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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Author: 유진
“그…… 그런데 나 동창들 앞에서 너 망신 당하게 했잖아. 신정민한테 그런 꼴도 당하게 하고…….”

“그건 걔네가 그런 거지 너랑 무슨 상관인데?”

‘나랑 당연히 상관있지!’

민화영은 속으로 소리쳤다. 생전 처음 죄를 뒤집어쓰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됐어. 다른 일 없으면 가봐 나 일하러 가봐야 해.”

말을 마친 임유진은 화영의 죽상이 된 얼굴을 보지 못한 것처럼 돌아서 건너편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유진은 화영이 오늘 무슨 바람이 불어 이렇게 사정하는지는 몰랐지만 그날 일은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유진이 바닥을 절반쯤 쓸었을 때 웬 인형 하나가 갑자기 유진 앞에 나타났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곽동현이었다.

동현은 얼굴을 살짝 붉힌 모습으로 용기를 낸 듯 입을 열었다 .

“유진 씨, 저 미옥 씨한테 들었는데 유진 씨는 지금 연애할 마음이 없다고 했다면서요? 그런데…… 그런데 저 정말 진심이에요. 기다릴게요. 유진 씨가 언젠가 다시 연애하고 싶어질 때 저 찾아와 줘요.”

말을 마친 동현은 자기가 한 말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얼른 말을 바꿨다.

“아니, 저 찾아오는 게 아니라 저라는 사람이 유진 씨를 기다리고 있다는 거 기억해 줘요…….”

유진은 멍하니 상대를 바라봤다. 솔직히 거절당하고도 동현이 이렇게 다가온다는 게 놀라웠다.

“동현 씨 충분히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어요. 저 환경미화원이라서 인맥도 없고 미래에 대한 보장도 없어요. 좋은 아내감은 더욱 아니고요.”

“그래도 전 유진 씨가 좋아요.”

이 말을 내뱉은 동현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붉어졌다.

“서민옥 씨한테 들었는데 유진 씨 남자친구도 없다면서요. 저 기다릴게요.”

“그래도…….”

유진은 끝까지 거절하고 싶었지만 붉게 상기 채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동현을 보자 입을 다물었다. 적어도 눈앞의 남자는 지금 유진에게 진심인 건 확실했다. 미옥이 말했던 것처럼 성실한 사람인 것도 맞고.

이런 남자는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유진이 감옥에 갔었다는 걸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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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야. 너 일 바쁘면, 나 혼자 가도 돼.”임유진이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같이 갈 거야.”하지만 강지혁이 단호하게 답했다.“그분들은 네 스승님과 그분 사모님이시잖아. 네가 항상 감사하다고 말했었고, 너랑 현이한테 잘해주셨다며. 그런 분들이라면 나도 당연히 감사해야지.”임유진은 천천히 강지혁의 가슴에 기대어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맞아...정말 고마운 분들이야. 그때 스승님이 아니었으면, 나 그곳에서 정말 힘들었을 거야. 얼마 전에도 나 때문에 스승님 명예에 누를 끼칠 뻔했는데... 지금도 죄송할 따름이야.”“걱정 마. 내가 네 스승님께 꼭 보답할 거야. 원하시는 게 있다면 뭐든 해드릴 수 있어.”강지혁은 말끝을 부드럽게 낮추며 그녀를 다독이듯 말했다.임유진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스승님은 아마 안 받으실 거야. 워낙 바르고, 심성이 착하신 분이셔서 법 공부 외엔 다른 취미도 거의 없거든. 스승님이 가장 신경 쓰시는 건 사모님이야. 사모님 다리... 그게 늘 마음의 짐이신 것 같아.”임유진은 말을 하다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아, 맞다. 이번에 사모님 오시면 소영훈 선생님께 모시고 가 보자. 혹시 다리 치료 가능할지 알아봐야지.”“사모님 다리가 많이 안 좋으셔?”강지혁이 물었다.“예전에 사고로 무릎을 다치셨어. 그 뒤로 걸음걸이가 좀 불편하셔. 멀리 걷는 것도 어렵고 계단 오르내리는 건 특히 힘드셔.”임유진은 잠시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스승님은 그 사고가 본인 탓이라고 생각하셔. 늘 죄책감에 시달리시거든. 그래서 지금까지 전국에 있는 유명한 병원을 거의 다 찾아다니셨지. 전문가들도 많이 만나셨고... 그런데도 사모님 다리는 나아지질 않았어.”“그러면 이번에 오시면 먼저 소영훈 선생님께 진료받게 하고, 나도 따로 전문가들 찾아볼게.”강지혁이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사흘 뒤, 강지혁은 임유진과 함께 공항에 나가 권건우 변호사 부부를 마중했다.강지혁은 권건우의 얼굴을 보자마자 단번에 알아볼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834화

