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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مؤلف: 강맹아
구윤슬의 죽음이 권씨 집안에 별다른 파장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권주혁조차 소식을 듣고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이담과 은호, 권은상과 권주남은 모두 거실에 앉아 있었다.

구윤슬의 사망 경위를 설명한 사람은 권주남이었다.

권주남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가도 살짝 붉어져 있었다.

표정도 무척 무거워 보였다.

상당히 슬픈 듯했다.

“아버지,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제 장례를 치러줄 가족도 없으니 제가 직접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싶습니다.”

권주남은 상석에 앉은 권주혁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찻잔을 들고 있던 권주혁의 손이 잠시 멈췄다.

찻잔 뚜껑과 가장자리가 부딪치면서 맑은 소리가 났다.

조용한 거실이라 유난히 선명하게 들렸다.

잠시 후 권주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람이 죽었으면 그걸로 끝이야. 네 어머니니 네가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게 맞겠지.”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 권은상이 입을 열었다.

“주남아, 네 어머니가 자살할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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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34화

    허미란은 창가에 서서 진혁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지켜봤다.그러다 평소와 달리 조용히 자리로 돌아와서 기다렸다.경호원이 문을 열었다.잠시 후 진혁이 한 사람만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나머지는 모두 밖에서 대기했다.허미란은 전처럼 날을 세우지 않았다.오히려 며칠 동안 자신을 돌아보기라도 한 듯 차분하게 말했다.“분가하라는 말, 곰곰이 생각해봤어. 나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계속 이렇게 싸워봐야 얼마나 더 싸우겠나 싶더라.”“결국 젊은 사람들을 못 이길 텐데. 내가 뭘 해도 너희를 못 이긴다면, 한발 물러나서 편하게 사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잠시 말을 멈췄다.“다만 지연이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 난 그냥 내 딸한테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고 싶었어. 나중에 기댈 게 있도록.”그러다 쓴웃음을 지었다.“결국 내가 생각을 잘못한 거지.”진혁은 허미란을 가만히 바라보며 그저 웃기만 했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완전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다만 어디까지가 진심인지는 알 수 없었다.허미란도 조금 머쓱한 표정으로 주저하다가 말했다.“진혁아, 네가 날 못 믿는 거 알아.”“사실 나도 네 손에 이렇게 잡힌 게 억울하긴 해. 그래도 며칠 동안 생각을 많이 했어. 네 작은아버지는 성격도 급하고, 회장님께 몹쓸 짓도 했지.”“그래도 그 사람은 하씨 집안 사람이잖아.”한숨을 내쉬었다.“어쩌면 지금 분가하는 게 가장 나은 방법일 수도 있겠더라.”한참 뒤 진혁이 입을 열었다.“작은어머니가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다행이네요.”“어차피 한 가족인데 이 지경이 된 것도 결국 명예니 이익이니 하는 것 때문이잖아.”허미란이 한숨을 쉬었다.“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조용히 끝낼 수 있다면, 어머님도 마음을 놓으시겠지.”정말 마음을 돌리고 양보하기로 한 사람처럼 보였다.진혁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손끝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무언가 생각하는 듯했다.그때 허미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진혁아, 분가하는 건 받아들일게. 그럼 너도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33화

    진혁은 이담을 한번 바라보고 가볍게 웃었다.“어르신 일도 여러 가지가 얽혀 있으니, 지금 약혼식을 치르는 건 적절하지 않겠죠. 아버님 말씀대로 미뤄도 괜찮습니다.”권은석이 진혁을 바라봤다.“약혼식을 미루자고 하면 자네가 좀 싫어할 줄 알았는데.”진혁은 태연하게 대답했다.“농담도 잘하십니다. 저는 그렇게 성격 급한 사람은 아닙니다.”이담은 얼른 고개를 숙이면서 국을 떠먹었다.‘저런 말을 뻔뻔하게 자기 입으로 하다니.’은호가 그릇과 젓가락을 내려놓자 살짝 소리가 났다.“잘 먹었습니다.”그리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식탁을 떠났다.이담은 위층으로 올라가는 은호의 뒷모습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권은석이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네 오빠는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아직 일이 벌어진 지 얼마 안 됐잖아.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진혁은 껍질을 벗겨둔 새우를 이담의 그릇에 올려줬다.“은호 씨는 이성적인 사람입니다. 저도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지금 우리가 해야 할 건 억지로 위로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받아들일 때까지 곁에 있어주는 겁니다.”이담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맞는 말이었다.지금 이담이 가서 아무리 위로한다 해도, 오빠의 성격이라면 괜찮은 척하면서 자신을 안심시킬 뿐이었다.정작 속으로는 혼자 삼키면서.“그럴 수밖에 없겠네.”이담이 살짝 웃었다.진혁은 시선을 거두고 권은석을 바라봤다.“아버님도 요 며칠 어르신 일로 바쁘실 텐데, 집안까지 다 챙기시는 게 힘드실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한가하니 필요하신 일이 있으면 말씀하세요.”권은석이 손을 내저었다.“자네가 그렇게 말하니 나도 사양 안 하지. 마침 며칠 동안 집을 비울 일이 있으니까, 우리 딸이랑 아들 좀 잘 돌봐 주게.”진혁이 웃었다.“영광입니다.”권은석이 헛기침을 했다.“그래도 머물라고 했다고 해서...”말끝을 흐렸다.“둘이 적당히 해.”이담은 사레라도 들릴 것처럼 표정이 굳었다.잔뜩 난처한 얼굴로 겨우 고개를 들면서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32화

