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요, 왜 그러는데요?”“사람이 왜 그래요? 왜 갑자기 사람을 때려요?’민우와 현성은 다급히 달려와 나를 보호했다.가게 사람들 역시 너무 놀라 우리 쪽을 바라봤다.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태웅에게 말했다.“아버님, 위층에서 예기하죠. 여기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이태웅은 화가 난 듯 씩씩거리며 나를 노려봤다.“안 가. 여기서 말할게. 사람들더러 자네가 얼마나 배은망덕한 자식인지 똑똑히 볼 수 있게.”사람들은 우리를 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나는 서둘러 변명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요. 그럼 얘기하세요. 하지만 미리 말씀드리겠지만, 쪽팔리는 건 제가 아닐 거예요. 저는 그저 일반인이지만, 아버님은 신분이 다르죠.”“지금 나를 협박하는 건가?”이태웅이 나를 노려봤다.나는 여전히 덤덤하게 대답했다.“협박이 아니라 귀띔해 드리는 겁니다. 요즘 영상이 얼마나 발전했는데요. 제가 아무 짓 안 한다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잖아요?”이태웅은 내 말에 말문이 막혔다.나는 얼른 몸을 피한 채 이태웅을 향해 위로 가자는 손짓을 했다.이태웅은 나를 매섭게 노려보더니 결국 위층으로 올라갔다.“수호야. 같이 가자.”“응. 저 영감탱이가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어떻게 사람을 때릴 수 있어?”현성과 민우는 나와 함께 가려고 했다.그때 내가 말했다.“그럴 거 없어. 이건 내 일이야.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하지만... 헉, 너 또 피나.”현성은 다급히 휴지를 건넸지만, 내 코는 거즈로 덮어 싸고 있어 휴지를 사용할 수 없었다.다행히 피가 많이 흐르지는 않았다.“이것 봐. 나 괜찮아. 걱정하지 마. 상대는 노인이고 나는 젊었어. 그런데 내가 설마 괴롭힘당하겠어?”“그래. 그럼 조심해.”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이태웅은 창가 앞에 서서 창밖을 내다봤다.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아직도 화가 나 있다는 걸, 그것도 아주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나는
“무슨 생각 해?”내 질문에 현성이 대답했다.“너희 둘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나도 결혼하고 싶어. 수호야, 네가 한 번 말해 봐. 내가 지금 단계에 선영이 집에 찾아가 선영이 부모님을 만나 봬도 될까?”“안 될 거 뭐 있어? 너희 둘 지금 사귀는 사이잖아. 만나 뵙고 싶으면 만나.”“그럼 뭘 준비해야 하지? 와, 미래 장인 장모님을 만나 뵈러 간다고 생각하니까 왜 이렇게 떨리지?”현성은 갑자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나와 민우는 현성의 모습에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현성, 너도 긴장할 때가 있구나. 평소에 엄청 시원시원해서 하늘 무서운 것 없는 줄 알았더니.”현성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든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났다.“하... 평소에 너희랑 같이 있을 때는 많이 생각할 필요도 없잖아. 그런데 미래 장인 장모님을 만나러 가는 건 상황이 다르지.”“만약 두 분이 나를 마음에 안 들어 하면 어떡해? 내가 뚱뚱하다가 선영이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면 어떡해? 만약...”현성은 핸드폰을 꺼내 짧은 동영상 하나를 재생했다.동영상은 한 여자가 남자 친구를 데리고 부모님을 뵈러 가는 내용이었다.남자는 아주 평범하게 생겼는데, 여자의 부모님이 남자를 보자마자 싫은 티를 냈다.그러나 곧바로 반전이 일어났다.여자의 아버지가 나이를 물어볼 때, 남자가 부동산 증명서 한 뭉치를 꺼내자, 여자의 아버지는 그 즉시 환한 미소를 지었다.곧이어 묻는 말에 남자는 각종 카드와 외제차 열쇠를 꺼내며 반전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결국 여자의 아버지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싱긋 웃으면서 모든 걸 도의했다.“이건 왜 보여주는데?”그때 현성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러자 민우가 답했다.“네가 나중에 갈 때 집문서와, 은행카드, 차 키를 다 가져가. 선영이 아버지가 뭘 묻는 말 없이 물건 하나씩 테이블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돼.”그 말에 현성은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이건 그냥 만들어진 영상이야. 현실에 이런 게 어디 있어? 너무 잘난척하는
