배준우도 정말 기가 막히게 느껴졌다. 담력 부분에서 말하자면, 고은영은 신기한 존재였다! 두려워하는 점도 매우 신기했다.배준우가 운전해서 고은영을 데려다 주었기 때문에 바로 도착했다. 전에 낮에 갈 때는 지하철을 타야 해, 버스를 타야 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면 두 시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오늘은 대략 40분이 지나니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기 전에, 배준우는 고은영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고은영은 놀라서 본능적으로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배준우의 음울한 눈을 보고 순간 쫄았다. "배 대표님!" 배준우는 손목에 찬 시계를 보고 나서 말했다. "30분만 줄게" 고은영이 말했다. "아니면 먼저 돌아가세요." 고은영은 배준우가 온종일 화상 미팅을 하느라 지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배준우가 말했다. "30분 안으로 안 나오면. 내가 나 실장을 보내서 널 잡아오
그러나 방금 고은지의 태도는, 분명히... 진여옥의 이런 태도에 신경을 많이 쓰였다. 고은지는 고은영의 반문에 얼굴색이 굳어졌다! 눈밑에는 씁쓸함이 차오르며 말했다. "신경 쓸 게 뭐가 있어, 난 괜찮아." 괜찮다고 하는데! 그러나 고은영은 고은지의 말투에서 지금 상황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가자, 들어가자!" 고은지는 이 화제를 계속 이어나나고 싶지 않았다. 고은영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고은지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조보은은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고 텔레비전을 향해서 실없이 웃었다. 생각이 없는 모양으로 봐서 방금 진여옥이 밖에서 한 말을 조보은은 정말 듣지 못했을까? 아니면 이익 앞에서... 조보은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굴욕감을 주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에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고은지는 조보은의 생각 없는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얼굴이 어두워졌고, 침착한 얼굴로 소리쳤다. "엄마" 그러나 조보은은 못 들은 듯 계속 텔레비전에서 헛웃음을 지으며 해바라기를 까먹었다. 고은지는 고은영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조보은이 무슨 뜻인지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언니, 나 오늘 너무 피곤해. 더는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아, 먼저 돌아갈게!" 고은영은 얼굴빛이 어두워지면서 콧방귀를 뀌었다. 조보은이 고은지를 무시한 것은 단지 고은영이 엄마라고 불러주기를 기다렸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가? 하지만 고은영은 불러주지 않았다.조보은이 게으름을 피우려 하자, 고은영은 되돌릴 시간조차 주지 않고 바로 떠나려 했다. 역시나 고은영이 돌아서는 순간 뒤에서 '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보은은 손에 든 해바라기를 전부 접시에 내려치면서 소리를 쳤다. "당장 거기서 안 멈춰?!" 고은영은 잠시 걸음을 멈추면서 고개를 돌리지 않고 꼿꼿하게 서서 뒷모습만 보여줬다. 조보은은 고은영 뒤로 몇 걸음 다가와 고은영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너 많이 컸네? 정말 나를 어머니로
조보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난 네 엄마야. 당연히 내가 나서서 상의해야지." 맞다. 보통 시집갈 때 봉채는 친정 부모님이 나서서 상의해야 한다. 그러나 고은영과 조보은의 관계는 일반적인 모녀의 애틋한 사이는 아니다. 조보은 말했다. "은영아, 화내지 마. 그때는 엄마가 잘 못 했어. 정말 화가 나서 살짝 미쳤던 것 같아! 내가 죽을죄를 지었어." 말을 하면서 조보은은 직접 자신의 얼굴에 뺨을 몇 대 때렸다. 조보은은 진심으로 후회한다. 만약 고은영이 이렇게 출세할 줄 알았더라면, 조보은은 그 당시에 그녀를 키웠을 것이다. 친 딸이 맞고 아니고가 어디 있어! 조보은은 애당초 서준호의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면 재혼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직접 고은영을 키웠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어쨌든 조보은이 직접 키웠더라면 지금 그녀의 덕을 보는 게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보은이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았지만,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계속 침착하게 말했다. "그럼 배 대표님을 찾아가서 봉채를 얼마나 달라고 할 건데요?" 조보은은 고은영이 반대하지 않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손동작을 멈췄고, 눈가가 더 강하게 번쩍였다. 생각해 보더니 고은영에게 완곡하게 분석했다. "이 봉채라는 것은 남자의 가정형편, 그리고 남자의 마음속에 네가 차지하는 지위에 따라 계산해야 돼. ". "배 씨 가문의 집안 상황을 내가 알아봤는데. 괜찮아! 어찌 됐든 2억의 봉채는 줘야지." 2억? 