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화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5 10:34:36

소율은 거울 속에서 달라진 어깨 높이를 살폈다. 조금 전에는 턱을 드는 데에도 목덜미가 당겼는데, 지금은 정면을 보는 일이 한결 수월했다.

“그 자세로 숨을 쉬어보세요.”

도진의 지시에 소율은 배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숨을 들이마시려는 순간 어깨가 다시 솟았다. 어렵게 펴놓은 자세가 무너질까 봐 저도 모르게 온몸을 굳힌 탓이었다.

“이렇게요?”

“숨을 참으셨습니다.”

“아…… 펴고 있으라고 하셔서.”

도진은 허리 옆에 댄 손의 힘을 풀었다. 소율이 제 발로 중심을 잡는 것을 기다린 뒤, 손끝으로 거울의 어깨선을 가리켰다.

“꼿꼿하게 서 있는 것하고 굳어 있는 건 다릅니다. 힘을 조금 빼도 넘어지지 않아요.”

소율은 발가락을 폈다. 운동화 안에서 말아 쥐고 있던 것조차 몰랐다. 뒤꿈치로 체중이 내려가자 무릎의 뻣뻣함도 조금 풀렸다.

“제가 옆에 있으니까, 우선 숨부터 쉬어보죠.”

바로 뒤에 있던 도진이 반걸음 옆으로 옮겼다. 거울에 두 사람의 얼굴이 나란히 잡혔다. 소율은 남자의 표정 대신 자신의 입술이 벌어지는 모습을 보며 짧은 숨을 내놓았다.

도진은 자세를 확인하려 다시 등 뒤로 옮겨 섰다.

도진의 넓고 단단한 가슴팍이 소율의 등 뒤를 거의 감싸 안듯 밀착해 있었다.

남자의 몸에서 풍겨오는 서늘한 숲 향과 짙은 체열이 소율의 굳어 있던 감각을 사정없이 뒤흔들었다.

“코로 깊게 들이마시고, 입으로 천천히 뱉으세요.”

도진의 묵직한 손바닥이 소율의 갈비뼈 하단, 늑골 양옆을 지그시 감쌌다.

소율이 떨리는 숨을 들이켜자, 도진의 손 아래에서 소율의 흉곽이 조심스럽게 부풀어 올랐다.

“조금 더 들이마셔 보세요. 어깨는 두시고, 제 손이 닿은 쪽이 벌어지는지 느껴보세요.”

도진의 손가락 끝이 늑골 마디마디를 미세하게 자극하며 굳어 있던 횡격막의 움직임을 유도했다.

그 손길이 닿을 때마다 굳어 있던 흉추 사이로 묵직한 열감이 번져 나갔다.

“아…… 흐읏…….”

소율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깊은 호흡의 자극에 어지럼증을 느꼈다.

늘 가슴 윗부분으로 얕고 가쁘게 몰아쉬던 숨이, 도진의 손길을 따라 아랫배와 골반 깊은 곳까지 쿵쿵 내려앉았다.

“잘하고 계십니다.”

도진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소율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의 거친 숨결이 소율의 귓바퀴를 뜨겁게 스쳤다.

소율은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듯한 강렬한 전율에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이 남자가 만지는 건…… 그저 운동 치료일 뿐이야.’

소율은 속으로 수십 번 되뇌며 이성을 붙잡으려 애썼다.

하지만 등 뒤에서 느껴지는 남자의 압도적인 근육과 심장 박동은 결코 모른 척할 수 없었다.

도진의 손이 이번에는 소율의 틀어진 골반 뒤쪽, 천골 부위로 천천히 내려앉았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굳어 있던 둔근과 장골능 사이를 묵직한 압력으로 지압했다.

“아읏……! 잠시만요, 거기는……!”

소율이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빼자, 도진은 압박을 멈추고 허리에서 손을 뗐다.

“멈췄습니다. 어디가 불편하세요?”

소율은 손이 떨어진 것을 확인한 뒤에야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눌려서 놀랐어요. 조금만 약하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도진은 힘을 낮춘 손바닥으로 소율의 아랫배를 받쳤다. 타이트한 레깅스 위로 손이 밀착됐다.

소율의 엉덩이가 도진의 단단한 허벅지 안쪽에 맞닿는 순간, 소율의 호흡이 완전히 멎어버렸다.

스치는 천 조각 너머로 남자의 단단한 골격이 선명하게 와닿았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허리를 꺾어서 버티고 계십니다. 오늘 다 풀 필요는 없어요. 지금은 덜 불편한 범위에서 해보죠.”

