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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5화

Penulis: 초향
하지율은 말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입을 열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예전의 하지율이었다면 고지후 앞에서 쉴 새 없이 말을 이어갔을 것이다. 사소한 일에도 웃고 괜히 말꼬리를 늘어뜨리며 시간을 끌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마주 앉아 있으면서도 꺼낼 이야기가 없었다.

임채아가 사라진 지금은 다툴 이유마저 사라져 버렸으니까.

고지후는 그녀의 침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듯, 차분한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었다.

“많이 변했네. 예전에는 우리에게 아이만 있으면 내가 조금만 양보하고 달래주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윤택이를 이용해서 너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낮게 웃었다.

“윤택이가 그러더라. 지금의 네가 예전보다 훨씬 행복해 보인다고.”

고지후는 죄책감에 고개를 떨군 채 말을 이었다.

“그때의 나는 몰랐어. 어린아이에게 엄마가 곁에 있는 게 가장 행복한 선택이라고만 생각했거든. 지금 와서 보니, 나는 다섯 살짜리 아이보다도 못했더라.”

그 순간, 그는 하지율의 눈에서 낯선 빛을 보았다. 지난 몇 년 동안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던 생기 어린 광채였다.

문득 결혼 초기가 떠올랐다. 자신과 혼인했을 때의 하지율 또한 이런 눈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는 이제야 알아차렸다.

고지후가 그녀를 아내로 맞이한 이유가 아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저 그때는, 하지율이 자신의 아내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고지후는 그녀를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약하지만 분명한 호감이 있었다. 싫어하는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어머니와의 연까지 끊을 수는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하지율은 서서히 생기를 잃어갔다.

고지후는 그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습관처럼 그녀를 무시했고, 그사이 쌓이는 실망과 고통은 온전히 하지율의 몫이 되었다.

어느새 그녀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사라졌고, 하지율은 시들어가는 장미처럼 말라갔다.

