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하지율은 입술을 달싹였다.그동안 주용화에게 그렇게 모진 말을 쏟아냈으면서도 정작 지금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하지율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물었다.그 모습을 본 주용화의 눈에서 싸늘함이 사라졌다.주용화는 주위를 짓누르던 위압감도 어느새 모두 거둬들였다.주용화의 목소리는 다시 다정해졌다.“지율 씨, 아직 열이 안 내렸어요. 물을 많이 마셔야 합니다.”주용화는 물 한 잔을 따라 하지율에게 내밀었다.“조금 마셔요.”하지율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하지율은 눈을 감은 채 주용화를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듯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잠시 후, 차갑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살며시 입술에 닿았다.동시에 미지근한 물이 입안으로 흘러 들어왔다.하지율이 번쩍 눈을 뜨자 바로 코앞에 주용화의 잘생긴 얼굴이 보였다.하지율은 눈을 크게 떴고 창백했던 얼굴에는 당황스러움과 분노가 뒤섞여 붉은 기운이 번졌다.하지율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피하자 입가로 물이 흘러내려 침대 시트 위에 떨어졌다.주용화는 하지율이 피하는데도 화내지 않았다.오히려 입가에 맺힌 물방울을 가볍게 입맞춤으로 닦아내며 말했다.“지율 씨는 아프잖아요. 따뜻한 물을 많이 마셔야 해요.”하지만 하지율은 싸늘하게 말했다.“지금 물을 먹이려는 거예요? 아니면 이 틈에 저한테 수작 부리는 거예요?”주용화는 너무도 솔직하게 대답했다.“둘 다요.”하지율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그런데 주용화가 갑자기 하지율을 끌어안고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지율 씨, 우리가 사귀기 시작한 뒤로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었던 적 한 번도 없잖아요. 그동안 너무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어요. 임신하면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게 당연한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지율 씨한테 화까지 냈네요. 저를 때린 것도 당연합니다.”하지율은 할 말을 잃었다.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주용화가 벌써 모든 이유를 대신 만들어 놓았다.주용화가 다시 하지율을 바라보며 물었다.“지율 씨, 아직도 화났어요? 그냥 저를
하지율이 정신을 차렸을 때, 희미하게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과로로 인한 고열입니다. 그리고 하지율 씨는 현재 임신 한 달 정도 됐습니다. 몸이 많이 약해진 데다 아직 임신 상태도 불안정해서 잠시 후 유산 방지약을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3달 정도는 관계를 가지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유산 위험이 높아요. 이건 멍과 상처를 가라앉히는 연고입니다. 아침저녁으로 한 번씩 발라 주세요.”하지율은 멍한 상태로 눈을 떴다.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심한 어지럼증이 몰려와 하마터면 그대로 다시 쓰러질 뻔했다.“지율 씨.”주용화가 빠르게 하지율의 곁으로 다가왔다.“깨어났어요?”하지율은 작게 대답한 뒤 주변을 둘러봤다.그제야 자신이 병원에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저... 왜 이래요?”주용화의 검은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열이 많이 났어요.”“열이요?”심한 어지럼증 때문에 하지율은 평소보다 반응 속도가 한참 느렸다.하지만 아무리 정신이 흐려도 기억해야 할 일들은 결국 하나씩 떠올랐다.눈앞에는 익숙하고 잘생긴 주용화의 얼굴이 보였다.그러나 어젯밤 악마처럼 변해 버린 주용화의 모습이 떠오르는 순간, 하지율은 몸이 굳었고 숨마저 순간 멎는 듯했다.주용화는 거의 즉시 하지율의 이상을 알아차렸다.“지율 씨, 또 어디 불편해요?”하지율은 주용화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물었다.“화야 씨, 어젯밤 일이 기억 나요?”옆에 있던 의사는 분위기를 알아차리고 조용히 병실을 나가 문까지 닫아 주었다.주용화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어젯밤에 제가 이성을 잃었습니다. 미안해요.”하지율은 주용화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그러면 어젯밤 저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말해 봐요.”주용화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자 하지율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역시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어젯밤에 주용화의 상태는 분명 정상이 아니었다.그리고 오늘 아침 눈을 뜬 주용화는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전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주용화는 더 이상 이 이