도진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눈빛으로 거울 속 소율을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는 오직 소율의 흐트러진 정렬과 무너진 중심축만을 냉철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도진은 허리 옆을 가리키며 다음 동작을 설명했다. 소율이 고개를 끄덕이자 손을 옮겨 자세를 잡아주었다.

아까보다 힘은 약했지만, 소율은 오히려 어느 근육을 쓰고 있는지 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골반 수평 맞춥니다. 제 손바닥을 밀어낸다는 느낌으로 아랫배에 힘을 주세요.”

도진의 지시에 따라 소율은 눈을 감고 아랫배에 집중했다.

도진의 손끝이 복부 코어와 기립근을 짚으며 힘이 들어가는 방향을 정밀하게 교정했다.

‘탁.’

어느 순간, 허리와 골반을 짓누르던 지독한 결림이 씻은 듯이 가라앉으며 척추가 반듯하게 펴지는 감각이 찾아왔다.

소율의 눈이 번쩍 뜨였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늘 구부정하게 웅크리고 있던 그 초라한 주부의 모습이 아니었다.

턱은 당겨져 있었고, 어깨는 활짝 열려 쇄골 라인이 또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도진이 소율의 허리에서 천천히 손을 떼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남자의 뜨거운 체온이 멀어지자, 묘한 허전함과 함께 서늘한 공기가 피부를 감쌌다.

“기억하세요, 사모님.”

도진이 수건을 건네며 소율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지금 느낌을 기억해 두세요. 아까보다 어깨가 편하죠? 집에서도 억지로 등을 젖히지 말고 이렇게 서보세요.”

소율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떨리는 손으로 수건을 받아 들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단단한 씨앗 하나가 꿈틀거리며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내일 같은 시간에 뵙죠.”

도진이 가볍게 목례를 하고 트레이닝 룸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소율은 라커룸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바닥을 디디는 발바닥의 감각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하고 명료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사모님, 자세가 묘합니다   제130화

    1년 뒤, 가을의 초입.청담동의 아틀리에 한소율과 루미너스 웰니스 타워에는 올해 글로벌 웰니스·오트쿠튀르 대상 수상을 알리는 표지가 걸려 있었다.기업 가치 1조 원을 평가받은 뒤, 브랜드는 120개 주요 도시의 거점으로 판매와 운영을 넓혔다. 소율의 책상에는 여전히 확인할 원단과 서류가 함께 놓였다. 상을 받았다고 해서 마감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오후 4시, 8층 집무실.소율은 유럽 3호점 착공에 관한 결재를 마치고 펜을 내려놓았다. 버건디 블라우스의 소매를 정리하며 의자에서 일어나려던 때 문이 열렸다.“엄마!”여섯 살이 된 하린이가 노란 원복 차림으로 들어왔다. 소율은 몸을 낮추고 두 팔을 벌렸다. 아이가 안겨오자 웃으며 등을 토닥였다.“유치원에서 뭐 했어?”하린이는 소율에게 안긴 채,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소율은 아이를 의자에 앉히고 눈높이를 맞췄다. 뒤에서 들어온 도진이 가방을 내려놓았다.그는 소율의 책상 위를 한 번 보고 물었다.“오늘 일은 끝나셨습니까?”“네. 방금 마지막 결재했어요.”“그럼 아래층 예약한 시간에 내려가시죠. 하린이는 지은 씨하고 뮤지컬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아이의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 잠시 뒤 지은이 찾아와 하린이의 손을 잡았다.“엄마, 아빠. 운동하고 저녁에 만나!”하린이가 손을 흔들었다. 소율도 손을 흔들고 지은에게 부탁한다는 눈인사를 했다. 문이 닫힌 뒤에도 아이가 복도에서 들뜬 목소리로 말하는 소리가 잠깐 들렸다.***7층 프라이빗 트레이닝 룸.소율은 검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섰다. 창 너머의

