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넘어진 덕에 위기는 비껴간 듯했다. 강지연의 손에 들린 칼은 강성호의 두피를 스치듯 지나갔을 뿐 깊게 박히지 않았다.강성호는 바닥을 기어다니듯 뒤로 물러서며 비명을 질렀다.“이, 이 미친년! 살인이다! 미친년이 사람 죽인다!”방 안에서 홍순자가 문을 두드리며 외쳤다.“지연아! 어리석은 짓 하지 말고 어서 문 열어라!”그러나 강지연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이곳이 꿈이든, 정말로 과거로 돌아온 것이든 상관없었다.한 번 더 사는 셈이라면 오히려 이득이었다.이번에는 남은 원한이 있다면 갚고 풀지 못한 억울함이 있다면 끝까지 바로잡을 생각이었다.강성호와 유서원의 비명이 뒤엉킨 가운데 그녀가 칼을 쥔 채 강성호를 몰아붙이려는 순간이었다.누군가 문을 밀치고 뛰어 들어와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고 칼을 쥔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충동적으로 굴지 마! 강지연! 제발!”목소리만으로 차유준임을 알아차렸다.“강지연, 무서워하지 마. 내가 왔어. 내가 도와줄게. 칼 내려놔. 다 내가 처리할게.”부드럽지만 단단한 힘이 실린 목소리였다. 그 말에 이끌리듯 강지연의 흥분이 조금씩 가라앉았다.“강지연, 칼 내려놔. 제발 말 들어.”그녀의 힘이 빠진 것을 느낀 듯 차유준은 한층 낮은 목소리로 달래며 자연스럽게 칼을 빼앗았다. 그리고 재빨리 그녀를 뒤로 밀어 세워 몸으로 가렸다.“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꺼지세요!”그는 칼을 들어 책상에 내리꽂았다. 날이 상판에 깊숙이 박히며 둔탁한 소리가 터졌고 밖으로 드러난 칼몸이 미세하게 떨렸다.“너, 너 뭐야? 누구야?”강성호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온몸을 떨었다.차유준은 대답 대신 칼을 뽑아 손안에서 천천히 흔들었다.“다시 한 번이라도 강지연에게 못되게 굴면 당신 뼈가 얼마나 단단한지, 목숨이 얼마나 긴지 확인하게 될 겁니다.”강성호는 간신히 일어나려다 그 말에 다시 주저앉았다. 유서원은 차유준이 들어온 틈을 타 이미 밖으로 달아난 뒤였다.그때 문밖에서 소란스러운 기척이 들려왔고 유서원이 들뜬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강성호의 얼굴은 이미 분노가 한계까지 치밀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그럼에도 억지로 참고 있다는 건 오늘 찾아온 목적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었다.유서원이 서둘러 끼어들었다.“지연아, 네 아빠가 널 욕하려던 게 아니야. 그냥 말이 헛나온 거지.”“말이 헛나왔다고요? 자기 자식한테 그런 말 하는 아버지가 어디 있어요?”홍순자가 강지연을 끌어안으며 단호하게 말했다.“그만하고 나가라. 여기 너희 밥은 없다. 집에 가서 먹어.”“어머님!”유서원이 다급히 손사래를 쳤다.“저희 오늘 지연이 혼내러 온 거 아니에요. 좋은 일 있어서 온 거예요. 아주 좋은 일.”홍순자는 믿지 않았다. 다시 문 쪽을 가리키며 내쫓자 강성호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엄마, 조금 있으면 중요한 손님이 온다고요! 왜 자꾸 아들을 내쫓지 못해서 안달이에요? 내가 이 촌구석 오고 싶어서 온 줄 알아요? 저 잡종... 아니 저년이 식당에서 보자고 했는데 안 나오겠다고 해서 온 거잖아요. 그쪽에서 이미 크게 한 상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욕을 삼켰지만 말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홍순자는 코웃음을 치며 강지연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중요한 손님? 너한테 중요한 손님이 좋은 사람일 리가 없지. 우리 집은 그런 손님 못 받는다.”강성호가 젓가락을 내던지며 소리쳤다.“좋은 말로 할 때 좀 들어요! 나중에 늙어서 누구한테 기댈 건데요? 엄마는 노후 생각 안 하고 살아요?”홍순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강성호에게 효도를 기대한 적은 없었지만 저렇게 노골적으로 말하니 가슴이 무너졌다.“이 짐승만도 못한 놈!”강지연 역시 알고 있었다. 강성호는 할머니를 부양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그리고 훗날 어떤 지경까지 몰아넣을지도 알고 있었다.오물이 뒤섞인 방바닥에 쓰러져 숨만 붙어 있던 장면이 떠오르자 가슴이 저릿하게 아파져 왔다.“할머니는 당신 같은 사람 필요 없어요.”강지연은 담담하게 말하며 홍순자를 안방으로 밀어 넣고 문을 잠갔다. 그리고 다시 부엌으로 향했다.강성호는 그