사랑하는 사람은 꽃을 기르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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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율 뿐만이 아니라 표서준도 자기 귀를 못 믿겠다는 듯 놀란 표정으로 김경환을 쳐다보았다.하지율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얼마... 요?”김경환이 차분하게 대답했다.“100조요.”하지율이 물었다.“김경환 씨, 지금 장난하시는 거 아니죠?”김경환이 대답했다.“만약 못 믿으시겠다면 지금 당장 계약을 체결해도 좋습니다.”하지율이 또 물었다.“그럼 수익의 10% 이외에 다른 조건은 없습니까?”김경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얘기했다.“없습니다.”하지율은 잠깐 흠칫했다가 이어서 물었다.“김경환 씨, 혹시 그분의 성함을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어느 그룹의 분인가요?”김경환은 조용히 주용화를 쳐다본 뒤 얘기했다.“하 대표님께서는 그분을... R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하지율이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R이요?”김경환이 해명했다.“네. 그분은 여러 이유로 신분을 직접 공개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하 대표님의 이해 부탁드립니다.”하지율은 그 말을 듣고 그냥 어이가 없었다.‘이름과 신분도 공개하지 않는 사람의 투자를 받아도 되는 걸까?’하지만 상대가 투자하려는 건 100만 원이 아닌 100조다.하지율은 상대가 손형원과 단보현이 보내온 스파이라고 의심할 정도였다.그런 하지율의 생각을 읽은 듯, 김경환이 입을 열었다.“걱정하지 마세요, 하 대표님. 절대 문제없을 겁니다. 만약 믿지 못하시겠다면 예약금으로 절반을 먼저 보내드리죠.”“회사 내부 검토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김경환이 대답했다.“하 대표님의 회사에 대해서는 이미 내부적으로 평가를 마친 상태입니다. 그분께서는 하 대표님의 실력을 믿고 계십니다.”“...”솔직히 얘기하면 하지율 본인도 자신이 없었다.김경환이 덧붙였다.“이건 이번 투자와 관련 있는 서류들입니다. 잘 생각해 보시고 천천히 대답 주십쇼.”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이고 직접 김경환을 배웅해 주었다.많은 생각이 필요한 시점이다.일단은 김경환이 말한 투자가 함정인지 아닌지를 봐야 한다.만약 이게 진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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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아저씨가 정말 박원 그룹의 지분20퍼센트를 하지율에게 양도할까요? 예전에 우리가 10퍼센트를 사겠다고 할 때도 안 된다고 했잖아요. 어머니를 도왔던 일까지 들먹이면서 인수하지 못하게 만들었는데 갑자기 하지율에게 팔겠다고 하다니...”연태훈은 박정길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며 무미건조하게 말했다.“박원 그룹이 지율이의 인수를 받아들인 건 그 애 산하의 하이테크 그룹을 눈여겨봤기 때문이야. 박원 그룹의 주식 가치는 연경 그룹만 못하지만 20퍼센트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지. 하지율이 가진 자금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어. 결국 그 애는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게 될 거다.”연경 그룹이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 정도가 필요했다.과정은 무척이나 복잡했고, 자금 회수 계획까지 세워야 했다.연경 그룹의 기업 가치가 하늘을 찌르는 것과는 달리,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은 많지 않았다.유능한 사업가는 투자를 합리적으로 진행한다.돈을 은행에 넣고 이자를 받는 건 평범한 사람들의 방식일 뿐이었다.연재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만약 하지율이 도움을 청하면, 그 기회를 이용해 그 애가 가진 초기 지분을 인수할 수 있을까요?”“....”연태훈은 아들을 깊이 바라보며 눈빛을 가라앉혔다.“재영아, 세상 모두가 아는 초기 지분의 가치를 하지율이 모를 거라 생각하느냐? 그 애가 지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면 애초에 연경 그룹으로 들어오지도 못했을 거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봐라. 너라면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초기 지분을 팔겠느냐?”연재영은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연태훈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네가 아는 걸 왜 지율이가 모를 거라 생각하느냐. 더군다나 우리가 그 애에게 줄 수 있는 건 다른 사람도 줄 수 있어. 그런 상황에서 지율이가 우리를 선택할 것 같으냐?”연재영은 무심코 우리와 하지율은 가족이라는 말을 꺼내려다 연태훈의 말에 담긴 뜻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그는 은연중에 초기 지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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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율은 주용화와 시선을 마주하며 조용히 감탄을 내뱉었다.“화야 씨... 당신, 정말 똑똑하네요.”주용화는 싱긋 웃으며 아침 식사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박태규가 실종된 상황에서 최적의 해결책은 그 방법뿐이죠.”고지후 역시 결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이 방법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이 가장 합리적임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하지율이 이 일을 단순히 넘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면 그는 기꺼이 그녀의 편에 서서 끝까지 함께 물고 늘어질 생각이었다.그동안 하지율은 그로 인해 지나치게 많은 것을 양보했고, 감당하기 어려운 억울함을 삼켜야 했다.고지후는 이제 더 이상 그녀가 주변 사정이나 타협을 이유로 물러서지 않기를 바랐다.그때, 병원에 도착한 연태훈과 연재영은 우연히 박정길이 싱글벙글하며 병원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목격했다.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어제까지만 해도 박씨 가문 사람들은 그들에게 박태규를 내놓으라 요구했고 아들을 내주지 않으면 협력을 전부 중단하겠다고까지 했었다.‘왜 갑자기 태도가 바뀐 거지? 박태규를 찾은 건가?’연재영은 얼굴을 굳히며 박정길 앞으로 걸어갔다.“아저씨, 이렇게 급히 병원에서 나오신 이유가... 혹시 박태규가 발견된 건가요?”고개를 든 박정길은 눈앞의 남자가 연재영임을 알아보고 웃음기를 거두었다.“아직 못 찾았어.”박태규의 실종은 손형원이나 연씨 가문 때문일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하지율이 개입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약에 취한 뒤 곧바로 의식을 잃어 박태규를 납치할 여유조차 없었으니까.‘반면 연씨 가문 사람들은... 그럴듯하게 꾸며 태규를 납치해 박씨 가문을 압박하려 했을 수도 있겠지.’박정길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늙은 구렁이 같은 연태훈을 위아래로 살폈다.과거 여러 차례 당한 경험이 있었기에 한시도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이를 눈치채지 못한 연태훈은 웃음을 띠며 박정길에게 다가왔다.“박 대표, 여기까지 온 이유가 혹시 지율이 때문인가?”박정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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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용화는 예상했다는 듯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당신이 윤택이의 아버지라 해도 당신과 하지율 씨 사이에는 이미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챙겨야 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죠.”하지율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주용화는 여전히 가시를 숨기지 않았다. 말투는 담담했지만 그가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에 날이 서 있었다.하지율과 고지후는 그가 하루 종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유가 고윤택 곁에 있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 사실이 이 독설을 정당화해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고지후는 애초에 언쟁을 즐기는 성격이 아니었다.특히 이렇게 의미 없는 말싸움이라면 더더욱 피하고 싶었다.그는 주용화를 없는 사람처럼 넘기고 다시 하지율을 바라봤다.“지율아, 자금 문제는 걱정하지 마. 내가 방법을 찾아볼게. 현재 고성 그룹에서 무리 없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천억 정도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마련할게. 삼일 안에 전부 준비해 줄 테니까...”그때, 곁에서 듣고 있던 주용화가 불쑥 끼어들었다.“왜 갑자기 그렇게 큰돈이 필요한 거죠?”하지율은 잠시 망설였지만 숨기지 않았다. 그녀는 박원 그룹 지분 인수 계획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박태규가 실종된 상태라 당장 붙잡고 따질 수는 없어요. 그렇다면 이 상황을 이용해 이득을 챙기는 게 더 합리적이죠.”그녀의 목소리는 감정 없이 차분했다.“박정길 씨가 대선에 출마한 지금이 박씨 가문과 협상하기 가장 좋은 시기예요. 대선이 끝나면 지금처럼 유연하게 나오지 않을 거고요.”하지율은 시선을 내리지도, 흐리지도 않았다.“박태규를 찾는다 해도 얻을 수 있는 건 형식적인 사과뿐이에요. 박태규의 계획은 실패했고, 임씨 가문과 박씨 가문은 이미 한배를 탔죠. 이제 와서 박태규를 제거하는 건 불가능해요. 박씨 가문도 절대 동의하지 않을 테죠.”짧게 숨을 고른 그녀가 말을 맺었다.“연씨 가문이 이 일을 빌미로 박씨 가문에서 이득을 챙기게 두느니 내가 먼저 움직이는 게 나아요. 그래야 지금까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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