    백연신이 한지영을 향한 그 냉담한 태도는 임유진의 속을 뒤집어놓기에 충분했다.한지영은 분노가 벼락같이 치솟았고, 결국 참지 못하고 뺨을 올려버린 것이다.“넌 그냥, 지영씨를 너무 신경 써서 그래.”강지혁이 조용히 말했다.“게다가, 백연신 씨 표정 보니까... 너한테 뺨 맞은 게 중요한 게 아니었어. 그 사람이 어떤 반응을 하든, 결과는 똑같았을 거야.”백연신이 한지영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보인 그 눈빛... 마치 마음이 산산조각 난 사람처럼, 더는 절망할 것도 없는 듯한 눈이었다.강지혁은 같은 남자로서 직감하고 있었다. 백연신은 한지영을 사랑하지 않은 게 아니라, 오히려... 너무도 깊이 사랑했기에 더는 버틸 수 없었던 거라고.“그런데 방금 그 사람 말투 보면 말이야.”강지혁은 다시 입을 열었다.“이 관계를 끊자고 먼저 말한 쪽은 지영 씨 같아. 백연신 씨는 그냥 그걸 받아들였을 뿐이고.”임유진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지영이 감정이 좀 가라앉으면... 그때 조심스럽게 물어볼게.”하지만 곧 입꼬리가 내려앉았다.“아니, 물어본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백연신 그 사람 태도 보니까, 지영이에 대한 감정 같은 건 다 끝나버린 것처럼 보였어. 설령 다시 만난다고 해도, 그 둘이... 진짜 행복할 수 있을까?”강지혁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생각에 잠긴 듯 조심스럽게 말했다.“어쩌면... 감정이 식은 게 아니라, 너무 깊이 사랑해서 상처가 더 컸던 걸지도 몰라.”“그게... 무슨 말이야?”“지영 씨가 백연신 그 사람을 더 깊이 다치게 한 건 아닐까... 그 사람이 못 견딜 만큼.”“말도 안 돼. 지영이가 무슨 수로 그 사람을 다치게 해? 지금 지영이 상태 봐, 병원에 누워서 태아가 무사한지도 아직 모르잖아.”임유진은 울분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강지혁은 그 말에 더는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 병원 쪽에 내가 연락해 볼게. 무슨 일이 있어도 지영 씨 뱃속 아이는 꼭 지켜야 하니까.”“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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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832화

    “안 물어봤어?”“지영이가 말을 안 하더라고. 그래서 더 묻지 않았어.”임유진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조심스레 말했다.“혁이, 네가 백연신 씨의 행방을 알아볼 수 있을까? 난 꼭 그 사람을 만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직접 확인해야겠어.”강지혁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넌 참, 한지영 씨를 많이 신경 쓰는구나.”“지영이는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야. 지영이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테니까.”그녀의 말에 강지혁은 몸을 살짝 기울여 그녀와 눈을 맞췄다. 그의 눈빛엔 농담 하나 섞이지 않은 뜨거움과 간절함이 섞여 있었다.“그럼 나는? 넌 한지영 씨보다 날 더 신경 쓰는 거야, 아니면 덜한 거야?”그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그녀는 잠시 숨을 멈추었다.그의 눈동자에는 장난스러운 기색과 진심이 교차하다가, 이내 깊은 갈망으로 바뀌었다.그는 알고 있었다. 임유진에게 한지영이 어떤 의미인지.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마음속에서 자신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길 바라고 있었다.조금이라도 더. 단 하나의 마음이라도...그 욕심은 누구에게도 아닌, 오직 그녀에게만 허락된 것이었다.임유진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설마 지금 질투하는 거야?”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지영이는 내 평생 친구고, 넌 내 남편이야. 비교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알아. 그런데도 이렇게 질투가 나. 내가 좀... 바보 같지?”강지혁은 쓸쓸하게 웃으며 그녀의 안전벨트를 천천히 채워주었다.그 말에 임유진의 가슴 어딘가가 아릿하게 저며왔다.그가 손을 거두려는 순간, 임유진이 그 손을 붙잡았다.아직 다 회복되지 않은 손이었지만, 그녀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담아 그의 손을 꼭 쥐었다.“왜 그래?”강지혁이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바보 아니야. 우리 혁이가 왜 바보야?”임유진은 조용히 눈을 맞추며 말했다.“그건... 날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잖아.”그녀의 눈동자엔 한 점 거짓 없는 진심이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831화

