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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가족 모임(1)

作者: 유소휘
last update 公開日: 2026-10-11 21:49:14

가족 모임에 참석하기 몇 시간 전.

화장대 앞에서 화장하던 채원의 손이 문득 멈췄다. 가만히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을 바라보던 그녀가 고개를 살짝 돌려 목덜미를 확인했다.

목덜미에 찍힌 옅은 붉은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선명하진 않지만, 아예 안 보이는 정도는 아니었다. 화장품으로 최대한 가린다고 노력은 했지만, 아예 없는 것처럼 만들긴 쉽지 않았다.

자국을 손으로 매만지던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전날 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전날 밤, 그녀가 이혼 얘기를 꺼냈던 그 순간.

“이혼? 누구 마음대로.”

낮은 목소리로 차갑게 말하며 다가온 태건은 순식간에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차가운 시선과 대비되는 따뜻한 체온으로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던 그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뭐, 어떡해. 지금부터 한번 노력해볼래?”

대체 무엇을 노력하자는 건지 되묻기도 전에 태건이 한발 빨랐다. 마치 대답은 애초에 들을 생각도 없었다는 듯, 그는 그대로 고개를 숙여 채원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순간 느껴지는 촉감과 온도에 채원의 몸이 들썩거렸다. 그의 행동을 저지하려 다급하게 손을 뻗어 어깨를 붙잡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체중을 더 실은 탓에 채원의 몸이 뒤로 넘어가려 하자, 태건은 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엉겨 붙은 몸이 떨어질 줄 모르는 상황에서, 태건이 이를 세워 그녀의 목덜미를 깨물었다.

“아……!”

비명인지 교성인지 모를 소리가 입에서 터져 나왔다. 

순간 채원과 태건의 몸이 동시에 움찔거렸다.

지분거리던 입술은 곧바로 떨어졌지만, 채원은 여전히 태건의 품 안에 갇혀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엔 그 어떤 말도 오가지 않았다. 숨소리조차 크게 들리는 어색한 정적 속에서 채원은 아주 작은 한숨 소리를 들었다.

이후 태건이 숙였던 상체를 일으키면서 자연스럽게 그녀는 그의 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채원은 손을 들어 제 목덜미를 감쌌다. 아직도 그의 입술의 촉감과 숨결이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

태건은 말없이 그녀를 내려다봤다. 답지 않게 꽤 충동적인 스킨쉽을 한 사람치고 그는 굉장히 태연해 보였다. 도리어 채원이 당황한 눈으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이 숨 막히는 어색한 정적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아니, 애초에 강태건은 왜 갑자기 이런 행동을 한 것일까.

그의 의중을 알고 싶어도 저 답답한 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엿보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이리저리 눈을 굴려 봐도 머리도 같이 굴러가진 않았다.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때 태건이 천천히 시선을 내려 목덜미를 가린 손을 바라봤다.

“내일 가족 모임 있어.”

“……?”

정적을 깨는 그의 말에 채원이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고정된 시선과 함께 그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이 정도는 해야 부모님이 좀 믿으시지 않겠어?”

순간 얼굴이 홧홧해졌다. 수치심인지 분노인지 민망함인지, 알 수도 없었지만 알고 싶지도 않았다.

놀란 눈은 동그랗게 커지고 당황한 입은 벙긋거리지만 제대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 그, 아…….

제대로 된 문장 한 마디는 물론 한 단어조차 제대로 내뱉지 못했다. 그렇게 어버버거리다 벌떡 일어나서는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 

이 당황스러운 일 때문인지 밤엔 그리 떠올리고 싶지 않던 꿈까지 꿨다. 새벽에 깨고 나서는 가족 모임이나 신경 쓰자며 자신을 달랬지만, 그렇다고 다시 편하게 잘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결국 찜찜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했고, 설상가상으로 제대로 대화를 좀 해보려 찾은 태건은 이미 출근하고 난 뒤였다.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이혼 얘기는 꺼냈다가 본전도 못 찾았고, 심지어 잠도 설쳤다.

이런 컨디션으로 가족 모임에 참석해야 한다는 게 너무도 끔찍했지만, 그렇다고 빠질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 

[어젠 어떻게 된 거야?]