    이담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그럼 어느 정도까지 해야 되는데?”진혁이 조용히 웃었다.목소리는 위험할 정도로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이담아, 일부러 이러는 거야?”이담은 애써 모르는 척했다.“내가 뭘?”진혁의 손끝이 입꼬리를 천천히 쓸었다.“내가 얼마나 참고 있는지 알면서.”이담은 두 팔을 들고 진혁의 목을 감쌌다.귓가에 가까이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참고 있었구나.”잠깐 뜸을 들인 뒤 다시 말을 이었다.“난 또 당신이 안 되는 줄 알았...”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혁이 고개를 숙이면서 입술을 막았다.조심스럽게 떠보던 이담의 입맞춤과는 전혀 달랐다.거칠게 파고든 입맞춤이 점점 깊어졌다.숨소리가 흐트러지면서 손끝이 셔츠 자락을 꽉 움켜쥘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이담이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진혁은 그녀를 안아들고 침실로 향했다.푹신한 침대가 두 사람의 무게에 눌려서 깊이 내려앉았다.진혁은 그녀 위로 몸을 기울인 채 한 손으로 셔츠 단추를 풀었다.어딘가 승부욕까지 느껴지는 표정이었다.“내가 안 될 것 같아?”이담은 할 말을 잃었다.“...”커튼이 천천히 닫혔다.방 안은 한여름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한참 뒤, 이담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진혁의 단단한 팔을 베고 누워 있었다.남자의 품에 꼭 안긴 채 몸을 붙이고 있었다.진혁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뒤에서 이담을 끌어안았다.살짝 젖은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손끝을 조금 움직이던 이담이 몸을 돌려서 마주 봤다.“주원한테 사진 받은 거 알면서 왜 나한테 전화 안 했어?”진혁은 잠시 침묵했다.이내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당신 마음을 느껴보려고.”“내 마음?”이담이 이해하지 못한 듯한 얼굴로 바라봤다.진혁은 여전히 서운한 표정이었다.“예전에 당신이 나한테 무시당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이담이 잠시 멍해졌다가 웃었다.“어때? 좋았어?”“안 좋았어.”진혁은 부드럽게 이담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줬다.“그래도 난 그냥 이렇게 서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31화