하지율은 차갑고 비웃음이 어린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화야 씨, 저한테 화야 씨는 그저 제 손에 쥔 칼일 뿐이에요. 제가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죠. 그런데 그 칼이 너무 날카로워요. 남을 다치게 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 다치게 하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버릴 수밖에 없어요.”주용화는 하지율을 바라보며 말했다.“지율 씨, 저는 필요할 때 곁에 두고 필요 없으면 버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그러자 하지율은 담담하게 말했다.“화야 씨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예요.”주용화가 다시 물었다.“그래서 여전히 저를 떠날 생각이에요?”하지율의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주용화의 말뜻은 마치 자신이 떠나고 싶지 않다고만 하면 두 사람이 다시 함께할 수 있다는 듯 들렸다.하지만 하지율은 이미 주용화에게 너무 심한 짓을 했다.하지율은 시선을 내리깔며 말했다.“저는 지후 씨와 다시 결혼하기로 했어요.”주용화의 두 눈에 의미심장한 눈빛이 일렁였다.“그동안 계속 지율 씨가 먼저 연락해 주길 기다렸어요. 지율 씨가 와서 저를 달래 주기만 했으면 아무것도 따지지 않을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저를 찾아오기는커녕 매일 고지후와 함께 있었죠. 지율 씨, 저 지금 정말 많이 화났어요.”주용화의 입가에는 온기라고는 느낄 수 없는 미소가 떠올랐다.순간 주위의 공기까지 위험하게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그래도 계속 저를 자극할 겁니까?”하지율은 순간 숨이 턱 막혔고 더 이상 주용화를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러다가는 정말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하지율은 고개를 돌려 주용화를 외면했다.“그만 돌아가요. 저 쉬고 싶어요.”주용화가 문득 낮게 웃었다.“그렇게 아이가 좋다면 우리도 하나 낳으면 되잖아요. 그러면 다른 남자한테 자꾸 신경 쓸 일도 없을 테고요.”그 말에 하지율의 미간이 순간 세게 떨렸다.거절하려던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주용화가 하지율을 끌어안고 거칠게 입을 맞췄다.주용화의 눈빛은 집요
그날 하지율이 계약을 마친 뒤 상대 회사의 축하연까지 참석하고 나니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고지후는 하지율의 파트너 자격으로 함께 행사에 참석했고 연회가 끝난 뒤에는 직접 차를 몰아 하지율을 집까지 데려다줬다.주용화가 한동안 하지율에게 연락하지 않고 있었지만 혹시라도 눈치채지 못하게 두 사람은 계속 연인인 척 연기를 이어 가고 있었다.밤이 깊어지자 도로 양옆의 가로등이 얼룩진 빛을 길 위로 드리웠다.하지율은 차창 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물었다.“화야 씨는 아직 Z국에서 안 돌아왔어?”고지후가 담담하게 대답했다.“나한테 들어온 소식은 없어. 하지만 주용화가 마음먹고 내 눈을 피하려고 하면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야.”그러다가 하지율을 한번 바라보며 물었다.“너한테도 아직 연락 없어?”“응. 그래서 내일은 진소현 씨에게 연락해 보려고 해.”고지후가 다시 물었다.“만약 주용화가 차라리 너랑 헤어지는 걸 선택하고 끝까지 최면은 거부하면 어떻게 할래?”하지율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마음이 떠나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손익을 따지게 돼. 지금 화야 씨에게 난 예전에 지후 씨를 떠나기로 한 임채아 같은 존재인 거야. 지후 씨라면 가치도 없는 사람 하나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하겠어?”고지후는 무언가 말하려는 듯하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고 더 이상 그 이야기를 이어 가지 않았다.“지율아, 요즘 네 얼굴이 너무 안 좋아. 정말 괜찮아? 병원이라도 한번 가 보는 게 어때?”하지율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그냥 요즘 계속 제대로 못 쉬어서 그래. 그나저나 지후 씨는 언제 돌아갈 거야?”“일이 별로 없어서 난 M국에 좀 더 있어도 돼.”그러자 하지율이 물었다.“고윤영 씨는? 아직 안 데려왔어?”고지후의 표정은 여전히 무덤덤했다.“자기가 싫어하는 일을 남한테도 하면 안 된다는 걸 이번 기회에 좀 배워야지. 거기서 조금 고생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고지후가 그렇게까지 말하자 하지율도 더는 권하지 않았다.차는 금세
