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워? 매일 너와 다바오랑 같이 시간을 보내야겠구나. 아들과 놀아주는 연습이라고 생각해야겠다.”‘또 아들!’원경릉은 이 주제에 대한 대화는 피하고 싶었다.이 시대의 여인은 혼인 후 일 년 내에 아이를 낳지 못하면 죄인이나 다름없었다. 황실 다른 이들이 임신을 재촉하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그가 계속 구시렁거리며 압박을 하다니!원경릉은 마음이 복잡했다.다음날, 원경릉은 노마님을 뵈러 친정에 갔다. 매번 그녀는 정후부에 사람이 가장 없는 틈을 타서 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난씨와 둘째 노마님이 그녀를 살뜰히 챙기며 점심까지 차려주었다.노마님의 병세는 여전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원경릉은 단박에 노마님이 약을 제대로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고, 손씨 아주머니에게 약이 얼마나 남았는지 묻자 아주머니는 많이 남았다며 보여주었다. “조모!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약을 잘 먹야 한다고요! 왜 이렇게 말을 듣지 않으십니까?”“죽고 사는 것은 하늘의 뜻이다. 하늘이 나를 데리고 가려고 하면 약을 먹어도 데리고 갈 것이야. 만약 나를 데리고 갈 마음이 없다면, 약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다.”“그게 무슨 해괴한 소리입니까?” 원경릉이 미간을 찌푸렸다.“늙은이는 신경 쓰지 말고, 네 얘기나 해보자. 왕야와 잘 지내는 것이냐?”노마님이 물었다.“갑자기 그건 왜 물으십니까?” 원경릉이 어리둥절했다.옆에 서있던 손씨 아주머니가 웃으며 원경릉을 보았다.“황제께서 아들을 낳은 친왕을 태자로 책봉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니, 노마님께서는 언제 손주를 안아 볼 수 있는지 궁금하신 모양입니다.”어딜 가나 임신! 출산! ! 원경릉은 돌아버릴 것 같았다.“조모, 그것도 다 하늘의 뜻입니다! 안 그래도 그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듣습니다. 미치겠어요!”원경릉이 분노했다.“내가 묻지 않으면, 네 아비가 물을 것이야. 요즘 네 아비가 너를 찾아 왕부에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거든.” 노마님이 담담하게 말했다.이 말을 들은 원경릉은 깜짝 놀라 “저 이만 가볼게요
정후부 문을 나서자 원경릉이 원경병을 붙잡았다.“어찌 된 일이야? 혼인에 노력을 안 한다니?”침울한 표정의 원경병이 그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말도 마세요. 신랑감이라고 데리고 오는 작자들이 다 아버지 뻘이라고요! 괜찮다 싶으면 첩자리 입니다.”원경릉은 정후부의 원팔룡이 악명 높은 투기꾼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득을 보기 위해서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었다.특히 딸을 시집보내면 큰 수확을 하게 되니 그는 머리를 굴려 가장 큰 이익이 되는 곳을 찾아다녔다. 젊고 문벌이 높은 사내는 후작을 업신여겼고, 문벌이 낮은 사내는 자신의 신분이 부끄럽다고 여겼다. 결국 남은 것은 안정적인 직업의 좋은 집안 출신인 나이 많은 남자들이었다. 그는 비록 첩자리로 들어가는 거지만, 나이 많은 본처가 죽기만 하면 그 자리를 꿰차고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원경병의 말을 들은 그녀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네 혼사는 내가 좀 알아볼게.”“응.” 원경병은 언니에게 딱히 기대하지 않는 듯 대충 대답했다.초왕부로 돌아온 원경릉은 지나가는 희상궁을 붙잡고 물었다.“왕비님께서 주선한 사내가 부친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딸은 이익이 맞으면 팔아버리는 것이니 괜한 신경 쓰지 마세요.” 희상궁이 신랄하게 말했다.‘이 시대에서 한 번 혼인을 하면, 이혼도 못하고 죽을 때까지 쭉 살아야 하는데! 여자에게 너무 가혹하다!’원주인 원경릉도 가혹한 예의 하나였다. 때문에 원경병의 혼사는 원경릉에게 꽤 중요한 일이었다.저녁에 우문호가 왕부로 들어오자 그녀는 우문호에게 물었다.“혹시 주변에 겸손하고 똑똑한 미혼 남자 있어?”우문호는 이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그걸 알아서 뭐 하게? 기억해, 너는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야.”“아니! 나 말고, 네 처제!” 우문호의 경계하는 눈빛에 원경릉은 웃음이 터졌다.“처제? 아 그 병풍이?” 우문호는 사내대장부 같은 처제가 생각이 났다.“병풍이라니? 경병이라고 불러!” 원경릉은 그를 노려보
