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42화

Author: 송진
경운시에 있는 집은 이미 장시간 방치돼 있는 상태였다.

성유리가 집에 돌아간 뒤, 며칠 동안 열심히 청소를 했고 그제야 집은 그나마 깨끗하게 치워졌다.

집을 청소하는 와중에 하늘이는 마치 바삐 움직이는 한 마리의 꿀벌처럼 성유리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도왔다.

성유리가 이제 드디어 안정적인 삶을 다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인터넷에 갑자기 사과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그 영상은 몇 달 전 성유리와 이우빈의 사이에 대해 해명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영상 속 상대는 사실 그때 자신은 한 번도 직접 성유리가 이우빈에게 대시하거나 일부러 말을 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사실대로 토로했다.

그와 동시에 이우빈이 성유리와 함께 일을 하는 것이 질투가 나 나쁜 마음을 품고 거짓 소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이 일을 거의 다 잊고 있었지만 그래도 연예계에서 잘나가는 연예인에 관한 새로운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은 다시 뜨겁게 달궈졌다.

게다가 이우빈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자신과 성유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문장을 올리는 동시에 몇 달 전 왜 직접 나서서 해명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유도 덧붙였다.

회사에서 이우빈에게 조용히 있으라는 말을 해 아무 해명도 하지 못한 사실에 지금 성유리에게 몹시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다는 말,

이우빈이 올린 마지막 문장에는 자신을 몰래 찍는 사생팬들을 나무라는 말이었고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내 성유리는 이우빈 회사 측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죄송해요. 성 선생님. 이번 일은 저희 책임도 있어요. 저희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도 큰 죄죠. 하지만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그 팬이라는 사람 저희가 알아서 처리했고 인터넷에 사과 영상도 올리라고 했어요. 경찰도 그 여자에게 마땅한 벌을 내리겠다고 약속했고요.”

“지금까지 저희가 후기 작업을 거의 다 마쳤어요. 이제 두 달만 있으면 정상적으로 방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성유리 선생님 이름은 꼭 제일 위에 잘 보이는 위치에 적을게요.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543화

    “저예요.”성유리가 말했다.“알아.”“이우빈 씨 일... 박한빈 씨가 시킨 거예요?”성유리는 박한빈에게 묻고 있었지만 사실 이미 마음속으로는 그임을 확신하고 있었다.“응.”박한빈은 그녀의 물음에 조금 멈칫하는가 싶더니 이내 맞다는 대답을 내뱉었다.“도와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여기까지만 하세요. 이우빈 씨 쪽도 박한빈 씨가 손 볼 필요 없어요.”“왜? 이우빈이라는 사람을 동정하는 거야?”박한빈은 성유리를 조롱하는 듯한 말투로 계속 물었다.“일이 생기면 여자를 앞에 내세우는 남자를 동정할 가치가 있나?”성유리는 그의 말속에 담긴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렸지만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그때 상황에서 만약 이우빈 씨가 나서서 저를 보호했다면 일은 더 복잡해졌을 거예요.”“게다가 저랑 그저 동료 사이 일뿐인 이우빈 씨가 굳이 나서서 저를 도울 필요는 없잖아요. 그리고 수수방관했던 사람이 어디 이우빈 씨 한 명인가요?”성유리의 대답에 박한빈이 입을 꾹 다물었다.“그래도 뭐가 됐든 해주신 모든 일들은 감사하게 생각할게요. 하지만 다른 일은 이제 하실 필요 없어요. 그래도 제 드라마고 제 작품이니 계획대로 방영한다면 저야 너무 좋죠. 그러니까 박 대표님께서도 사람 하나 살린다 생각하시고 이제 그만 하세요. 저희가 다시 솟아날 구멍을 남겨두세요. 네?”“성유리, 꼭 이런 식으로 말해야겠어?”“그럼 제가 어떻게 할까요? 다시 무릎이라도 꿇을까요?”성유리는 자신의 말에도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 박한빈이 의아했다.‘곧 다른 말로 반박하겠지.’그러나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박한빈은 바로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성유리는 멍하니 핸드폰을 쳐다보다 이내 박한빈이 자신의 말에 동의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그래서 성유리는 전화를 내려놓고는 하던 일에 몰두했다.하지만 그 순간, 벨 소리가 집안에 울렸다.하늘이가 먼저 소리를 듣고 입구로 쪼르르 달려 나갔고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을 발견하자마자 아이는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그 사람은 허리를 굽혀 하늘이의 코를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544화

