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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작가: 한엘리
last update 게시일: 2026-07-12 23:40:03

[공고]

인사 발령

다음과 같이 인사 발령을 공고합니다.

1.패션사업부   본부장: 현에단

2.해외사업부   본부장: 최강현 

다니엘은 김 주임, 노 대리와 공고를 보고 서 있었다. 점심을 먹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총괄 기획부 앞의 게시판에 걸린 공고를 보았다.

이미 사내 게시판에 공고가 있었지만, 종이 공고를 지나쳐 가지 않고 서 있었다.

‘현에단이라…’

다니가 알기로는 민호는 친형은 없었다. 방학 때 가끔 유학 중인 친척 형이 와서 가족 여행을 간다고 했었다. 

자신이 있는 곳을 미리 말해 준 것이었고 가족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여름마다 가족 여행에 동행하는 형이 있었는데 그 분일까?’

혹시 자신과 민호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안다면, 연락처는 고사하고 최민주 여사에게 정보를 줄 수도 있다.

수진이, 효은이 둘은 다니의 고등학교 친구였고, 경수와 민호도 고등학교 클럽으로 미술반을 했었다. 

클럽을 두 개 골라야 해서 경수와 민호는 두 번째 클럽처럼 참여했었다. 그리고 그 둘은 꽤 친한 사이였다.

변호사가 된 경수와 상담을 했었다. 민호 집안에서 아이를 인지하더라도 법이 있으니, 아이를 쉽게 데려갈 수 없다고 했다. 

아이 문제는 그렇지만, 인턴 내보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민호의 절친이었던 경수는 친자확인 소송하고 양육비, 변호사비도 받으라고 했었다.

경수가 분노해 다니와 효은이 앞에서 책상까지 주먹으로 친 날이었다. 

하지만 그날도 다니는 여전히 민호를 사랑하고 있었다. 

“다니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냥 더워서요. 아까 식당에서 많이 더웠나 봐요.”

“그래, 정식당이 가격도 싸고 맛도 좋은데 좀 덥긴 해. 시원한 커피나 마시러 가자.”

김 주임의 팔을 살짝 잡고 다니가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는 팔짱을 끼거나 포옹하는 것을 잘 못했지만, 생각이 많아서인지 사실 좀 어지러웠다.

다니의 책상이 보이는 탕비실에서는 임 주임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있는  듯했다. 다니는 어지러워 자기 책상에 엎드렸다.

민호 생각으로 요즘 정신이 없었다. 파란 하늘이 오늘은 왠지 그와 같이 보는 하늘 같았다. 

[카사 우모]는 대영어패럴의 프리미엄 남성복 정장 라인이었다. 

가을겨울 시즌 마무리에 들어가면서 다니는 남성 정장 라인 팀으로 들어갔다.

자재 창고의 자재와 재고 파악이 겨우 끝났는데 바로 마지막 시즌 마감에 참여하게 되었다.

기본 형태의 유행과 컬러가 중요한 남성복 라인에서 칼라맵을 만드는 다니가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여성복 라인에서도 신다니 사원을 원했다. 이태하 팀장은 전혀 신다니 사원을 내 줄 마음이 없었다.

슈트와 재킷 슬랙스 드레스 셔츠의 기본 디자인은 나왔다. 김 주임, 이동민 대리, 허성찬 주임이 한 팀이 되었다. 

이동민 대리는 뭐가 불만인지 신다니에게는 인사도 주문도 없었다.

이태하 팀장이 만들 가을겨울 정장 코트 중 나름 파격적인 디자인이었다. 

정장인데 어깨선을 내리는 드롭 숄더 디자인이었다. 길이는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오버사이즈 코트였다.

고급 원단으로 하면 가격이 상당할 것이었다.

디자인도 고급 라인이지만 젊은 사람이거나 옷에 관심이 많지 않으면 입기 어려운 디자인이었다.

각 디자인들을 패턴 실에서 보고 있는데 팀장님 디자인은 패턴 수정 요청이 자주 왔다. 패턴이 나오면 샘플팀은 안산에 있는데 샘플도 여러 번 확인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일이 본격적으로 바빠지고 있었고, 가을겨울 시즌 마감까지는 거의 야근을 한다고 했다.

다니는 평일에는  동하를 수진이 어머니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동하는 4시 하원에 나름 만족하며, 주말에는 엄마와 오래 놀기로 손가락을 걸었다.

하지만 이번 주 금요일은 워크숍 겸 체육대회라 아이를 토요일에나 볼 수 있었다.

아이까지 맡기고 가는 1박 2일 워크숍에서 다니의 숨겨진 춤과 노래 솜씨를 보이기로 했다.

고교 때부터 연희대 여신까지 다니가 공연하면 추종자들이 나왔다. 다니는 그것을 잘 몰랐다. 

체육대회 준비를 위해 디자인 부서 술이나 한잔하고 헤어지기로 했다. 회사 빌딩에서 1차 2차가 다 되니 편했다. 대신 추태 부리면 소문이 퍼지는 구조였다.

‘1차는 필수 2차는 선택’의 구호 의미는 이랬다. 1차는 보통 식사 겸 술로 8시나 9시 파장이고 2차는 노래방이나 술집으로 이어가는 거였다.

내일 단체 버스 타고 자자며 9층에 분위기 좋은 술집이자 레스토랑으로 내려갔다.

9층의 레스토랑 술집에 들어왔다.

식사 메뉴라 해봤자 피자와 파스타였다. 그리고 떡볶이 안주가 있었다. 김 주임과 노 대리가 다니 옆에 앉았다.

떡볶이와 맥주를 시킨 여자들 앞에 이동민이 천천히 다가왔다.

“자, 술 한잔씩 받아요.”

다니는 맥주잔에 남은 반 잔을 마시고, 빈 컵을 내밀었다.

“나 이동민이예요. 10년 차 디자이너.”

이동민은 맥주를 딱 잔 높이에 맞게 따랐다.

“네, 알고 있습니다. 대리님.”

“다니씨? 결혼한 거예요?”

이동민은 한쪽 얼굴을 찡그리면서 왜인지 화가 나 있었다.

“아, 아니예요. 싱글맘이예요.”

“그럼, 진작 미혼모라고 하지 왜 결혼했다고 했어요?”

“거짓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해명하기 귀찮아서. 조심하겠습니다.”

“그만해요.”

김 주임이 나서서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유부녀라고 해서 시작된 거니까 그만 해요. 개인 프라이버시를 따지는 거예요.”

테이블에서 김 주임 목소리가 커지자, 이태하가 다가왔다.

“이 동민 대리, 제 자리로 가요. 개인적인 문제를 그런 식으로 물으면 됩니까?”

직원들은 그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조심하는 수 밖에 방법이 없었다.

그는 다니가 자신이 관심을 가지지 못하게 결혼을 했다고 말했다고 믿고 있었다.

다니는 그의 시선에 왜 겁이 났다 하지만 이동민이 그 사실을 알게 하면 안 된다.

두 눈에 힘을 주고 있었지만  겁을 먹은 큰 눈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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