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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잠깐의 시한부

作者: 도수정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03 15:36:28

그 애가 좋아하는 음식, 자주 입는 레이스가 달린 드레스의 색, 걸음 걸이, 머리카락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열에 들떠 상기된 얼굴로 말하는 작은 제 동생의 발그스레한 얼굴은 분명 첫사랑에 빠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에이든도 언젠가 루시아 아르테미스를 에드윈의 짝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 애가 제 지병에 티베리우스의 연속된 독살 시도가 겹쳐 결국 세상을 뜰 때까지 몇 년 안되는 짧은 생애를 끝까지 다 살지도 못하고 그의 곁을 떠나기 전까지.

티베리우스가 집권 초기부터 폭군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 잘못은 없었지만 무능했던 게 문제였다.

황제란 그런 자를 위한 자리가 아니었으므로. 그럼에도 형제라는 이유로 에이든은 좀처럼 그를 놓지 못했다. 결심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에드윈이 파리한 안색으로 제 앞에 쓰러진 순간, 세상에 납득할 수 있는 죽음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음을, 제 오만을 깨달았을 때 그가 사람의 목숨을 숫자 놀음으로 취급할 때 그때에야 비로소 티베리우스가 망가뜨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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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교환   41화 친구의 유언

    “셀레나?”“왜, 고작 나 때문에 왜 그러는데.”루시아는 놀랐다. 자신이 생각해보니 셀레나의 잠옷을 입고 있었다는 게 뒤늦게 생각났다. 아예 작정하고 준비했으리란 걸 눈치챈 소녀가 엉엉 울기 시작했다.“아니, 그게.”“디디 짓이지? 그놈이 그런거지?”“셀리. 나 봐봐. 나 안아파.”루시아가 그녀의 어깨를 붙들고 말했다. 그러나 셀레나의 울음은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아서 결국 유모가 와야 했다.언젠가 유모의 귀에 이야기가 들어가겠지만, 적어도 이미 우는 아이에게 굳이 아가씨 간수를 못한 탓이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가 들리는 게 싫어서 루시아는 냅다 셀레나를 두고 오두막으로 뛰어갔다.일처리를 하던 기사들이 날다람쥐같은 루시아를 미쳐 따라가지 못했다. 이 숲에 대해서는 그녀보다 잘아는 사람이 없었으므로.“루시아 왔어? 아니, 너!”디디는 바구니에 열매를 몇 개 주섬주섬 담다가 깜짝 놀라 바닥에 떨어뜨렸다. 붉은 열매 몇 알이 이리저리 흙바닥 위를 굴러다녔다.제 꼴이 가관이긴 한 모양이다.셀레나의 오래된 잠옷을 입고 바닥을 나뒹굴고 뺨을 아마도 부풀어 올랐으려나. 루시아가 배시시 웃자 디디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침대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은 각자 표정이 아까와는 정 반대였다.디디가 침울했고, 루시아는 방싯 웃었다. 어떻게든 어색함을 풀려는 것이었다.“내가 언제 너더러 맞으라 그랬어. 그냥 하녀숙소 가서 누구인지만 알고 기사들한테 다 맡긴다며. 네가 다 내가 알려준대로 한다며!”디디의 잔소리가 1절을 넘어 2절까지 향할 무렵에 루시아가 귀를 막자 혹여나 귀가 다친건가 싶어 디디의 잔소리가 우뚝 멈췄다.“......하...”“디디...화났어?”“그럼 너같으면 좋구나 하겠어?”애초에 저를 구할 때도 그토록 막무가내더 아이가 혼자 움직이도록 두는 게 아니었다.에드윈의 표정이 심각했다. 오두막에서 그가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있는대로 제 말을 듣겠다고 해놓고서는 결국 제 마음대로 일을 다 벌여서 아주 보기 좋게 자기만 다쳐서 오지 않았나