    연정우는 이번에도 하늘이를 위한 선물을 준비해 왔다.그가 준비한 선물은 하얀색에 털도 너무 부드러운 토끼 인형이었다.하늘이는 선물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지 성유리의 동의를 받고는 연정우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그러더니 이내 그 토끼 인형을 품에 꼭 끌어안았고 연정우는 귀여운 아이와 성유리를 번갈아 보다 입을 열었다.“요즘 어떻게 지냈어?”“잘 지냈어.”“그렇구나. 나도 오늘 기사 봤어. 전에 있었던 일 다 해결된 것 같던데. 정말 잘 됐어! 그럼 앞으로 하는 일 다 순조롭게 할 수 있는 거 아니야?”성유리는 연정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렇다고 볼 수 있지.”“다행이네.”짧은 대화를 마친 두 사람 사이에는 이내 다시 적막이 흘렀다. 분명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만 해도 연정우는 성유리에게 할 말이 아주 많았다.하지만 막상 성유리를 마주하고 앉으니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결국 어색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성유리가 먼저 연정우에게 말을 걸었다.“요즘 일은 안 바빠?”“응. 요즘은 괜찮아.”연정우가 대답을 이어갔다.“전에 하던 일이 이젠 성공적으로 끝이 나서 요즘은 쉬고 있어. 짧디짧은 휴가라고 볼 수 있지. 아니면 오늘 이렇게 너희 보러 오지도 못했을 거야.”“안 그래도 너한테 물어보려고 했어. 경운시에 추천할 만한 재밌는 곳 있어?”연정우의 말 속에는 다른 의도가 가득 담겨있었으니 성유리가 모를 리 없었다.“별로 볼 것도 없고 놀 것도 없어.”성유리의 말은 사실이었다. 경운시는 원래 그다지 발전한 도시가 아니거니와 이곳에 사는 사람들 모두 나이가 꽤 있었다.얼마 없는 아이들은 거의 다 부모가 바빠 조부모 손에서 키워지는 아이들이었고 길을 가면 보이는 젊은 사람들도 몇 없었다.이런 도시에서 볼거리를 찾자면 정말 어렵고 사실 볼만한 곳도 없다고 볼 수 있다.그러니 연정우가 이곳으로 와 휴가를 한다는 말은 절대 진심이 아닐 확률이 높았다.“우리 아니면 가까운 다른 도시에 가서 놀아볼래?”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545화

    그래서 결국 고민 끝에 성유리는 연정우가 제안한 여행을 함께 가기로 결정했다.하늘이는 잔뜩 신나 하더니 캐리어 안에 장난감 삽을 챙기며 성유리에게 모래로 만든 커다란 성을 만들어주겠다고 장담까지 해줬다.성유리는 웃으며 알겠다는 대답을 함과 동시에 하늘이가 가져온 물건들을 애써 캐리어 안에 넣었다.사하나는 나중에야 그들이 함께 휴가를 떠난다는 소식을 접했고 열렬히 응원하며 호텔에 택배 하나를 보냈으니 도착하면 받으라는 말도 남겼다.아주 비밀스럽게 말한 사하나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성유리가 호텔에 도착해 택배를 확인하고는 하마터면 상자를 내팽개칠 뻔했다.연정우는 마침 체크인을 하고 있었기에 성유리는 하늘이의 손을 잡고 호텔에 있는 큰 어항 앞으로 향해 물고기들을 구경하고 있었다.그가 방키와 함께 핑크색으로 된 주머니를 들고 자신에게 다가오자 성유리는 의아해졌다.“이건... 사하나 씨가 너한테 보낸 물건이래.”연정우의 말에 성유리는 멍해 있다 곧 안에 들어있는 물건을 확인했고 그녀의 얼굴은 삽시간에 붉어졌다.하지만 연정우가 빠르게 화제를 전환하며 말했다.“먼저 올라가서 방부터 확인할까?”“응,”성유리도 아무 말 없이 하늘이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더.“엄마, 손에 들고 있는 주머니는 뭐야? 너무 예뻐.”하늘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머니를 바라보다 성유리에게 물었고 그녀는 어색한 말투로 대답했다.“아... 아무것도 아니야.”“연정우 아저씨가 준 선물이야? 안에는 뭐가 들어있는데?”하늘이가 말하며 호기심을 못 이겨 주머니 안을 슬쩍 보려 하자 성유리는 재빨리 주머니를 자신의 뒤에 숨겼다.그리고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안에서 남녀 한 쌍이 모습을 드러냈다.안에 있던 남자랑 눈이 마주친 성유리는 그 남자가 분명 당황해하는 모습을 발견했다.파란색 눈동자를 가진 남자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성유리를 어디서 본 것 같다는 눈빛을 하며 생각에 잠겨있었다.연정우는 두 사람의 반응을 미처 살피지 못했는지 캐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546화