“노력하지 않다고 성공했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마치 내가 너희랑 다른 부류인 것처럼 말하네?”현성은 민우에게 배척당했다는 생각에 잔뜩 흥분했다.이에 내가 민우 대신 해명했다.“민우는 그런 뜻이 아니야. 민우는 네 가정 형편을 말하는 거야. 넌 가정 형편이 넉넉한 데다, 천수당을 오픈한 건 단순히 부모님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서잖아.”“그런데 우리는 달라. 우리는 성공하려고, 인생을 바꾸고 더 잘 살려고 천수당을 오픈한 거거든.”현성은 허리를 곧게 세우고 진지한 얼굴로 우리를 보며 말했다.“이거 제대로 얘기해 봐야겠네. 내가 너희랑 같이 사업하기로 한 건 부모님께 내 능력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만은 아니야. 나한테도 증명해 보이고 싶었거든.”“어떻게?”내가 물었다.그러자 현성이 대답했다.“너희도 알다시피, 대학 시절 내가 사랑에 눈이 멀어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고 졸업장도 받지 못했잖아.”“가끔 난 평생 이렇게 살지 나한테 물어보거든. 하지만 답은 아니야. 난 평생 이렇게 살 생각이 없거든.”“난 예전의 나한테 나도 사업에 성공할 수 있고, 나도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보면 나도 너희랑 같아.”“사람은 누구나 성공을 갈망해. 성공을 한 후에는 더 큰 성공을 바라고. 나도 마찬가지야.”“그러니까 민우. 앞으로 내가 너희랑 다르다는 말 하지 마. 듣고 싶지 않으니까.”민우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현성아, 난 정말 그런 뜻이 아니었어...”“그런데 듣는 내가 불편해.”현성의 말에 민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진심으로 사과했다.“알았어. 내가 사과할게. 친절한 현성 씨, 날 용서해 줄 수 있나요?”“젠장. 그래. 용서할게.”두 사람은 동시에 너털웃음을 터뜨렸다.그 모습을 보는 나도 왠지 뿌듯했다.파트너 사이 가장 금기해야 할 건 마음이 맞지 않고 단결되지 않는 것이다.그래도 우리는 작은 마찰도 바로바로 해결해 그나마 다행이었다.“우리 앞으로 영원하자. 이대로 초심을 잃지 말고 한마음 한뜻으
나는 현성과 민우를 한 대씩 쥐어박고 싶은 걸 참고 팔짱을 낀 채 차가운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두 사람이 언제 웃음을 멈추나 기다렸더니 족히 십여 분이나 지나서야 웃음을 멈췄다.“아, 너무 웃었더니 눈물이 다 나오네.”민우는 휴지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현성도 꼴이 말이 아니었다. 심지어 어찌나 웃었는지 콧물까지 나왔다.나는 그런 둘을 보며 어이없어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이제야 너희 진짜 모습을 알겠네. 양심 없는 것들.”“아니야. 이건 양심과 상관없지. 그냥 너랑 너무 친하고 평소 모습에 익숙해서 그런 거야. 그런데 지금 코에 그걸 거즈를 붙이고 우리랑 대화하니 참지 못했던 것뿐이야.”“내가 왜 이런 상처가 생겼는지 제대로 듣기는 한 거야? 제대로 들었다면 이럴 순 없지.”“아. 그래. 우리가 잘못했어. 사과할게.”“영웅님, 차 드시고 화 푸세요.”“하, 수호야. 그러고 보니 너 그 상태로 차는 마실 수 있겠어? 빨대라도 가져다줄까?”현성은 이 틈에 또다시 나를 놀려댔다.나는 현성을 홱 째려봤다.“빨대는 됐고, 네가 먹여줘.”“어? 그건...”왜? 친구끼리 이런 것도 못 해줘?”“해준다, 해 줘. 자, 마셔.”현성은 찻잔을 들고 아이 달래듯 나를 달랬다.“착하지. 수호야, 자. 입 벌려.”“이런 젠장. 너 지금 애 달래냐?”“네 모습이 어린애가 아니고 뭔데? 착하지? 자, 입 벌려. 아빠가 돌봐줄게.”“젠장...”나는 곧바로 현성을 잡으려 했지만, 진작 대비하고 있던 현성은 신속하게 뒤돌아 도망쳤다.민우는 서로 술래잡기하며 떠드는 우리를 보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나는 마침내 현성을 제압해 다시는 비웃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우리 셋은 지금껏 한 번도 한 적 없는 편안하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소파에 널브러졌다.그때 민우가 말했다.“우리 지금 이대로가 정말 좋다는 생각 안 들어?”“왜 그런데?”현성이 되물었다.“천수당이 안정됐으니 이제 이렇게 장난 치기도 하는 거
