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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Author: 눈빛 속의 약속
"필요 없다."

조원철이 앞을 주시하며 답했다.

"호주의 일은 암행을 해야만 진상을 밝힐 수 있었으나, 식량 창고는 그저 국법에 따라 비축량을 순찰하는 것일 뿐 딱히 캐낼 것이 없지."

그제야 의문이 풀린 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그럼 식량 창고를 순찰할 때는 무엇을 합니까?"

그녀는 관아가 돌아가는 규칙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가장 먼저 장부를 대조해야지. 총장부와 입출고, 그리고 재고 장부를 살피는 것이다."

조원철은 그녀가 이해하기 쉽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다음은 식량을 직접 검수한다. 창고 지붕의 통풍 상태를 확인하고, 쥐나 벌레가 파먹은 흔적이 없는지 살피지. 마지막으로 관원과 창고 관리인, 경비병들을 따로 불러 심문하여 그들의 대답이 일치하는지 대조해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 확인한다. 이 세 가지를 마치면 결론을 내려 창고 문을 봉인하고, 문서를 작성해 조정에 보고하는 것이다."

"그리 말씀하시니 인주에서는 며칠 머물지 않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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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198화

    강유영은 민망함과 동시에 어이가 없었다.방금 상처가 아문 사람이 어찌 그리 기운이 넘친단 말인가.어젯밤 내내 힘을 쓴 건 대부분 조원철이었는데, 어째서 자신이 더 기진맥진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참, 아씨. 정오 무렵에 국공 어르신을 모시는 하인이 다녀갔습니다. 어르신께서 아씨를 부르셨는데, 제가 아씨 몸이 편치 않으시다며 돌려보냈습니다."단비가 옷시중을 들며 불현듯 떠오른 듯 말했다."저녁때 찾아뵈어야겠다."강유영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진국공이 부르지 않았더라도 그녀가 먼저 찾아갈 참이었다.지금쯤 진국공은 관아에 있을 테니 저녁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오랫동안 집을 비우신 일로 추궁하시려는 건 아닐까요?"단비가 걱정스레 물었다."걱정 말아. 내게 다 방도가 있으니."강유영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그리고 첩실 소씨가 안부를 묻는다며 다과를 조금 보내왔습니다."단비가 잠시 생각하더니 또 다른 소식을 전했다."다른 말은 없었니?"강유영은 소지란의 이름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명목상으로는 소지란이 조원철의 정식 첩실이었다.자신은 조원철과 떳떳한 명분도 없을뿐더러 같은 족보에 이름이 올라 있는 처지였다. 이 상황이 참으로 난감했다."없었습니다."단비가 고개를 젓고는 덧붙였다."그분께 악의는 없어 보였습니다만, 오씨 어멈께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라며 조심하라 하셨습니다.""나도 알아."강유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소지란을 생각하면 마음이 어지러웠다.왕연령이나 전보주, 경화 공주처럼 그녀를 향해 악의를 내뿜던 이들에 비하면 소지란은 꽤 다정한 편이었다.그런데 그녀를 두고 몰래 조원철과 이런 관계를 맺고 있으니, 양심에 찔려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차라리 조원철에게 어찌 된 영문인지 물어볼까.강유영은 상념에 잠긴 채 걸음을 옮겼다."아씨, 어디 가십니까?"단비가 뒤따르며 물었다."시장 구경 좀 다녀오려 한다. 오랜만에 뵙는데 아버지께 빈손으로 갈 순 없지 않으냐. 내친김에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197화

