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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가족 모임(2)

作者: 유소휘
last update 公開日: 2026-10-11 21:49:44

호화스러운 화려한 주택 안에는 그와 어울리지 않는, 낡고 어두운 방 하나가 있었다. 아마 처음 집을 지었을 땐 작은 창고쯤으로 생각하고 만든 방이었겠지만, 그 시작이 무엇이었든 낡은 방은 한 아이의 거처였다.

마치 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모두가 아이를 보며 ‘볼품없는 것’이라고 불렀다. 어쩌다 한 번 눈에 띄면 꼭 그렇게 불렀고, 아이가 없는 자리에서도 그렇게 불렀다.

그렇기에 햇빛도 잘 들지 않는, 어둡고 좁은 그곳은 볼품없는 아이에게 가장 적합하고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저택 모두가 그렇게 말했고, 아이마저도 그렇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둡고 좁은 배경이 화려하게 바뀐 이후로도, 수많은 옷가지와 장신구 속에서도 아이는 여전히 볼품없는 존재였다. 신데렐라가 아무리 마법으로 호박 마차를 타고 화려한 드레스와 유리 구두를 신어도, 그 내면은 누더기를 입은 신데렐라인 것처럼.

윤채원이라는 이름으로 제아무리 잘난 옷을 입고 완벽한 인형 행세를 해도, 아이는 여전히 볼품없는 존재였다.

‘아직도 이 짓거리를 계속하고 싶어?’

좁은 방 안에 갇혀 있던 아이가 물었다.

채원은 멍하니 아이를 바라보다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분명히 다 없앴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이런 잡생각이 나오는 걸 보니 자신도 모르게 흔들린 모양이었다.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채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흔들리면 안 된다. 쓸데없는 의심도, 의문도, 망상도, 감정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런 것들이 얼마나 무의미한 짓거리였는지는 스스로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너는 그냥 거기 평생 있어.”

너는 여기가 제일 잘 어울려.

그렇게 말하며 채원은 문을 닫았다. 쓸데없는 생각이 다시는 튀어나오지 못하도록.

* * *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김 기사의 목소리에 채원이 눈을 떴다.

창문 너머로 드높은 담장과 굳게 닫힌 대문이 보였다. 사람 키의 몇 배는 되어 보이는 검은 철문은 대문이라기보단 성문에 가까웠다.

차가 대문 앞에 멈추자, 얼마 지나지 않아 거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잠시 기다림 끝에 열린 문을 지나니 정원이 나타났다. 잘 다듬어진 나무와 정원, 계절마다 바뀌는 꽃으로 가득한 화단과 연못, 그리고 이따금 즐기는 여가 생활을 위한 공간까지.

고요하고 아름답지만 크기를 생각하면 정원이라기보단 공원에 가까운 곳이었다.

“여긴 참, 언제 와도 적응이 안 되네요.”

운전하던 김 기사가 작게 중얼거렸다.

채원은 말없이 창밖을 바라봤다. 별다른 대꾸를 하진 않았지만, 그녀도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저택 본관이 모습을 드러낸 건 그로부터도 한참을 달린 뒤였다.

수십 개의 창문과 높은 기둥, 넓게 펼쳐진 계단. 유럽 느낌을 가득 채운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은 초기 회장의 재력과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저택이었다.

차가 입구 쪽에 다다를 때쯤, 김 기사가 의외라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라? 장 비서님이네?”

김 기사의 말에 창밖을 바라보니 그의 말대로 입구 앞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지훈의 모습이 보였다.

“본부장님이 벌써 도착하셨나 본데요?”

김 기사의 말에 채원은 슬며시 핸드폰을 확인했지만, 당연하게도 그녀에게 온 연락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는 사이 차가 부드럽게 입구 앞에 멈춰 섰다.

멈춘 차를 향해 지훈이 한걸음에 달려왔다.

“오셨습니까. 본부장님은 방금 도착하셔서 안에서 먼저 기다리고 계십니다.”