“처제가 구사한테 뭐라고 했는데? 설마 아픈 곳을 건드리는 말은 한건 아니지?” 우문호가 물었다.“어디 있어요? 이렇게 한 마디 물었을 뿐이야. 근데 구사가 본 체도 안 하고 그냥 가더라니까.”그녀가 그때의 일이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구사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 됐다 내가 한번 물색 해볼게.”“가문보다는 인품이 중요해. 너처럼 가정폭력 하는 남자는 안돼.”원경릉이 신신당부했다.우문호는 얼굴이 붉어졌다.“누가 폭력을 써? 내가 언제 그랬어?”가정폭력이라는 단어부터가 부정적이다. 원경릉은 이 단어를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이미 너는 새사람이 됐잖아. 옛날에 비하면 완전 환골탈태했지.”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우문호는 조소를 띠며 “환골탈태를 누가 했는지 모르겠네. 너야말로 새사람이 됐지. 혹시 몰라…… 진짜 다른 사람일 수도? 곤장 맞은 상처만 없었으면 나도 의심했겠어.”라고 말했다.“정말?” 원경릉이 배를 잡고 웃었다.우문호는 방정맞게 웃는 그녀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네가 암탉처럼 웃어젖힐 때마다 찜찜하단 말이야…….”원경릉이 얼마나 웃었는지 눈물을 닦으며 “암탉은 너지.”라고 말했다.우문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나는 사실 네가 약 상자에 대해서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아…… 의학에 문외한이던 네가 갑자기 어의보다 뛰어난 의술을 가지게 되다니, 내가 네 약 상자의 약들을 빻아서 어의에게 보여주니 어의도 이런 건 처음 본다며 모르겠다고 하던데.”“뭐야? 내 뒷조사라도 한 거야?” 원경릉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모르는 게 있으면 찾아봐야지.” 우문호가 떳떳하다는 듯 말했다.“그럼 자금단과 자금탕의 원리를 설명해 봐. 생사의 갈림길에서 왜 그걸 먹으면 살아날 수 있는 거지?”“자금단은 수십 종의 귀한 약재를 정제해 만들었기에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거야.”“너 내가 한의학 약리(藥理)를 모른다고 속이려고 하나 본데, 그 수십 가지 귀한 약들은 약성이 모두 같은 거야? 왜 내외상만 치료할 수 있고, 가지고 있
원경릉은 자시가 되도록 우문호가 돌아오지 않자 침상에 누워 엎치락뒤치락 하며 잠들지 못했다. 그녀는 녹주를 불러 그가 언제쯤 돌아올지 알아보라고 했지만, 녹주도 소식이 없다며 어깨를 으쓱했다.‘혹시 무슨 사건이라도 일어난 건가?’보통 큰 사건이 벌어지면 관아에서 늦게까지 연장근무를 했다. 그때마다 우문호는 그녀가 걱정하지 않게 서일을 보내 늦는다고 알려주었는데 오늘은 서일도 오지 않았다.밖에서 ‘쿵쿵’하는 발걸음 소리가 나자 원경릉의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그녀는 침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녹주가 뛰어 들어오더니 “왕비님, 서일이 와서 아룁니다.”라고 말했다.원경릉은 피투성이가 된 서일을 보고 깜짝 놀라 기절할 뻔했다. 녹주는 휘청거리는 그녀를 부축하며 “왕비님 괜찮으십니까?” 라고 물었다.“왕야는?” 원경릉이 마음을 다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서일은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그녀를 보았다.“일 났습니다! 왕야께서 돈을 많이 잃고, 화가 잔뜩 나셔서 물건을 집어 던지시는 걸 구사가 말리다가 어떻게 된 일인지 왕야와 구사가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둘이 집현국에서 치고받고 난리도 아닙니다! 소인이 말리려고 했지만 역부족이라 왕비님을 찾아왔습니다. 이 일이 황상 귀에 들어가면 분명 크게 화를 내실 겁니다!”“마차를 준비하거라!”원경릉은 내심 우문호가 암살 사건에 휘말린 게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시간까지 도박을 하다가 싸움을 한다는 말에 화가 치밀었다.저번에도 구사랑 치고받고 하더니, 이 두 사람은 무슨 애증관계인지 둘이 애틋하다가도 이따금 죽기 살기로 싸운다. “서일. 어쩌다 피가 이렇게 많이 묻었습니까?” 서일이 피를 닦으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아 이거요? 돼지 피입니다. 집현국에서 돼지를 잡았거든요. 싸우는데 상대 패거리가 저보고 미천한 신분이라며 돼지 피를 들이부었습니다.”‘패싸움? 한 국가의 친왕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과 모여서 도박을 하는 것도 모자라 패싸움을 하다니.’서일의 말을 듣고 원경릉은 몸