  • 사모님, 자세가 묘합니다   제129화

    청담동 루미너스 타워 8층 그랜드 볼룸.아시아 메디컬 웰니스·하이엔드 패션 대상 시상식과 기념 갈라가 열렸다. 현장에는 바이어와 업계 관계자 등 400여 명이 참석했고, 100여 개국 매체에 관련 자료가 전달됐다.소율은 버건디 백리스 드레스를 입고 무대 옆에 섰다. 도진이 턱시도 소매를 정리하며 곁으로 왔다. 그녀는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의 이름이 호명됐다.단상으로 걸어가며 소율은 객석의 직원들을 봤다. 익숙한 얼굴들이 웃으며 손뼉을 치고 있었다. 그녀는 마이크 앞에서 준비한 종이를 펼쳤다.“감사합니다. 현장에서 매일 사람을 만나고, 옷과 프로그램을 고치고, 다시 확인하는 분들과 함께 받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그녀는 팀의 이름을 차례로 말했다. 원단과 패턴을 다듬는 사람, 매장에서 손님을 맞는 사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일이 짧은 인사 속에 들어갔다.“제가 처음 일로 돌아왔을 때, 혼자서는 다 할 수 없다는 말을 인정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도움을 구하고 다른 의견을 듣는 것이 일을 더 낫게 만든다는 걸 배우고 있습니다.”소율은 곁의 도진을 봤다.“앞으로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 이름으로 일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그녀가 인사를 마치자 박수가 났다. 협회 위원장이 최우수 브랜드 대상 트로피를 건넸다. 소율은 두 손으로 받고 도진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트로피가 생각보다 무거웠다. 그녀가 손을 조금 바꾸어 잡자 도진이 아래를 받쳐주었다. 사진 촬영이 끝나고 단상에서 내려오며 두 사람은 동시에 웃었다.“들어보니 무겁네요.”“저도 조금 놀랐습니다.”직원들이 다가와 축하했다. 소율은 트로피를 함께 들어보자며 내밀었다

  • 사모님, 자세가 묘합니다   제128화

    제주 가족 서약 여행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째.소율은 커피 냄새를 따라 침실 밖으로 나왔다. 한남동 집의 거실에는 아침 볕이 들어와 있었다. 주방에서 도진이 토스트를 접시에 옮겼다.“일어났어요?”그가 평소보다 편한 말투로 물었다. 소율은 식탁 앞에 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보카도와 스크램블에그, 자몽 주스가 놓여 있었다.“하린이는요?”“가방 챙긴다고 들어갔습니다. 인형도 데려가겠다고 해서 얘기 중이고요.”소율은 아이 방 쪽을 보고 웃었다. 도진이 가까이 와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녀가 얼굴을 들자 입술에도 짧게 닿았다.“아침부터요?”“인사입니다.”“인사가 길어지겠는데요.”소율이 웃으며 그의 허리에 손을 올렸다. 그때 방문이 열리고 하린이가 가방을 멘 채 나왔다.“엄마, 아빠! 다 챙겼어!”가방 지퍼 사이로 인형 귀가 나와 있었다. 도진이 무릎을 굽혀 아이를 봤다. 하린이는 그 시선을 눈치채고 가방을 뒤로 돌렸다.“인형은 집에서 기다리기로 하지 않았어?”“작은 것만.”소율은 아이 곁에 앉아 오늘 유치원에 가져가도 되는 날인지 물었다. 하린이는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결국 인형은 소파에서 기다리기로 했다.도진은 가방을 식탁 옆에 세워주었다. 하린이는 인형이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오늘 끝나고 아빠가 데리러 와?”“응. 약속한 시간에 갈게.”“아이스크림도?”도진이 소율을 봤다. 그녀는 아이에게 밥을 다

  • 사모님, 자세가 묘합니다   제127화

    제주 서귀포 해안의 풀빌라.소율은 전복죽 냄새에 눈을 떴다. 커튼 사이로 바다가 보였고, 거실에서는 하린이가 소라 껍데기를 테이블에 놓는 소리가 났다.주방의 도진이 그녀를 보고 웃었다.“일어나셨습니까?”“하린이도 일어났네요.”“조금 전에요. 여기서 소라 구경하고 있었습니다.”아이가 껍데기를 귀에 대고 소율에게도 들어보라고 했다. 소율은 옆에 앉아 귀를 가까이했다. 하린이는 무슨 소리가 들리느냐고 몇 번이나 물었다.도진이 식탁에 전복죽과 빵, 한라봉 주스를 놓았다. 소율은 뜨거운 죽을 한 숟갈 떠 입으로 불었다. 하린이는 빵을 잘라 죽에 넣어도 되는지 물었다.“조금만 넣어봐. 마음에 안 들면 더 안 넣으면 되니까.”소율이 말하자 아이는 작은 조각부터 넣었다. 도진은 자기 그릇에도 조금 넣어 맛을 봤다. 하린이가 그 표정을 살피고 웃었다.***오전 10시, 풀빌라 앞 해변.하린이가 소라 껍데기를 들고 도진에게 달려왔다.“아빠, 여기서도 소리 나!”도진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어제 들은 호칭이 오늘도 이어졌다. 그는 아이 앞에 몸을 낮추고 껍데기를 받아 귀에 댔다.“하린이도 들어볼까?”아이와 번갈아 들어본 뒤 도진이 목말을 태워주었다. 하린이는 높아진 자리에서 바다를 보고 소리쳤다.“엄마! 바다가 더 커졌어!”소율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도진은 젖은 모래가 시작되는 곳 앞에서 멈췄다. 아이를 내려놓고 세 사람은 물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았다.모래성을 만들기 시작했다. 도진이 젖은 모래를 모아 올리고 소율이 옆면을 다졌다. 하린이는 조개껍데

