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시아가 이태를 향해 뾰족하게 말했다.“미리 말 안 해준 건 기만이에요.”이태가 억울해하며 항변했다.“아니, 정말 저희 사이엔 그런 걸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지 않습니까?”맞는 말이었다. 맞는 말이라 더 짜증이 났다. 이 중요한 걸 쏙 빼놓고 결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니.“그래서 이태 씨는 내가 혼수 준비한다고 한 걸 비웃은 거군요?”이태가 절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동자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아닙니다, 시아 씨. 그저 시아 씨가 힘들게 준비하지 않았으면 해서 그랬습니다.”시아가 흥, 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괘씸했다. 그리고 그가 더 크게 느껴졌다.이태가 시아의 손을 감싸 쥐었다. 잠시 침묵이 그들을 감쌌다. 이태의 입이 무겁게 떨어졌다.“그러면 그깟 1년, 제가 기다리겠습니다. 시아 씨를 존중하며 진행하겠습니다.”시아가 눈이 동그래져서 이태를 바라보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불도저처럼 밀던 양반이었다. 그만큼 이태는 간절해 보였다. 그의 낮아진 태도에 시아가 그제야 조금 화를 풀었다.“더 이상 말할 건 없는 거죠?”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데리고 다시 식사 자리로 돌아갔다. 어른들 계신 데서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는 것도 안 될 일이었다.“다 싸웠냐?”이태의 할아버지가 시아를 보며 말했다. 시아의 이마에서 비지땀이 나며 허리가 곧게 펴졌다.“싸움이라뇨. 호호호. 대화했습니다.”우울해 보이는 이태가 고개를 끄덕였다.문이 벌컥 열리며 도윤이 튀어 들어왔다.“무슨 일인데요!”식당 안은 불편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도윤이 슬그머니 문을 닫으려고 했다.“앉아라.”할아버지가 도윤을 불러들였다. 도윤은 투덜대면서도 끝자리에 앉아 상황을 살폈다.“둘이 결혼한댄다. 그런데 시아가 우리 집이 선우그룹인 걸 오늘 알았다지 않냐?”시아가 눈으로 도윤을 째려보았다. 도윤도 공범이었다. 도윤이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를 고쳐 앉았다.“형이 말했을 줄 알았죠.”이번엔 이태가 도윤을 부라렸다. 도윤은 전혀 개의치 않
남자주인공? 그게 무슨 소리지?이태가 얼굴을 더욱 가까이 가져갔다.더 이상의 중얼거림은 없었다. 시아의 숨소리가 고르게 색색대며 깊은 잠으로 넘어갔다. 이태가 시아의 이마를 만져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뭘… 해야 되는 건데?”이태가 창백해진 시아에게 물었다.대답은 없었다. 이태가 시아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등에 입술을 문질렀다.몇 시간 동안 수액을 맞은 시아가 눈을 떴을 때, 이태는 옆에서 엎드려 그녀의 손을 잡은 채 잠들어 있었다.며칠을 제대로 못 잔 탓에 그는 기절하듯 자고 있었다. 시아가 작게 기침을 하자 이태가 스프링처럼 몸을 일으켰다.“시아 씨! 괜찮으십니까?”그의 눈에서 걱정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시아가 헤헤거리며 이태에게 입맞춤했다. 입술이 떨어지자 이태의 눈이 커지며 당황스러운 기색을 비췄다.“일어나면 제일 먼저 이거 하고 싶었어요.”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시아를 보며 이태는 순간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시아가 수액을 빼달라고 말했다. 곧이어 간호사가 와서 수액을 빼주었고, 이태는 시아를 움직이지도 못하게 해놓고 수납하러 다녀왔다.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죽을 사 가기로 했다.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은 이제 포기했다.사 온 죽을 그릇에 담아 후후 불어가며 먹여주는 이태를 시아가 사랑스럽게 쳐다보았다.“화난 거는요?”“아직 났습니다.”쳇. 아직 안 풀렸네.그러면서도 이태가 주는 죽을 한입에 먹었다. 이태가 다시 죽을 살살 긁어 퍼 올렸다.“그럼 사랑하는 거는요?”“그것도 아직 사랑하는 중입니다.”시아가 키득대며 죽을 한입 더 먹었다. 콜록대며 이태가 주는 죽을 삼키자 이태의 눈매가 굳었다.“주말에 식사 취소할까요?”시아가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저 남자가 또 너무 갔다. 멀리 갔다. 다시 돌아와!시아는 무엇 때문에 퀘스트를 하고 이 사달이 났는지 격하게 설명해 주고 싶었다. 이태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시아를 바라보았다.“억지로는 하지 마십시오.”지금 시댁에서 억지로 밀어붙인
