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애드는 카시안과의 이별 이후, 더이상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어딘가 홀가분해진 얼굴로 조용히 서 있었다.슬픔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그 슬픔마저 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그때 아이테르가 카시안의 시신을 내려다보다 눈을 가늘게 떴다. “…음?”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려 나가 있었던 오른팔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온전히 이어져 있었다.온몸의 상처들 또한 깨끗하게 아물어,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평온한 모습이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아이테르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타나토스의 짓이군.”죽음의 신이 명계로 돌아가기 전, 모두가 카시안의 영혼에 정신이 팔려 있던 사이 말없이 그의 육신을 복원해 준 듯 보였다. 메티스 역시 카시안을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이 복잡해졌다.자신에게는 유독 차갑기만 했던 타나토스가 카시안에게는 마지막 예의를 남겨 주고 떠났기 때문이다.그 묘한 감정이 그대로 눈빛에 드러났는지, 아이테르가 조용히 메티스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꼬옥- “응…?” 갑작스러운 아이테르의 포옹에 메티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그리고 그 미묘한 분위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애드가 머리를 긁적이며 끼어들었다. “응?”“너희 사귀어?”“아니?!” 아이테르는 화들짝 놀라며 메티스를 옆으로 툭 밀어냈다.“쟤 어깨에 코딱지 묻힌 건데?”“뭣?!?!!” 메티스는 경악하며 자기 어깨를 내려다봤다.그 모습을 본 아이테르가 결국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뻥이야.”“…….” 메티스는 그런 아이테르를 잠시 바라봤다.장난스럽고 가벼운 말투 속에 자신을 위로하려는 마음이 섞여 있다는 걸 눈치챈 그녀가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부드럽고 조용한 미소에 아이테르의 심장이 괜히 쿵 내려앉았다. “…어?” 메티스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이번엔 그녀가 먼저 아이테르를 살포시
카시안은 지상에서의 마지막 행동으로, 늘 그래왔듯 애드의 헝클어진 머리를 따스하게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하지만 이미 육체가 죽어 영혼만 남은 자신은, 제자의 몸을 만지는 것조차 할 수 없어 손끝이 허공을 투명하게 통과할 뿐이었다.“….”바로 그때.타나토스의 무심한 시선이 허공에서 갈 곳을 잃고 쓸쓸하게 떨리는 카시안의 투명한 손끝으로 향했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딱 한 번만.”“체온을 느끼게 해 주마.”그순간, 조금 전 메티스에게 심장을 찢는 독설을 내뱉던 차가운 모습과는 다른 의외의 친절함에, 자리에 있던 동료들 모두가 놀란 눈으로 타나토스를 바라보았다.타나토스의 창백한 손끝에서 깊은 검은 안개의 마력이 잔잔하게 퍼져 나가 노인의 영혼을 감쌌다.그리고 잠시 후카시안 영혼이 아주 짧은 순간, 마치 살아 있는 인간처럼 형태를 되찾았다.“…!”애드는 떨리는 눈으로 카시안을 바라봤다.카시안 역시 잠시 자기 손을 내려다보다 피식 웃었다.“허.”“신기하군.”그리고 그는 망설이지 않고 애드를 끌어안았다.애드 역시 울음을 참지 못한 채 카시안을 꽉 붙잡았다.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서로의 체온을 느꼈다.“감사했습니다…”“…스승님.”카시안은 무덤덤하게 웃으며 애드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그래.”