    “성유리 씨!”누군가 격양된 목소리로 성유리를 부르던 그때, 그녀는 이제 막 하늘이와 모래사장에 도착한 상황이었다.남자는 반바지 하나만 몸에 걸치고 있는 채로 선글라스만 끼고 있었는데 탄탄한 몸매와 특이한 그의 피부색은 주위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하지만 남자는 그런 시선들이 이미 익숙해졌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고 성유리에게 다가와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어떻게 이런 우연이 다 있죠? 저희가 여기서 다 만나네요. 아, 참! 성유리 씨 남자 친구는 어디 계십니까?”성유리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망설이다 낮은 소리로 입을 뗐다.“에릭 씨, 오랜만이네요.”“확실히 오래 못 보긴 한 것 같습니다.”남자는 선글라스를 벗더니 성유리를 아래위로 쓱 훑어보기 시작했다.살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수영복을 입고 있는 성유리의 모습이 불만스러운지 에릭은 혀를 끌끌 차더니 말했다.“방금 가지고 들어가시던 그 수영복은 왜 안 입으셨습니까? 아니면 혹시 남자 친구분이랑 둘만 있을 때 입는 코스프레 복 같은 건가요?”에릭의 말은 충분히 선을 넘는 성희롱적인 발언이었지만 성유리는 그가 자신을 일부로 이렇게 대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다른 말로 해석하면 에릭은 근본 성유리를 눈에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아까도 봤다시피 에릭의 주변엔 늘 몸매가 일품인 여성들이 서 있었다.박한빈은 전에 성유리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에릭 걔는 여자 친구를 밥 먹듯이 바꿔. 아마 책 넘기는 속도보다 여자 친구 바꾸는 속도가 더 빠를걸.]전에 성유리에게 관심을 보였던 이유도 아마 성유리가 박한빈의 아내였기 때문일 것이다. 에릭은 도대체 성유리한테 무슨 매력이 있기에 박한빈이 죽고 못 사는지 궁금했다.하지만 지금, 성유리는 이제 박한빈의 아내나 여자 친구가 아니니 에릭 또한 그녀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어졌을 것이다.에릭이 방금 한 희롱적인 발언은 그저 성유리를 조롱하고 비웃으려는 의도였다.“에릭 씨가 왜 이곳에 계세요?”성유리는 에릭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화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547화

    “우린 뭐 먹어도 상관없어.”성유리는 하늘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대답을 이어갔다.“너 바쁘면 먼저 일 봐도 돼. 우린 우리가 알아서 먹을게.”“명색이 휴간데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일만 하겠어?”연정우가 무슨 말을 더 하려는 그때, 에릭이 갑자기 그들에게로 다가오더니 말을 걸었다.“성유리 씨? 잠시 실례해도 되겠습니까?”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연정우는 고개를 휙 돌려 그를 쳐다봤지만 에릭은 연정우에게 시선 한번 주지도 않았다.그러면서 자신의 핸드폰을 성유리에게 건네주며 계속 물었다.“이곳 핸드폰 앱들을 전 도저히 쓸 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지금 제가 있는 위치를 다른 사람한테 공유할 수 있죠?”성유리가 에릭이 내민 핸드폰 화면을 슬쩍 쳐다보자 화면엔 그와 박한빈의 대화창이 떠 있었다.두 사람은 막 통화를 끝낸 상태였고 에릭은 지금 박한빈에게 성유리가 있는 위치를 알려주려는 것 같았다.에릭이 늘 해외에 머물고 있어 국내 앱들을 사용할 줄 모르는 것이 당연하긴 하지만 그의 명석한 두뇌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굳이 성유리에게 찾아와 위치 공유를 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하는 원인은 아마 단순히 그녀를 조롱하고 싶어서일 것이다.“같이 오신 여성분이랑 물어보셔도 되잖아요.”성유리가 말했다.“지금 제 옆에 없잖습니까. 그리고 그냥 위치 좀 공유하게 해달라는데 이 정도도 못 해줍니까? 저희 친구 사이 아니었나요?”에릭은 마치 상처를 받은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성유리를 쳐다보았고 그녀는 그의 가증스러운 모습을 보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그리고 이때, 성유리는 연정우가 몸을 일으켜 자기 쪽으로 걸어오는 모습을 발견했다.“이러면 돼요.”망설일 틈도 없이 성유리는 에릭에게서 핸드폰을 건네받아 얼른 그들이 있는 위치를 공유해줬다.“오, 고마워요.”에릭은 아주 부드러운 말투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며 고개를 숙이더니 하늘이에게 시선을 돌렸다.“성유리 씨 딸입니까? 정말 귀엽게 생겼네요.”조금 망설이던 에릭은 손을 뻗어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548화

