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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1화

Author: 눈빛 속의 약속
조원철은 공혜 부인 다음가는 상석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침묵을 지켰다.

공혜 부인은 진심 어린 미소를 지으며 곁에 서 있던 황씨 어멈에게 명했다.

"가서 아씨를 모셔 오거라."

황씨 어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아랫사람에게 일렀다.

잠시 후, 병풍 뒤로 시녀의 안내를 받으며 가녀린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란스럽던 대청 안이 순간 조용해지고, 사람들의 시선이 병풍 뒤로 쏠렸다.

이윽고 한 여인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연지빛 저고리에 달빛처럼 하얀 비단으로 끝동을 대고, 잔잔한 구름무늬가 수놓아진 치마를 입어 단출하면서도 우아한 기품이 흘렀다.

숱 많은 흑발은 진주가 박힌 비녀 하나로 느슨하게 틀어 올렸고, 귀에는 둥근 진주 귀걸이를 달았다.

소박한 단장이었으나 오히려 빼어난 미모를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

특히 새하얀 손목에 걸린 매끄러운 옥팔찌가 은은한 윤기를 머금어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인은 천천히 뒤돌아서 사람들을 향했다. 단아하고도 수려한 얼굴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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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251화

    조원철은 공혜 부인 다음가는 상석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침묵을 지켰다.공혜 부인은 진심 어린 미소를 지으며 곁에 서 있던 황씨 어멈에게 명했다."가서 아씨를 모셔 오거라."황씨 어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아랫사람에게 일렀다.잠시 후, 병풍 뒤로 시녀의 안내를 받으며 가녀린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소란스럽던 대청 안이 순간 조용해지고, 사람들의 시선이 병풍 뒤로 쏠렸다.이윽고 한 여인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연지빛 저고리에 달빛처럼 하얀 비단으로 끝동을 대고, 잔잔한 구름무늬가 수놓아진 치마를 입어 단출하면서도 우아한 기품이 흘렀다. 숱 많은 흑발은 진주가 박힌 비녀 하나로 느슨하게 틀어 올렸고, 귀에는 둥근 진주 귀걸이를 달았다. 소박한 단장이었으나 오히려 빼어난 미모를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 특히 새하얀 손목에 걸린 매끄러운 옥팔찌가 은은한 윤기를 머금어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여인은 천천히 뒤돌아서 사람들을 향했다. 단아하고도 수려한 얼굴에서는 맑은 생기가 넘쳤다.강유영이었다.조원철은 그녀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강유영의 시선도 자연스레 그를 향했다. 워낙 무리 속에서 독보적으로 눈에 띄는 사람이라 보지 않으려야 안 볼 수가 없었다.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친 순간 조원철은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턱을 살짝 들어 인사를 건넸다. 강유영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살포시 시선을 내리깔았다."강유영!"경화 공주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두 눈을 부릅떴다. 공혜 부인의 딸이 강유영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조연화와 조사예는 비록 소리를 내지는 않았으나 경화 공주 못지않게 경악한 얼굴이었다.특히 조연화는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강유영이 어떻게 공혜 부인의 딸이란 말인가. 분명 무언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온갖 역겨움을 참아내며 가까스로 강왕비 자리에 올라 평생의 안락함을 손에 넣었다. 그런데 강유영은 단숨에 그녀를 뛰어넘어 하루아침에 존귀한 신분이 되었다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250화