그 한마디에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그리고 카시안 주변에서 따뜻한 빛이 천천히 피어올랐다.마치 하늘로 승천하는 은하수의 별가루처럼 찬란하게 반짝이며, 황량한 평야 위로 스르륵 부드럽게 흩어지기 시작했다.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영혼의 파편들은 따스하고 아늑했다.『애드.』『내 삶의 끝자락에 나타난 너는 내게 완벽한 아들 같은 존재였다.』『…그러니 내 몫까지, 부디 행복하게 웃으며 살아가다오.』검성 카시안의 영혼은 그가 휘두르던 올곧은 검처럼, 그리고 태양신 헬리오스의 자비처럼 그 누구보다 눈부시고 따뜻한 빛을 품은 위대
카시안은 자기 얼굴을 만져 보더니 감탄했다.“오오… 내 잘생긴 얼굴을 구현해 주다니.”“자네 혹시 신인가?”오드아이 남자는 카시안의 반응을 보더니 짧게 한숨을 쉬었다.“…작별 인사는 짧게 허락해 주지, 그게 마지막 내 친절이다.”그의 말에 카시안은 씨익 웃었다.“고맙네!”그리고 전성기 검성의 위풍당당한 걸음걸이로 걸어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애드의 바로 앞에 섰다.애드는 떨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스승님?”카시안은 평소처럼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수업료는 최소 100년 뒤 저승에서 받을 테니.”“그전에 지불하러 오면 쫓아낼 거다.”“…네?”“오래 살아라.”카시안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담담했다.마치 자신의 죽음을 이미 받아들인 사람처럼.오드아이 남자는 그 인위적인 시간 동안 아무런 재촉도 하지 않았다.그는 그저 팔짱을 낀 채 묵묵히 서서, 고독한 검성이 지상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온전히 끝마칠 때까지 조용히 침묵을 지키며 기다려 주었다.바로 그때.메티스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걸어가 오드아이 남자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타나토스.”그리움과 원망이 섞인 그녀의 가느다란 손이, 천천히 그의 옷깃을 향해 뻗어 나갔다.하지만 그 손이 닿기 직전, 아이테르가 매서운 손짓으로 메티스의 손목을 휙 낚아채 뒤로 당겼다.휙-!“…그러지 마.”메티스의 흔들리는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무너질듯 깊은 슬픔과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왜?”아이테르는 그녀를 자기 뒤로 살짝 감추며, 타나토스를 똑바로 노려봤다.“…이미 널 한 번 버린 녀석이야.”“붙잡으려 하지 마.”그 말이 떨어진 순간.평야 위 공기가 싸늘하게 식어 내렸다.머리 위의 검은 뿔.이질적인 오드아이.그리고 압도적인 신격의 위압감.그의 진짜 정체는 바로 모든 생명의 죽음을 관장하는 명계의 절대 군주, 죽음의 신 ‘타나토
세 사람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간신히 도착한 거친 평야의 중심그곳에는, 마지막 순간까지 왼손에 쥔 검을 결코 놓지 않은 채 꼿꼿하게 무릎을 꿇고 있는 검성 카시안의 모습이 있었다.온몸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찢긴 상처투성이였지만, 세상을 떠난 노인의 얼굴은 그 어떤 날보다 평온하게 가라앉아 있었다.마치 자신에게 다가온 가혹한 운명의 마지막을 기꺼이 받아들인 사람처럼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영원한 잠에 빠져 있었다.그 처참한 광경을 본 순간 애드의 절규가 넓은 평야를 뒤흔들었다.“아아아아아아!!!!!!!”“스승님!!!!!!!!”애드는 미친 사람처럼 앞으로 고꾸라지며 카시안의 차가운 시신을 터질 듯이 끌어안았다.마지막 숨이 끊어지는 찰나까지 대륙의 검성으로 당당하게 남은 노인의 마지막 뒷모습은, 너무나도 서글플 정도로 카시안다웠기에 메티스와 아이테르 역시 밀려오는 슬픔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메티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영감님…”아이테르도 씁쓸하게 두눈을 질끈 감았다.