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미끼를 놓은 지 나흘째 밤, 왕부의 담을 넘는 자가 있었다.달이 얇은 밤이었다. 왕부의 등불은, 안채 서쪽의 한 방에만 오래 밝혀져 있었다. 지킬 것이 그 방에 있는 것처럼.담을 넘은 자는, 그 불빛을 향해 움직였다.왕부의 밤은 고요했다. 지난 여러 밤 그러했듯, 안채 서쪽의 방 하나만 불이 켜져 있었다. 나머지 창은 다 어두웠다.그 어둠은, 강무진이 만든 어둠이었다. 호위를 물린 어둠이었다. 넘어온 자에게는, 지키는 자가 없는 밤으로 보였을 것이었다.*강무진은 그 밤을 기다리고 있었다.미끼를 문 손이 어디로 드는지를 보려면, 막지 말고 들여야 했다. 그는 왕부의 호위를 안 보이는 자리로 물리고, 담과 그 방 사이의 어둠에 몸을 낮췄다.넘어온 자는 둘이었다.하나는 담 위에 남아 밖을 살폈고, 하나는 마당을 가로질렀다. 걸음이 익숙했다. 왕부의 마당 구석구석을 아는 걸음이었다.바늘로 눌린 밤을 그려 보낸 사람이 아니면, 그렇게 익숙할 수 없는 걸음이었다.마 어멈이 그려 보낸 왕부의 밤이, 이 걸음을 여기까지 데려왔다.가짜 밤을 사 간 자들이, 그 가짜 밤을 믿고 진짜 담을 넘었다. 왕부가 그려 판 어둠 속으로, 저들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왔다. 숨었다고 여긴 자리가, 실은 다 보이는 자리였다.*마당을 가로지른 자가, 밝혀진 방의 문 앞에 섰다.그리고, 갓을 벗었다.강무진은 그 얼굴을 어둠 속에서 보았다.석중이었다.석중이 방문에 손을 대는 순간, 강무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밀서를 찾는 손을 잡는 것으로는, 실의 한 점만 끊길 뿐이었다.그가 기다린 것은, 석중이 아니었다.석중을 잡는 것은, 실의 한 점을 끊는 일이었다. 강무진이 기다린 것은, 석중이 그 방 안에서 무엇을 하는가였다. 빈 함을 열고 무엇을 찾는지, 아니면 그 자리에서 다른 누구에게 무엇을 남기는지. 한 점을 잡기보다, 그 점이 어느 점과 이어지는지를 보는 것이 먼저였다.*석중이 방 안으로 들었다.방 안에는, 밀서 대신 빈 함 하나가 촛불 아래 놓여 있었다. 붉
북에서 온 봉함을, 월령은 그날 밤 홀로 폈다.흰 바둑돌 자국이 눌린 봉함이었다. 안에는 서신 한 줄과, 향 먹인 종잇조각, 붉은 실 물표가 들어 있었다.'북의 그늘과 남의 그늘이, 한 실이다.'월령은 그 물표를 오래 보았다.독고가 상단. 자녕궁의 그늘이 기대어 선 상단이자, 왕부의 기름통 안으로 실을 뻗은 손. 그 실이, 북의 흑령에게까지 닿아 있었다.멀리 떨어진 북과 남이, 한 손 안에서 세어지고 있었다.*이제 월령은, 실의 전부를 보았다.성 밖 역참, 남쪽 절터, 궁성의 문, 동쪽 처소, 그리고 북의 흑령. 그 모든 점을 꿴 실의 한 끝에, 얼굴 없는 '연'이 있었다.실이 이렇게 길면, 어디를 끊어도 나머지가 다시 이어졌다. 석중을 잡으면 새 심부름꾼이 왔고, 채운 상궁을 내치면 새 상궁이 앉았다.끊어서 될 일이 아니었다.한 자리에서, 그 실이 스스로 엉키게 해야 했다.엉키게 하려면, 저들이 탐낼 것을 한 자리에 놓아야 했다. 실을 쥔 자가 반드시 가지러 올 것을. 그것을 가지러 오는 걸음이, 흩어진 점들을 한 자리로 불러 모을 것이었다.미끼는 걸음으로는 부족했다. 걸음은 사람 하나를 부를 뿐이었다. 물건이라야, 그 물건에 목이 매인 여럿을 한꺼번에 불렀다.*월령은 마 어멈을 통해, '연'에게 미끼 하나를 흘렸다.이번에는, 걸음이 아니라 물건이었다.'