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신수빈은 이도현과 형수가 모두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걸 느끼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청운서원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고작 이번 연말연시 무렵부터예요. 그전까지는 누구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요. 큰 오라버니께선 분명 미인계 함정에 걸리신 거예요. 그렇다고 오래전부터 누군가 별로 눈에 띄지도 않던 청운서원을 노리고 치밀하게 판을 짜 왔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어요. 오히려 갑작스럽게 마음먹고 청운서원과 신 가의 명성을 망치려 한 쪽에 가까워 보여요. 평처니 눈치니 하는 건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예요. 애초에 이 미인계 자체가 아주 치밀한 수법도 아니었잖아요. 설령 그 여자가 신 가에 들어온다 해도, 뒤에 있는 사람들 역시 신 가가 그녀를 진짜 가족처럼 받아들이진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을 거예요. 게다가 신 가의 결정이 안채 여인 하나에게 좌우되는 것도 아니고요.”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도현 역시 그녀와 생각이 같았다.“제 생각엔, 이번 일은 어떤 세가 하나가 벌인 일일 수도 있고, 여러 문벌이 함께 움직인 걸 수도 있어요. 원래 자기들이 독점하던 인재 선발의 판에 신 가가 끼어드는 걸 못마땅하게 여긴 거죠. 그래서 아주 정교하진 않지만 즉각 효과가 드러나는 이런 수를 쓴 거예요. 아마 청운서원 유생들 가운데 가장 돈으로 움직이기 쉬운 사람을 골라 판을 짰겠죠. 그런 사람이라면 저쪽에서도 쉽게 매수했겠지만, 우리 쪽에서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어요. 내일 제가 형수님과 함께 그 여자를 직접 만나 보고 나서 결론을 내리도록 할게요.”이도현은 그녀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세가 문벌의 늙은 것들은 원래부터 이런 식으로 남의 명성을 더럽히는 음습한 수작을 가장 좋아했다.그가 조정에서 정책 하나를 밀어붙이면, 저들의 입을 거쳐 퍼져 나가는 순간 전혀 다른 뜻으로 왜곡되기 일쑤였다.그래서 이도현은 오래전부터 저들을 손봐 주고 싶었다. 그런데 천하가 막 안정을 찾은 지금, 저들이 서로 뭉쳐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건드렸다간 큰 혼란이 일어날
“그 여자는 입만 열면 평처 자리를 달라고 요구했어요. 제가 허락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소란을 피우겠다고도 했고요. 서원은 세우는 것부터 쉽지 않았는데, 이 일로 명성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그건 전부 제 죄가 되겠지요…”정 씨가 말을 마치자, 신수빈과 이도현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 상대의 눈빛 속에서 이 일 뒤에 숨은 더 깊은 의도를 읽어낸 듯했다.신수빈은 정 씨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부드럽게 물었다.“형수님, 큰오라버니께서는 뭐라고 하셨어요?”정 씨는 눈을 내리깔았다.“네 오라버니는… 만약 유언비어가 계속된다면 가주 자리를 내려놓고 나와 함께 항주로 돌아가겠다고 하더구나.”그 말은 곧, 그 여자를 들이지 않겠다는 뜻이었다.신수빈은 아까 미처 자세히 묻지 못했지만, 지금 형수의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 다행히 큰오라버니가 아주 어리석은 선택을 한 건 아니었다.그러나 곧 정 씨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헌데 경성의 일들을 두고 그이가 어떻게 떠나겠느냐. 둘째 도련님은 늘 바다를 떠돌아다녀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고, 집안의 이 많은 일을 마냥 둘째 도련님만 기다릴 수도 없잖니. 셋째 도련님은 원래 가업 경영에 뜻이 없고 지금은 관직에 몸담고 있으니 더더욱 맡을 수 없고. 넷째, 다섯째 도련님은 말할 것도 없지. 만약 네 오라버니까지 떠나 버리면 아버님께서 다시 집안일을 맡으셔야 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그 늙은 진 씨부터 또 달라붙을 게 뻔하잖니. 어머님 속도 다 썩이고, 집안은 온통 난장판이 될 거야.”“형수님, 울지 마세요. 이제 이건 단순히 신 가가 평처를 들이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에요. 설령 그 여자를 들인다고 해도, 그건 결국 신 가 안에 눈 하나를 심어 두는 것과 다를 게 없어요. 게다가 들인다고 해서 유언비어가 멈출까요?”신수빈은 이제야 사건의 전말을 완전히 이해한 듯했다. 흐트러졌던 생각도 점차 또렷해졌다.“밖에서는 여전히 큰오라버니께서 한문 출신 유생들이 권세도 없고 기댈 곳도 없는