    “방금 저 사람. 박한빈 씨 친구야?”에릭의 모습이 점점 시야에서 사라지자 연정우는 그제야 뒤돌아 성유리에게 물었다.그때까지도 하늘이와 함께 모래성을 만들고 있던 성유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연정우는 다시 물었다.“그러니까 방금 말한 로얀이라는 사람도 박한빈 씨겠네?”“아마도.”성유리의 대답을 들은 연정우는 침묵했다.조용해진 연정우의 모습을 본 성유리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나도 저 사람이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모르겠어.”창백해진 안색으로 말하는 성유리를 발견한 연정우는 피식 웃음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난 널 믿어.”성유리는 그의 웃음이 어딘가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고개를 숙여 계속 모래를 만지작거렸다.“그럼 우리 저녁에 해산물 먹으러 갈까? 이 부근에 되게 괜찮은 식당이 있거든.”“그래.”성유리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연정우의 말에 동의했다.아마 오후에 갑자기 나타나 훼방을 놓은 에릭 때문에 지쳐서일까, 저녁에 밥을 먹는 순간까지도 성유리는 박한빈이 갑자기 나타날까 봐 자꾸만 신경 쓰였다.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박한빈은 식사가 거의 끝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고 자꾸만 입구를 보는 성유리가 이상하다고 느낀 연정우가 먼저 말을 걸었다.“뭐 찾아?”“아니야. 아무것도.”성유리가 재빨리 부인하자 연정우 또한 더 이상 캐묻지 않았고 미소 지으며 껍질을 잘 발라놓은 새우를 그녀 접시에 놓더니 말했다.“먹어.”세 사람의 식사는 아주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고 식사가 끝나자 연정우는 두 사람을 방 앞까지 데려다주었다.“방금 봤어? 밖에 야경 되게 예뻐.”하늘이가 먼저 방 안으로 들어가고 성유리와 둘만 남자 연정우가 갑자기 물었다.입구에 서 있던 성유리는 아이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연정우의 목소리를 듣고는 발걸음을 뚝 멈췄다.“좀 잇다가 하늘이 잠들면 나와서 나랑 산책할래?”계속되는 연정우의 질문에 성유리는 주먹을 꽉 쥐었다. 사실 그녀도 연정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549화

    연정우는 굳이 그녀의 남자 친구나 남편이라는 신분이 아니어도 그저 성유리 옆에 머물고 있어도 행복했고 만족스러웠다.그래서 지금, 성유리가 이런 얘기를 꺼내는 순간에도 연정우는 애써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괜찮아. 난 사실 너희 두 사람이랑 같이 있기만 해도 기분 좋아. 정말 진심으로.”성유리는 연정우의 대답에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너도 네 스스로를 강요할 필요는 없고.”그러자 연정우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우리 천천히 하자. 그냥 그저 그런 보통 친구 사이처럼 지내도 난 괜찮으니까.”성유리는 연정우의 눈을 오랫동안 바라보다 결국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고 그는 손을 쭉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짝 만지고는 웃으며 말했다.“그럼 난 이제 내 방으로 돌아갈게.”“그래. 일찍 자고 푹 쉬어.”성유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연정우와 대화를 마치고는 방문을 쾅 닫아버렸다.문이 닫히고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던 연정우는 순간 어딘가 이상한 느낌을 받아 발걸음을 뚝 멈추고는 고개를 휙 돌렸다.아니나 다를까, 길게 늘어진 복도의 어느 한쪽 방문이 살짝 열려있었고 남자 한 명이 문 앞에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연정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그 남자가 손에 들고 있는 담배를 보아하니 꽤 오랜 시간 동안 그곳에 서 있었던 것 같았지만 연정우는 아무렇지 않게 성유리가 머무는 방 옆에 있는 방문을 열었다.그리고 안으로 들어서기 전, 남자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기까지 했다.“여기서 총기 사용은 불법인가?”에릭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근데 나도 이번엔 총 안 챙겨왔는데? 챙겨왔으면 진즉에 내가 너 대신 두 발의 총알을 사용했을 거야.”박한빈은 고개를 돌려 에릭을 쓱 쳐다보고는 말없이 담배만 계속 피웠다.“내가 너 대신 찾아봤는데 저 남자 안 되겠던데?”에릭은 박한빈의 반응이 미지근하다고 생각했는지 계속 깐족거리며 말했다.“책임감이라는 게 없고 속임수를 쓰기 좋아하고 심지어 정정당당한 싸움을 하지도 않잖아. 근데...”에릭이 잠깐 멈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550화

    성유리는 그제야 여성의 신분이 떠올랐는지 살짝 경계하며 되물었다.“무슨 일이시죠?”“그... 그냥 저 따라오세요.”여자의 얼굴은 이상하리만큼 붉어져 있었는데 어딘가 숨기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아보였다.“제가 사다 드려야 할 물건이 있나요? 아니면 직원이라도 불러드릴까요?”같은 여자로서 성유리는 지금 여자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해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여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성유리 씨가 생각하시는 그런 게 아니에요. 그냥 저 따라오시면 안 될까요? 성유리 씨 도움이 꼭 필요해요.”그 여성은 성유리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는데 그녀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여성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그러나 두 눈이 빨개진 채 울먹이며 자신의 도움을 구걸하는 여성의 얼굴을 보자 성유리는 마음이 약해져 결국 여성을 따라나섰다.‘그래. 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이 없어서 이러겠지.’성유리는 속으로 그 여성이 절대 나쁜 의도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지금 저를 어디로 데려가시려는 거죠?”여성의 손에 이끌려 호텔로 돌아가게 된 성유리는 그제야 일이 잘못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올라가서 직접 확인하세요.”여성은 성유리의 손을 잡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진짜 제발요. 성유리 씨가 올라가지 않으면 에릭 씨가 많이 화낼 거예요.”성유리는 여성의 말에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물었다.“에릭 씨가 화를 내든 말든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올라가서 보면 알게 될 거예요.”성유리를 보며 말하는 여성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입술을 오물거리며 고민하던 성유리는 결국 결심한 듯 대답했다.“이 손 놔주세요. 도망가지 않을 테니까.”그녀의 말에 여성은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며 살짝 미소 짓더니 손을 서서히 풀어주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엘리베이터에 나란히 올랐다. 처음에 성유리는 에릭이 자신을 보고 싶어 하는 줄 알았다.이런 일은 자신감 넘치고 도도한 에릭이라면 가능하다는 사실을