  • 사모님, 자세가 묘합니다   제126화

    제주의 작은 프라이빗 비치.흰 꽃으로 장식한 아치 뒤로 파도가 밀려왔다. 서울에서 부부의 서약을 한 두 사람은 이번에는 하린이와 함께 가족의 약속을 남기기 위해 섰다.지은과 강태욱, 가까운 팀원 등 십여 명이 자리를 지켰다. 화려한 조명 대신 해 질 무렵의 빛이 모래 위로 길게 놓였다. 첼로 소리가 바람에 섞였다.하린이는 분홍 화관을 쓰고 꽃바구니를 들었다. 꽃잎을 한 줌 집었다가 너무 많은 것 같아 조금 내려놓았다. 지은이 눈을 맞추며 천천히 해도 된다고 말했다.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치 쪽을 봤다.“엄마, 아빠! 나 준비됐어!”도진이 그대로 멈췄다. 하린이는 자기가 어떤 말을 했는지 곱씹지도 않고 바구니를 높이 들었다. 소율은 도진의 손등에 손을 얹었다.그가 아이를 보고 웃었다.“응. 기다리고 있어.”하린이는 꽃잎을 뿌리며 걸었다. 바람에 몇 장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자 아이가 잡으려 했다. 지은이 그대로 두어도 예쁘다고 말해주었다. 하린이는 다시 앞을 보고 천천히 걸었다.소율은 흰 실크 드레스의 자락을 들고 도진과 나란히 걸었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잡은 손이 평소보다 조금 떨려 소율이 웃으며 물었다.“왜 이렇게 긴장했어요?”“방금 하린이가 부른 말 때문에요.”소율의 눈가도 뜨거워졌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더 꼭 잡았다.아치 아래에서 세 사람이 나란히 섰다. 도진은 준비한 종이를 펴고 먼저 읽었다.“나는 하린이가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듣겠습니다. 같이 놀기로 한 약속을 잊지 않겠습니다. 약속을 바꿔야 할 때는 먼저 설명하고, 미안하다고 말하겠습니다.”하린이가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도진은 소율을 보고 말을

  • 사모님, 자세가 묘합니다   제125화

    토요일 오전, 한남동 펜트하우스의 다이닝 룸.식탁 위에 제주 항공 일정과 리조트 평면도, 짧은 서약서가 놓였다. 소율과 도진은 하린이를 가운데 앉히고 바닷가 사진을 함께 봤다.서울에서 많은 사람 앞에 서약했던 두 사람은 이번에는 아이와 함께 조용한 약속을 남기기로 했다. 하린이는 사진 속 모래를 가리켰다.“여기서 꽃 뿌려?”“네가 하고 싶으면.”소율이 답했다. 도진은 아이가 들고 온 꽃바구니를 받아 바닥에 내려주었다. 하린이는 빈 바구니에서 꽃잎을 꺼내는 시늉을 하며 거실을 걸었다.“엄마, 봐봐. 이제 안 쏟아.”소율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진은 아이가 자기 자리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이번에는 하린이도 하고 싶은 말 해보자.”“무슨 말?”“엄마랑 삼촌한테 바라는 거.”하린이가 진지하게 생각했다. 소율은 종이를 앞으로 당겨 아이의 말을 적을 준비를 했다. 아이는 한참 후에 쉬는 날 같이 놀아달라고 말했다.도진은 그것부터 적자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율은 작은 글씨로 받아썼다. 길고 근사한 서약보다 아이가 금방 기억할 수 있는 말들이 먼저 적혔다.***오후 2시, 청담동 아틀리에 피팅 룸.소율은 제주에서 입을 드레스를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전부터 그려둔 스케치를 바탕으로 직접 마무리한 흰 실크 드레스였다. 앞선은 간결했고, 등은 깊게 파여 있었다.도진은 블랙 턱시도를 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커튼이 열리자 그가 다가왔다. 소율은 치맛자락을 조금 들어 걸어 보였다.“서울에서 입은 것보다 가볍죠?”“걷기도 편하십니까?”&l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