다음 날 예리는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다. 시아는 그녀가 안쓰러우면서도 대단해 보였다. 옆에서 지켜본 그녀는 거침없이 과감하고 빠르게 판단했다. 괜히 과장이 된 것이 아니었다.그 시각, 부장실에 있는 이태에게 전화가 걸려왔다.그의 어머니였다.‘이태야, 할아버지가 시아 씨가 보고 싶다고, 다음 주 토요일에 식사하자고 하신다.’이태가 당황해서 다급하게 말했다.“시아 씨 의견을 묻지도 않고 정하시면 어떻게 합니까.”‘어머, 시아 씨한테는 내가 연락해 놨는데?’이미 시아에게 말해 놓은 이태의 어머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태를 나무랐다.‘시아 씨는 바로 좋다고 하던데. 너는 도대체 뭐가 문제니?’그 말에 이태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연락은 또 언제 하신 거지. 시아 씨가 놀라지는 않았을지부터 걱정이 되었다. 부담스럽거나 하지는 않았을지, 그래서 자신을 밀어내지는 않을지.“앞으로 시아 씨에게 따로 연락하지 마시고 저를 통하십시오.”그의 무정한 말에 어머니가 전화를 딸깍 끊어버렸다. 빈정이 상한 듯싶었다.그는 전화기를 들고 시아를 호출했다. 곧이어 시아가 부장실로 들어왔다.이태가 그녀에게 약간 빈정이 상해서 물었다.“왜 어머니한테 연락받았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왜 말해야 하지? 시아가 어이가 없었다. 자신도 전화받은 사실을 잊고 있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하나하나 다 일러바쳐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좋아해도 모자랄 판에 왜 화를 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서…서프라이즈?”말은 다르게 나갔다.이태가 헛웃음을 지으며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풀어헤쳤다.“앞으로는 전화를 걸지도 받지도 마십시오.”시아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전화 오면 결국 받을 거다. 원래 그런 사람이다. 신시아는.이태가 눈치 보는 시아를 훑으며 그만 내보냈다. 자신의 가족이 시아에게 그 어떤 압박감도 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마뜩잖아하면서도 손가락에 낀 반지를 보며 생각이 복잡해졌다.‘집에 청혼한 사실을 말해야 하나.’그가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예리가 부득부득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시아가 허망한 눈으로 예리를 쳐다보았다.“도윤 씨, 잠깐 밖에 나와보이소!”겉옷을 걸친 예리가 손으로 도윤을 가리켰다.도윤이 맥주를 마시다 말고 당황해서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났다.부지런히 겉옷을 입고 예리를 따라 나섰다. 예리가 아파트 밖으로 나갔다.놀이터에 도착해서 그네에 앉은 예리의 옆에 도윤이 자리했다.“왜 그래요, 과장님.”도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예리를 쳐다보았다. 예리의 얼굴이 어둡게 그늘져 있었다.“한 번만 해보입시더.”“네?”무엇을?도윤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예리가 도윤의 어깨를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키스 한 번만 해보자고예. 그래도 아니면 진짜 여기서 끝내는 깁니더.”예리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끈질기게 도윤을 바라보았다. 도윤이 피식 웃으며 예리에게 다가가 입맞춤을 시작했다. 예리는 이런 상황은 생각해보지 않아 오히려 당황했다.“왜요. 벌써 아닌 거 같아요?”도윤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개구진 표정으로 그가 다시 예리의 입술을 머금었다. 예리가 짧은 탄성과 함께 도윤과 혀를 섞기 시작했다. 팔을 올려 도윤의 목을 감싸 안았다. 차가운 공기에 뜨거운 입김이 주변을 채워갔다.키스를 마친 도윤이 예리의 입술을 엄지로 닦아주며 물었다.“이제 된 거죠?”예리가 슬픈 눈으로 도윤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볼이 붉어진 예리와는 다르게 그저 담담히 해야 할 것을 한 사람의 눈빛이었다. 도윤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신시아….’예리가 주먹을 꽉 쥐며 고개를 숙였다.“됐심더. 내일 내려갈게예. 주무이소.”예리가 먼저 아파트로 들어가 버렸다. 도윤이 그네에 앉아서 까닥까닥 그네를 발로 밀며 하늘을 바라보고 입술을 닦았다. 취한 시아와 키스했을 때의 느낌과는 확실히 달랐다.도윤은 알았다. 아직 자신은 누구와 새롭게 시작할 자신이 없었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한참을 밖에 있던 도윤이 드디어 엉덩이
