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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귤이
다인은 순간 머릿속이 열기로 가득 차면서, 시윤의 유혹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러다 이내 입술을 꽉 깨물고, 발꿈치를 살짝 들어서 시윤의 뺨에 살짝 키스했다.

“됐죠?”

한 번 키스하고 나자, 다인은 도망가고 싶었다.

시윤의 동공이 서서히 커지면서, 마치 빙산이 녹아내리듯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곧이어 다인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더니, 큰 손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잡고서 뜨겁고 습한 숨결을 내뿜었다.

“한 번으론 어림도 없지.”

말을 마치자마자, 시윤은 고개를 더 숙였다. 남자의 입술이 다인의 핑크빛 반짝이는 입술과 거의 붙을 듯 가까워졌고, 뜨거운 숨결이 서로 뒤엉켰다.

시윤의 눈빛은 마치 오랫동안 노려온 먹이를 바라보는 맹수처럼 뜨거웠다.

다인은 숨을 죽였다.

얼굴이 뜨거워지고, 심장이 튀어나올 듯 고동쳐 숨 막혀 죽는 건 아닌가 싶을 때, 비로소 시윤이 그녀를 놓아주었다.

다인은 심장이 격렬하게 뛰면서, 안개 낀 듯 흐릿한 눈동자로 시윤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마치 심하게 괴롭힘을 당한 새끼 고양이 같았다.

다인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가는 거 맞죠?”

시윤은 흥분을 억누르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부인의 요구인데, 당연히 들어줘야지.”

그 말을 들은 다인은 시선을 거두고 허둥지둥 도망쳐 나갔다.

방금 몸속에서 낯선 열기가 느껴지면서, 이상한 반응이 온 것 같았다.

황급히 도망치는 다인의 모습을 보면서, 시윤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더욱 어두워졌다.

‘평소엔 몸집을 부풀린 고양이처럼 으르렁대더니, 알고 보니 그저 순한 어린양이었네.’

...

이틀 후, 다인은 시윤을 데리고 한씨 가문 본가에 왔다.

“할아버지.”

연한 색 드레스를 입은 다인이 할아버지 앞에 조용히 서서 소개했다.

“제가 말씀드린 시윤 오빠예요.”

한민수는 다인 옆에 있는 시윤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참 괜찮구나.”

시윤은 빼어난 용모에 귀티가 넘치는 데다, 차분하고 예절도 밝았다.

“할아버지, 제가 준비한 작은 선물입니다.”

우빈이 선물을 하나씩 들고 와서 탁자 위에 놓고 나갔다.

탁자 위는 곧 명품 건강식품과 고급 주류로 가득 찼다.

선물을 고르는 데 얼마나 마음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암적색의 생활 한복을 입고 있던 한민수가 환하게 웃었다.

“다인이랑 이미 결혼했으면 이제 한 가족인데, 뭐 하러 그렇게 격식을 차려?”

“그래도 예의는 갖춰야죠.”

시윤의 말투와 태도에는 교양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한민수는 한눈에 다인이 이번에는 제대로 된 사람을 골랐다는 것을 알았다.

예전에, 중병에 걸렸던 다인의 아버지 한기택은 딸의 후사가 걱정된 나머지, 딸을 오랜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인 기영준에게 부탁했고, 심지어 두 집안의 혼인까지 염두에 두었다.

그해 다인은 열여덟 살이었고, 마침 태안과 연인 관계를 맺은 때였다.

한기택은 임종 직전, 다인에게 태안과 잘 지내라고 당부했고, 태안은 한기택 앞에서 다인을 평생 아끼고 사랑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두 집안은 여전히 혼인을 맺게 되었지만, 그 상대는 동생에서 형 시윤으로 바뀌었다.

생각을 멈춘 한민수가 다인에게 당부했다.

“다인아, 사당에 가서 네 할머니와 부모님께 향 좀 올리고 와라. 할아버지는 시윤이랑 잠깐 얘기 좀 하마.”

다인은 시윤을 걱정스럽게 한 번 쳐다보고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한민수는 조금 짓궂은 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태안은 한민수한테 괴롭힘을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뒤로 태안은 한민수를 두려워할 뿐만 아니라 거부감까지 느꼈다.

며칠 동안 시윤과 지내보니, 그는 비록 가끔 독설을 늘어놓지만 세심한 사람이고 괜찮은 남편감이었다.

게다가 서로 급하게 한 결혼이니, 다인은 시윤을 피해자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한민수가 농담 삼아 말했다.

“이 녀석, 내가 네 남편을 괴롭힐까 봐 걱정하는 게냐?”

다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

시윤이 살짝 웃으며, 고개를 돌려 말했다.

“괜찮아, 나 할아버지랑 잠깐 얘기할게. 너는 가 봐.”

다인은 이제야 고개를 끄덕이고, 사당에 향을 올리러 갔다.

향을 꽂은 뒤, 다인은 깨끗한 손수건을 들고 어머니의 위패를 닦았다.

어릴 때부터, 다인은 가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어머니는 항상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사랑 가득한 눈빛으로 말씀하셨다.