    헤어졌던 혈육을 다시 만난 것은 무엇보다 큰 경사였기에 공혜 부인은 이번 연회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대청 내부는 기품 있게 단장되었고, 탁자 위에는 제철 과일이 가득 차려졌으며 향로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피어올랐다.손님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공혜 부인께서 따님을 어떻게 찾으셨는지 들었소?""어깨에 초승달 모양의 점이 있어서 그걸 보고 확인하셨다더군.""혹시 그 아가씨를 본 사람 있소? 어떻게 생겼는지, 나이는 스물쯤 되었을 텐데 혼인은 했는지 궁금하구려.""뭘 그리 서두르시오. 오늘 연회에서 분명히 보게 될 텐데."사람들은 모두 공혜 부인이 새로 찾았다는 딸에 대해 호기심을 품고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하지만 그들 중 공혜 부인의 딸이 누구인지 얼굴을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그때 공혜 부인이 시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대청으로 들어섰다.목련 가지가 수놓아진 짙은 보라색 예복에 진주가 박힌 화관을 쓴 공혜 부인은 여전히 다가가기 어려운 위엄을 풍겼으나, 미간이 한결 펴져 있었고 얼굴에도 평소보다 화색이 돌았다."종조모님, 궁금해서 애가 탈 지경입니다. 어서 따님을 데리고 나와 저희에게 보여주십시오."경화 공주가 공혜 부인의 팔짱을 끼며 재촉했다.뒤에 서 있던 조연화는 그 모습을 보며 몰래 경화 공주를 흘겨보았다.세간에서는 경화 공주가 속내가 단순하고 안하무인이라고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눈치도 빠르고 영악한 면이 있었다. 황제가 공혜 부인을 각별히 여긴다는 것을 알고 저토록 살갑게 매달리며 애교를 부리는 것이었다. 정말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다른 이들에게도 저리 굴었을 것이다."뭘 그리 보채느냐."공혜 부인은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며 대꾸했다."조금만 기다려 연회가 시작되면 자연히 보게 될 것이다.""조금만 더 일찍 보여주시면 안 됩니까?"경화 공주는 거듭 어리광을 부렸다."만남을 축하할 선물은 제대로 준비해 왔느냐?"공혜 부인이 되묻자, 경화 공주가 즉각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249화

    조원철이 이 모든 일을 꾸민 이유가 자신과 혼인하기 위해서였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왜 그러느냐?"조원철이 그녀의 눈앞에서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혼례를 올리면 우리도 남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는데, 기쁘지 않으냐?"정신을 차린 강유영은 눈시울이 붉어졌고 목소리마저 살짝 갈라졌다."그 말씀, 진심이십니까?""당연히 진심이다."조원철이 바짝 다가앉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네게 거짓말을 한 적이 있더냐?""어째서 그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강유영의 눈시울이 더욱 붉어지더니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어찌해야 좋을지 모를 만큼 기쁘고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며칠 전 그가 혼례를 올리는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부터 이미 이 일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그에게 시집가는 모습은 수도 없이 상상해 보았었다. 하지만 그 상상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위안을 얻기에 저도 모르게 그려보았을 뿐인데, 어느 날 갑자기 그 꿈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올 줄은 몰랐다."어째서라니? 아직도 너를 향한 내 마음을 모르겠느냐?"조원철은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고 손끝으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다."그만 울거라. 네가 우는 모습은 볼 수가 없다.""하지만 너무 기뻐서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강유영의 눈물은 닦아낼수록 더 많이 쏟아져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전생에 덕을 아주 많이 쌓았기에 그와 혼인하는 꿈이 이루어지는 것이리라."기쁜데 왜 우느냐."조원철은 낮게 웃으며 그녀의 눈가에 입을 맞추고 다정하게 달랬다."자, 이제 그만 울거라. 난 조회에 가봐야 한다.""어서 일어나십시오."강유영은 그의 손을 밀어내고 스스로 눈물을 닦았다. 손끝에 묻은 눈물을 닦아내면서도 방금 들은 말이 믿기지 않았다. 그가 자신을 정실부인으로 맞이하려 한다.강유영은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소은경은 어찌 되는 것일까.그녀도 목석이 아닌지라 근래 조원철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248화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 다만 그분의 아들이 내 휘하에 있었던 적이 있다."조원철이 설명했다."그럼 이건 왜 주신 겁니까? 아들을 잘 보살펴주어서 고맙다는 뜻입니까?"강유영은 옥팔찌를 조원철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비슷하다."조원철은 그녀의 손을 끌어당겨 손목에 옥팔찌를 끼워주었다."그분께서 오라버니께 주신 건데 왜 제게 끼워주십니까?"강유영은 영문을 몰라 손목에서 옥팔찌를 빼내려 했다. 공혜 부인은 워낙 성정이 별난 사람이라, 자신이 이 팔찌를 차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면 또 모진 소리를 하며 비아냥거릴지도 몰랐다. 그런 물건은 갖고 싶지 않았다."이건 그분께서 네게 주신 것이다."조원철이 팔찌를 빼려는 그녀의 손을 막았다."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강유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일이 자신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공혜 부인은 그녀에게 그토록 박절하게 대했으면서, 왜 굳이 에둘러 옥팔찌를 준다는 것인지 도통 믿기지 않았다."네가 보기에 공혜 부인은 어떤 분 같더냐?"조원철은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성정이 조금 괴팍하신 분 같았습니다. 도움을 드렸는데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제게 모진 말씀을 하셨으니까요."강유영은 공혜 부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가 이내 말을 덧붙였다."하지만 원래 성격이 외롭고 까다로우신 것일 수도 있겠지요."조원철에게 답례품을 보낼 줄 아는 것을 보면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사람이니, 본성이 나쁜 사람은 아닐 터였다."그분은 널 시험해 보신 것이다."조원철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저를 시험하셨다고요? 무엇 때문에 저를 시험하십니까?"강유영은 갈수록 영문을 알 수 없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생면부지인 공혜 부인이 자신을 시험할 이유가 없었다."공혜 부인 슬하에는 원래 남매가 있었다. 젊은 시절 태어난 지 석 달 된 딸을 데리고 산사에 불공을 드리러 갔다가 산적을 만났지. 부인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으나, 딸과 유모는 그대로 행방불명되고 말았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247화