예리가 부득부득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시아가 허망한 눈으로 예리를 쳐다보았다.“도윤 씨, 잠깐 밖에 나와봐예!”겉옷을 걸친 예리가 손으로 도윤을 가리켰다.도윤이 맥주를 마시다 말고 당황해서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났다.부지런히 겉옷을 입고 예리를 따라 나섰다. 예리가 아파트 밖으로 벗어났다.놀이터에 도착해서 그네에 앉은 예리의 옆에 도윤이 자리했다.“왜 그래요, 과장님.”도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예리를 쳐다보았다. 예리의 얼굴이 어둡게 그늘져 있었다.“한 번만 해봐예.”“네?”무엇을?도윤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예리가 도윤의 어깨를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키스 한 번만 해보자고예. 그래도 아니면 진짜 이제 끝인 거고.”예리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끈질기게 도윤을 바라보았다. 도윤이 피식 웃으며 예리에게 다가가 입맞춤을 시작했다. 예리는 이런 상황은 생각해보지 않아 오히려 당황했다.“왜요. 벌써 아닌 거 같아요?”도윤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개구진 표정으로 그가 다시 예리의 입술을 머금었다. 예리가 짧은 탄성과 함께 도윤과 혀를 섞기 시작했다. 팔을 올려 도윤의 목을 감싸 안았다. 차가운 공기에 뜨거운 입김이 주변을 채워갔다.키스를 마친 도윤이 예리의 입술을 엄지로 닦아주며 물었다.“이제 된 거죠?”예리가 슬픈 눈으로 도윤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볼이 붉어진 예리와는 다르게 그저 담담히 해야 할 것을 한 사람의 눈빛이었다. 도윤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신시아….’예리가 주먹을 꽉 쥐며 고개를 숙였다.“됐심더. 내일 내려갈게예. 주무이소.”예리가 먼저 아파트로 들어가 버렸다. 도윤이 그네에 앉아서 까닥까닥 그네를 발로 밀며 하늘을 바라보고 입술을 닦았다. 취한 시아와 키스했을 때의 느낌과는 확실히 달랐다.도윤은 알았다. 아직 자신은 누구와 새롭게 시작할 자신이 없었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한참을 밖에 있던 도윤이 드디어 엉덩이를 떼고
둘만 남은 도윤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집으로 돌아간 주여가 신경 쓰여 예리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눈치 빠른 예리가 도윤의 팔짱에 힘을 넣어 그의 주의를 자신에게 돌렸다.“춥네예.”은근슬쩍 예리가 팔짱을 내려서 도윤의 손에 깍지를 끼웠다. 아찔한 예리의 속도에 도윤의 목젖이 크게 위로 올라갔다 내려왔다.손깍지를 끼고 있어도 도윤의 정신은 한 곳에 가 있었다. 예리와 무엇을 타도, 무엇을 먹어도 자꾸만 신경이 주여에게 쏠렸다. 무사히 도착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문자를 하나 보내놓았다.연락은 없었다.야간 퍼레이드를 본 예리가 웃으며 도윤에게 말했다.“저 숙소 안 잡았는데예?”도윤이 그제야 예리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았다.“네?”“도윤 씨네서 자면 되는 거 아닙니꺼?”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예리에게 도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도윤이 다급히 시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아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도윤의 손이 다급하게 다시 재다이얼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그 시각 시아는 이태와 함께 대관람차를 타며 놀이공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태가 쭈뼛거리며 엉거주춤하고 있자 시아가 무서워서 그러는 줄 알고 장난을 쳤다.이태가 허탈하게 웃으며 시아에게 작은 청혼반지를 내밀었다. 반지의 안쪽에 이태의 이니셜이 적힌 금반지였다. 이태가 손을 들어 올려 커플링을 보여주었다.“제 건 아까부터 끼고 있었습니다.”“결혼해 주시겠습니까?”생각지도 못한 청혼에 시아가 얼떨떨해져서 몸이 굳었다. 반지를 한 번 바라보고 이태를 한 번 바라봤다.잔뜩 굳은 표정의 낯선 남자가 앞에 있었다. 항상 덤덤하게 여유로운 일 처리를 하던 남자였다.시아와 이태의 뒤로 폭죽이 터지기 시작했다. 각양각색의 빛으로 그들의 얼굴이 물들기 시작했다.[와우][이런 결말은 또 처음이네][식장 가기 전까진 모르는 일이야]‘아놔. 죽을래?’감동의 시간마저 박살 낸 악녀는 계속해서 창을 띄워가며 시아를 축하해주고 있었다. 이태에겐 단둘이 있을 때의 프로포즈였지만 시아는 몇십 명의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