Latest chapter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69화

    성유리는 옆에 있는 난간을 붙잡으려 했지만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굴러떨어졌다.20개의 계단.그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그녀의 이마는 다섯 번이나 모서리에 부딪혔다.이 숫자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성유리의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성유리는 두 손으로 배를 꽉 끌어안았다.뱃속에 있는 아이를 어떻게든 지키기 위해 본능처럼 움직였지만 바닥에 내리꽂히는 순간, 아랫배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격렬한 통증이 몰려왔다.곧이어 도우미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그리고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다급하게 몰려왔다.성유정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녀는 울먹이며 소리쳤다.“언니! 언니 왜 그래? 언니 제발 나 놀라게 하지 마.”성유정의 얼굴엔 진심 어린 걱정이 묻어 있었다.하지만 성유리는 기억하고 있었다.계단에서 굴러떨어지던 바로 그 순간, 성유정을 올려다봤을 때 그녀의 얼굴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는 사실을.그리고 성유정의 입꼬리가 분명히 움직였다.소리는 없었지만 그 입 모양은 너무나 선명했다.“성유리, 그냥 죽어버려.”“뭐 하고 있어? 빨리 구급차 불러.”윤청하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까웠다.그렇지만 성유리는 알고 있었다.그녀가 걱정하는 건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뱃속에 있던 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아니, 아이마저도 진심으로 아끼지는 않았다.그녀가 바랐던 건 그 아이가 가져다줄 이익뿐이었다.하지만 이제 그 모든 게 없어졌다.성유리는 눈을 꽉 감았다.그리고 자신 아래에서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핏물을 느꼈다.작은 시냇물처럼 바닥을 타고 번져가는 붉은 피....아이를 임신한 주 수는 벌써 3개월이 넘었다.그래서 의사는 유도 분만 수술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그 순간, 성유리는 마취를 했음에도 모든 감각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그들이 자신의 몸에서 아이를 끄집어낼 때의 그 느낌, 살을 찢고 뼈를 뜯어내는 고통.그것은 단순한 육체적 고통이 아니었다.성유리의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온 절망 그 자체였다.“내 아이 데려가지 말라고.”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68화

    “하지만 그것도 이해는 돼.”성유정이 말을 이어갔다.“형부처럼 훌륭한 사람을 노리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언니가 이렇게 일찍 결혼한 것도 잘한 선택이야.”“근데 결혼을 했다고 해도 형부를 넘보는 여자들은 아직도 많을걸? 그러니까 언니, 진짜 조심해야 돼. 형부 잘 지키고!”성유정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리고 성유리는 한참 동안 그녀와 눈을 맞추고 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건 내가 조심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야.”“언니 그게... 무슨 뜻이야?”“다리는 결국 박한빈 씨 몸에 붙어 있어. 그 사람이 어디를 가고 싶은지, 누구를 만나고 싶은지는 내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내가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어?”성유리의 말에 성유정은 조용해졌고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성유리를 뚫어지게 바라봤다.그 평온한 눈빛이 성유리의 가슴을 순간 덜컥 내려앉게 만들었다.성유리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마음이 없었다.그녀는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 했지만 그 순간 성유정이 입을 열었다.“언니가 지금 그렇게 무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유... 나는 알아.”“그건 언니가 자신감이 넘쳐서도 아니고 형부가 언니한테 잘해서도 아니야. 그저... 언니가 임신했으니 그래서 이제는 뭐든 다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그러니까 마음 놓고 있는 거지?”“언니도 알아? 아까 할머니가 그러셨거든. 엄마가 지화의 일부를 언니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넘기려고 한다고.”“말로는 아이에게 준다지만 지금은 겨우 조그만 태아일 뿐이다. 결국은 언니 손에 들어가는 거지. 안 그래?”“언니는 정말... 운도 좋다.”성유정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조금 전까지 보였던 그 해맑은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녀의 눈빛에는 차가운 음침함이 서려 있었다.그 시선에 성유리는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돌아서서 가려 했다.그러자 성유정이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언니, 왜 그렇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67화

