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결혼 후 우리는 이 펜트하우스로 들어왔다.
사랑 없는 결혼에도 생활은 생겼다. 각방을 쓰는 하우스메이트에 가까운 관계라는 점을 제외하면.
아침에는 함께 식사를 했지만, 저녁에는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갔다
나는 이 관계가 꽤 마음에 들었다.
도영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출근 잘하세요.”
“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요.”
우리의 아침 인사를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며 나는 생각했다.
이 결혼,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때의 나는 그 평온이 오래갈 거라고 믿었다. 평온도, 때로는 가장 정교한 함정이 된다는 걸 모르고.
***
그랬던 그가 바뀌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돌이켜보면 그 변화는 아주 사소한 곳에서 시작됐다.
차도영은 늘 바빴다.
밤을 새우는 날도 잦았고, 해외 출장은 일정표에 빼곡했다.
나는 그런 그를 조용히 서포트했다.
시댁인 SLP그룹의 대소사를 챙기고, 필요할 때는 언론 인터뷰를 대신 소화했다. 공식 석상에서는 언제나 이상적인 아내 역할을 수행했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 경영권을 위협하던 숙부가 언론을 이용해 압박해왔을 때, 그는 가진 인맥과 지분을 총동원해 방패가 되어 주었다. 계산 빠른 대응이었고 효과는 확실했다.
언론 앞에서 그는 다정한 남편의 얼굴을 잊지 않았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우리는 다시 한 번 워너비 부부로 회자됐다.
서로의 목적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배우자.
문제는, 그 완벽함이 너무 오래 지속됐다는 점이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깨닫기 시작했다.
이 결혼에는 ‘대화’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필요한 말만 했고, 중요한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그날도 그랬다.
집안 행사에 함께 가기 위해 차도영의 회사로 찾아갔던 날이었다.
“아직 마무리가 안 돼서. 미안한데 조금만 기다려줄 수 있을까요?”
“내가 일찍 온걸요. 천천히 해요.”
나는 사무실 소파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는 그를 기다렸다.
원래도 잘생긴 외모였지만 업무에 집중하며 미간을 찌푸린 모습은 더욱 근사했다.
홀린 듯 그의 외모를 감상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연지원이 들어왔다.
그녀가 내 앞에 커피를 내려놓았다.
하지만 내 시선은 커피가 아닌 아직 그녀의 손에 남아있는 다른 잔에 머물렀다.
노란빛으로 우러난 찻물이 찰랑였다.
그녀는 내 시선을 의식한 듯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짓고는 차도영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커피를 너무 많이 드신 것 같아서, 본부장님은 허브차로 준비했어요.”
연지원의 말에 차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업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부드러운 말투. 묘하게 친근한 눈빛.
그들은 나를 의식하지도, 신경쓰지도 않았다.
그의 일정과 컨디션, 취향을 챙기는 연지원도,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차도영도, 너무 자연스러웠다.
나는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내가 느낀 감정이 과한 건 아닐지 스스로를 검열했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나는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낮에 보았던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차도영의 옆에 서 있던 연지원. 그의 컨디션을 살뜰히 챙기던 목소리.
‘비서로서 그 정도는 당연한 거지.’
나는 그렇게 나 자신을 설득했다.
차도영은 감정을 일에 섞는 사람이 아니었다.
연지원은 그런 그가 고른, 능력 있고 효율적인 비서일 뿐이었다.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불안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날이었다.
그날 나는 예상보다 늦게 퇴근했다.
회의가 길어졌고, 불필요한 말들이 오갔다.
모든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도착했을 때는 밤 열한 시를 훌쩍 넘긴 뒤였다.
현관 불이 켜졌다.
신발을 벗기 위해 고개를 숙이던 나는 그대로 멈춰 섰다.
차도영의 구두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늘 같은 자리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검은 구두.
그리고 그 옆에.
낯선 구두 한 켤레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검은색 애나멜 하이힐.
광택이 있는 가느다란 굽, 앞코가 날렵하게 빠진 디자인.
이건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절대 내 것이 될 수 없는 구두였다.
나는 하이힐을 거의 신지 않는다.