    자정 무렵, 조원철이 소은원으로 들어섰다.문가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던 서유는 인기척을 듣고 퍼뜩 고개를 들었다. 들어서는 이가 조원철임을 확인한 서유가 서둘러 자세를 바로잡으며 예를 올렸다."세자, 오셨습니까.""아씨는 잠들었느냐?"조원철은 불이 꺼져 어두컴컴한 방 안쪽을 바라보며 물었다."예, 세자를 기다리시다가 워낙 피곤하셨는지 먼저 잠드셨습니다. 다만 주무시기 전에 세자께서 오시면 반드시 깨워달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서유가 고개를 숙인 채 답했다."무슨 일이 있었느냐?"조원철이 묻자, 서유는 목소리를 낮추어 낮에 있었던 일을 자초지종 아뢰었다."오늘 전당포에 웬 중년 사내가 수상한 행색으로 찾아와 아주 귀한 옥여의를 맡기려 했습니다……."강유영이 옥여의를 공혜 부인의 저택에 가져다준 이야기까지 다 들은 조원철은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공혜 부인께서 아씨에게 무어라 하시더냐?""공혜 부인께서는 저를 대청에 들이지 않으셔서 그 안의 일은 알지 못합니다."서유는 고개를 젓더니 문득 생각이 난 듯 말을 덧붙였다."하지만 돌아올 때 공혜 부인께서 아씨께 옥팔찌를 하나 주시며 세자께 전해달라고 하셨답니다. 아씨께서 깨워달라고 하신 것도 아마 그 팔찌 때문일 겁니다.""깨울 필요 없다."조원철은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문이 닫히는 것을 본 서유는 하품을 한 번 하고는 아예 벽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세자께서 방에 들어가셨으니 더 이상 바짝 경계할 필요가 없었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세자께서 알아서 아씨를 지켜주실 터였다.조원철은 발소리를 죽여 침실로 들어갔다. 침실 안은 고요했고, 귀를 기울이니 강유영의 고르고 잔잔한 숨소리가 들려왔다.그는 불빛이 새어 들어가지 않도록 침상 휘장을 꼼꼼히 여민 뒤에야 초에 불을 붙이고 병풍 뒤로 가서 몸을 씻었다. 목욕을 마친 뒤에도 강유영이 잠에서 깨지 않도록 시종일관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침상에 올랐다.옥팔찌 일이 마음에 걸렸던 강유영은, 한밤중에는 미처 깨지 못했으나 이른 아침 조원철이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246화

