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침대 헤드에 기대 은성의 얼굴을 지그시 응시했다. 새벽 한시가 넘은 시간이다. 잠들어야 할 시간이지만 자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바라보고 싶다. 밝은 곳에서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혹여 그녀가 잠이 깰까봐 스탠드도 켜지 않았다. 달빛에 비춰 바라봤다.
“예쁘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에, 시원한 눈매가 눈을 감고 있음에도 예뻤다. 아니, 가슴이 아릿해질 정도로 아름답다. 천천히 다가가 살포시 이마에 입을 맞췄다.
달았다. 너무 달아서 삼켜버리고 싶을 만큼. 하지만 그러면 은성을 깨울 것이다. 아래가 부풀어가는 것을 꾹 참고 몸을 붙였다.
보드라운 살결을 느끼면서 풀냄새 나는 꽃내음을 들이마셨다. 은성이 자신의 품에 있었다. 그것이 충족감을 주면서도 한편으
선우가 룸 안으로 들어섰다. 앉아있던 선희가 그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왔니?”“네.”일어나서 반길 정도로 살가운 사이가 아니었다. 일어난다고 해도 포옹이라도 할 수 있냐하면 그렇지도 않다.선희의 신체 일부가 닿는 즉시 선우는 화장실로 달려가야했다. 선우는 선희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았다.그녀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리에 다시 앉았다. 금방 음식이 나왔다. 코스요리는 맛있고 깔끔했으나 그에게 별다른 감상을 불러일으키진 못했다. 그저 궁금했다.‘은성이가 좋아할까?’은성은 중국 음식을 좋아했다. 하지만 이런 곳에 같이 와서 코스 요리를 먹어본적이 없었다. 아직 해보지 못한 것이 너무 많았다.하고 싶은 것도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그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내내 조용한 식사가 이어졌다. 마지막 후식이 나왔을 때 선희가 냅킨으로 입을 닦으면서 말했다.“클럽에서 돈을 꽤 많이 썼다면서.”“네.”선희를 거치지 않고 한 일이었지만 그녀가 알게 될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클럽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 이후에 은성이 아파트에 함께 들어갔다는 거까지도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다.건조한 인정을 듣고 선희가 얕은 한숨을 쉬었다. 한숨이 사라진 자리에는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한참 후에서야 그 정적을 깨고 그녀가 말했다.“이제 그만하면 안되겠니?”
'씨X.'육두문자를 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그는 억지로 웃었다. 선우가 그런 그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긴장할 건 없어. 오늘은 안 때릴거야. 은성이가 폭력으로 뭔가를 해결한 거를 싫어하거든."'오늘은'이란 말이 크게 들렸다. 오늘이 아니라는 것은 그 어느때도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긴장하지 말라고 했건만 몸이 저절로 긴장됐다. 빨리 이 시간을 끝내고 싶었다."그,그래서 하실 말씀이...""너 인생을 참 뭣같이 살았더라."난데없는 평가에 기가막혔다. 뭐라고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이어진 말에 입이 다물렸다."더럽게 성병을 퍼트리고 살았다며."그건 태용이 가장 숨기고 싶은 비밀이었다. 그는 여자들과 자는 것을 좋아했다. 자신의 매력에 넘어오는 여자들을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객관적으로 말하자면 그가 들이대고 들이대서 이루어진 관계였으나 어쨌든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딱히 사귀지 않아도 관계를 가졌고 그런 일이 반복되는 어느날 알게 됐다. 자신이 성병에 걸렸다는 것을.여러 여자랑 관계를 가졌기에 누구한테서 옮았는지 그래서 누구에게 퍼트린 건지도 알지 못했다.다행히 약을 먹고 치료됐고 완치가 된 이후는 그렇게 싫어하던 콘돔을 성실하게 꼈다. 어쨌든 과거의 일이라 없는 일로 만들면 그뿐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그 일을 선우가 알고 있었다. 말하지 말라고 애원이라도 해볼까. 하지만 그는 그런 것이 통하지 않을 사람같았다. 태용은 우기기로 했다.