    말을 끝낸 뒤, 성유리는 망설임 없이 돌아섰다.박한빈은 그녀가 떠나는 발소리를 들었고 순간, 넘기던 서류를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하지만 방 입구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그가 차에 올라 떠날 준비를 할 때도 성유리는 배웅하러 나오지 않았다.뭐 이상할 것도 없었다.사실 예전부터 자신이 출장을 갈 때 성유리가 배웅을 한 적은 없었으니 말이다.그렇지만 이상하게도 방금 성유리가 자기를 불렀던 그 한마디 때문인지 박한빈은 은근히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그리고는 그 기대를 스스로 짓밟았다.생각해 보면 별로 큰 일도 아니기에 아무렇지도 않았다.어차피 이런 건 익숙한 일이었으니까.결혼을 했다고 해도 결혼하지 않은 것과 별로 다를 게 없었다.그렇게 생각하며 박한빈은 시선을 거두고 앞좌석에 있는 기사에게 말했다.“출발하죠.”...박한빈이 출장을 간 사이, 매달 열리는 박씨 가문의 가족 식사는 여전히 계속되었다.성유리가 도착했을 땐 이미 안은 꽤 떠들썩했다.그제야 성유리는 알게 되었다.성유정뿐 아니라 윤청하까지 오늘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유정이 생일은 큰 행사니까.”김난희가 집안 어르신으로서 먼저 포문을 열었다.“올해는 막 대학도 졸업했잖아. 이제 어엿한 성인인데 당연히 성대하게 해야지!”그 말을 듣던 윤청하는 웃으며 말했다.“예전에 유정이 16살 생일, 18살 생일 때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때마다 이번 생일은 꼭 잘 챙겨야 한다고 그러셨잖아요. 그러니 유정이 생일은 단 한 해도 대충 넘어간 적이 없네요.”“그야 당연하지.”김난희는 윤청하의 장난기 섞인 말을 전혀 개의치 않고 도리어 맞장구쳤다.“여자애는 보석 같은 존재야. 해마다 생일은 정성껏 챙겨줘야 해.”“그럼 오늘도 잘 따라야죠.”그들은 다 함께 웃으며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눴다.성유정도 중간중간 장난스럽게 말을 끼워 넣었고 거실 안은 유쾌하고 활기찼다.성유리가 다가가 인사를 했을 때조차 아무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이런 일에 익숙했던 성유리는 아무 말 없이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66화

    성유리는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성유정과 박한빈이 함께 전시회에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도우미가 박한빈의 외투 주머니에서 티켓 한 장을 발견하고 성유리에게 이걸 보관할지 물어본 게 알게 된 계기였다.성유리는 입장권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봤고 표 뒷면에는 이번 전시회의 작품이 인쇄되어 있었다.형형색색으로 물든 유화였고 위에는 선명한 장미꽃에 꽃잎 위에는 이슬이 맺혀 있는 듯했다.이슬이 아래로 떨어질 때쯤이면 그림 배경은 어느새 한 여자의 얼굴로 변해 있었다.그리고 그 이슬은 자연스레 그녀의 눈물이 되어 있었다.이 작품은 온라인에서도 꽤 유명했다.만약 전시회에 초대한 사람이 성유정이 아니었다면 성유리는 정말 가보고 싶었을 것이다.하지만 박한빈 주머니에서 그 티켓을 발견한 순간, 모든 흥미는 사라져 버렸다.성유리는 그 티켓을 더는 들여다보지도 않고 조용히 종이를 구겨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그날 저녁, 박한빈은 집에 돌아왔지만 성유리와 식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그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짐을 싸기 시작했고 성유리는 박한빈이 또 출장을 나가는 거라는 걸 알았다.성유리는 복도에 서서 멍한 표정으로 박한빈을 바라봤다.‘어디로 가는 걸까? 언제 돌아오는 거지?’사실 그녀는 박한빈에게 묻고 싶었다.그렇지만 그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였다.임신하고 처음 병원에 갔을 때만 박한빈이 함께했고 그 이후 모든 산부인과 검진은 혼자 갔다.담당 의사는 그들의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아이 아버지가 왜 안 왔냐고 묻지 않았다.그러나 초음파 검사를 맡은 다른 의사는 사정을 몰랐기에 지난번 초음파 검사 중, 성유리에게 이렇게 말했다.“기회가 되면 다음 검진에는 아이 아버지도 같이 오시면 좋겠네요.”왜냐하면 다음번 검진에는 4D 컬러 초음파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기술을 통해 그들은 미리 아이의 윤곽과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그건 부모가 아이를 처음 ‘만나는’ 순간이기도 했다.그래서 성유리는 박한빈이 언제 돌아오는지 알고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65화