    그러나 강유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공혜 부인이 먼저 말을 꺼냈다."이것을 가져가서 조원철에게 전하거라. 조 세자는 이걸 보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큰오라버니께 말입니까?"강유영은 잠시 멈칫하며 선뜻 손을 내밀지 못했다."어서 받지 않고 무엇하느냐?"공혜 부인이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네 오라비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진작 두 손으로 받아 들었을 것이다."강유영은 망설이다가 손을 뻗어 옥팔찌를 받아 들었다. 하지만 공혜 부인의 말이 곧이곧대로 믿어지지는 않았다.조원철이 어떤 사람인지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 공혜 부인이 옥팔찌를 준다고 해서 넙죽 두 손으로 받아 들 사람이 아니었다."그만 돌아가 보거라."공혜 부인은 손을 내저으며 평상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이만 물러가겠습니다."강유영은 다시 한번 예를 올린 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그 옥팔찌는 손목에 차고 가거라. 손에 들고 가다 부딪혀서 깨지기라도 하면 값을 물어내야 할 것이다."공혜 부인이 뒤에서 한마디 덧붙였다."염려 마십시오, 부인. 조심해서 가져가겠습니다."강유영은 손에 쥔 팔찌를 더욱 단단히 감싸 쥐었다. 워낙 귀한 물건인 데다 공혜 부인 또한 까다로운 사람이니, 반드시 온전하게 조원철에게 전달해야 했다.황씨 어멈은 강유영을 대문까지 배웅한 뒤 빠른 걸음으로 대청에 돌아왔다.안으로 들어서는 인기척에 공혜 부인이 눈을 뜨며 물었다."황씨 어멈, 네가 보기엔 저 아이가 어떠하더냐?""성품이 반듯하고 기품이 있어 참으로 보기 드문 아가씨입니다."황씨 어멈은 강유영의 됨됨이를 아낌없이 칭찬했다."내가 보기에도 괜찮은 아이더구나."공혜 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그런 유혹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선을 지키는 모습을 보니 성품이 아주 훌륭해.""그래서 부인께서도 마음에 드셔서 옥팔찌를 건네주신 겁니까?"황씨 어멈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남들이야 모른다 쳐도, 내 속내를 뻔히 아는 네가 굳이 물어봐야겠느냐?"공혜 부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5화

    “유영아? 얘네가 다 어디로 갔지?”한씨가 병풍 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어머니, 오지 마세요. 제가 부주의로 우유차를 옷에 쏟아서 닦고 있었습니다.”다급한 마음에 강유영은 아무 핑계나 둘러댔다. 손바닥은 이미 땀으로 흥건했다.한씨는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네 오라비는?”강유영은 고개를 돌리고 애원에 찬 눈길로 조원철을 바라보았다. 당황하고 조급한 나머지 맑은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조원철은 그날 밤 그만하자고 애원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는 긴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겨 단단히 품에 안았다.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4화

    한씨가 고개를 돌려 강유영을 바라봤다.곁눈질로 보니, 조원철도 고개를 들고 이쪽을 바라보는 듯했다.강유영은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떡을 다시 집어 조심스럽게 입안에 넣었다.마치 돌을 씹는 것처럼 입안이 쓰고 껄끄러웠다.‘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시는 거지? 뭘 알고 일부러 저러시는 걸까?’이유야 어찌 됐건 한씨가 이에 대해 굉장히 불쾌해하고 있음은 분명해졌다.조원철은 무표정한 얼굴로 되물었다.“왜 그런 질문을 하십니까?”한씨는 손을 뻗어 아들의 목에 난 자국을 어루만지더니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곱게 자란 처자라면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3화

    조원철을 따라 밖으로 나갔더니, 밖은 어느새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차가운 습기가 얼굴에 닿자, 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움찔 목을 움츠렸다.“세자.”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원철의 측근 청운이 다가와서 우산을 건넸다.조원철은 우산을 펼치고는 강유영에게 따라오라는 듯, 눈짓했다.강유영은 난색을 띠며 주저했다.“아씨, 세자께서 처소까지 모셔다드린답니다.”청운이 웃으며 말했다.“배려 감사해요, 오라버니.”강유영은 어차피 그와 따로 할 말도 있고 해서 공손히 예를 행하고는 그를 따라나섰다.청운은 빗속을 나란히 걷고 있는 두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2화

    “문을 열고 들어가 보자꾸나.”한씨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강유영은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머리털이 곤두서고 정신은 아찔해져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 오직 문이 열리면 둘 다 끝장이라는 생각만 맴돌 뿐이었다. 온몸은 얼어붙은 듯, 꼼짝할 수 없었다. 그녀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손을 뻗어 조원철의 어깨를 밀었다.그녀는 안간힘을 쓴 것이었지만, 조원철에게는 그저 간지러울 정도였다.투명한 두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히고 길게 말린 속눈썹에는 눈물방울이 맺혀 처연하기 그지없었다. 축 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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