“다인이는 우리 집 보물이니까, 항상 즐겁고 걱정 없이 살아야 해...”

“다인이는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누릴 자격이 있어. 우리 집의 귀한 보배둥이니까.”

‘그렇네...’

‘난 우리 집안 보물인데...’

하지만 태안은 항상 다인을 슬프게 했고, 그녀를 싫어하고 경멸했다.

다인은 자신이 매우 불효자식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기태안 앞에서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비굴하게 구는 모습을 본다면, 부모님이 정말 마음 아파하시겠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다인의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눈물이 위패에 뚝뚝 떨어졌다.

“엄마, 제가 너무 무능력했어요...”

다인은 슬픈 나머지 위패를 껴안고 쭈그려 앉아 아이처럼 울었다.

그녀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시윤은 도우미에게 안내를 받아서 다인을 찾아왔다가, 마침 이 장면을 보게 되었다.

다인이 그렇게 슬피 우는 것을 보니, 시윤의 가슴이 꽉 조여 들었다. 시윤은 안타까운 마음에 얼른 다가가 다인을 일으켜 세우고 꼭 안았다.

“다인아, 울지 마. 슬퍼하지 마.”

시윤은 다인이 그리움에 우는 줄 알고, 마음 아파하며 달랬다.

“이제 내가 너 돌봐주고, 네 부모님 대신 널 아껴줄게. 응?”

다인은 이 말을 듣고 더 심하게 울었다.

시윤은 위패를 제자리에 놓고, 다인을 꼭 끌어안았다. 마음 한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듯이 시린 아픔이 밀려왔다.

다인이 울다 지쳐 자기에게 나른하게 기대자, 시윤은 비로소 그녀를 안고는 사당을 나와 저택으로 향했다.

떠나기 전에 할아버지가 걱정하실까 봐, 특별히 고용인들에게는 방금 있었던 일을 숨기라고 당부했다.

차 안에서, 다인은 겨우 진정되었다.

너무 울어 코와 눈도 빨개져 있었고, 목소리에는 아직도 울음기가 섞여 있었다.

“오빠, 고마워요.”

다인의 왼쪽에 앉아 있던 시윤이 온화한 눈빛으로 다인을 바라보았다.

“정말 고맙다면, 빨리 기운 내.”

“기쁜 게 가장 중요해.”

이 말을 듣고 다인은 마치 꿈에서 깬 듯했다.

예전에, 태안은 이 말과 정 반대되는 말을 했었다.

“한다인, 아무도 계속 너만을 맞춰 줄 수는 없어. 너도 양보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해.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나랑 헤어지게 될 거야.”

마음을 놓은 다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문득 예전에 두려워했던 시윤이 태안보다 얼마나 더 괜찮은 사람인지 깨달았다.

...

별장으로 돌아온 뒤, 다인은 먼저 샤워했다.

시윤이 욕실에서 샤워하는 동안, 다인의 핸드폰이 울렸다. 이 지역의 낯선 전화번호로 걸려 온 전화였다.

별생각 없이 받자마자, 태안의 화가 난 목소리가 전해졌다.

[한다인, 너 도대체 어디까지 해야 속이 시원하겠어?]

[연락처도 차단하고, 카톡도 차단하고, 집에도 안 오고, 너 대체 뭐 하자는 거야?]

며칠간 연락이 없다가 다시 연락한 거지만, 다인은 태안의 목소리조차 듣기 싫었다.

“잊었어? 우리 이미 헤어졌어.”

“내가 집에 가든 말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

태안은 잠시 멈칫했다. 예전에는 냉전이 몇 시간을 넘기지 않았고, 자신이 먼저 달래면 금방 아무 일 없다는 듯 기분을 풀던 다인이었다.

하지만 다인이 이번에 보인 태도에, 조금 불안해진 태안이 얼른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그래. 그날 혼인신고 하러 안 간 건 내가 좀 지나쳤어. 인정해.]

[사과할게. 그러니까 더 이상 그러지 마, 알겠지?]

다인은 냉소했다.

“사람 말 못 알아듣는 거야? 우리 헤어졌다고. 나한테 더 이상 전화하지 마.”

[한다인, 너 자꾸 기어오르지 마.]

태안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다인은 상대하기도 귀찮아서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그때 욕실 문이 갑자기 열리자, 인기척 소리에 다인은 그쪽을 쳐다보았다.

시윤은 아래에 목욕타월만 두른 채 욕실에서 나왔다. 복부에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복근을 보자 다인은 순간 전화를 끊는 것도 잊었다.

“누구 전화야?”

시윤이 다가오며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더니, 핸드폰 화면을 힐끗 보면서 일부러 물었다.

다인의 시선은 경계가 선명한 시윤의 가슴근육에 고정되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반면 전화 건너편의 태안은 남자 목소리를 듣고, 머리에 화가 팍 솟구치면서 버럭 소리쳤다.

[한다인, 곁에 설마 딴 놈 있어? 누구야?]

시윤이 다인 손에서 핸드폰을 가져갔다. 순간 눈동자 깊은 곳에서 날카로운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서두를 거 없어. 곧 내가 누군지 알게 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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