문을 연 지훈이 그녀를 향해 인사를 하며 말했다.

어쩌면 그녀에게 태건의 위치를 말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음에도, 어쩐지 채원은 그가 꼭 변명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같이 오지도 않고 따로 온 것이, 딴에는 신경 쓰이니 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채원은 정말 아무렇지 않았다.

그저 부부 사이가 소원해 보인다고 또 한 소리 들을 텐데, 강태건도 참 한결같다는 생각뿐이었다.

차에서 내린 채원이 김 기사를 향해 짧은 인사를 남기고 걸음을 옮겼다.

지훈은 그녀를 뒤에 붙어 함께 저택 안으로 이동하며 상황을 설명했다.

“회장님이랑 본부장님은 서재에서 잠깐 대화 중이십니다. 사모님은 주방에 계시고요.”

“그러면 주방으로 먼저 가야겠네요.”

채원의 말에 지훈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으로 이어지는 넓은 복도에는 선대 회장의 취향이 담긴 것들로 가득했다. 고풍스러운 도자기와 벽에 걸린 다양한 그림들, 벽에 붙은 전등까지. 우아하고 화려한 것들을 사랑했던 성격답게 작은 인테리어도 절대 가벼운 것이 없었다.

주방에 들어서니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정부들 사이에서 음식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보고 있는 중년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대건그룹의 큰 사모님이자 안주인. 신정희 여사였다.

화려한 샹들리에와 가구들로 가득한 이 저택에서 유일하게 수수한 존재는 신 여사뿐이었다. 수수한 드레스와 가장 최소한의 장신구만을 허용하는 그녀는 늘 그 어떤 자리에서도 본인을 화려하게 꾸미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저택만큼이나 화려했고 우아한 사람이었다.

음식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던 그녀가 발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주방 입구로 들어오는 채원과 지훈을 발견하자, 그녀가 아까보다 더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한걸음에 달려왔다.

“죄송해요. 제가 조금 늦었어요.”

걸음을 재촉한 채원이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신 여사는 온화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아니야. 하나도 안 늦었어. 유건이 얘는 아직 도착도 못 했는데 뭘.”

유건이라는 이름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채원은 그저 어색하게 웃어넘겼다. 

“저는 뭐 하면 될까요?”

화제도 돌릴 겸 주방 쪽을 바라보며 물었지만, 신 여사는 손사래까지 치며 그녀를 말렸다.

“아냐, 아냐. 아무것도 하지 마. 편하게 쉬고 있으면 된단다.”

“하지만…….”

채원의 시선이 계속 주방으로 향하자 신 여사는 아예 어깨를 잡아 그녀를 돌려세웠다. 그러곤 지훈을 바라보며 태건의 행방을 물었다.

“태건이 얘는 아직도 얘기 중이니?”

“네, 아마도…….”

“이이도 참. 안 그래도 바쁘고 힘든 애를……. 일 얘긴 회사에서만 해야지. 안 그러니?”

신 여사가 못마땅한 얼굴로 혀를 차며 물었다.

제 생각엔 태건이나 강 회장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지훈은 아닌 척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기분에 맞췄다.

“태건이만 붙잡고 있으면 채원이는 혼자 덩그러니 어떡하라고. 어휴, 우리 집 남자들은 이렇게 생각이 없다, 생각이 없어.”

딱히 있어도 별 소용은 없을 것 같은데. 채원은 눈만 깜빡거리며 신 여사를 바라봤다. 혹시 두 사람이 있는 서재에 가라고 하진 않겠지, 하는 불안감도 조금은 있었다.

“안 그래도 좀 있으면 식사 준비 다 되니까 내가 가서 두 사람 불러올게. 채원아, 먼저 가서 조금만 기다리고 있을래?”

손이라도 하나 거들어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채원은 이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조금 있으면 남남이 될 사이에, 굳이 애써가며 잘 보일 필요도 없었다.

온화하게 미소 짓던 신 여사가 어느새 툴툴거리며 주방을 나서고, 채원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몸을 돌려 다이닝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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