  • 남편교환   40화 셀레나의 숙소

    루시아는 굳이 오두막에서 나가보겠다는 디디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얼마 전에야 상처를 회복해놓고 다시 밖으로 나서겠다는 그 소년의 활발함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내가 주는 것들은 그렇게 예민해하고 힘들어하면서, 왜 셀레나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러가자는 건데. 이따가 일을 다 마치면 온다고 그랬어!”사실은 저보다 셀레나가 디디와 친한 것같아 샘이 났었다. 그러자 디디가 그녀의 입에 손가락을 갖다대더니 이렇게 말했다.“너, 셀레나의 숙소에 간 적 있어?”루시아는 눈을 끔뻑거렸다. 어릴 적에도 셀레나가 자신의 방으로 왔었지 하녀들의 숙소에 갈 일은 없었다. 자신이 입는 귀족의 옷으로 돌아다니면 새로 온 하녀들도 금세 그녀가 루시아 아르테미스인걸 알아봐서 그녀가 거기 있는 걸 곤란해했다.“하지만 어딜 가도 어차피 나인걸 알아보는데.”“네가 입은 옷이 그 사람들 월급 몇 달치인 건 알아?”루시아가 흠칫했다. 그들이 모두 생계가 어려운 건 알았지만 그렇게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셀레나, 목 근처에 멍이 있었어.”루시아의 얼굴이 굳어졌다. 멍?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 저택에 오지 못하도록 막았으나 때때로 모든 삼엄한 저택의 경비를 뚫고 그래도 남편이라는 셀레나 어머니의 미운 정 때문에 아르테미스 저택에 그저 드나들 수 있는, 셀레나의 아버지. 노름과 술에 빠져 지내는 그 남자.“그 사람이 온거야.”셀레나는 당장 달려나가 그를 처벌해달라고 레이루나에게 말할 생각이었다. 그러자 디디가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붙잡았다.“아니, 백작부인에게 말해봤자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아.”고작, 유모 남편이 제 아이를 훈육한 걸로 끝날 거야. 그렇게 덧붙인 디디의 표정이 어쩐지 쓸쓸했다.“엄마는 달라! 분명 셀레나를 도와줄거야.”레이루나는, 다정했고. 친절했고. 그리고 셀레나를 싫어했다.생각해보면 항상 그랬다. 그녀가 셀레나와 나가 드레스에 흙을 묻혀오면 표정이 어두웠다. 그 미세한 변화로도 감정을 알아챌 수 있었다. 루시아가 망설이자 디디가 품안에 있

  • 남편교환   39화 그는 디디가 아니다

    루시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일갈했다. 그 뒤의 처리는 레이루나가 알아서 할 것이다. 설명도 이미 기사들이 다 목격했으니 될 일이다.이정도면 꽤 잘한 편이었다.친구에게 씩 웃어주려던 루시아는 깜짝 놀랐다. 셀레나가 울고 있었다.“셀레나?”“왜, 고작 나 때문에 왜 그러는데.”루시아는 놀랐다. 자신이 생각해보니 셀레나의 잠옷을 입고 있었다는 게 뒤늦게 생각났다. 아예 작정하고 준비했으리란 걸 눈치챈 소녀가 엉엉 울기 시작했다.“아니, 그게.”“디디 짓이지? 그놈이 그런거지?”“셀리. 나 봐봐. 나 안아파.”루시아가 그녀의 어깨를 붙들고 말했다. 그러나 셀레나의 울음은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아서 결국 유모가 와야 했다.언젠가 유모의 귀에 이야기가 들어가겠지만, 적어도 이미 우는 아이에게 굳이 아가씨 간수를 못한 탓이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가 들리는 게 싫어서 루시아는 냅다 셀레나를 두고 오두막으로 뛰어갔다.일처리를 하던 기사들이 날다람쥐같은 루시아를 미쳐 따라가지 못했다. 이 숲에 대해서는 그녀보다 잘아는 사람이 없었으므로.“루시아 왔어? 아니, 너!”디디는 바구니에 열매를 몇 개 주섬주섬 담다가 깜짝 놀라 바닥에 떨어뜨렸다. 붉은 열매 몇 알이 이리저리 흙바닥 위를 굴러다녔다.제 꼴이 가관이긴 한 모양이다.셀레나의 오래된 잠옷을 입고 바닥을 나뒹굴고 뺨을 아마도 부풀어 올랐으려나. 루시아가 배시시 웃자 디디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침대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은 각자 표정이 아까와는 정 반대였다.디디가 침울했고, 루시아는 방싯 웃었다. 어떻게든 어색함을 풀려는 것이었다.“내가 언제 너더러 맞으라 그랬어. 그냥 하녀숙소 가서 누구인지만 알고 기사들한테 다 맡긴다며. 네가 다 내가 알려준대로 한다며!”디디의 잔소리가 1절을 넘어 2절까지 향할 무렵에 루시아가 귀를 막자 혹여나 귀가 다친건가 싶어 디디의 잔소리가 우뚝 멈췄다.“......하...”“디디...화났어?”“그럼 너같으면 좋구나 하겠어?”애초에 저를 구할 때도 그토록 막무가