“다행히 기본이 나쁘진 않아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올라갈 수 있어.”온하준이 말을 이어 가던 중 두 사람은 이미 게시판 앞에 도착해 있었다. 학생들로 가득한 공간은 들뜬 목소리로 소란스러웠다.“넌 몇 반이야?”“야, 우리 또 같은 반이야!”환호가 이곳저곳에서 터졌다. 강지연은 이과 명단에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곧장 문과 명단 앞으로 걸어갔다.“야, 이과는 이쪽이야. 왜 거기로...”온하준은 말을 멈칫하다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급히 그녀의 뒤를 따라왔다. 그리고 문과 명단에서 그녀의 이름을 발견했다.“나를 속인 거야?”등 뒤에서 떨어진 목소리는 한여름인데도 소름이 돋을 만큼 차가웠다.강지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후 뒤를 돌아보았을 때 그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대신 차유준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강지연! 우리 진짜 같은 반이야. 오늘은 내가 밥 산다. 기념해야지.”“괜찮아.”고개를 저었다. 밥 한 끼로 기념할 일도 아니었고 마음은 여전히 복잡했다.마침 강성호한테서 전화가 왔다. 이번 학기 무난하게 마무리했으니 식당에서 만나자며, 동생에게 본보기를 보여 주라는 말까지 덧붙였다.하지만 왜 부르는지 알고 있었던 강지연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어릴 적부터 부모는 그녀를 방치했고 그들이 강지연을 먼저 찾는 날은 늘 좋지 않은 일 때문이었다.전화를 끊고 학교 일을 정리한 뒤 강지연은 곧장 홍순자의 집으로 향했다. 여름 방학 특강이 시작되기 전 며칠은 쉴 수 있었고 그 시간을 할머니와 보내고 싶었다.막 밥상을 차려 마주 앉으려는 순간, 바깥에서 거친 발소리와 함께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엄마! 엄마!”십수 년의 시간을 건너 다시 마주한 얼굴.생물학적 아버지, 강성호.그 얼굴을 보는 순간 떠오른 건 단 하나였다. 할머니에게 퍼붓던 폭력과 모욕.강성호는 유서원과 함께 들어와 인사도 없이 자리에 털썩 앉더니 밥을 퍼먹기 시작했다. 상에는 반찬 두 개뿐이었다. 고기 하나, 나물 하나.두 사람이 젓가락을 대자 고기 접시는 순식간에
강지연은 좋지 않은 예감이 스쳤다.이미 온하준은 그녀를 발견했고 그 눈빛은 그냥 지나가게 둘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애써 태연한 얼굴로 다가가자 그의 손에 들린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강지연의 성적표였다.“이거 봐.”그가 툭 내밀었다.“너 이게 뭐야? 이과 과목 전부 등급이 너무 낮잖아.”강지연은 잠시 말을 잃었다.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다시 펼쳐보지 않은 공식과 개념이었다.그때도 버거웠던 과목들이었고 오로지 온하준을 따라가기 위해 억지로 붙들고 있었던 이과였다.“이런 등급으로 대학은 어떻게 갈 건데? 예체능이라고 해도 이 정도면 위험해.”마치 담임이라도 된 듯한 어조였다.“알아. 다음부터는 노력할게.”짧게 대답하고 그를 지나치려는 순간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잠깐만.”온하준이 성큼 따라왔다.“왜 이렇게 급해? 누구랑 약속이라도 있어?”“무슨 뜻이야?”그는 성적표를 다시 가리켰다.“영어는 왜 이렇게 잘 봤어? 너 원래 이 정도 아니었잖아.”강지연은 숨을 고르며 말했다.“사람이 노력하면 오를 수도 있지.”외국에서 박사까지 마쳤다고 말할 수도 없었고 유학을 위해 몇 년을 배웠다고 설명할 수도 없었다.온하준의 눈빛이 가늘어졌다.“너 설마 차유준한테 부추김당한 거 아니야? 같이 유학 하러 가려고?”“아니. 그럴 생각 없어.”“그럼 됐어.”온하준은 냉정한 목소리로 단정하듯 말했다.“유학은 아무나 가는 게 아니야. 차유준 집안은 돈 많으니까 상관없지만 너희 집 형편은 네가 더 잘 알잖아. 감당 못 해.”그 말은 오래전 상처를 다시 건드렸다.비록 강지연이 이미 온하준과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기를 겪어 냈다 해도 방금 그 말은 여전히 쓰렸다.그리고 지금의 온하준과 훗날의 온하준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자기 확신, 오만, 그리고 그녀를 동등한 존재로 보지 않는 태도.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그녀를 내려다보는 것이었고 한층 더 거칠게 말하면 아예 업신여기는 것이었다.문득 강지연은 차유준의 말이 떠