처음에 관계를 끝내야 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분명 그 노트때문이었다.선우의 마음에 다른 여자가 있는 것을 받아드릴 수가 없었다. 그가 만질 수 있어서 자신을 만나는 거 같았다.그래서 헤어지기로 했다. 그때부터 4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들 동안 흔들리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어제만 해도 흔들려서 잠자리를 가졌다. 그럴 때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노트만 아니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그리고 그럴 때마다 그럴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는 자신을 사랑한다고 고백하지 못한다.그 세월동안 그가 자신을 붙잡기 위해 했던 그 행동들 그녀는 끝없이 자신을 싫어하게 되었다. 어제처럼 어떤 행동을 강요하는 것 또한 싫었다.노트가 해결되어도 그 상처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천천히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그럴 수 없어. 그러기에는 너무 힘들어.""하아..."도희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한 사람은 이 관계를 어떻게서든 끝내려고 하고 한 사람은 어떻게서든 이 관계를 붙잡으려고 한다.두 사람다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한숨을 내쉬는 그녀를 보면서 은성이 피식 웃었다."왜 한숨은 쉬고 그래.""그냥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쉽지 않아서. 근데 하나는 명확해.""뭐가?""나는 언제까지나 언니편이야."그 말에 은성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도희가 아니었다면 지난 시간들을 버티지 못했을 터였다."고마워."
은성이 무감한 눈으로 말했다.“응. 그냥 자고 싶었어.”선우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은성을 바라봤다. 그녀는 그의 귓가에 속삭이며 말을 덧붙였다.“누구여도 상관없었어.”선우의 손에 들어간 힘이 스르륵 풀렸다. 그걸 기다렸다는 듯 은성은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그런 그녀와 다르게 선우는 얼어붙은 채로 한참을 서 있었다.“받아들인 줄 알았어…”그가 그토록 원하고 원했던 진짜 기회가 주어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들은 그냥 망상에 불과했다. 스스로가 우스웠다.“하하…!”소리내어 웃는데 눈물이 맺혔다. 은성이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누구여도 상관없었어.”어제 계속 못생긴 후배 놈하고 있었다면 그 놈과 밤을 보냈을까. 생각만으로도 이에 힘이들어가고 목에 핏대가 섰다.“절대로 그렇게 두지 않아.”은성은 그의 세계였다. 그의 세계를 다른 누가 가져갈 순 없었다.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다.그의 세계를 탐내는 자가 있다면 언제나 그랬듯이 치워버리면 그만이다. 흥신소에 전화를 걸었고 명령하듯이 건조하게 말했다.“오늘내로 자료 보내세요.”흥신소 사
선우는 어둠 속에서 은성의 얼굴을 바라봤다. 불을 켜고 얼굴을 구석구석 뜯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다면 빛에 예민한 그녀가 눈을 뜰 것이다.밝은 곳에서 보지 못한다면 얼굴이라도 만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잠을 깨울 것이다. 그래서 그의 손은 닿지 못한 채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은성아.”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리운 이름을 불렀다. 몇번이고 더 부르고 싶었다. 그간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선우의 머리에서 스쳐지나갔다.첫 휴가 이후 군대에서의 시간은 지옥같았다. 힘든 훈련과 폐쇄적인 환경은 오히려 견딜만했다.그를 견디지 못하게 만드건 은성의 부재와 그녀를 영영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제2의 민재가 나타나 그녀를 빼앗을까봐 공포스러웠다.그래서 유 실장을 시켜서 그녀의 주변의 남자들이 있지 않는지 확인하게 했다. 접근하는 남자들이 있으면 곧바로 정리하게도 했다.그럼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불안했지만 휴가를 나가면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생각 하나로 버텼다.하지만 휴가를 나가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냉랭한 표정뿐이었다. 닿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저 은성이 자신을 향해 희미한 미소라도 지어주길 바랐다.“은성아. 나 휴가 나왔어.”그러나 그건 지나친 욕심이었다. 은성은 아예 선우 자체를 무시했다. 군대에 있어도 휴가를 나가도 매일 피가 말랐다. 그럼에도 기회가 아직 남아있다고 생각하면서 버텼다.그런데 전역을 얼마 남기지 않았을 때 버러지 같은 선배