    이담과 민아, 여름은 같은 텐트를 썼다.텐트 안이 넓어서 두 명쯤 더 들어와도 될 정도였다.여름이 잠든 뒤, 민아와 이담만 깨어 있었다.민아가 갑자기 몸을 돌리면서 이담을 바라봤다.“새언니.”이담도 고개를 돌렸다.“왜요?”“만약에요. 그냥 만약인데... 새언니가 우리 오빠를 용서하지 않았다면, 지훈 씨랑 만났을 것 같아요?”이담은 아예 몸을 돌려 민아를 바라봤다.“민아 씨가 요즘 지훈 씨 얘기를 꽤 자주 하네요?”“제... 제가요?”민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다시 반듯하게 누웠다.시선은 텐트 밖으로 향한 채.“몇 번 안 했는데요.”이담은 그저 웃기만 했다.눈치를 챘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하진혁이랑 다시 만나지 않았어도 지훈 씨랑은 안 만났을 거예요.”“왜요?”민아는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지훈 씨 괜찮은 사람이잖아요.”“사람마다 좋은 사람의 기준은 다르니까요.”이담이 담담하게 말했다.“나한테 지훈 씨는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남자로서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친구에 가까운 사람이죠.”“좋은 사람이라고 무조건 사귀어야 한다면,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은 전부 연애 상대로 생각해야 하잖아요.”말문이 막힌 민아는 입술을 삐죽거렸다.“그건... 생각을 못 해봤네요.”이담이 물었다.“그럼 민아 씨가 보기엔 지훈 씨는 좋은 사람이에요?”“뭐... 괜찮죠.”민아가 머뭇거렸다.“나쁜 사람은 아니고요.”이담은 그저 웃기만 했지만 민아는 괜히 찔렸다.“왜 웃어요?”“힘내봐요.”이담은 머리맡의 작은 등을 껐다.“난 먼저 잘게요.”그때 민아의 핸드폰 화면이 켜졌다.[겉옷은 언제 돌려줄 겁니까?]메시지를 보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이렇게 긴장한 것도 처음이었다.민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한참을 고민한 뒤 겨우 답장을 보냈다.[내일요.]지훈에게서 더 이상 답장은 오지 않았다.그제야 민아도 잠이 들었다....다음 날.일행은 챙겨온 짐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쓰레기까지 모두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30화

    숲에는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았다.텐트 앞에서 타오르는 모닥불이 고요한 강물에 비치면서 잔잔한 빛을 흩뿌렸다.“건배!”사람들은 맥주병을 부딪치며 즐겁게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었다.모두가 오랜만에 마음 놓고 쉬는 듯했다.주원이 몸을 돌려 그릴 앞으로 다가갔다.고기에 손을 뻗으려는데 여름이 브러시 손잡이로 손등을 툭 쳤다.“아직 안 익었어요.”“냄새만 맡으려고 했지.”주원은 능청스럽게 웃으면서 물러나더니 강준 옆에 앉았다.그때 민아가 갑자기 물었다.“두 사람 혹시 사귀어요?”여름의 손이 멈칫했다.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리자 긴장해서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런데 주원은 태연했다.“안 사귀는데요. 괜한 소리 하지 마요.”그러더니 은호 쪽을 한번 봤다.“권씨 집안 사람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하면 곤란하잖아요.”이담이 은호를 바라봤다.은호는 천천히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권씨 집안 사람이라고 해도 여름이 일을 대신 결정할 수는 없죠.”여름은 멈칫했다.예전에는 권씨 집안에서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그런데 비슷한 말을 해준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권주남이었다.권주남을 떠올리자 여름의 얼굴에 잠시 슬픔이 스쳤다.말없이 눈을 내리깔고 다시 고기에 소스를 발랐다.주원은 그 변화를 빠르게 알아차렸다.아무렇지 않게 여름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은호 씨, 그렇게 말씀하시면 우리 둘 사이도 허락하신 겁니까?”“네?”여름의 생각이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튀었다.어리둥절한 얼굴로 주원을 바라봤다.주원이 슬쩍 눈을 찡긋했다.분위기를 돌리려고 일부러 한 말이라는 뜻이었다.은호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담이 끼어들었다.“이런 식으로 사람을 데려가도 되는 거예요?”주원이 곧바로 받아쳤다.“이담 씨는 진혁이 데려갈 때는 그런 거 생각했어요?”“내가 언제 그 사람을 데려갔다고 그래요?”주원이 웃었다.“진혁이 결혼했을 때, 경성시에서 몰래 좋아하던 여자들은 하늘이 무너진 줄 알았을 텐데요.”민아와 강준은 옆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29화