이건 정말 좋은 소식이었다,나는 코에 난 상처를 상관할 겨를도 없이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하지만 웃기만 하면 코가 아파왔다.“에이, 수호야. 넌 그만 웃어. 네가 그럴 때마다 웃음이 나와.”현성은 비록 입을 가렸지만, 나는 그의 천박한 웃음소리를 들어 버렸다.나는 너무 화가 나 현성을 걷어찼다.“너 이 자식. 내가 이렇게 됐는데 웃음이 나와?”현성은 입을 가린 채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웃느라 허리도 펴지 못했다.“어쩔 수 없잖아. 네 모습 엄청 웃겨. 너 지금 뭐 같은지 알아? 왕코 같아. 하하하...”나는 얼른 고수연에게 거울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고 나서 거울을 봤더니, 내 모습은 확실히 너무 우스꽝스러웠다.하지만 이건 좋은 일을 하다가 얻은 상처다.“웃긴 뭘 웃어?”“맞아. 넌 좋은 일을 하다가 이렇게 됐는데. 우리 영웅을 웃으면 안 되지.”“그런데 정말 못 참겠어. 너 너무 웃겨... 하하하...”내 꼴이 현성의 웃음 포인트를 자극했는지 현성은 아예 허리를 뒤로 젖힌 채 웃음을 참지 못했다.‘에잇. 상관하기도 귀찮네.’‘그래. 실컷 웃어라.’내 모습이 현성에게 웃음을 가져다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나의 기여라고 할 수 있으니까.나는 코를 훌쩍거리며 민우를 바라봤다.“민우야, 넌 나 안 비웃을 거지?”민우는 엄숙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안 웃어. 내 웃음 포인트는 그렇게 낮지 않아.”“민우 좀 봐봐. 민우에 비하면 네가 어떤지도 좀 보고.”‘똑같은 사람인데, 차이가 왜 이렇게 크지?’현성은 억지로 내 볼을 꼬집었다.“맞아. 친구끼리 웃으면 안 되지. 안 웃을게. 하하하... 안 되겠어. 나 밖에 나가 웃을게.”현성은 여전히 웃음을 참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뛰쳐나갔다.나는 그런 현성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저 자식이.”“수호야. 사실 나도 네 모습이 웃겨. 하지만 난 현성만큼 비겁하지 않아서, 웃음을 참은 거야. 이것 봐,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 줘?”“맞아. 넌 내 제일 친한 친구잖
강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사실 그럴 필요 없어요. 한나 씨도 전에 저를 도와줬었잖아요.”“그건 그러고 이건 이거예요. 내가 전에 수호 씨를 도와준 건 지은이 체면을 봐서 도와준 거지 수호 씨와 상관없어요.”‘어...’‘이 여자가 꼭 말을 이렇게 직설적으로 해야 하나?’강한나가 말하지 않았을 때는 그나마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렇게 말하니 나는 오히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강한나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내가 빚진 거로 하고, 앞으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요.”나는 문득 궁금해졌다.“혹시 이거 씨와 무슨 사이예요? 아무래도 두 사람 직업이... 궁금해서요. 대체 어떻게 알게 됐는지. 또 어쩌다가 친해졌는지.”강한나는 웃으며 말했다. “직업이 중요해요? 나한테는 그저 일일뿐이에요. 사람마다 살기 위해 일하는 거잖아요.”말은 그렇다지만, 교통경찰과 노래방 아가씨는 도무지 매칭되지 않았다. 강한나는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자기 말만 한 뒤 떠나갔다.결국 윤지은이 대신 대답해 주었다. “한나랑 이거 씨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어.”“강한나가 씨는 집안도 잘 사는 것 같던데, 그에 비하면 이거 씨는 가난하다 못해 불쌍하던데, 어쩌다가 같이 자랐어요?”문득 한 가지 가능성이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혹시 이거 씨 집안에 무슨 일이 생겼어요?”윤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거 씨 집안도 예전에는 잘 살았어. 심지어 LC그룹과 협력 관계였거든. 그런데 오래전에 무슨 일인지 이서 씨 부모님이 자살했거든.”“아. 그건 여자애한테 충격이 크겠네요.”“그러게 말이야. 이거 씨가 가장 파악할 때 하나가 계속 옆에 있어 줬거든. 원래 어려운 상황에서 정이 싹트고, 그때 도와준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 법이잖아.”“그렇게 보면 한나 씨도 좋은 사람이네요.”이 사실은 강한나에 대한 내 편견을 깨부쉈다. 그동안 나는 강한나가 차갑고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