“은화라고요? 얼마나요?” 원경릉은 애써 침착하게 웃어 보였지만, 속에서는 열불이 끓어올랐다.“삼백 냥.”“이백 냥.”“백오십 냥이요!”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손을 들었다.“뭐가 이렇게 많아?”우문호가 화가 나서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저들은 본왕이 술에 취한 틈에 한몫 뜯어내려고 달려드는 거야!”그때 서일이 원경릉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정말입니다. 저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서일아 저들의 이름을 모두 기록해라. 은화는 내일 궁으로 와서 받아 가세요! 초왕부에는 은화가 부족하지만, 다행히도 내가 황상께 받은 은화가 있으니 그거로 드리겠습니다.”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궁으로 들어오라고요?”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그래요. 내일 아침이니까 잘 기억하세요.” 원경릉이 답했다.그중 청색 옷을 입은 사내가 손을 들었다. “왕비님, 설마 돈을 떼먹으려고 하시는 겁니까?”“떼먹는다고요? 이게 어딜 봐서 돈을 떼먹으려고 하는 거죠? 그럼 뭐 어쩔 수 없죠. 서일아 경조부의 병사들 보고 오늘 도박판에 있던 사람들을 다 데리고 가라고 하거라!” 원경릉이 소리쳤다.“예!” 서일이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서일이 몸을 돌려 경조부로 향하자 사람들이 다 도망갔다.우문호는 화가 잔뜩 나서 도망가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했다.“이 자식들 봐라? 버러지 같은 것들! 이러고도 본왕의 처제를 얻겠다고 한 것이냐!”원경릉은 그의 말을 듣고 화가 폭발할 것 같았지만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그를 부축했다. 그 순간 구사가 우문호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왔다. “네가 그러고도 내 친구인 것이냐? 내가 너에게 속마음도 터놓았잖아! 그걸 알고서도 원경병에게 신랑감을 구해줘?”원경릉은 구사를 막아서며 왕부로 들어가서 얘기를 나누자고 했다.“예. 처형” 구사가 위엄 있는 원경릉의 표정을 보고 머리를 숙였다. 원경릉은 휙 몸을 돌려 밖으로 나왔다. 우문호의 체면을 생각해서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상냥하게 대하려고 했으나 하나같이 속이 시커먼
마차가 왕부에 도착했을 때 원경릉은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우문호는 부드러운 비단 이불로 그녀를 안아 들어 왕부로 들어왔다. 구사는 고개를 떨군 채 그들의 뒤를 따랐다. 항상 씩씩하던 그녀와 상반되는 모습에 모두들 긴장했다. 만약 원경릉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다면, 구사와 원경병과 혼인은 물 건너간 셈이다. 구사는 초조한 마음에 손톱을 뜯었다.어의가 왕부에 도착했다.우문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괜찮아. 진찰받고 나면 괜찮을 거야.”원경릉은 우문호를 한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화낼 기운도 없었다.“가서 옷 갈아입고, 세수하고, 술 냄새 좀 빼고 와. 이 냄새 때문에 계속 메슥거리니까.”우문호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멀리 떨어져 있으면 되잖아. 어의가 진찰하는 것만 보고 가서 옷 갈아입을게.”“나가라고!” 원경릉이 그를 노려보았다.우문호가 문 앞에 서있어서 그런지 바람에 술 냄새가 공기에 퍼졌다. 그 냄새를 맡자 원경릉은 또 토 했다.어쩔 수 없이 우문호는 밖으로 나갔고, 구사가 그녀의 옆을 지켰다. “왕비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넌 죽었어.” 우문호가 구사에게 말했다.“다 네 잘못이지.”구사가 반박했다.“본왕의 잘못이라고? 내가 너보고 밑장 뺀 놈들 조사하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먹을 날리기 시작한 게 누군데? 내가 뭘 잘못했다고?”“하나만 물을게. 그들을 집현국에 모이라고 한 이유가 뭐야?”“놀려고! 왜 나는 놀지도 못하냐?”구사는 뻔뻔한 우문호에게 화가 났다.“놀려고? 웃기지 마! 너 원경병의 신랑감을 찾기 위해 모은 거잖아! 긴 세월을 함께 보낸 형제는 나 몰라라 하고 원경병에게 부잣집 도련님을 소개하려고? 그 사내들이 도대체 뭘 잘하는데? 놀고먹고 하기 밖에 더 해? 그들은 원씨 아가씨를 힘들게 할 거라고!”“그렇게 나쁜 놈들일 줄 내가 알았겠어? 본왕도 몰랐다고! 그저 명문가 자제들이래서 소개만 받은 거야!”우문호가 짜증을 냈다.원경릉은 그들의 다투는 소리에 참다못해 베개를 던졌다. “
