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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7화

Author: 십일
나가는 길에, 설수환은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짧게 몇 마디만 주고받고는 곧 전화를 끊었다.

그 후, 그는 룸미러 너머로 뒷좌석의 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리아, 나 이번에는 호텔 예약 안 잡았어.”

“그럼 대디 어디서 자요?”

현민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너희랑 같이 자면 어때?”

“좋아요!”

현민이 바로 환호성을 질렀다.

“그럼 그렇게 하자.”

수환은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지언의 표정이 잠깐 굳어졌다.

그는 본능적으로 리아 쪽을 바라봤지만, 리아는 두 아이를 안느라 정신없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이 없다는 건, 곧 동의한다는 뜻이었다.

...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수환이 차에서 내리며 웃으며 말했다.

“조지언 씨, 일부러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오늘은 푹 쉬세요.”

지언은 다시 한번 리아를 바라봤다.

하지만 리아는 현민과 현우를 품에 안은 채, 전혀 남자들 쪽을 신경 쓰지 않았다.

‘하...’

지언은 잠깐 멈췄다가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전 이만 갈게요. 필요하면 연락하고요.”

그제야 리아가 고개를 돌렸다.

“조심히 가.”

왠지 모르게, 괜히 서운하고, 괜히 화가 났다.

지언은 묵묵히 차를 몰아 골목을 빠져나왔다.

백미러로 본 집 앞 풍경.

수환과 리아, 그리고 두 아이.

마치 그 네 명이 진짜 가족이라도 되는 것처럼 다정하게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젠장...’

지언은 모르게 운전대에 힘을 주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할 만큼, 꽉. 더 꽉.

...

해변.

부드러운 모래 위로 황금빛 햇살이 내려앉아, 마치 금가루를 뿌려놓은 듯 빛났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 그리고 짭조름한 바닷바람 냄새가 공기 속에 스며들었다.

재석과 정은은 손을 맞잡고 천천히 해변을 거닐었다.

재석은 반바지에 반팔, 정은은 등이 드러난 긴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와, 정은의 치맛자락을 살짝살짝 들추었다.

“여기, 나 예전에 수민이랑도 왔었어요.”

정은이 문득 입을 열었다.

“그럼... 추억 여행?”

재석이 웃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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