왕부의 안주인이, 지난겨울 섭정왕이 북에서 보낸 밀서 한 통을 가지고 있다. 그 밀서에, 독고가 상단의 이름이 적혀 있다.'지어낸 밀서였다. 그런 밀서는 없었다. 그러나 '연'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밀서였다.제 이름이 적힌 종이가 왕부에 있다면, '연'은 그것을 가만두지 못했다. 사람을 보내 확인하거나, 없애려 할 것이었다.미끼를 문 자리에서, 실이 엉킬 것이었다.*"위험하지 않겠습니까."강무진이 낮게 물었다.밀서를 노린 손이 왕부로 들면, 그 손이 안주인에게 닿을 수도 있었다."위험해."월령이 말했다."그러나 위험하지 않은 미끼는, 아무도 물지 않아. 저
북의 봄은, 골짜기를 하나씩 되찾을 때마다 조금씩 가까워졌다.위지헌은 세 번째 골짜기를 되찾던 날, 흑령의 진막에서 사람 하나를 산 채로 잡았다.흑령의 병사가 아니었다. 흑령의 옷을 입었으나, 창을 쥔 자의 몸이 아니었다. 붓을 오래 쥔 자였다.저들에게 이 땅의 셈을 가르친 자였다.위지헌은 그자를 오래 보았다. 흑령의 갑주는 몸에 맞지 않았고, 손등은 볕에 그을리지 않아 희었다. 창을 든 적 없는 손이, 창을 든 자들 틈에 섞여 있었다.전장을 오래 오간 눈은, 그런 자 하나를 대오 속에서 골라냈다. 창은 창을 알아보고, 붓은 붓을 알아보았다.*그자는 흑령의 말을 몰랐다.흑령의 진막 한가운데에서, 흑령의 말을 못 하는 자가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도성의 말을 쓰는 자였다.위지헌은 그자를 심문하지 않았다. 심문은 말을 짜냈으나, 말은 거짓도 함께 실려 나왔다. 대신, 그자의 몸에서 나온 것을 보았다.품에서, 향을 먹인 종잇조각 하나가 나왔다. 도성 남쪽에서 나는 향이었다. 그리고 소맷단 안쪽에, 붉은 실로 짠 작은 물표가 있었다.독고가 상단의 물표였다.위지헌은 그 물표를 손끝으로 만졌다. 붉은 실의 매듭이 낯익었다. 지난가을, 심가의 소금값을 흔들던 자가 쓰던 것과 같은 매듭이었다. 도성 저잣거리에서 곡식값을 흔들던 실이, 북의 국경에서 흑령의 셈을 흔들고 있었다.같은 실이, 곡식과 창을 함께 흔들었다.*심도윤이 그 물표를 보고 낮게 말했다."북의 흑령과, 남의 상단이 한 실로 묶여 있습니다.""오래된 실입니다."위지헌이 말했다."흑령에게 이 땅의 셈을 가르쳐 저들을 오래 국경에 매어 두면, 도성의 어느 손은 그 틈에 자랍니다. 북이 시끄러울수록, 남의 그늘이 넓어집니다."심도윤의 눈이 서늘해졌다.딸이 도성에서 쫓는 그림자와, 이 북의 진막에서 나온 물표가, 같은 붉은 실이었다.두 장수는 그 물표를 오래 보았다. 북의 국경을 여러 겨울 지킨 노장도, 도성의 판을 여러 봄 읽은 섭정왕도, 그 실 하나 앞에서는 같은 자리에 섰
세 번째 다회는, 황후가 아니라 봄꽃 구경을 핑계로 열렸다.내명부의 여인들이 어원의 살구와 복사꽃 아래를 거닐었다. 걷는 자리에서는, 앉은 자리보다 말이 헐거워졌다. 월령은 그 헐거워진 틈을 기다렸다.어원의 봄은 궁 밖의 봄보다 반 박자 늦었다. 담이 높아 볕이 늦게 들고, 늦게 든 볕이 오래 머물렀다. 살구와 복사가 한꺼번에 피어, 걷는 여인들의 소맷자락에 꽃잎이 얹혔다.꽃 아래에서도, 누구도 크게 웃지 않았다. 궁의 웃음은 늘 반쯤 접혀 있었다. 접히지 않은 웃음은, 류담희 하나뿐이었다.류담희가 곁에 붙어, 여전히 재잘거렸다."왕비마마, 저 복사꽃 아래가 청화각 뒤뜰이에요. 제가 밤에 앉아 있는 자리요.""밤에도 그 자리에 앉느냐.""잠이 없어서요. 달이 밝으면, 꽃 그림자가 담에 지는 게 예뻐서."월령은 그 자리에 서서, 담 너머를 보았다.