“…카시안.”하지만 바로 그 순간“시끄럽다 이놈아!!!!!!!”평야의 대기를 찢고 날카롭게 울려 퍼진 고함소리.그것은 분명 방금 숨이 끊어진 카시안의 걸걸한 목소리였다.“……….”“…엥?”애드는 시신을 붙잡고 울다 말고, 눈물이 맺힌 눈을 끔빡였다.“…스승님?”그는 황급히 품 안 카시안을 내려다봤다.분명 숨은 끊겨 있었다.눈도 감겨 있었다.누가 봐도 완벽한 사망 상태.그런데 바로 그들의 등 뒤에서, 카시안의 카랑카랑한 잔소리가 또다시 마술처럼 들려왔다.“아오 귀청 떨어지겠네 진짜!”아이테르 눈동자가 슬슬 공포로 떨려오기 시작했다.“…뭐야?”“설마 살아 있는 건가?”그 순간 그의 뒤쪽 허공에서 카시안의 우렁찬 고함이 터졌다.“니 눈엔 저게 살아 있는 걸로 보이냐!!!!!”“으악!!!!!!”아이테르가 화
-엘쉬온 인근 해안가-강제로 발동된 전이 마법의 빛이 가라앉자마자, 애드는 마력이 소진되어 금이 간 텔레포트석을 거칠게 바닥에 내던졌다. 쨍그랑-!!깨져버린 마법석 파편들이 차가운 모래사장 사방으로 쓸쓸하게 흩어졌다. “하아… 하아…!”애드는 모래바닥 위에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뜨거운 눈물이 봇물 터지듯 차올라서 시야가 엉망으로 흐려졌다.그의 귓가에는 여전히 카시안의 마지막 목소리가 이명처럼 맴돌고 있었다.『넌 언제나 내 자랑스러운 제자란다.』“흐윽…”결국 애드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카시안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이 싸움의 끝에서 자신이 확실하게 죽는다는 것을.그럼에도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웃었다.끝까지 비명조차 지르지 않고 검을 놓지 않았다.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스승으로서 애드에게 ‘복수의 진정한 의미’를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다.그 잔인한 진실이 애드의 심장을 더 무참하게 가루로 만들었다.“…왜.”울음 섞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왜 그런 식으로…”애드는 이를 악물었다.언젠가는 이별이 올 거라 생각했다.카시안은 이미 늙은 몸이었고, 검사란 원래 죽음을 가까이 두고 사는 존재였으니까.하지만 결코 이런 방식의 처절한 이별은 원치 않았다.애드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그대로 엎드렸다.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길잡이를 잃어버린 어린아이처럼, 어깨를 가련하게 들썩이며 대성통곡했다.“아아…! 스승님…” 애드의 통곡 소리 주변으로는 오직 쓸쓸한 파도 소리와 서늘한 바람 소리만이 조용히 감돌 뿐이었다.얼마나 그렇게 지옥 같은 시간이 흘렀을까.저 멀리 모래사장 너머에서 서둘러 달려오는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사박.사박.그리고 익숙한 목소리.“어…?”“…애드?”익숙한 목소리에 애드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순간 움찔하며 굳어졌다.그리고 그는
저 정도의 심연을 정면으로 뚫고 살아 나온 인간은, 그 조차도 본 적이 거의 없었다.반면 애드는 안도와 극심한 불안이 뒤섞인 얼굴로 스승을 바라봤다.그런 제자를 향해, 카시안이 다시 검을 비스듬히 들어 올렸다.챙-!!남자의 검은 마력과 카시안의 태양빛 검기가 다시 한번 정면으로 격돌했다.콰아앙-!!!!주변을 찢는 폭음 속에서도, 카시안의 목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애드의 귀에 또렷하게 박혔다.“애드.”“…네?”애드는 불길함에 떨리는 눈으로 스승의 뒷모습을 바라봤다.카시안은 계속해서 몰아치는 심연의 공격을 쳐내며 담담하게 말했다.“너와 지낸 시간 동안 나는 네가 아들 같고 좋았다.”챙-!!!!카앙-!!!!그 순간 애드의 눈동자가 천천히 흔들렸다.“…스승님?”불안했다.가슴이 미칠 것처럼 조여왔다. 마치 지금 이 순간의 대화가, 다가올 영원한 끝을 향해 흘러가는 전조처럼 느껴졌기에.