어의는 다시 진맥을 짚더니 희상궁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8주, 9주 정도 된 것 같습니다.”희상궁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더니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서일! 빨리 왕야의 영패(令牌)를 가지고 입궁해서 조어의를 모시고 오세요!”“알겠습니다!” 서일이 달려 나갔다.우문호는 새하얖게 질린 얼굴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술 냄새가 난다고 하니 들어가지는 못하고 문 앞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안에서 희상궁이 나오는 것을 보자 그가 희상궁을 불러 세웠다.“희상궁, 원경릉은 어때? 심각해?”희상궁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조어의를 불렀습니다. 왕야께서도 어서 옷을 갈아입고 오세요. 왕비를 돌보셔야죠.”우문호는 희상궁의 엄숙한 말투에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는 원경릉 쪽을 한번 쳐다보고는 달려가서 목욕을 했다. 탕양 역시 왕비가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했다.어의는 자신의 진맥이 틀렸을까 조마조마했다. 이런 중요한 일은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된다. 황실의 모든 이목이 친왕비의 임신에 집중되어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어의는 더욱 신중했다.희상궁은 머리가 복잡했다. 그녀는 이 결과를 믿지 못했다. 그래서 조어의를 불러오라고 한 것이다.‘왕비님께서 올해 자금탕을 드셨던 걸로 기억하는데……”자금탕과 자금단은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귀한 약이지만 한번 복용할 때마다 몸이 많이 상한다. 그래서 해독 약을 복용한다 해도 삼 년은 임신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근데 삼 개월 만에 임신이라니? 희상궁은 이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구사는 창백한 얼굴로 문 앞 돌계단에 앉아있었다. 그는 자신의 남은 인생이 초왕 때문에 산산조각 난 기분이었다. ‘초왕은 분명 내가 자신과 같은 집안사람이 되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게 분명해. 한낱 호위보다는 부잣집 도련님을 소개해 주고 싶겠지……’원경릉은 희상궁과 어의의 표정을 보고 어느 정도 결과를 예상했다. ‘제발…… 난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이런 시기에 임신을 하면,
원경릉은 죽을 몇 수저 떠먹더니 죽 안에 들어있는 조개 비린내 때문에 속이 울렁거려 죽을 멀리 치웠다.“그만 먹을래 토할 것 같아.”우문호는 헛구역질을 하는 그녀를 보고 마음이 아파서 어의를 보고 버럭 소리쳤다.“도대체 무슨 병인데 그래? 진찰을 했으면 알 것 아니냐! 먹은 것도 없는데 이렇게 토를 하면 속이 상할 것 아니냐!”“조어의가 오면 진찰을 해보고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소인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어의가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우문호는 어의의 태도에 화도 나고, 구역질을 하는 원경릉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파서 세모눈이 됐다. 희상궁이 어의를 부르더니“이만 돌아가세요. 오늘 있었던 일은 절대 발설하면 안되는 거 아시죠?”라고 말했다.“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어의가 물건을 챙기자, 희상궁은 어의에게 줄 은화를 챙기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문 앞에는 전상궁이 있었다. 그녀는 희상궁을 불렀다. 두 사람은 복도를 나란히 걸었다.“어의가 진찰한 게 오진 일 수도 있으니 절대 왕야께는 말씀드리자 마. 이따가 다른 어의가 오면 다시 상의하자.” 전상궁이 말했다.“내 뜻도 같아.”희상궁이 답했다.전상궁은 한숨을 내쉬며 “정말 임신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다만 왕비께서 자금탕을 복용한 게 마음에 걸리네……. 해독을 해도 삼 년이 걸리는데 말이야.”라고 말했다.“맞다! 안그래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자금탕 누가 만든거야? 왕비께서 얼마나 드셨지?”희상궁이 물었다.“탕어른이 배합하셨어. 양은 아마 다 똑같은 양 일걸? 왕비께서 먹고 난 후 왕야께서 해독탕을 주셨으니까, 그때 어느 정도 해독은 됐을 거야.”“해독탕이 그닥 도움이 안 돼. 자금탕을 먹자마자 해독탕을 먹었으면 몰라도…… 당시에 왕비가 몸이 너무 안좋으셔서, 자금탕이 폐부까지 퍼졌을 텐데.”희상궁은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 기간 동안 왕비의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어.”“그러니까 말이야! 사실 나는 계속 왕비의 상태를 염려하고 있었어. 근데 기침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