    얼마 지나지 않아 주원과 여름도 도착했다.일행은 산과 물이 어우러진 넓은 들판 한쪽을 야영지로 정하고 짐을 풀기 시작했다.이담과 여름은 바비큐 그릴을 준비했다.주원은 강준, 은호와 함께 텐트를 쳤고, 민아는 옆에서 열심히 도왔다.팩을 건네고 방풍줄을 잡아당기느라 쉴 새 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주원과 가장 친하다 보니 중간중간 대화도 나눴다.처음부터 끝까지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 오히려 즐기는 모습이었다.여름은 재워둔 고기 꼬치에 기름을 바르면서도 자꾸 그쪽을 힐끗거렸다.이담이 숯불을 조절하다 고개를 들었다.여름의 시선을 따라서 바라보더니 살짝 웃었다.“주원 씨 어때?”“네?”갑작스러운 질문에 여름이 정신을 차렸다.“그... 괜찮죠.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밝고, 재밌고요.”말끝이 흐려졌다.“그런데...”“그런데?”“사람들이랑 잘 어울리잖아요.”여름은 눈을 내리깔았다.“저랑은 다르게...”이담이 부드럽게 말했다.“여름이도 여름이만의 장점이 있어. 남의 장점만 볼 필요 없어.”“여름이 가진 걸 다른 사람은 못 가질 수도 있는 거니까, 절대 자신을 낮게 보지 마.”여름은 입술을 다물었다.잠시 진지하게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주원이 다가왔다.가방에서 생수 한 병을 꺼내 이담에게 건넸다.그리고 다시 음료수 한 병을 꺼내서 여름에게 줬다.이담은 손에 든 생수를 한번 보고 여름의 손에 든 음료수를 한번 봤다.“주 선생님, 사람 차별을 꽤 하네요?”여름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여름 씨가 주스 좋아하는 건 알고 있는데 다른 분들이 뭘 좋아하는지는 모르잖아요.”주원이 장난스럽게 웃었다.“아니면... 진혁이한테 가져오라고 할까요? 우리가 자기 빼고 캠핑 온 거 알면 지금쯤 울 텐데.”이담은 할 말을 잃었다.그때 민아가 허리에 손을 얹고 다가왔다.“누가 울어요? 경성시에 계신 그 고귀한 친척분?”민아가 눈을 깜빡였다.“전 오빠 우는 거 한 번도 못 봤는데요.”그러고는 주원을 바라봤다.“주원 씨는 봤어요?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화

    너무 놀라서 잠시 멍하니 있던 마동순이 이담과 눈을 마주쳤다.“애초에 나와 거래할 때 이런 말은 없었잖니. 왜? 후회하는 거니?”맞다. 이담은 후회하는 중이다.이담은 시큰거리는 눈을 내리깔면서 애써 눈물을 참았다.“제가 실망을 안겨드렸어요.”마동순은 깊은 눈동자로 이담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됐어.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해. 난 기회를 줬어. 네가 진혁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니, 이제 하씨 가문은 너한테 빚진 거 없다.”순간 처연한 미소를 지은 이담이 갈라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그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1화

    “심 선생, 잘 생각하고 결정한 거야? 정말 강성병원으로 가려고?”병원장 주원식은 심이담의 전근 신청서를 보고는 의아한 듯 물었다.그 순간 이담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면서,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이미 결정했어요.”이미 마음을 굳게 먹은 듯한 이담을 보자, 주원식은 한숨을 푹 내쉬며 결국 전근 신청서에 사인했다.병원장 사무실에서 나오기 무섭게, 이담은 하진혁과 의사 가운을 입은 문초연 모자를 발견하고 걸음을 우뚝 멈췄다.세 사람은 마치 화기애애한 가족 같았다.초연은 어린 남자애의 손을 잡고 진혁과 나란히 걷고 있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8화

    너무나도 갑작스러워 이담은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이윤정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이제 심민철은 이담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지거리를 퍼부었다.“하 서방이랑 이혼하겠다고? 꿈 깨! 어림도 없는 소리!”“하씨 가문 문턱을 아무나 넘을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운 좋게 하씨 가문 며느리가 된 건, 하늘이 준 운이야! 주제를 알아야지!”운?‘하긴, 나한테 운이 있기는 할까?’그저 어릴 때 진혁과 함께 어두운 시기를 이겨냈고, 모든 걸 내 걸고 그를 구해줘서 하씨 가문에서 은혜를 갚은 것뿐이다.이담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눈시울을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7화

    이담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환자의 상태를 체크했다. 환자의 가족은 그녀가 집도의라는 걸 알자마자 너무 감격해 무릎을 꿇으려고 했고, 깜짝 놀란 이담과 의료진은 얼른 가족을 일으켜 세웠다.“뭐 하시는 거예요? 사람을 살리는 건 저희가 응당 해야 할 일이에요.”“선생님이 아니면 제 아들은 진작 죽었을 거예요. 선생님이 제 아들에게 살 희망을 줬어요. 정말 감사해요.”환자의 연로한 어머니는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드디어 살았다는 기쁨의 눈물이었다.의료진은 모두 생사에 이미 익숙한 사람들이라, 죽음의 문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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