업무가 많은 날에는 단화를 선호했고, 공식석당에서도 굳이 불편한 디자인을 고집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구두는 달랐다.
날렵했고, 화려했고, 그리고 지나치게 여성적이었다.
차도영의 구두 옆에 너무 자연스럽게 놓여있었다,
마치 이 집에 익숙한 사람의 것처럼,
‘처음 온 게 아닌가?’
그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쿵.
바깥으로 소리가 들릴 것처럼 크게 뛰었다.
그리고 아주 또렷하게, 계약서의 마지막 조항이 떠올랐다.
‘외도는 명백한 계약 위반으로 간주한다.’
나는 한동안 그 구두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차도영의 구두 옆에 놓인 검은색 애나멜 하이힐.
그 구두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내가 모르는 시간을 신고, 내가 모르는 그의 곁에 서 있던 증거였다.
발끝이 바닥에 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차도영은 손님을 집으로 들이는 사람이 아니었다.특히 이런 시간에는 더더욱.가슴이 천천히 내려앉았다.쿵, 하고 떨어지는 대신, 바닥을 더듬듯 가라앉는 기분이었다.나는 괜히 예민해지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비서일 거다.급한 업무가 생겨서 잠깐 들른 거겠지.그렇게 생각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었다.그게 아니라면 뭐겠는가.차도영은 일 때문에라면 밤중에도 사람을 부르는 남자였다. 감정을 이유로 행동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그는 그랬다.나는 숨을 고르고 조심스럽게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집 안은 조용했다. 거실 불은 꺼져 있었고, 서재 쪽에서만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걸음을 옮길수록 발소리가 크게 들렸다.카펫 위를 밟는 소리마저 신경이 쓰였다.서재 문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완전히 닫히지 않은 문틈 사이로 빛이 흘러나왔다.그리고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대표님, 이건 제가 정리해 둘게요.”연지원의 목소리였다.나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멈춰 섰다.비서일 거라는 내 예상이 맞았다는 사실에,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들었다.아주 잠깐. 정말 잠깐이었다.“굳이 안 해도 돼.”차도영의 목소리가 이어졌다.평소와 다르지 않았다.담담하고 건조한 톤. 감정이 실리지 않은 목소리.“아니에요.”연지원이 말했다.말끝이 살짝 늘어졌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거리감 없이.나는 그 미묘한 차이를 놓치지 않았다.“이 정도는 저에게 맡기셔도 괜찮아요. 본부장님, 요즘 잠도 제대로 못
결혼 후 우리는 이 펜트하우스로 들어왔다.사랑 없는 결혼에도 생활은 생겼다. 각방을 쓰는 하우스메이트에 가까운 관계라는 점을 제외하면.아침에는 함께 식사를 했지만, 저녁에는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갔다나는 이 관계가 꽤 마음에 들었다.도영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출근 잘하세요.”“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요.”우리의 아침 인사를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며 나는 생각했다.이 결혼,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모르겠다고.그때의 나는 그 평온이 오래갈 거라고 믿었다. 평온도, 때로는 가장 정교한 함정이 된다는 걸 모르고.***그랬던 그가 바뀌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돌이켜보면 그 변화는 아주 사소한 곳에서 시작됐다.차도영은 늘 바빴다.밤을 새우는 날도 잦았고, 해외 출장은 일정표에 빼곡했다.나는 그런 그를 조용히 서포트했다.시댁인 SLP그룹의 대소사를 챙기고, 필요할 때는 언론 인터뷰를 대신 소화했다. 공식 석상에서는 언제나 이상적인 아내 역할을 수행했다.그 역시 마찬가지였다.내 경영권을 위협하던 숙부가 언론을 이용해 압박해왔을 때, 그는 가진 인맥과 지분을 총동원해 방패가 되어 주었다. 계산 빠른 대응이었고 효과는 확실했다.언론 앞에서 그는 다정한 남편의 얼굴을 잊지 않았다.그 모습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우리는 다시 한 번 워너비 부부로 회자됐다.서로의 목적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배우자.문제는, 그 완벽함이 너무 오래 지속됐다는 점이었다.나는 어느 순간부터 깨닫기 시작했다.이 결혼에는 ‘대화’가 없다는 것을.우리는 필요한 말만 했고, 중요한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몇 번이나 맞선을 주선했지만 모두 거절했지.”“...”“그래서 더 궁금하더군요. 