카시안은 검을 비틀어 자신을 향해 쇄도하던 심연의 창을 거칠게 튕겨냈다.콰직-!!!!그리고는 피비린내를 풍기며 피식 웃었다.“내 검사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도 널 가르쳤을 때였단다.”애드의 심장이 불길한 예감에 완전히 난도질당했다.카시안은 거칠게 붉은 숨을 몰아쉬면서도, 유언을 남기듯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애드 언제나 내가 늘 말했듯…”카시안의 주변에서 검은 마력이 역류하며 폭발했다.그의 몸이 뒤로 무참히 밀려났다.하지만 기사로서의 자세만큼은 끝끝내 무너지지 않았다.“‘복수’란 건 죽음을 선사하는 게 아니라…”카시안의 깊은 눈빛이 마침내 뒤를 돌아보며 애드를 똑바로 향했다.“그자에게는 가장 고통스럽게, 네게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거란다.” 콰앙-!!!!또다시 카시안의 검과 심연이 충돌했다.카시안의 입가에서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하지만 그는 소년처럼 활짝 웃고 있었다.“…그리고.”“네
“에리 이모? 거기서 왜 벌러덩 누워 있어?”멀리서 애드가 에리스가 누워있는쪽으로 쪼르르 달려왔다.에리스는 고개를 돌린 채 재빨리 눈가를 훔쳤다.“요즘은 누워서 일광욕하는 게 건강에 좋다더군. 그래서 누워 있었다.”애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그래, 이모도 이제 건강 챙길 나이지...”“......”“근데 아무리 좋은 민간요법이라도 나이 앞에서는... 아니, 아니다. 역시 힘내, 이모!”애드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에리스를 진심으로 응원했다.에리스의 이마에 핏줄이 불끈 솟았다.“아기일 땐 귀엽더니,
“에리 이모, 삶이란 무엇일까?” “.....하?” 찬란하고 따뜻한 봄의 아침. 어느새 일곱 살이 된 애드는 에리스와 마주 앉아,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철학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삶 말이야. 삶. 죽음과 삶에 대하여! 이모는 어떻게 생각해?” 에리스는 팔짱을 낀 채 잠시 뜸을 들였다. 애드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삶은... 계란.” “.......” 에리스의 시답잖은 농담에 애드는 진심으로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표정 좀 풀어라. 농담이잖아.” “그럼 이번엔 진지하게 대답해 봐
다음 날 아침.“뿌애애애앵-!”애드의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집 안은 전쟁터가 되어 있었다.로테는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침대에 기대 있었고, 루카는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에리스는 창가에 앉아 말없이 바깥만 바라보고 있었다.“...또 운다. 이번엔 네가 좀 봐줘, 로테.”"....루카..""왜...?"“나 배도 고프고, 잠도못자서 기운도없고...""혹시 아기의 뜻이 엄마 아빠를 아사시키기 위해 태어난 생명체라는 말이 아닐까...”“뿌애애애애앵!!!”“가요... 갑니다...”밤새 한
수년간 적막한 검은 숲에 홀로 살던 로테는 이제 외롭지 않았다.든든한 친구 에리스와,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루카.그리고 그녀의 배 속에는,곧 세상에 태어날 작은 생명까지 함께였으니까.창문 너머로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던 로테는 조용히 생각했다.'마도서로 친구를 소환했던 일은... 정말 잘한 일이었어.''어머니, 저는 이제 외롭지 않아요.'감성에 젖어 있던 그때,멀리서 익숙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야, 이 정신 나간 여자야! 아기 성별도 모르는데 드레스를 왜 벌써 사 ?!""하! 내가 여신인데 그것도 모르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