그러자 고윤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아빠, 알겠어요.”돌아가는 길 내내 하지율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별장에 도착한 뒤, 고지후는 고윤택을 달래서 위층으로 올려보낸 뒤 하지율을 바라봤다.“주용화가 윤택이한테 아무 짓도 할 생각이 없었다는 거 알면서...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어?”하지만 하지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날 이후로 일주일 동안 하지율은 주용화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전화도 메시지도 오지 않았다.아마도 주용화는 이번 일로 정말 크게 상처받아 완전히 마음을 접은 것 같았다.그러던 중 유소린에게서 전화가 왔다.M국에서 중요한 계약 건이 생겨 하지율이 직접 돌아와 협상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주용화 쪽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하지율은 이번에는 주용화가 정말 포기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하지율은 일단 M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지난 일주일은 너무도 평온했다.처음 며칠 동안 하지율은 계속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주용화가 자신이 방심하기를 기다렸다가 무언가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결과적으로 하지율의 걱정은 기우였다.하지율이 어디를 가든 주용화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그와 동시에 고지후는 마침내 고윤영의 행방도 알아냈다.고윤영은 어느 변방 국가에 버려져 있었다.팔이나 다리를 다친 것도 아니었고 목숨이 위험한 상황도 아니었다.오히려 부유한 집안에서 하녀로 일하고 있었다.하지만 부잣집 하녀 생활도 결코 편한 건 아니었다.매일 온갖 음식을 만들어야 했고 집안일도 끝없이 해야 했다.음식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밥을 굶었고 집안일을 잘못하면 매까지 맞았으며 맡은 일을 전부 끝내야만 쉬거나 잠들 수 있었다.어릴 때부터 귀하게 자라 손에 물 한 방울 묻혀 본 적 없는 고윤영에게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끔찍한 고통이었다.이 소식을 들은 고지후는 눈빛이 깊어졌지만 반응은 뜻밖에도 무척 담담했다.“알겠어.”하지율은 평온한 고지후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
하지율은 주용화의 잘생긴 얼굴을 차갑게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했다.“화야 씨, 이제는 어린아이까지 이용해서 저를 협박할 정도로 비겁해진 거예요?”하지율이 주용화를 때린 힘은 그리 세지 않았다.하지만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맞은 뺨은 그 자체로 충분한 모욕적인 행동이었다.하지율은 늘 주용화를 존중했다.예전에 주용화가 임채아를 도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조차 손을 댄 적은 없었다.주용화는 피하지도 않았고 화를 내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하지율을 바라봤다.짙고 검은 안개가 주용화의 눈 깊숙이 번지는 듯했고 모든 감정이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주용화가 담담하게 물었다.“지율 씨의 마음속에서 저는... 이제 그런 비열한 사람이 된 겁니까?”하지율이 주먹을 꽉 쥐자 긴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그러더니 자신의 잔인한 목소리가 들렸다.“처음도 아니잖아요. 예전에 정시온을 이용해서 정기석 씨를 협박한 적도 있잖아요.”오후의 햇살이 주용화의 몸 위로 쏟아지자 잘생긴 얼굴은 옅은 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하지만 그렇게 따뜻하고 밝은 햇빛을 받고 있는데도 주용화에게서는 조금의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주용화의 검은 눈동자에는 옅은 안개가 낀 듯 흔들려 속을 알 수 없었다.“지율 씨... 정말 저를 그렇게 생각해요?”주용화가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 해도 며칠 동안 이어진 자신의 냉대와 거부가 결국 그에게 상처를 남겼다는 걸 하지율은 알고 있었다.이제 목적은 거의 다 이뤄지고 있었다.하지율의 가슴은 뜨거운 물에 덴 듯 아팠다.그런데도 하지율의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차분했다.하지율은 붉은 입술을 열어 한마디만 내뱉었다.“네.”그 순간, 주용화의 길고 짙은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눈 깊숙한 곳에 아주 잠깐 연약한 기색이 스쳤지만 금세 사라졌다.너무 빨라서 하지율은 착각처럼 느껴질 정도였다.“엄마!”그때 고윤택이 다급하게 끼어들었다.“엄마가 화야 삼촌을 오해한 거예요! 제가 밖에 있는 삼촌을 보고 먼저 가서 말을 건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