  • 남편교환   38화 그 사람이 온 거야.

    루시아는 굳이 오두막에서 나가보겠다는 디디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얼마 전에야 상처를 회복해놓고 다시 밖으로 나서겠다는 그 소년의 활발함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내가 주는 것들은 그렇게 예민해하고 힘들어하면서, 왜 셀레나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러가자는 건데. 이따가 일을 다 마치면 온다고 그랬어!”사실은 저보다 셀레나가 디디와 친한 것같아 샘이 났었다. 그러자 디디가 그녀의 입에 손가락을 갖다대더니 이렇게 말했다.“너, 셀레나의 숙소에 간 적 있어?”루시아는 눈을 끔뻑거렸다. 어릴 적에도 셀레나가 자신의 방으로 왔었지 하녀들의 숙소에 갈 일은 없었다. 자신이 입는 귀족의 옷으로 돌아다니면 새로 온 하녀들도 금세 그녀가 루시아 아르테미스인걸 알아봐서 그녀가 거기 있는 걸 곤란해했다.“하지만 어딜 가도 어차피 나인걸 알아보는데.”“네가 입은 옷이 그 사람들 월급 몇 달치인 건 알아?”루시아가 흠칫했다. 그들이 모두 생계가 어려운 건 알았지만 그렇게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셀레나, 목 근처에 멍이 있었어.”루시아의 얼굴이 굳어졌다. 멍?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 저택에 오지 못하도록 막았으나 때때로 모든 삼엄한 저택의 경비를 뚫고 그래도 남편이라는 셀레나 어머니의 미운 정 때문에 아르테미스 저택에 그저 드나들 수 있는, 셀레나의 아버지. 노름과 술에 빠져 지내는 그 남자.“그 사람이 온거야.”셀레나는 당장 달려나가 그를 처벌해달라고 레이루나에게 말할 생각이었다. 그러자 디디가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붙잡았다.“아니, 백작부인에게 말해봤자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아.”고작, 유모 남편이 제 아이를 훈육한 걸로 끝날 거야. 그렇게 덧붙인 디디의 표정이 어쩐지 쓸쓸했다.“엄마는 달라! 분명 셀레나를 도와줄거야.”레이루나는, 다정했고. 친절했고. 그리고 셀레나를 싫어했다.생각해보면 항상 그랬다. 그녀가 셀레나와 나가 드레스에 흙을 묻혀오면 표정이 어두웠다. 그 미세한 변화로도 감정을 알아챌 수 있었다. 루시아가 망설이자 디디가 품안에 있