때마침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메시지를 확인한 그녀가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입술을 잘근 물었다.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채원은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태건 씨가 어제 좀 늦게 들어왔어요. 피곤하다고 해서 대화를 제대로 하진 못했어요.]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었다. 피곤해 보이기도 했고, 제대로 대화하지 못했으니 100% 거짓말은 아니었다.

물론 완벽한 진실도 아니었기에 불안감과 초조함은 숨길 수 없었지만, 그래도 감출 순 있었다.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게 아닌 덕분에.

[오늘 가족 모임이 있어요. 그걸 이용하면 될 거예요. 계획은]

메시지를 적던 손이 순간 멈췄다.

‘계획은 조금 변경되겠지만’

원래 적으려 했던 문장을 두고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급하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오늘 가족 모임이 있어요. 그걸 이용할게요.]

문장을 고쳐 쓴 그녀가 전송 버튼을 눌렀다.

답장은 오래 걸리지 않아 도착했다.

[실수 없게 하도록 해.]

지금껏 살면서 수백 번, 아니 수천 번은 듣고도 남았던 말이었다.

채원은 가만히 화면을 바라보다 짧은 답장을 보냈다.

[네.]

이후로 답장은 오지 않았다. 핸드폰을 덮고 숨을 내뱉은 그녀가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봤다.

거울 속 윤채원은 한없이 초라하고 볼품없었다. 목덜미의 희미한 붉은 자국은 꼭 흉측한 흉터처럼 보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거울을 바라보던 그녀가 다시 화장품을 들었다.

어제 있었던 소동 하나 가지고 이렇게까지 흔들릴 필요는 없었다. 태건이 무슨 생각이든, 왜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했든 그건 그녀와 상관없는 일이었다.

“나는 내 할 일만 하면 돼.”

마치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리며 그녀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화장대 위엔 온갖 화려한 화장품들이 줄지어 있었지만, 아무리 덧바르고 덧발라도 거울 속 여자는 여전히 초라할 뿐이었다.

* * *

출발 시간에 맞춰 차가 주차장에 도착했다.

미리 연락받고 시간 맞춰 내려오니 차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김 기사가 그녀를 발견하고는 서둘러 달려왔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김 기사는 여전히 밝고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근무를 한지 이제 1년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늘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언제나 예의 바르고 깍듯하지만 그러면서도 붙임성도 좋고 은근히 수다스러운 성격도 가지고 있었다. 물론 태건은 그가 쓸데없는 말이 많다며 싫어하는 듯했지만, 채원은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김 기사님.”

“아 오늘 날씨가 참 좋아요. 이제 슬슬 봄이 오려고 하나 봐요.”

역시 만나자마자 인사와 함께 사족이 붙었다. 태건이라면 그런 게 뭐가 중요하냐며 단박에 끊어냈겠지만, 채원은 그런가보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김 기사는 이걸 채원의 대답으로 늘 받아들였다.

“이런 날 가족 모임이라니. 참 좋네요. 정원에서 바비큐 같은 거 해도 좋을 거 같아요.”

그런 분위기는 아닐 텐데.

채원은 말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이내 입을 꾹 닫았다. 굳이 그에게 현실을 보여줄 필요는 없어 보였다.

“아! 아무튼 얼른 타세요. 본부장님은 회사에서 바로 출발하실 거라고 연락받았어요.”

주차장에서 조잘거리다 무심결에 시계를 확인한 그가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다급하게 그녀를 차로 안내했다.

이동하는 내내 차에서는 간간한 대화가 이어졌다. 물론 대화의 지분은 김 기사가 거의 다 차지했고, 채원은 가벼운 대답 정도만 하는 것뿐이었지만, 김 기사는 개의치 않아 했다.

마치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김 기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채원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거대하고 화려한 빌딩 숲 사이로 반짝이는 검은 세단 마차가 부드럽게 움직였다.

화려한 검은 마차 속에 홀로 앉아 있는 여자는, 이따금 유리창에 비친 제 볼품없는 몰골을 보기 싫어 두 눈을 꾹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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