이도현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눈썹을 살짝 치켜 올렸다.“그 여자의 신분은?”신수빈은 순간 멈칫했다. 형수에게 자세한 내막을 묻지 않았던 것이다. 형수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분노가 치밀어 올라, 다른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상대가 자신의 친오라버니라 해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묻지 않았어요.”이도현은 손을 들어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툭 쳤다. 그리고 웃음기 섞인 낮은 목소리로 타이르듯 말했다.“평소의 영리함은 다 어디 갔느냐? 청운서원에 여자가 있었다 해도 혼자였을 리는 없지. 그런데도 어떤 신분인지 물어볼 생각조차 안 했단 말이냐? 게다가 한낮의 청운서원이 무슨 텅 빈 폐가도 아니고, 정말 억지로 당했다면 그 자리에서 왜 소리치지 않았겠느냐. 어째서 네 오라버니가 정신을 차린 뒤에야 울고불고 난리를 쳤겠어?”신수빈은 이마를 문질렀다. 이도현이 이렇게 말하자, 그녀도 순식간에 정신이 번쩍 들었기 때문이다.오늘 형수가 목놓아 우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어지러워, 그녀 역시 아무것도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던 것었다.신수빈은 살며시 그의 곁으로 다가가 아양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소녀가 어찌 왕야의 영민함과 견줄 수 있겠어요. 왕야께서는 단번에 일의 본질을 꿰뚫어 보시잖아요. 이 세상에 왕야처럼 눈빛 하나로 모든 걸 꿰뚫는 분이 몇이나 되겠어요.”이도현은 능청스럽게 아첨하는 그녀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안고, 이를 갈며 낮게 속삭였다.“본왕을 받아 줄 것도 아니면서 괜히 사람 마음만 흔들지 말거라.”신수빈은 그의 옷 아래에서 전해지는 위협적인 열기를 느꼈다. 단단한 것이 그녀의 아랫배를 꾹 누르고 있었다.그녀는 입술을 꾹 다문 채 몰래 웃었다.“칭찬도 못 하게 하시다니, 왕야는 정말 모시기 어려운 분이시네요.”이도현은 결국 그녀를 놓아주며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정 씨를 불러오너라. 본왕이 몇 가지 물어보겠다.”신수빈은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이도현은 자리에 앉은 뒤 옷자락을 끌
커다란 산허리 아래에는 산을 받치는 쇠기둥 같은 것이 단단히 버티고 있었다.신수빈이 얼굴이 화끈해져 고개를 들려던 순간, 어깨에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뒤에 있는 그 못된 남자가 옷 너머로 그녀를 물어버린 것이었다.“왕야…”신수빈은 아픈 기색으로 살짝 애원했다. 일부러 힘을 뺀 듯 흐물흐물한 목소리였다.이도현은 그제야 입을 떼었지만, 마음속 울분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듯했다.“또 그런 표정 짓지 말거라. 본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네가 모를 리 없지 않으냐. 그런데도 네 형수를 붙잡아 같이 자겠다니, 본왕이 보기엔 네가 일부러 이러는 것 같다.”신수빈은 온몸에 불만이 밴 그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속으로 웃음이 나올 뻔했다. 하지만 지금은 산처럼 무거운 몸에 눌려 꼼짝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결국 좋은 말로 달랠 수밖에 없었다.“왕야께서 절 억울하게 만드시네요. 서란소축에서 헤어진 뒤로 저도 왕야를 무척 그리워했습니다. 그런데 형수님께 정말 일이 생긴 걸 어떡합니까. 저희 큰오라버니께서 어리석은 일을 벌이셨어요. 