용상의 봉채는 1000만 원대, 1200만 원대였다. 조보은의 말처럼 상대방의 가정형편이 좋다면 1600만 원대, 2000천만 원대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시내 쪽의 사람들이고, 모든 여자아이가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조보은은 입을 열자마자 2억...! "배 대표님의 마음속에 있는 내 지위도 봐야 한다면서요?" "그래, 상의해야 하지. 이런 가정형편인 너와 결혼한다는데. 틀림없이 너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예단? 예단이 필요하다고?재벌이랑 결혼하면서 부모에게 예단까지 요구하다니!이 못난 것.조희주를 재우던 고은지는 두 사람의 다투는 소리에 놀라 다급히 안방에서 나왔다.“무슨 일이에요? 왜 싸워요?”고은지가 나오자 조보은은 씩씩거리며 고은영을 향해 손가락질하더니 다시 고은지를 바라봤다.“내가 얼마나 힘들지는 생각 안 해봤어?”“너희들을 키우느라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뭔? 예단?”“엄마도 혼수 요구한 거 아니에요?”고은영은 콧방귀를 뀌었다.힘들었다고? 자기가 힘들면 세상에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어?힘들어도 자기가 힘든가? 키워준 할머니가 힘들지?고은영의 말에 조보은은 더욱 화가 났다.“난 네 엄마야, 내가 널 어떻게 낳았는데! 혼수는 당연히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고은영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조보은이 계속 말하려는 순간, 고은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은영아, 그만 좀 해.”고은지가 말리자 조보은은 더 흥분하며 말했다.“이 조보은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딴 물건을 낳았을까.”모두가 혼란 속에 빠졌고 그 말에 두 자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자매의 떨떠름한 모습에 조보은은 눈물, 콧물을 쥐어짜며 쉴 새 없이 입을 놀렸다.“장 아주머니네 딸 설이 좀 봐봐. 자기 오빠 결혼한다고 새집에, 새 차에, 게다가 혼수로 쓰라고 이천만 원이나 줬대! 심지어 결혼식장 비용도 다 설이가 내줬다잖아. 그 여편네는 어쩜 그리 착한 딸을 낳았는지. 너희들은 왜 이따위야! 네 동생은 너희들 때문에 평생 홀아비로 살아야 해! 내가 왜 너희들같이 쓸모없는 자식을 낳았는지. 아이고, 하나님, 부처님… 이런 자식인 줄 알았으면 낳자마자 버렸어야 했어.”조보은은 막돼먹은 말로 상황을 최악으로 만들었다.하지만 고은영은 이런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며 자랐다.입만 터지면 나오는 지겨운 말에 고은지의 안색은 더욱 창백해졌다.고은영이 할머니에게 간 뒤로, 조보은은 더는 그녀를 구박하고 때릴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고은지는 그녀와 함께 살았고, 조
진여옥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조보은의 얼굴이 굳어져 버렸다.“그게.... 사돈, 오해에요. 이 계집애가!”“어떤 속셈인지 모르겠으나 우리 용수는 그 여편네 딸처럼 멍청하지 않아요. 그리고 아무리 친형제여도 계산은 똑바로 해야죠. 고은지는 내 며느리니 이젠 우리 가문 사람이에요. 그러니 그런 허황한 꿈은 깨세요!”진여옥은 조보은에게 확실하게 경고하였다.조보은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가 다시 창백해졌다.비록 진여옥의 말에 일리가 있지만, 고은지는 만감이 교차했다.조보은은 겨우 화를 참으며 말했다.“사돈, 그 말은 옳지 않아요. 우리 은지가 조씨 가문에 시집가면 우리는 한 가족과도 마찬가지에요. 가족끼리 내 것, 네 것이 어디 있겠어요? 아닌가요?”“누가 가족이에요?”진여옥이 갑자기 불같이 화를 냈다!그나마 남았던 인내심도 바닥이 나버렸다.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물었다. “고은지가 우리 가문에 들어와서 이바지한 게 뭐 있어요? 오히려 우리 가문에서 서정우 학비까지 다 내줬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그쪽 며느리까지 신경 써야겠어요?”“학비는 은지가 결혼 전에 모은 돈이지 조씨 가문의 돈이 아니잖아요.”조보은도 슬슬 화를 내기 시작했다.결혼 전에 고은지의 월급이 높았다는 사실은 그녀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여 그녀는 조씨 가문에서 이익을 볼 수 있으니 끊임없이 고은지에게 돈을 요구하며 선수쳤다.진여옥은 가식조차 떨지 않는 조보은을 보고 버럭 화를 내며 그녀의 어깨를 밀쳤다.“그래서 앞으로도 쭉 돈 뜯어낼 생각이세요?!”“내 딸한테 돈 달라는데 문제 있어요?”조보은의 인내심도 바닥을 쳤다.고은지가 조씨 가문에 시집간 뒤로 조보은은 조씨 가문의 돈을 뜯어내기 위해 온갖 수모를 다 겪었다.그런데 진여옥이 완전히 패를 까버리고 말하자 조보은도 더는 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참지 않았다.뻔뻔한 말을 이렇게 뻔뻔하게 내뱉는 조보은의 모습에 진여옥은 말 문이 막혔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조보은은 자기가 진여옥의 기세를 꺾었다고
