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이소정의 마음속에 질투와 증오가 뒤엉켰다.“봤다. 임미도는 왔는데 백 대표는?”임설아가 주위를 살피더니 갑자기 희색을 띠며 말했다.“엄마, 백 대표는 안 왔어요!”“뭐? 정말이야?”이소정이 고개를 들어 보니, 차에서 내린 임미도가 정말 혼자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과연 어디에도 백준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이소정이 쾌재를 불렀다.“백 대표가 안 왔어! 세상에, 백 대표가 안 오다니! 이건 정말 하늘이 도운 거야.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더니!”임설아도 거들었다.“오늘 연회의 핵심은 백 대표잖아요. 할아버지도
이소정은 순종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한겸 오빠, 어서 들어가 보세요.”그러자 임한겸이 다정하게 말했다.“그럼 너랑 설아는 먼저 집에 가 있어. 기사한테 집까지 데려다주라고 할 테니까 여기 생신 잔치 끝나면 바로 너희한테 달려갈게.”임한겸은 세심하게 뒷일까지 챙겼다.“오빠, 나랑 설아는 집에 가고 싶지 않아요! 비록 어르신께서 설아를 인정하지 않으시지만 설아는 할아버지를 무척 따르고 존경하거든요. 못 들어가게 하신다면 할 수 없지만 저랑 설아는 밖에서라도 자리를 지키며 생신을 축하드리고 싶어요. 다 끝나면 그때 같이
“아버지, 설아가 지금 밖에 와 있어요. 아주 착하고 예의 바른 아이예요. 할아버지가 들어오라고 하면 들어오고 허락하지 않으시면 조용히 밖에 머물면서 할아버지 생신을 축하드리겠다고 했어요. 그런 손녀라면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염한나는 코웃음을 쳤다. 그녀가 보기에 사생아 임설아는 어머니 이소정을 그대로 닮은, 사람 마음을 구슬리는 데 능한 여자였다.임정훈은 단칼에 거절했다.“돌려보내.”단호한 한마디였다.임한겸이 놀라 외쳤다.“아버지.”임정훈이 차갑게 말했다.“방금 한나가 한 말 중에 하나는 맞아. 미도 만이 우리 임
곧 다음 날이 밝았다.오늘은 임정훈의 생신이었다.임씨 가문의 본가는 온통 등불과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고 대문 밖에는 고급 승용차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행사는 매우 성대하게 치러지고 있었다.몇몇 명문가의 아가씨들이 모여 흥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이번에 임정훈 회장님의 생신 연회 정말 성대하네요.”“그럼요. 이번에 임씨 가문이 크게 연회를 여는 거잖아요. 재계에서 이름 있는 사람들은 다 왔다던데요.”“저기 봐요. 임정훈 회장님 나오셨어요.”오늘의 주인공 임정훈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검은색 개량한복을 입고 지팡이
임정훈의 목소리는 매우 기분 좋아 보였다.“미도야 지금 뭐 하고 있어?”임미도가 대답했다.“할아버지, 지금 드레스 피팅 중이에요. 내일 할아버지 생신 연회에 입고 가려고요. 미리 말씀드릴게요. 할아버지, 꼭 복 많이 받으시고 만수무강하세요.”임정훈은 크게 웃었다.“하하하. 미도야, 네 효심은 잘 알겠다. 내일 정우와 함께 꼭 시간 맞춰 와야 한다.”유정우의 이야기가 나오자 임미도는 그가 출장 갔다는 사실을 굳이 먼저 말하지 않았다.“네, 할아버지. 시간 맞춰 갈게요.”“그래, 그래. 그리고 몸도 꼭 잘 챙겨야 한다.
유정우가 떠난 뒤 임미도는 우유를 한 모금 마셨다.그가 가지 않는다면 그녀가 혼자서 상대하면 된다.그녀는 이미 임씨 가문이라는 전장에서 수년간 치열하게 싸워왔기에 이번에도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임미도는 자신만만하게 휴대폰을 꺼내 이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미도 언니. 좋은 아침이에요.”“좋은 아침이야. 내가 부탁했던 드레스 도착했어?”내일 할아버지의 생신 연회가 있기에 그녀는 이미 이나연에게 부탁해 최고급 맞춤 드레스를 주문해 두었다.이나연이 말했다.“미도 언니, 저도 지금 전화하려고
백시후는 옆에 늘어뜨린 두 손을 순간 꽉 쥐더니 성큼성큼 다가갔고 순식간에 엄수아와 조군익의 테이블에 왔다.“수아는 안 먹어!”익숙한 목소리에 엄수아는 고개를 들고 어리둥절했다.“시후야, 네가 여기 어떻게 왔어?”백시후는 손을 뻗어 엄수아의 팔을 잡고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가자!”백시후가 엄수아를 데리고 떠나려 하자 조군익이 입을 열었다.“수아를 데리고 가려고? 오늘 수아는 나와 밥 먹으려고 온 거야!”백시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조군익을 바라보았다.“지금 엄수아는 내 여자친구야. 경고하는데 다음에 또 나 몰래 내 여
엄수아의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백시후, 사실 말해줬어도 돼.”그녀의 작고 여린 얼굴을 바라보며 백시후가 낮게 말했다.“그때 넌 귀한 집 딸이었고 난 가진 것 하나 없는 놈이었어. 네 곁에 설 자격도 없었고 내 일 때문에 널 위험에 끌어들일 수도 없었어.”엄수아는 조용히 얼굴을 그의 어깨에 묻었다.“바보.”그는 그녀를 힘껏 끌어안으며 속삭였다.“이젠 다 지나간 일이야.”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그럼, 네 얼굴은 왜 그렇게 된 거야? 그리고 어차피 가짜 결혼이었잖아. 그런데 왜 3년 동안 단 한 번도 날
백시후가 뒤에서 그녀를 불렀다.그러나 엄수아는 돌아보지 않았다.백시후는 또다시 의식을 잃었다. 둔탁한 소리가 병원 복도를 울렸다.그 소리에 놀라 돌아선 엄수아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백시후!”본능처럼 달려가려던 그녀는 멈칫했다. 익숙한 그림자가 먼저 그에게 다가갔다. 임채린이었다.임채린은 서둘러 백시후에게 뛰어갔다. “시후야! 백시후!”엄수아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잊을 수 없는 그 거래가 떠올랐다. 엄수아가 백시후를 떠나는 대신 임채린은 천산설련을 넘기기로 했었다.“대표님!”이도현도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
그녀는 남들이 말하는 좋아한다는 감정이 어떤 건지 잘 몰랐다. 그러나 그녀가 백시후를 좋아하는 것은 확실했다. 3년 전에도, 3년이 지난 지금도 그에 대한 감정만은 여전히 지독하고 뜨거웠다.하지만 그들 사이엔 3년이라는 공백이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어디서부터 얘기를 꺼내야 할지 막막했다.엄수아는 거실로 돌아가 부모님에게 말했다.“아빠, 엄마. 오늘 밤에 시간 괜찮대요.”임성민이 환히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거 잘됐구나. 비서한테 자리를 예약하라고 해야겠어.”진나래가 손을 뻗어 엄수아를 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