강지연은 선뜻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신청서를 작성한 건 며칠 전이었고 그때의 강지연은 이미 이과에 표시해 둔 상태였다.그리고 지금은 아직 수정하지 못한 채 가방 속에 넣어 둔 그대로였다.그녀가 머뭇거리자 온하준의 표정이 굳었다.“왜 안 꺼내? 곧 제출해야 하잖아. 너 설마...”그는 말을 끊고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진짜 차유준 말 들은 건 아니지?”“차유준이 뭐라 그랬는데?”앞자리에 앉아 있던 최아현이 불쑥 말을 끊었다.온하준은 순간 할 말을 잃었고 강지연은 그를 힐끗 바라본 채 더 이상의 설명은 삼켰다.“생각해 보니까 나는...”문과로 가겠다고 말하려는 순간, 온하준이 그녀의 가방을 홱 낚아챘다.“뭐 하는 거야?”강지연이 급히 손을 뻗었지만 이미 늦었다.가방 속 파일이 빠져나오고 투명 파일 맨 위에 끼워 둔 신청서가 그대로 드러났다. 체크란에 또렷하게 적힌 두 글자. 이과.그 두 글자를 확인한 순간, 온하준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가방을 돌려주며 말했다.“이대로 제출하면 되겠네.”“안 돼!”강지연이 급히 말했다.“보호자 서명 아직 안 받았어.”서류 아래를 확인하자 보호자 서명란이 비어 있었다. 온하준은 잠시 망설이다가 신청서를 돌려주었다.이번 주 안에 제출해야 했지만 강지연은 이곳에 온 뒤 날짜 감각이 흐려져 있었다.주말에 내려가야 서명받을 수 있었기에 담임에게 이틀만 늦게 내겠다고 말했고 금요일이든 월요일이든 상관없다는 답을 들었다.그 뒤로 온하준은 더 묻지 않다가 월요일 아침, 불쑥 생각난 듯 물었다.“신청서 냈어?”“응. 냈어.”이미 제출한 뒤였다. 단, 이과를 지우고 문과로 고쳐 쓴 채로.온하준은 더 묻지 않고 돌아섰다.며칠 뒤, 복도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지연 이과 썼어. 문과 안 갈 거야. 네가 괜히 설레발치는 거지.”온하준의 말에 차유준이 낮게 웃었다.“그래서? 그건 네가 이기적이라는 증거 말고 또 뭐가 되는데?”“그러는 너는
가능하다면 차유준에게 해외로 떠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그 선택만 바뀌어도 그의 인생이 다른 결말을 맞이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이 있었다.하지만 그것은 선을 넘는 일이었다.차유준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나 유학 안 가. 국내 대학 갈 거야. 말했잖아. 나 문과 간다고. 우리 같은 반 된다니까.”그렇다면 다행이었다.교문 앞에서 온하준과 마주친 이후, 차유준과 온하준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이어졌고 그 뒤로 온하준은 그녀를 완전히 무시했다.숙제를 걷을 때도 말 한마디 없이 공책만 집어 들고 돌아섰다.열여섯의 강지연이었다면 상처받았을 것이다. 그의 눈빛 하나, 말투 하나에 마음이 흔들렸을 테니까.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지금의 그녀는 서른을 넘긴 강지연이었다.한때는 그의 기분에 좌지우지 당했지만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된다면 차라리 남으로 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그래서 그의 침묵은 오히려 다행이었고 멀어질수록 마음은 가벼워졌다.기말이 가까워지고 교실은 온통 문과와 이과 이야기로 가득 찼다. 누군가는 끝까지 고민했고 누군가는 부모와 의견이 엇갈려 속을 끓였다.옆자리 친구가 책상에 엎드린 채 한숨을 쉬었다.“강지연은 좋겠다. 고민도 없이 문과 가면 되잖아.”“누가 그래?”앞자리에 앉은 최아현이 돌아보며 말했다.“강지연은 우리랑 같이 이과 간다고 결정했어.”옆자리 친구의 눈이 동그래졌다.“진짜야? 예체능이 이과에 간다고? 선택 폭 엄청나게 줄어드는데?”이과에 가겠다고 말했던 건 과거의 자신이었다. 그때는 최아현에게 슬쩍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생각이 바뀐 건 최근이었고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최아현에게 문과에 갈 생각이라고 말하려는 순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떨어졌다.“진짜 실력 있는 사람이라면 선택지 따위 무서워하지 않겠지. 어차피 대학은 하나만 가는 건데 선택지가 많으면 뭐 해.”온하준이었다. 며칠째 말 한마디 없던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열여섯의 강지연은 그 한마디에 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