무슨 이유로 이런 결정을 했는지.”나는 천천히 입꼬리를 끌어올려 그린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사업적 판단이었습니다.”그녀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기색이 역력했다.“사업이라.”“네.”나는 찻잔을 들며 조근조근 말했다.“이 결혼에서 도영 씨가 손해 볼 일은 없습니다.”“확신이 있나 보네요.”“있습니다.”그녀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도영이에게는 원래 생각해 둔 사람이 있었어요.”“...”“아주 오랫동안 지켜본 아이였죠.”그녀의 말투가 나를 대할 때와 달리 조금 부드러워졌다.“집안도 좋고, 교육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도영이를 이해하는 아이예요.”나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자존심을 건드리려는 의도가 빤히 보이는데 원하는 반응을 해줄만큼 나는 어리석지 않았다.“하지만 어머님, 결혼은 도영 씨가 하는 겁니다.”그녀의 시선이 날카롭게 변했다.그리곤 탁, 소리나게 찻잔을 내려놓았다.“난 신 대표 같은 사람을 아주 잘 알아요. 뭐든 계산기부터 두드리고, 손익 따져 움직이죠.”“도영 씨도 마찬가지일 겁니다.”“신 대표, 참... 재미있는 사람이네.”“칭찬으로 듣겠습니다.”그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하나만 기억해 두세요. SLP의 며느리는 아무나 되는 자리가 아닙니다.”나는 잠깐 숨을 고르며 그녀를 바라봤다.“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온 겁니다. 아무나 앉을 수 없는 자리라면, 아무나 밀어낼 수도 없는 자리일 테니까요.”나는 보란 듯이 싱긋 미소 지었다. 그런 나를 보는 한정숙 여사의 이마에 옅은 주름이 잡혔다.“실망시키는 일, 없을 거예요”그게 대화의 끝이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식 날이 밝았다.***결혼식은 예상했던 대로 성대하게 열렸다.재계 인사들이 대부분 참석했고, 언론도 빠지지 않았다.호텔 로비에는 아침부터 취재진이 가득했다.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
재계 탑으로 꼽히는 SLP그룹답게 본가의 위용은 실로 대단했다.차에서 내리기 전부터 이미 그 규모는 짐작됐다.높은 담벼락이 사방을 길게 둘러싸고 있었고, 정문에는 검은 철문으로 된 거대한 대문이 버티고 서 있었다.대문을 지키고 선 경호원들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군더더기 없이 정제되어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차 안을 한 번 훑고 지나갔다.대문이 천천히 열렸다.차가 안으로 들어서자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온 것 같았다.정원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단순히 ‘넓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였다. 잘 다듬어진 나무들이 길게 이어져 있었고, 사계절 내내 관리되는 듯한 잔디가 부드러운 융단처럼 펼쳐져 있었다. 조경은 지나치게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소박하지도 않았다. 계산된 균형 속에서 조용한 위압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정원 한가운데에는 큰 분수대가 있었다.하얀 석조 분수에서 물줄기가 부드럽게 떨어지고 있었고, 그 뒤쪽으로는 석조 가제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짙은 초록 덩굴이 기둥을 타고 올라가 있어 마치 오래된 영화 세트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차는 그 정원을 가로질러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잠시 후 본채가 모습을 드러냈다.3층짜리 저택이었다.외관은 화려하기보다는 묵직한 인상이었다. 밝은 석재로 지어진 건물은 세월이 쌓일수록 더 단단해질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본채를 중심으로 양옆에는 별도의 건물이 각각 하나씩 자리하고 있었다.사용인들이 머무는 건물과 경호원들이 상주하는 건물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정한 별채 같았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이 집이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되는지 알 수 있었다.차가 현관 앞에 멈췄다.문이 열리자 내부의 공기가 느껴졌다.나는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내가 살고있는 그랑 팔레 본가도 규모가 작지 않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완벽히 압도되는 것만 같았다.현관을 들어서자 높은 천장이 시야를 압도했다. 대리석 바닥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고, 넓은 홀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응접실과 접견실이 이