청화각 뒤뜰에서는, 궁의 여러 처소 뒷문이 한눈에 들어왔다. 낮에는 다 같아 보이는 뒷문이었다. 그러나 밤에 어느 문이 열리는지는, 밤에 그 자리에 앉는 사람만 알았다.*"그 밤 가마 말이다."월령이 낮게 물었다."어느 문에서 나오더냐."류담희가 손가락으로 담 너머를 가리켰다. 여러 뒷문 가운데, 동쪽 끝의 하나였다."저 문이요. 늘 저 문에서만 나와요. 다른 처소는 밤에 문을 안 여는데, 저 문만."월령은 그 문을 눈에 담았다.동쪽 끝의 처소. 내명부의 위계에서,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자리였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자리이기도 했다.눈여겨보지 않는 자리가, 눈을 감추기에는 가장 좋은 자리였다.높은 처소는 늘 눈이 많았다. 눈이 많은 자리에서는, 밤에 가마 하나도 몰래 낼 수 없었다. 그늘을 감추려는 손은 높은 자리가 아니라, 눈에 띄지 않는 중간 자리를 골랐다. 아무도 오르내리려 다투지 않는 자리. 그래서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자리.*돌아오는 회랑에서, 월령은 설련과 다시 스쳤다.이번에는, 설련이 먼저 걸음을 멈췄다."섭정왕비마마.""무슨 일이냐."설련은 잠깐 말을
적련초를 받은 이튿날, 월령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심가에 사람을 두는 것이었다.위지헌의 명이 아니었다. 왕부의 군사를 심가 앞에 세우면, 순검 없는 왕부가 사가를 지킨다는 새 흠이 되었다. 그래서 월령은 군사 대신, 강무진 하나를 장사꾼의 걸음으로 심가 담 밖에 두었다.보이지 않게 지키는 것. 지난겨울 위지헌이 그녀에게 해 주던 것을, 이번에는 그녀가 어머니에게 했다.강무진은 소금 자루를 진 장사꾼 차림으로, 심가 담 모퉁이 국숫집 평상에 앉았다. 하루에도 몇 번, 국수 한 그릇을 시켜 놓고 오래 앉아 있는 장사꾼이었다. 심가 대문으로 드는 자와 나는 자가, 그 평상 앞을 지났다.지키는 사람이 보이면, 노리는 자가 몸을 사렸다. 보이지 않으면, 노리는 자가 제 발로 걸어 들었다. 강무진은 보이지 않는 쪽을 골랐다. 걸어 드는 발을 잡는 편이, 담 밖에서 겁을 주어 돌려보내는 것보다 나았다.*낮에, 월령은 친정에 들렀다.혼인한 딸이 친정을 찾는 것은 흉이 아니었다. 손에는, 지난번 유씨가 가져온 약과 함의 답례로 봄나물 한 소쿠리가 들려 있었다.유씨는 딸을 반겼다. 병색이 옅어진 얼굴에, 봄볕이 앉아 있었다.월령은 어머니에게, 적련초를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어머니는 전생을 모르는 채로도 무서워할 것이었다.대신, 다른 말을 했다."어머니, 요즘 대문을 낯선 사람에게 함부로 열지 마세요.""…무슨 일이 있느냐.""봄이 되면 도성에 뜨내기가 많아서요. 방어멈에게도 일러 두세요. 약도 음식도, 아는 손에서 온 것만 드시고요."유씨는 딸의 얼굴을 잠깐 보았다.무언가를 감추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 감춤이 딸을 위한 감춤임을, 어미는 알았다."…알았다."유씨는 더 캐지 않았다. 다만 딸이 돌아간 뒤, 부엌의 약단지를 모두 새로 봉하게 했다.유씨는 딸의 말끝에서, 오래전 심가에 붉은 예함이 들던 겨울을 떠올렸다. 그때도 딸은 무섭다는 말 대신, 대문을 조심하라는 말로 집을 지켰다. 무엇을 아는지는 말하지 않고, 무엇을 하라는 것만 일렀다.