    "입에 발린 소리만 하십니다."강유영은 두 손으로 붉어진 얼굴을 감싼 채 웅얼거렸다."내가 널 구슬려서 무엇하겠느냐. 내 것은 모두 네 것이고, 넌 내 사람인 것을."조원철은 그리 말하며 불쑥 팔에 힘을 주었다.강유영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몸이 허공에 붕 뜨더니 이내 푹신한 이불 위로 떨어졌다.조원철은 자연스레 그녀의 위로 몸을 겹쳤다. 두 손으로 강유영의 손목을 단단히 쥐고 베개 양옆으로 내리누른 채, 붉어진 눈가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오, 오라버니……."강유영은 발버둥을 쳤지만 그의 커다란 손은 무쇠처럼 단단해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내가 뭘 했다고."조원철이 한 뼘 더 다가왔다."아직 상처가 다 낫지도 않으셨으면서……."강유영이 다급히 내뱉었다.그녀가 조원철을 밀어내는 가장 큰 이유였다. 병주에서 그는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 몸이 축났을 텐데, 너무 일찍 무리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조원철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다 나았는지 아닌지는 직접 확인해 보면 알지 않느냐…….""읍……."강유영이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그는 더 이상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포갰다.뜨거운 입술이 포개지며 부드럽고도 거침없이 숨결을 파고들었다. 강유영은 순간 온몸의 힘이 스르르 풀렸다. 뼛속까지 녹아내릴 듯, 온몸이 나른해졌다."내가 그리웠느냐."그가 쉰 목소리로 물었다."응……."강유영은 두 뺨이 붉게 달아오른 채 눈을 꼭 감고 고개를 돌려 그를 마주 보지 않으려 애썼다."대답하거라."조원철은 집요하게 재촉했다."보고 싶었습니다……."강유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웅얼거리듯 답했다."누가 보고 싶었느냐."조원철은 아랑곳하지 않고 짓궂게 파고들었다.강유영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착하지, 어서 말해보거라."조원철은 어르기도 하고 다그치기도 했다."부군이, 오라버니가 보고 싶었습니다…… 흐윽……."강유영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수치심에 온몸이 발갛게 물들어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화

    초여름의 이른 아침.경성 진국공부의 사당 주변은 아침부터 자옥한 안개로 휩싸였다.조용한 사당 안에서는 승려가 경을 읊는 소리가 이따금씩 흘러나오고, 정원 내 청동로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당을 지키는 시녀와 하인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하루를 준비하고 있었다.강유영은 치맛자락을 들고서 처마 길을 따라 뒤뜰을 나오고 있었다. 온몸에 퍼진 근육통 때문에 걸음걸이가 다소 어색했다.좌측 쪽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커다란 손이 뻗어 나와 가늘고 여린 그녀의 허리를 가로챘다. 상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녀를 끌고 뒤뜰에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7화

    강유영은 그가 왜 여기에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뒤돌아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탓에 다리가 바닥에 꽁꽁 얼어붙은 듯, 움직여지지 않았다.“들어오거라.”조원철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명령했다.강유영은 누가 보기라도 할까 두려워,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내실로 들어갔다.“언제 오셨나요?”잠깐 오씨 어멈의 저녁을 챙기러 나갔다 온 사이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지금쯤이면 밖에서 왕 소저와 저녁 식사를 해야 하지 않나?’조원철이 다가오더니 문을 닫았다.강유영은 뒤로 두 걸음 물러서서 그와 거리를 벌리고 고개를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6화

    “기특하기도 하지. 어서 이리 와서 앉으렴.”한씨는 웃으며 강유영을 향해 손짓하더니 자신의 옆자리를 가볍게 두드렸다.밖에서 강유영에게 잘해주는 것은 인자한 진국공 부인의 명성을 위해서였다.강유영은 약상자를 장 의원에게 건네고는 고분고분 그쪽으로 다가갔다.장 의원은 그녀와 시선을 교환하고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유영의 처지를 잘 알기에, 그녀의 거짓말을 까발리지 않았다. 장 의원은 손을 뻗어 한씨의 손목에 대고 진맥을 시작했다.한씨의 옆에 앉은 강유영은 불안하게 병풍 뒤쪽을 힐끔거렸다.조원철은 탁자 앞에 마주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5화

    “유영아? 얘네가 다 어디로 갔지?”한씨가 병풍 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어머니, 오지 마세요. 제가 부주의로 우유차를 옷에 쏟아서 닦고 있었습니다.”다급한 마음에 강유영은 아무 핑계나 둘러댔다. 손바닥은 이미 땀으로 흥건했다.한씨는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네 오라비는?”강유영은 고개를 돌리고 애원에 찬 눈길로 조원철을 바라보았다. 당황하고 조급한 나머지 맑은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조원철은 그날 밤 그만하자고 애원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는 긴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겨 단단히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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