    게다가 여러 번 성씨 저택으로 돌아갈 때마다 윤청하가 온갖 종류의 음료를 억지로 마시게 했기 때문에 성유리는 이제 집조차 돌아가고 싶지 않아 했다.이렇게 되면 원유진은 기회조차 잡을 수 없게 된다..시간이 지날수록 성유정은 점점 초조해졌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만약 정말 성유리가 아이를 낳게 된다면 틀림없이 그녀와 박한빈 사이에 또 하나의 연결고리가 생기는 것이 분명했다.박한빈은 책임감이 매우 강한 사람이다.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그녀의 어머니가 말한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성유리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따라서 그들이 아이를 가지게 되면 정말로 평생을 함께해야 할 것이다.며칠 동안 성유정은 이 일로 인해 초조해했고 윤청하가 다음 달에 그녀를 위한 생일 파티를 열어주겠다고 해도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이미 초대장을 보냈단다. 그때 도시 전체의 청년 권사들이 다 참석할 거야.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면 엄마한테 말해.”윤청하는 여전히 다정한 눈빛으로 성유정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성유정은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니?” 윤청하가 물었다.성유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윤청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전 아직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이제 막 졸업했잖아요.”“바보야, 보자마자 지금 당장 결혼하는 게 아니야.”윤청하는 웃으며 말했다. “이건 너희들이 2년 동안 교제할 기회를 주는 거야. 그때 돼서는 약혼을 하고, 그리고 너...”“싫어요!”성유정이 화를 내며 말을 끊자 윤청하는 성유정의 이런 모습을 보는 게 처음이라 당황했다.그러자 성유정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곧장 윤청하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엄마, 나 아직 어린데 연애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엄마 곁에만 있고 싶어요.”“바보야, 결혼해도 언제든지 올 수 있잖아.”윤청하는 이렇게 말하며 핸드폰에 있는 사진들을 보여주며 말했다.“일단 한번 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니?”성유정의 마음에는 박한빈밖에 없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64화

    “너 왜 저 여자를 감싸는 거야? 내가 방금 한 말 틀렸어?!”원유진은 성유정이 방으로 끌고 들어갔을 때도 여전히 분노에 차 있었다. “저 여자가 네 모든 걸 뺏어갔잖아! 다른 건 그렇다 치더라도, 저 여자도 어차피 성씨 가문의 핏줄이니 조금 나눠 주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박한빈은 달라! 전에 박한빈과 사귀던 사람은 분명 너였잖아!”“모두가 너희 둘이 한 쌍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 결과는 어땠어? 결국엔 김서영을 꼬드겨서 네 약혼자를 빼앗았잖아!”“유진아, 그만해.”성유정은 원래 차분한 태도였지만 원유진이 박한빈에 관한 얘기를 꺼내자 눈시울이 붉어졌다.원유진은 자신이 잘못 말했음을 깨닫고 서둘러 사과하며 말했다.“미안해, 네가 상처받은 이야기를 꺼내서는 안 됐는데. 하지만 나는 저 여자의 저런 태도를 참을 수가 없었어. 마치 자기가 피해자인 것처럼 굴잖아. 박한빈도 마찬가지야. 분명 널 좋아하면서 왜 굳이 어머니 말만 따르는지...”“유진아, 네가 틀렸어.”성유정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와 한빈 오빠는... 이제 가능성이 없어.”“왜?!”원유진이 말했다.“내 생각엔 그렇지 않아. 박한빈이 어머니 말을 따라 성유리와 결혼했다지만 내 생각엔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네가 자리 잡고 있어서 전혀 좋아할 리 없다고.”“그들은 이미 아이가 있어.”성유정이 다시 그 말을 끊자 원유진은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서서히 눈을 크게 뜨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성유리를 바라봤다.“어떻게 그럴 수 있어? 너 나한테 거짓말하는 거지?”성유리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거짓말하는 게 아니야. 이 일은... 우리 두 집안 사람들도 다 알고 있어. 아직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야.”“그래서 내가 말한 거야, 나와 오빠는 불가능하다고.”“예전에는... 난 자신을 속이며 그가 부모님과 박씨 가문의 명예 때문에, 설령 언니와 결혼했다 하더라도 그저 명목상의 일일 뿐이라고 생각했어.”“하지만 지금은, 언니가 이미 임신했어. 난 정말... 이제는 자신을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63화

    상대방은 마침 그녀 앞에 도착했다. 빨간 치마의 디자인은 매우 화려했고 두껍게 바른 립스틱은 그녀를 더욱 젊고 화사해 보이게 했다.이런 차림새는 분명히 병문안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유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성유리를 위아래로 훑어본 후 말했다.“네가 여기 있었네. 나는 사모님이 아주 바쁘신 줄 알고 한 번 얼굴 보려고 해도 예약을 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원유진은 성유리에 대해 여전히 직접적이고 명확하게 악의를 드러냈다. 성유리는 원유진과 잠시 눈을 마주친 후 가볍게 대답했다.“어.”그 반응에 원유진은 눈을 크게 부릅뜨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지금 무슨 태연한 척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성유정이 지금 이렇게 되었겠어? 박씨 집안 사모님이 될 사람은 원래 성유정이였어! 왜 돌아왔어? 돌아오자마자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것을 빼앗아갔잖아!”“너는 어젯밤에 성유정이 왜 교통사고가 났는지 알아?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그녀가 그렇게 많이 마셨던 거고!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차와 부딪힐 수 있었겠어?!”“성유정이 거의 죽을 뻔했다고, 알아?!”원유진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원유진은 독을 품은 눈빛으로 계속해서 성유리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 눈빛을 날카로운 칼날로 만들어 성유리의 몸을 찌르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성유리는 다소 의아해하며 말했다.“성유정이 어젯밤에 술을 마셨다고?”“맞아! 바로 네가...”“그렇지만 내가 성유정에게 술 마시라고 한 건 아니잖아.”성유리가 말했다. 가볍게 던진 한마디에 원유진은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성유리를 보며 물었다.“ 뭐라고?”“나는 어젯밤에 성유정과 연락한 적도 없고 성유정이 술 마시러 간 것도 전혀 몰랐어. 그 차... 내가 사고를 낸 사람도 아닌데 이게 나와 무슨 상관이야?”성유리가 원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단순한 질문을 하는 것 같지만 원유진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결국 자신을 조롱하는 것이었다.원유진이 뭔가 말하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62화