“주주들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뭐라고 합니까?”“SLP가 경영에 개입하는 건 아닌지 확인받고 싶어했습니다.”나는 피식 웃었다. 고작 결혼 기사에 화들짝 놀라 반응하는 것에 허탈감마저 들 지경이었다. 아직 본선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차도영과의 결혼은 경영권 확보를 위한 전초전, 준비운동에 불과했다.그와 결혼 계약을 맺은 직후 나는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 자본 확보와 주주 로비 작업에 들어갔다.고작 3%에 불과했던 지분은 차명까지 합하면 어느새 7%가 되어 있었다.여기에 차도영과 SLP그룹이 보유한 지분을 더하면 숙부의 협잡질 따위는 문제가 아니었다.“대표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시장에서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예를 들면요.”“SLP가 우리 지분을 노린다거나, 대표님이 방어를 위해 결혼을 선택한 걸거라고요.”나는 잠깐 그를 빤히 보았다. 아주 족집게가 따로 없었다. 어쩜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맞힐 수 있는지.하긴 그러니 할아버지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이겠지.비록 지금은 위기를 겪고 있지만 그랑 팔레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부동산 재벌이었다.그런 곳이 삼촌과 조카의 경영권을 두고 지저분한 싸움을 벌이는 중인데다, 다른 그룹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불안이 겹치니 걱정이 되는 것도 당연했다.하지만 나는 아무렴 어떠냐는 듯이 느긋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틀린 말은 아니네요.”안 그래도 조용하던 회의실이 더욱 조용해졌다. 몇몇 임원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는 것이 보였다.나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죠.”모두의 시선이 일시에 나에게 집중됐다.“그랑 팔레가 SLP에 흡수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저는 그랑 팔레를 갖다 바칠 만큼 어리석은 사람이 아닙니다.”침묵이 이어졌다. 나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결혼은 결혼이고, 사업은 사업입니다.”“...”“그리고 SLP와의 결합은 득이 되면 득이 됐지, 결코 실이 되지 않을 겁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대표님은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커피부터 마시죠.”“맞습니다.”“그리고 커피 내리는 동안 아무 말도 안 하는 스타일.”그가 잠깐 웃었다.“그것도 맞습니다.”“그리고.”나는 그의 셔츠 소매를 힐끗 봤다.“넥타이는 항상 느슨하게 풀어두네요.”“아침이라서요.”“아니요.”나는 고개를 저었다.“대표님은 긴장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 같아요.”그가 잠깐 말을 멈췄다. 그리고 말했다.“…그렇게 보였습니까.”“네.”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덧붙였다.“그래서 계약 결혼도 받아들인 거겠죠.”그의 시선이 잠깐 나에게 머물렀다.“대표님도 마찬가지 아닙니까.”“저요?”“네.”그는 말했다.“대표님도 통제 가능한 상황을 좋아하는 사람 같거든요.”나는 웃었다.“그래서 계약서를 그렇게 꼼꼼히 검토했나 보네요.”“대표님도 만만치 않았습니다.”“그건 인정해요.”나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그래도 하나 아쉬운 건 있네요.”“뭡니까.”“계약서에 빠진 조항이 하나 있어요.”그가 고개를 기울였다.“어떤 조항입니까.”나는 태연하게 말했다.“아침 식사는 같이 할 것.”그가 잠깐 웃었다.“지금이라도 추가할 수 있습니다.”“거절합니다.”“이유는요.”나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대표님은 아침에 말이 너무 많거든요.”도영이 작게 웃었다.“대표님이 먼저 질문하셨습니다.”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대표님이 먼저 눈썰미를 자랑했잖아요.”잠깐 정적이 흘렀다. 그는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그래도.”그가 말했다.“생각보다 편합니다.”“뭐가요.”“이 결혼.”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햇빛이 유리창을 타고 거실 바닥 위로 길게 번지고 있었다.“저도요.”나는 말했다.“생각보다 자연스럽네요.”“뭐가 말입니까?”“그냥 이런 상황이?”나는 거실을 가볍게 둘러봤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얼마 전까지 남이었는데 이렇게 아침에 같이 커피 마시고 있는 거.”도영은 잠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