북에서 세 번째 서신이 온 날, 남에서도 한 가지가 왔다.두 가지가, 같은 저녁에 왕부에 닿았다.*북의 서신은, 여전히 한 줄이었다.'골짜기 둘을 되찾았다. 봄이, 조금 가까워졌다.'월령은 그 한 줄에 잠깐 웃었다. 봄이 가까워졌다는 말은, 그가 무사하다는 말이기도 했다. 다친 데를 적지 않는 사람이라, 그녀는 그 짧은 안부에서 무사만을 읽어 냈다.그러나 그 웃음은, 함께 온 군보 앞에서 곧 걷혔다.그 아래, 군보 한 장이 함께 있었다.되찾은 마을에서 흑령의 진막을 뒤지다, 낯선 물건 하나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이 땅의 눈과 길을 그린 지도였다. 흑령의 거친 글씨가 아니었다. 도성의 손이 그린 지도였다.그 지도의 귀퉁이에, 향을 먹인 자국이 있었다.향을 먹인 종이는 오래 두어도 좀이 슬지 않았다. 귀한 문서에나 쓰는 손질이었다. 국경 밖으로 나가는 지도에 그 손질을 한 자는, 그 지도를 오래 쓰려 한 자였다. 한 철의 노략이 아니라, 여러 해의 셈을 그린 자였다.월령은 그 군보를 읽고, 남쪽 절터의 향을 떠올렸다.북의 능선 뒤에 선 그림자와, 남의 절터에서 향을 대는 그림자가, 한 그림자일지도 몰랐다. 두 개의 봄이, 하나의 그늘 아래 있었다.*같은 저녁, 마 어멈이 통에서 새것 하나를 꺼내 왔다.이번에는, 종이가 아니었다.마른 꽃 한 송이였다.여러 번 접힌 종이 대신, 마른 붉은 꽃 한 송이가 통 바닥에 놓여 있었다.월령은 그 꽃을 보았다.그리고, 숨이 한 박자 멎었다.적련초였다.*붉은 다섯 잎이, 마른 채로도 그 빛을 잃지 않았다. 여느 꽃이라면 마르며 빛이 죽었다. 적련초는 독을 품은 채로 말라, 붉은빛만 남았다.월령은 그 꽃을 전생에 딱 한 번 보았다. 어머니의 약사발 곁에, 마른 잎 몇이 떨어져 있던 날. 그날 그녀는 그것이 무슨 꽃인지 몰랐다. 알았을 때는, 어머니가 이미 없었다.전생에, 그 꽃이 어머니를 죽였다.유씨는 그 붉은 꽃의 독을 먹고, 딸보다 먼저 갔다. 이번 생에, 월령은 그 꽃이 피기 전에
회색 실은 따뜻한 물 위에 놓이자 조금씩 풀어졌다.청아는 작은 사기 대접에 손을 얹고 앉아 있었다. 물이 식지 않도록 대접 아래에 천을 두 겹 깔았고, 옆에는 깨끗한 마른 수건을 세 장이나 준비해 두었다. 평소 같으면 필요보다 많은 준비라며 스스로 민망해했을 아이가,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은매는 그 앞에서 숨만 쉬었다.실은 동생의 손목에 있던 것과 같았다. 어미가 낡은 속곳 자락을 꼬아 만들었다던 빛. 희지도 검지도 않은 회색. 약하게 한 번, 세게 한 번 묶는 버릇까지 같았다.하지만 손은 없었다.그 사실이 방 안
북문으로 가는 역참길은 대연의 목처럼 길고 단단했다.경성에서 북쪽 변경까지 이어지는 길은 처음에는 넓고 평평했다. 황실의 마차와 호부의 군량 수레가 오가야 했으므로, 돌은 깊게 박혔고 길가에는 관목이 낮게 다듬어져 있었다. 그러나 하루만 더 올라가면 길은 곧 좁아졌다. 산기슭이 다가오고, 바람은 말의 갈기 사이로 칼끝처럼 스며들었다.그 길을 아는 사람들은 북문로라 불렀고, 장부를 쓰는 사람들은 병량 제삼로라 적었다.같은 길이었다.누구에게는 남편과 아들을 삼키는 길이었고, 누구에게는 창고의 숫자가 줄어드는 줄이었다.은매의 동
은매가 사라졌다는 말은 밤공기보다 먼저 월령의 손끝에 닿았다.청아는 거의 뛰어오다시피 했으나, 마지막 몇 걸음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숨은 목구멍에서 가늘게 부서지고 있었고, 치맛자락에는 서원당 뒤뜰의 젖은 흙이 묻어 있었다. 품 안에 넣어 두었던 열쇠가 삐져나와 달빛을 받았다."제가 문을 잠갔습니다."청아가 울음을 삼키며 말했다."분명히 안에서 잠그고, 바깥 고리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월령은 먼저 아이의 손을 보았다. 열쇠를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거짓말하는 손이 아니었다. 너무 놀라 제 잘못을 먼
아침 햇살은 젖은 종이를 가장 먼저 찾아왔다.비가 그친 다음날의 빛은 맑았으나 따뜻하지는 않았다. 서원당 대청 앞마당에 길게 비껴든 볕은 아직 물기를 품은 돌바닥 위에서 희게 부서졌고, 처마 끝에 남은 마지막 물방울들은 가끔씩 떨어져 마른 소리를 냈다.청아는 낮은 평상 셋을 대청 아래에 나란히 놓았다.그 위에 흰 천을 깔고, 다시 그 위에 등초본을 베껴 쓸 때 받쳤던 흡지를 한 장씩 펼쳤다. 종이는 밤사이 눅어 가장자리가 아주 조금 말려 있었고, 먹이 스친 곳에는 흐릿한 그림자가 남았다."젖은 종이는 그냥 두면 곰팡이가 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