  • 남편교환   37화 희뿌연 추억만으로도

    루시아가 그의 손을 잡아주며 천천히 말했다.“무슨 뜻이야?”루시아는 안다. 여자들의 미묘한 시선이 오가며 사교계에서 서로를 평가하는 순간을. 그렇게 짧은 순간에도 어떻게든 서로의 순위를 매겨야 생존한다는 걸 영특하게 알아듣는 이들이 에이든의 진심만으로는 이 귀신같은 악습이 사라지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나마 그가 피의 숙청을 해 혁명으로 공화정을 만든 것조차 사실은 어떤 면에서는 모든 운때가 맞아떨어진 기적의 영역이라고 봐야 옳았다.“여자들은 예민해. 살려면 예민해야 하지. 귀족 여자들은, 적어도 제국에서는 모든 여자들이 어떻게 해야 자신이 사랑받을지를 어릴 때부터 교육받으면서 자라. 어떻게 꾸며야 하는지 속눈썹, 걸음걸이, 자세. 미소짓는 모습. 화장법. 손끝부터 발끝까지. 머리카락 한올까지 살아 숨쉬는 것처럼.”에이든은 자신이 몰랐던 세계를 익숙하게 말하는 루시아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그 순간 그의 앞에 있는 건 벨루아의 루시아였기 때문이다.“평민들이라고 덜할까? 귀족은 아이를 유모에게 맡기지. 하지만 평민은 아이를 직접 키워야 해. 셀레나의 어머니도 그랬어. 내 유모. 너도 알다시피. 집안일도 했고, 그 일로 품삭을 받고. 셀레나의 아버지가 노름을 하며 술에 절어 하루 종일 양육을 하지 않아도 아무도 손가락질 하지 않았지.”에이든은 가만히 점점 어두워지는 루시아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모든 여자들에게 있는 자기들만의 역사를 그가 목도하고 있는 것같았다.그는 절대 갈 수 없는 어떤 세계에, 루시아는 발을 걸치고 있는 것이었다.“이렇게 좋은 세상을 만들기까지 네가 얼마나 노력했을지 나는 몰라 디디.”그녀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다소 결연하게 말했다.“하지만 완벽할 필요는 없어. 그 누구도 흠이 없는 구슬일 수는 없어. 나아지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이라고 칭하지. 이전 상태보다 좋아지는 것.”그건 에이든이 내내 쫓아오던 어떤 강박에 대한 구원이기도 했다. 적어도 에드윈이 아니라면, 완벽하게 연기해서 그녀를 행복하게 해줘야

  • 남편교환   36화 네가 황제라고 해도

    루시아가 깨어났을 때에도 에이든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줄곧 이곳에 와서도 그가 바빠 내내 함께 있지 못했다.“디디.”그녀가 그의 뺨에 손을 갖다댔다.서늘한 감촉에 몸을 웅크리며 그녀의 이마에 무의식중에 입을 맞추는 그가 빙그레 눈을 감고 웃었다.그리곤 환하게 웃으며 저에게 답해왔다.“루시.”분명 이렇게나 완벽한 행복인데 무언가가 잘못된 것같은 느낌은 무엇일까. 직감적으로 예민한 루시아는 이 성의 무언가 원래대로 흐르던 기운같은 것이 자신으로 인해 바뀌어 잘못 흐르고 있거나 막혔다고 생각했다. 사용인들의 표정은 밝았으나 어쩐지 루시아의 눈을 전부 다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고, 윌은 무언가 못마땅한 듯한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곤 했다.벨루아에서 그토록 남의 시선에 지리멸렬하게 시달렸다는 걸 모르는 그에게는 루시아가 일찌감치 그걸 눈치챘으리라는 걸 전혀 모르는 모양이었다.“물어볼게 있어. 에이든.”그녀가 이렇게 본명을 부를 때면 그게 더 좋다가도 사실은 그 질문이 진지하거나 진중한 주제일 때가 많아 그는 루시아의 철없는 가짜 소년이었다가 다시 하우젠의 옛 대공 에이든 하우젠으로 돌아오고 마는 것이다.“뭔데?”“저택에서 사람들이 무언가 내게 숨기는 것같아.”에이든의 잘 꾸며진 미소에 일견 금이 갔다. 루시아가 벗어두었던 가운을 입느라 등을 져서 몰랐을 뿐이다. 그는 순간적으로 어떻게 숨겨야 할 지 고민했다. 그때 티베리우스의 말이 다시 생각났다.‘네가 지키고 싶은 게 생기면 너도 가장 먼저 도려내고 싶어질 거다. 무언가를.’그건 내내 저를 괴롭혀온 문장이었다. 루시아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디디라고 말한 뒤로부터 계속.하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자신은 그녀를 이곳에 데려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루시아는 레이루나의 착한 딸로 남아 벨루아에서 죽은 아이의 유골함을 닦으며 시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니까.거짓말은 모여서 산이 된다. 산이 되면 그가 아무리 태산같은 존재가 되더라도 산그림자가 제 머리 위로 지면 가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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