밖에서 정체 모를 여인과 얽히셨고, 그 일로 형수님 마음이 크게 상하셨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형수님을 혼자 두겠어요.”이도현은 신 가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저 그녀 역시 자신을 그리워했다는 말만으로 충분했다.그래서 곧장 조건을 내걸었다.“그럼 네 형수가 잠들면 본왕 방으로 오거라.”“왕야…”신수빈은 다시 부드럽게 애원했다.방 두 개가 바로 붙어 있는데, 만약 이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저 사람이 내는 소리를 형수님이 어찌 듣지 못하겠는가.“형수님은 저를 친동생처럼, 친딸처럼 아껴 주세요. 지금 형수님께서 이렇게 상심해 계신데, 제가 왕야와 옆방에서 그런 일을 하고 있으면 제 마음이 너무 괴로울 것 같아요. 왕야, 이번만은 저를 좀 봐주세요. 다음에는 꼭 왕야 뜻대로 할게요. 왕야께서 원하시는 게 무엇이든…”이도현은 그녀가 “원하시는 게 무엇이든”이라고 말하는 순간, 문득 서란
만약 신수빈 곁에 서 있는 또 다른 부인을 보지 못했다면, 그는 아마 그 자리에서 곧장 그녀를 끌어안아 버렸을 것이다.상대가 신수빈의 큰 형수인 정 씨라는 걸 확인하고서야, 이도현은 가까스로 치밀어 오르던 마음을 눌렀다.“신첩, 왕야를 뵙습니다.”정 씨는 눈가가 붉어진 채 이도현에게 예를 올렸다.“예는 됐다.”이도현은 눈썹을 슬쩍 치켜올리며 신수빈에게 시선을 보냈다. 어째서 정 씨가 이곳에 있는지 묻는 눈빛이었다.하지만 그 눈짓은 눈먼 사람에게 던진 추파나 다름없었다. 신수빈은 이도현 품에 안긴 아이를 보자마자 곧장 아이부터 받아 안았다.“아이고, 우리 아가. 또 이 어미가 보고 싶었느냐?”물기 어린 목소리가 어찌나 부드러운지,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듯했다.이도현은 속으로 조용히 눈을 굴렸다.신수빈은 아이가 두툼하게 싸여 있는 걸 보고 서둘러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문득 문 앞에 아직 한 사람이 더 서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황급히 돌아보며 말했다.“왕야도 어서 들어오세요.”그래도 아직 본왕을 완전히 잊지는 않은 모양이군.정 씨도 그 뒤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왔다. 섭정왕이 날이 어두워진 뒤 일부러 아이까지 데리고 찾아온 것을 보니, 마음속으로는 이미 모든 사정을 짐작한 듯했다. 그녀는 눈치 있게 먼저 입을 열었다.“이야기는 내일 다시 나누자꾸나. 나는 다른 객방으로 가 보마. 오늘은 너와 연우가 오랜만에 만났으니 방해하지 않으마.”그 말을 남기고 정 씨가 몸을 돌리려 하자, 신수빈이 급히 그녀를 붙잡았다.“형수님, 괜찮아요. 오늘 밤은 저랑 형수님이 같이 연우를 데리고 자면 되잖아요.”정 씨는 곁에 서 있는 섭정왕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그제야 신수빈도 뒤늦게 상황을 깨달은 듯했다. 그녀는 아이를 안은 채 이도현 곁으로 다가가, 부드럽고 나직한 목소리로 달래듯 말했다.“왕야, 형수님께서 큰오라버니 일로 마음고생이 심하세요. 친정도 멀리 항주에 있어 장안에는 의지할 사람 하나 없고요. 그래서
“제 일까지 그쪽이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비단옷 차림의 공자는 이미 윤수혁의 이런 태도에 익숙한 듯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지금은 이도현도 저 꼬마가 자기 자식인 줄 모르니까 저렇게 보물처럼 끼고 도는 거지. 그런데 만약 그 꼬마가 죽은 뒤에야 자기 친자였다는 걸 알게 된다면? 쯧쯧, 그때 표정이 얼마나 볼만하겠어.”윤수혁은 순간 고개를 번쩍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비단옷 공자의 눈매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마치 서리가 내려앉은 듯 싸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그놈은 내 부족 사람들과 부모, 형제들을 모조리 죽였다. 지금 당장은 내가 그를 죽일 수 없으니, 우선 그 새끼라도 죽여 분풀이 좀 해야겠어. 나중에 그 아이가 자기 친자였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놈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생각만 해도 속이 다 시원하군.”