때리는 손이 더 아픈 거 같아 은성은 그만두었다.집에 들어서고 나서야 소파에 그녀를 내려놓았다. 얼음 주머니를 가져와서 발목에 대어주었다. 차가운 얼음과 따듯한 선우의 체온이 동시에 느껴졌다.그것이 꼭 자신의 마음 같았다. 대부분 차갑지만 가끔씩 휘둘려서 따뜻해졌다. 부은 뺨이 마음에 걸려 그를 따라 아파트에 온 지금처럼 말이다. 아파트를 돌아봤다.한때 거의 살다시피 했던 공간이지만 3년전에 이별을 통보한 이후로는 올 일이 없었다. 그러니 낯설게 느껴질 만도 한데 익숙했다. 인테리어는 물론 소품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집이 그때랑 그대로네.”“응. 그게 편해.”편하다는 말에는 조금의 껄끄러움도 없었다. 그럼에도 은성은 그 말이 걸렸다. 자신과 사귀던 그때에서 그는 계속 머무르길 원하는 것 같았다.“집이 같다고 관계가 유지되진 않아.”“같아질 때까지 기다리면 돼. 나는 계속 여기 있어. 은성아.”그러니까 너만 돌아오면 돼. 뒷말을 하지 않는데도 들리는 것 같았다. 신을 우러러보는 신도처럼 선우가 올려다봤다.그의 눈에는 오직 은성만이 담겨 있었다. 그것이 기꺼웠다. 항상 바랐다. 그의 눈에 마음에 자신만 담겨 있기를.‘지금 이렇게 보여도 아니라는 거 알아. 아는데…’아는데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흔들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선우가 입을 맞췄다. 은성이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는 밀려나지 않았다.
“내 말 안 들려?”“들었어.”“근데 왜 답을 안해?”“답을 왜 해야하는데.”선우가 걸음을 멈춰서는 바람에 뒤따라오는 유라와 몸이 닿았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는 메스꺼움을 느껴 구토를 했다.“우욱…!”“괜찮아…?”놀란 유라가 다가서려했지만 그가 손을 들어오지 말라는 표시를 했다. 진정이 되고 나서 그는 무미건조하게 응시했다.“오늘 같은 일 다시는 없었으면 해. 반에서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불편하거든.”다시 걸음을 옮기려는 그때 유라가 소리쳤다.“거짓말! 너 나 좋아하잖아.”선우가 멈칫했다. 그
무거운 발걸음으로 고용인 숙소를 빠져나왔다. 다행히 경자는 이미 본채로 넘어가서 볼일이 없었으나 감정이 좀처럼 다스려지지 않았다.“오늘은 버스타고 간다고 할까?”학교까지는 걸어서 1시간 정도 걸렸지만 버스를 타면 30분이면 도착했다. 선우하고 같이 다닐때는 걸어서 다녔다. 사실 그가 걸어서 학교를 다니는 것을 선희는 못마땅하게 여겼다. 차가 없는 것도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선우는 차로 이동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고 정체된 도로도 싫어했다. 무엇보다 은성과 둘이서만 있기를 바랬고 그래서 걸어서 다녔다. 고3이 되면서
“고민할게 뭐가 있어. 유학 가서 잘 배우고 선우랑 같이 한성그룹 들어가면 되는 거지.”“엄마, 유학가고 싶은 생각 없어. 한성그룹에 들어갈 생각은 더더욱 없고.”경자는 은성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했다.“남들은 다 가고 싶어서 난리치는 유학, 너는 왜 가기가 싫어?”“내 돈으로 가는 게 아니잖아. 회장님한테 빚지고 싶지 않아.”“네가 잘 해서 한성그룹에서 일하면 되는 거야.”말이 도무지 통하지 않았다. 은성이 무엇을 걸려하는지 경자는 이해하고 싶지 않아했다. 더 이상 대화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고 은성은 자리에서 일어났
‘착각이겠지?’착각일 것이다. 선우는 자신의 남자친구였고 항상 은성에게 충실했다. 잘생긴 얼굴, 뛰어난 운동실력, 무던한 성격, 좋은 집안 모든 이들이 탐낼만한 조건을 갖고 있었지만 한번도 이성문제로 은성의 속을 썩인 적이 없었다. 사귀기 전에도 그랬다. 그러니 분명히 착각일 것이다. 그래야 했다.그런 생각을 하면서 교문을 지나 기계적으로 걸어갈 때였다. 갑자기 몸이 확 끌어당겨지더니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은성을 끌어당긴 사람은 선우였다.“박선우! 깜짝 놀랐어.”“이렇게 안 하면 네가 나를 안 봐주잖아.”다시 입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