    “지영아, 우리야 뭐, 이 나이에 사람들 말이 뭐가 무섭겠니? 우린 그냥... 네가 앞으로 후회 없이 잘 살아주길 바랄 뿐이야.”이해영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결혼도 하지 않은 채 아이를 낳겠다는 선택... 그건 딸이 스스로 험난한 길을 가겠다고 마음먹은 것과 같았다.한지영의 콧등이 시큰해졌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긴 세월 동안 부모는 자기 때문에 마음고생을 해왔다는걸.하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지금 더 뼈아프게 다가왔다.한종훈은 무겁고 단단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정말 이 아이를 지켜내겠다는 거냐? 후회하지 않겠어? 애 키우는 건, 강아지랑 고양이 키우는 거랑은 다르다. 앞으로 네 인생... 생각보다 훨씬 고될 수도 있어.”한지영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이미 마음 정했어요. 후회 안 해요. 이 아이가... 제 뱃속에 있는 한, 저는 이 아이의 엄마니까...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그 말에 아버지는 미간을 지그시 좁히다가 곧 허리를 펴고 일어섰다.“그래. 그렇다면 낳자. 우리 집이 뭐, 애 하나 못 키우겠냐? 아빠가 지켜줄게. 너도, 그 아이도...”그 말에 한지영은 울컥한 감정이 다시금 밀려와 눈물을 쏟고 있었다.“아이고, 얘야. 울지 마, 울지 마! 너 지금 울면 안 돼. 감정 흔들리면 태아도 힘들어진단다.”이해영은 다급히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응... 안 울게요. 안 울게요.”한지영은 억지로 눈물을 멈추려 애쓰며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그녀는 그저 뱃속의 이 작은 생명이 무사히 버텨주기를 간절히 바랐다.그 시각, 임유진이 숨을 헐떡이며 병실에 들어섰다. 한지영이 입원했다는 말을 듣고는 바로 병원으로 달려온 것이었다.그리고 그토록 오래 이어져 온 한지영과 백연신의 사이가 완전히 끝났다는 사실을 듣자, 임유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불과 이틀 전만 해도... 한지영은 백연신과 다시 시작할지도 모른다고 했었다.그런데, 어쩌다 모든 게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830화

    한지영의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달려온 그녀의 부모는 산부인과 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딸을 보고는 깜짝 놀라 허둥지둥 달려왔다.그녀의 팔에는 링거가 꽂혀 있었고 얼굴도 창백하기 짝이 없었다.“무슨 일이야? 갑자기 입원은 또 왜? 혹시 뱃속 아이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이해영이 다급하게 물었다.이곳은 시내에서도 가장 유명한 산부인과 전문병원이었다. 내로라하는 전문의들이 있는 곳이라 급한 상황이면 대개 여기로 온다.“입원해서 안정을 취해야 할 것 같아요. 오늘 아침에... 길에서 교통사고가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 아이 상태가 좀 안 좋아요.”한지영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뭐? 교통사고?!”그녀의 부모는 놀라 동시에 목소리를 높였다.“아침에 사고가 났는데, 지금 이 시간까지 연락도 안 하고 뭐 한 거니?!”벌써 오후 네 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부모는 딸의 사고 경위를 재차 물으며 걱정했지만, 차가 가드를 들이박은 사고였고, 몸에 난 상처는 대부분 충격으로 인한 멍뿐이라는 설명에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아이는... 상태가 어때?”이해영이 조심스레 물었다.“그리 좋진 않아요. 지금 심장 박동이 많이 약해서... 유산될 위험이 크대요. 그래서 병원에 며칠 입원해서 안정 치료받으라고 했어요.”그녀는 조용히 대답하며 링거 맞고 있지 않은 손을 살며시 배 위에 얹었다.사실 오늘 백연신이 병실을 떠난 직후, 그녀는 의사에게 아이를 지우겠다며 수술을 요청했다.하지만 수술 동의서가 그녀의 손에 쥐어졌을 때... 펜을 드는 순간, 손끝이 떨리며 도저히 서명할 수 없었다.그저 눈물이 마구 쏟아졌고, 종이 위를 적셨다.결국 그녀는 서명하지 못하고 이곳,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 병원을 옮겼다.그것이 아마 모성애인 듯하다. 이성은 분명 아이를 지우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하지만, 감정은 말한다...“그래도... 이 생명을 내 손으로 끝낼 수는 없어.”이 아이가 스스로 그녀를 떠난다면 그건 받아들이겠지만, 그렇지 않고 아이가 하루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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