    박한빈은 그곳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진지하면서도 날카로웠고 그녀의 얼굴에서 작은 불만이라도 읽어내려는 듯했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녀는 그저 평온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오히려 그가 서둘러 떠나길 바라는 듯했다.박한빈은 지금까지 자신의 남편을 다른 여자한테 밀어내는 그런 여성을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오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매번 그녀는 그렇게 행동했다. 마치 그가 집안의 결정에 따라 결혼한 것처럼 말이다.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을까?그녀가 그와 결혼한 것은 어쩌면 성씨 가문과 다투기 위해서 그랬던 것일까?그녀와 성유정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사실은 박한빈이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일이었다. 그는 아무리 그녀가 진짜 자식으로 태어난 딸이라 하더라도 성씨 집안 부모님 앞에서 성유정의 자리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원래 그 자리는 본래 그녀의 부모님께 속해야 했기에 그녀가 질투와 슬픔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따라서 박한빈과의 결혼 약속을 받아들인 것은 성유정에 대한 강력한 복수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그녀는 결혼 후에도 그에게 변함없이 냉담했다.그녀는 그가 저녁 몇 시에 돌아오는지 출장은 어디로 가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그와 성유정 사이의 친밀한 행동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가 직접 선물을 건넸을 때도 그녀는 조금의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실 그보다도 그녀가 원래 결혼하고 싶어 했던 이는 오히려 진씨 집안의 그 사생아였을지도 모른다. 이때 박한빈은 어젯밤 그녀가 자신의 앞에서 이빨을 드러낸 모습을 떠올렸다. 그것은 그가 처음으로 그녀의 온화하고 순진한 모습과는 다른, 진짜 성유리의 모습을 본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그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았다.그렇다면 진씨 가문의 그 사생아는 어땠을까?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그들 사이의 감정은 아주 좋았다고 한다. 만약 그때 자신이 약간의 수를 써서 진씨 가문이 그를 보내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남편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61화

    성유리의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녀는 천천히 등을 쭉 펴며 몸을 돌렸다.“아침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내려와서 드세요.”가사도우미의 얼굴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그저 공손하게 말할 뿐이었다.성유리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씻고 나가야겠어요.”말을 내뱉자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가 마치 오래도록 병을 앓은 노파처럼 거칠고 허스키하게 들린다는 것을 깨달았다.“알겠습니다.”가사도우미가 곧장 대답했다.돌아서서 가려던 순간, 성유리가 갑자기 가사도우미를 불러세웠다.“저기... 박한빈은 어디에 있어요?”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도련님께서는 아침 일찍 떠나셨습니다.”가사도우미가 대답하며 덧붙였다. “문 앞 경비원 말로는 새벽에 나가신 것 같다고 하던데요.”말이 끝나자 성유리는 마치 조각상처럼 멍하니 서서 한동안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부인님?”가사도우미가 한 번 더 부르자 성유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가사도우미를 바라보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 알겠어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앞에 있는 방의 문을 열었다.문이 닫히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 있던 미소는 차갑게 식었다.비록 경비원이 모호한 시간을 말했지만 성유리는 그것이 분명히 그들의 일이 끝난 직후임을 알고 있었다.그는 그녀와 함께 자는 것을 그토록 싫어했고 심지어 단 하룻밤조차도 감내하기를 원치 않았다.그렇다면, 그런데도 그는 왜...성유리는 생각하자마자 곧바로 답을 알게 되었다.어차피 그녀는 그저 하나의 도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필요할 때 사용하고 필요 없을 때 버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그녀는 오히려 감사하고 고마워해야 했다. 어젯밤 박한빈이 그녀를 방에서 내쫓지 않았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었다....저녁에 박한빈은 꽤 일찍 돌아왔다.성유리는 방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그의 자동차 엔진 소리를 들었다.그녀는 순간 멈칫했으나 금방 아무렇지 않은 척 문 앞으로 가방 문을 걸어 잠갔다.문을 잠그고 나서야 그녀는 다시 컴퓨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