그 말에 윤수혁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또 제멋대로 굴면, 당장 당신을 장안 밖으로 내쫓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할 겁니다.”하지만 비단옷 공자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비웃듯 말했다.“그 꼬마만 없어지면, 그것도 이도현 손안에서 죽은 거라면, 네 그 사랑스러운 제수씨께서도 아마 그를 뼛속까지 증오하게 되겠지. 하지만 그 아이가 멀쩡히 살아 있는 이상, 넌 신수빈이 왕부로 시집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어. 이번 생에는 너와 아무 인연도 없게 되는 거지.”윤수혁은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으며 그를 노려보았다.“평소엔 당신이 무슨 짓을 하든 내버려 두고 넘어갔지만, 이번 일만큼은 감히 멋대로 굴 생각하지 마십시오. 또 선을 넘으면 저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비단옷 공자는 코웃음을 치며 잔 속 술을 단숨에 비워 냈다.“어디 끝까지 그렇게 태연한 척해 보시지.”*이도현이 호국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완전히 저문 뒤였다.호국사는 황실 사찰인 데다, 모두 속세와 거리를 둔 승려들이 머무는 곳이었다.그때 눈치 빠른 어린 사미승 하나가 직접 나서,
신수빈은 제 귀를 의심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은보를 바라보았다.“뭐라고 했느냐? 방금 한 말… 다시 한 번 말해 보거라!”은보는 이를 악물고 마음을 다잡은 뒤, 그대로 다시 말했다.“왕야께서… 앞으로는 마님께서 주시는 어떤 사사로운 물건도 받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님께서도 스스로 몸가짐을 잘 삼가시라고 하셨습니다.”“하… 하하… 하하하.”신수빈은 그대로 웃음을 터뜨렸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끝내 웃음으로 튀어나온 것이었다.자중하라니. 그 말을 그 개 같은 인간이 어떻게 입에 올릴 수 있단 말인가?한바
신수빈은 이도현이 지금 심기가 몹시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다만 이 사람은 성정이 높고 자존심이 강하긴 해도 달래기 어려운 유형은 아니었다. 잠시 후에만 잘 달래 주면 풀릴 성미였다.그가 아이를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한 이상, 음험한 수단까지 쓰지는 않을 것이다. 권력을 쥔 사내가 설령 나쁘다고 해도 대놓고 수완을 드러내는 법은 없으니까. 그 점만큼은 신수빈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이도현은 내내 얼굴을 굳힌 채 걸음을 옮기며 그녀의 작은 행동들에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신수빈은 그가 속으로 자신을 분명히 못마땅해하고 있
이도현은 그렇게 몇 번이고 되뇌더니 가볍게 웃으며 읊조렸다.“아리따운 여인과 함께 걷고 있는데, 얼굴이 무궁화처럼 곱도다. 훨훨 날 듯 걷는 자태에 옥패 소리가 고요히 울리네. 아름다운 맹강이여 그 고운 수빈이 잊히지 않도다. 네 이름도 여기에서 따온 것이냐.”신수빈은 줄곧 그를 무인이라고 여겼다. 글 몇 편쯤 읽었을지는 몰라도 문인들만큼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선진 시경의 구절까지 줄줄이 읊는 것을 보고는 자신이 그를 얕잡아보았다는 걸 깨달았다.“맞아요. 저와 오라버니의 이름은 모두 조부께서 지어주셨습니다.”“좋은
이도현이 더는 윤서원 저택으로 드나들지 않도록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설령 그녀를 찾고자 하더라도 가급적이면 밖에서 만나는 편이 좋았다. 그래야 들킬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다 방법이 있다.”신수빈은 그렇게 말하며 청하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그 개자식은 귀가 유난히 밝았기에 혹시라도 들었다가는 또다시 기를 살려주기 위해 애를 먹어야 할 터였기 때문이다.신수빈은 잠옷으로 갈아입고 방으로 돌아왔다. 이도현은 그녀가 나오자 책에서 시선을 떼고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갑자기 눈썹을 치켜올렸다.“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