“나태웅이 두려워하는 게 뭐 있어요!”안지영이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나태웅은 장선명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안지영에게 있어서 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나태웅은 극단적인 거지 멍청한 건 아니야.”나태웅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안지영 앞에 나타난 걸 떠올리면... 장선명은 그런 나태웅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래도 이 사진들은 다 사실이죠.”“네가 이 사진 때문에 화를 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너한테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게 있어.”거기까지 얘기한 장선명이 말을 끊었다.안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요?”장선명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안지영은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소문 속의 장선명은 냉철하고 칼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안지영 앞의 장선명은 항상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안지영을 대해주었다.그래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도대체 왜 본인과 결혼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부부 연기인데 말이다!사실 처음부터 안지영은 장선명이 왜 본인을 도와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나태웅이 가져온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코끝으로 안지영의 코끝을 가볍게 눌렀다.“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심장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정, 정말이에요?”‘잘못 들은 건가? 그 사람이 선명 씨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현재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 사람을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랑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장선명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안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선명을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얘기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나랑 그 사람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안열이 전에 얘기해줬을 텐데.”“그래도 남자들
“얘기해 봐. 어떻게 해야 화를 풀 거야.”“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였다면서요!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겨요?”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장선명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거야? 나는 왜 모르겠지.”“이...”안지영은 인정하지 않는 장선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난 거야?”“당연하죠. 난 대용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빠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안지영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적으로 돌려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이 좋았다.“누가 그래, 네가 대용품이라고. 나태웅이 그래?”장선명이 안지영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얘기했다.그 말투는 마치 딸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안지영은 장선명을 힐긋 보더니 얘기했다.“수많은 사진이 증명하고 있잖아요.”그 사진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그 사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나태웅을 믿지 마. 응?”“흥.”“아직도 화가 난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안 들을래요!”안지영은 아예 고개를 홱 돌렸다.안지영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려주는 사람이었다.장선명은 화가 나 등을 돌린 안지영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원래는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반응을 보니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알았어. 설명할게.”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일로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요. 됐어요. 설명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진실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그 말에 안지영은 또 참지 못하고 장선명을 가볍게 때렸다.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