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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5 10:33:53

도진의 커다란 손가락이 소율의 오른쪽 견갑골 언저리에 닿았다.

두께감 있는 장갑 너머로 전해지는 것은 차가운 가죽의 감촉이 아니라, 단단한 뼈마디의 압력과 묵직한 남자의 체온이었다.

“읏…….”

소율의 입술 틈새로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살갗이 닿은 부위부터 짜릿한 전류가 흐르듯 등줄기가 뻣뻣하게 굳어졌다.

결혼 6년 동안 남편 민우의 손길조차 거의 닿지 않았던 몸이었다.

낯선 남자의 거대한 체격이 바로 등 뒤에 밀착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심장이 갈비뼈를 부술 듯 요동쳤다.

소율의 목덜미와 귓바퀴가 붉게 달아오르는 것이 거울 너머로 고스란히 비쳤다.

“어깨 힘 빼세요. 잘하려고 버티실 필요 없습니다. 지금은 어디가 불편한지 보는 중입니다.”

도진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귓등을 스쳤다.

그의 손끝이 소율의 굽은 날개뼈 안쪽을 깊숙이 파고들며 묵직하게 압박했다.

“아……!”

날카로운 통증에 소율이 어깨를 흠칫 움츠리며 고개를 숙였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갈비뼈 안쪽이 뻐근하게 조여오며 등 전체가 타는 듯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몸이 너무 굳어 있어서요.”

소율은 반사적으로 사과를 내뱉었다.

남편 민우와 살면서 뼛속까지 박혀버린 지독한 습관이었다.

집안일이 조금만 늦어져도, 아이가 감기에 걸려도, 남편의 기분이 조금만 상해도 늘 먼저 “죄송해요, 내 잘못이에요”라고 말해야만 평화가 유지되었으니까.

도진의 손길이 뚝 멈추었다.

거울 속에 비친 도진의 눈썹이 서늘하게 찌푸려졌다.

“왜 사과를 하십니까?”

“네……?”

“아픈 건 사모님 몸인데, 왜 저한테 미안하다고 하시냐고요.”

도진은 소율의 등 뒤에서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서서, 거울 너머로 소율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눈빛은 엄격했지만, 그 깊은 곳에는 형용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서려 있었다.

“승모근과 능형근이 이 정도로 굳어 있고, 흉추가 완전히 잠겨 있는 건 나태해서가 아닙니다.”

도진이 소율의 쇄골 아래쪽 대흉근을 손가락 끝으로 지그시 짚었다.

단단하게 뭉친 근육이 압박되자 묵직한 통증과 함께 숨이 턱 막혔다.

“아이를 안고 젖병을 물리느라 매일 밤 어깨를 웅크렸을 테고, 쉬지 않고 집안일을 하며 남을 챙기느라 정작 자기 숨은 얕게 쉬어버린 겁니다.”

“…….”

“책상에 오래 앉아 작업하시는 일도 있었습니까? 통증이 언제부터 심했는지 알아야 해서요.”

“디자인 일을 했어요. 하린이 재워놓고 새벽까지요. 파스를 붙이면 좀 낫길래…… 그냥 참았어요.”

제 입으로 그 시절 이야기를 꺼내자, 더는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가 없었다. 소율은 거울에서 눈을 떼었다.

남편은 ‘왜 애 낳고 몸매 하나 관리 못 하느냐’고 비난했다.

시어머니는 ‘집에서 놀고먹으면서 꼴이 그게 뭐냐’고 멸시했다.

그 누구도 소율이 왜 그렇게 어깨를 움츠리게 되었는지, 왜 숨을 깊게 내쉬지 못하는지 묻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처음 만난 이 남자가, 제 손가락 끝으로 소율의 상처 입은 세월을 고스란히 읽어내고 있었다.

“사모님 몸은 게을러서 망가진 게 아닙니다.”

도진의 목소리가 한층 더 깊고 단단해졌다.

“오랫동안 혼자서 너무 무거운 짐을 버텨온 겁니다.”

버텨온 것이다.

망가진 게 아니라, 부서지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버텨낸 헌신의 흔적이었다.

뜨거운 덩어리가 목구멍을 타고 울컥 치밀어 올랐다.

소율은 입술을 짓이기며 눈가에 차오르는 눈물을 필사적으로 참아냈다.

울면 이 자리에서 주저앉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도진은 소율이 감정을 추스를 수 있도록 묵묵히 몇 초간 시선을 거두어 주었다.

상대의 치부를 파헤치지 않는, 지극히 프로페셔널한 배려였다.

잠시 후, 도진이 다시 소율의 등 뒤로 돌아섰다.

“이제 사과하는 버릇부터 버리세요.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 내고, 힘들면 멈추라고 말씀하십시오.”

도진의 큰 손이 소율의 허리선과 골반을 감싸 쥐듯 잡았다.

단단한 손아귀 힘이 틀어진 골반을 올바른 중심선으로 밀어 넣었다.

“흐읏……!”

순간적인 신체 접촉에 소율의 호흡이 거칠게 흐트러졌다.

도진의 단단한 가슴팍이 소율의 어깨 뒤편에 닿을 듯 바짝 밀착했다.

남자의 뜨거운 숨소리와 소율의 가쁜 숨결이 좁은 틈새에서 아슬아슬하게 뒤섞였다.

“숨 참지 마세요. 갈비뼈를 열고, 복부 깊은 곳까지 숨을 채우세요.”

도진이 소율의 귓가에 낮게 속삭이듯 지시했다.

그의 손이 소율의 허리를 강하게 받치며, 굽어 있던 척추를 하나하나 세워 올렸다.

손끝이 닿는 곳마다 서늘한 긴장감과 뜨거운 열기가 동시에 피어올랐다.

“혼자 참는 데 익숙해지셨군요. 여기서는 아프다는 말을 먼저 하셔도 됩니다.”

도진의 손가락이 소율의 아랫배와 기립근의 코어를 지긋이 눌렀다.

“한 번에 다 고치려고 하지 마세요. 오늘은 힘을 어디에 주고 있는지만 알아도 됩니다.”

소율은 도진의 손길에 이끌려 천천히 가슴을 펴고 시선을 거울 속 자신에게 맞추었다.

거울 안에는 늘 움츠러들어 있던 초라한 주부가 아닌, 낯선 남자의 손길 아래에서 서서히 척추를 세우고 있는 한 여자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거울 속에서 도진과 눈이 마주쳤다. 소율이 먼저 피하려 하자 그가 낮게 불렀다.

“사모님. 저 말고 본인을 보셔야죠.”

소율은 뒤늦게 시선을 옮겼다. 제 얼굴이 이렇게 붉었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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