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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Author: 서은월
큰 마님 처소의 시녀라 한들, 설령 총애를 조금 더 받는다 해도 앞길은 결국 두 갈래뿐이었다. 하나는 관리를 붙여 혼인해 그대로 늙은 시모 노릇을 하는 길. 또 다른 하나는 그녀처럼 세자의 첩이 되어 날마다 문 앞에 서서 세자의 부름을 기다리며 끝이 보이는 삶을 사는 것.

설령 송 가의 아가씨가 아니더라도 다른 집 아가씨는 얼마든지 있었다. 주모가 선하든 그렇지 않든, 운명은 늘 남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아설, 너 아직 기억나? 네가 왜 나랑 함께 경성을 떠나기로 했는지.”

뜬금없는 한마디에 아설은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감탄하듯 말했다.

“이상합니다. 경성에서의 일들이 전부 전생 이야기처럼 느껴져요. 장우 오라버니한테 속은 게 계기가 되었고 그 뒤엔 위심에 대해서도…”

말을 하다 말고 그녀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얼굴이 단숨에 붉어졌다.

“언니! 저한테서 무슨 말을 끌어내려고 그런 것이죠!”

아마도 위심이 나서서 도와줬을 때, 그 순간부터 마음이 움직였을 것이다.

아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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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아. 짐의 곁에 있는 것이 너를 지치게 하느냐. 너는… 짐을 원망하느냐. 네 날개를 꺾어 버렸다고.”그녀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주연아는 소림을 미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함께했던 그 시간들 속에서, 잠깐이나마 마음이 흔들렸고, 그에게 기대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앞으로 어깨 위에 내려앉게 될 그 책임 역시, 완전히 거부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그녀는 그저 끝이 훤히 보이는 삶을 살아갈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이었다.이부상서 조씨 가문에서 세 번째로 국화 연회 초청장이 들어왔을 때, 맹시은이 그녀를 찾아왔다.그때 주연아는 창가의 푹신한 의자에 기대 앉아 단풍잎 하나가 천천히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맹시은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녀는 딸의 가느다란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잠시 시선을 놓쳤다.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금방이라도 고개를 돌리며 “어머니” 하고 달콤하게 부르던 그 어린 아이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듯했다.하지만 알고 있었다. 이제 그녀의 딸은 다 자라 자신만의 고민을 품게 되었다는 것을.맹시은은 다가가 딸 곁에 앉으며 따뜻한 연경을 한 그릇 건네주었다.“연아야.”그녀의 목소리는 물처럼 부드러웠다.“입궁하는 일로 마음이 쓰이느냐.”매끄러운 백자 그릇을 감싸 쥐자 그녀의 손끝으로 따뜻함이 전해졌다.주연아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맹시은이 더는 대답을 듣지 못하리라 생각할 즈음, 그녀는 턱을 팔 위에 살짝 괴고 낮게 입을 열었다.“어머니… 궁궐은 규칙이 너무 많아요. 너무 많아서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어떤 기쁨과 슬픔을 느껴야 하는지까지도,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그 복잡한 옷자락마다 다 쓰여 있는 것처럼요.”그녀의 말에는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쓸쓸함과 막막함이 스며 있었다.맹시은의 가슴이 살짝 저려왔다.그녀는 손을 뻗어 딸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연아야.”맹시은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부드럽지만 단단한 시선이었다.“네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면 누구도 너를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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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여보내거라.”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멀리서부터 가까워졌다.주연아는 잠시 현실감이 흐릿해졌다.늘 그녀의 뒤에 숨기만 하던, 보호해 주어야 했던 그 여린 소녀와 눈앞에 있는, 당당하고 기백 넘치는 여인은 도무지 겹쳐지지 않았다.짙은 남색의 간결한 무복 차림에 긴 머리는 높이 묶여 이마가 시원하게 드러나 있었고 눈동자는 놀랄 만큼 밝았다. 마치 넘쳐흐를 듯한 생기에 왕성하고 거침없는 기운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눈매와 윤곽에는 여전히 옛 모습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단선아, 군주님을 뵙습니다.”그녀는 주연아 앞에 다가와, 공손히 무릎을 굽혀 예를 올렸다.주연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급히 다가가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선아…”주연아가 나직이 불렀다.“오랜만이구나.”단선아는 고개를 들고, 약간은 조심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군주님…”“너도 나를 그렇게 부를 것이냐?”주연아가 조용히 말을 끊었다. 눈 깊은 곳에 스치듯 지나가는 서운함이 담겨 있었다.“너마저 그렇게 거리를 두면… 이 세상에선 정말로, 마음 놓고 속 얘기할 사람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그녀의 말은 가볍게 흘러나왔지만 깃털처럼 단선아의 마음을 스치고 지나갔다.단선아의 얼굴에 남아 있던 어색함과 거리감이 순식간에 복잡한 감정으로 바뀌었다.그녀는 주연아를 바라보았다. 맑지만 지칠 대로 지친 눈.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결국 마음을 따르기로 했다.“연아 언니.”어릴 적 그대로의 호칭이었다.주연아의 굳어 있던 입가가 그제야 천천히 풀렸다. 그녀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선아야.”두 사람은 마주 보며 웃었다. 몇 해의 세월을 단숨에 건너 다시 아무 걱정 없던 그때로 돌아간 듯했다.주연아는 그녀의 손을 잡고, 정자 안의 돌의자에 함께 앉았다.“어쩌다 정현까지 오게 된 것이냐? 그리고 내가 여기 있는 건 또 어떻게 알았고?”주연아의 물음에 단선아의 웃음이 살짝 가라앉았다.잠시 생각에 잠긴 그녀는 결국 숨김없이 털어놓기로 했다.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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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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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154화

    설강이 연아를 데리고 돌아왔을 때,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가득했다.“마님, 지금 집안에서는… 마님이 무슨 대장군의 외손녀라며 떠들어 대던데요!”강시아는 이미 마음을 가라앉힌 뒤였다.이렇게까지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는 것은,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반드시 그 신분을 인정해야 한다는 압박이 깔린 뜻이었다. 이것이 과연 자신을 살리기 위해 새 신분을 덧씌워주는 것인지, 아니면 더 값비싼 장기말로 만들려는 것인지 그녀는 알 길이 없었다.설강은 강시아가 말이 없자 재빨리 문을 닫고 속삭였다.“마님, 그래도… 떠나실 생각이옵니까?”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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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온청은 서 유모의 갑작스러운 손찌검에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다.“제가 당신네 대공자 때문에 이랬다니요?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강 마님께서는 그런 분이 아닙니다!”서 유모는 한 걸음 더 몰아붙였다.“저희 아가씨께서는 집에서 혼례 준비로 눈코 뜰 새도 없이 바쁘신데 어찌하여 금명호까지 오셨단 말입니까! 그리 한가한 줄 아십니까?”그녀는 품에서 청첩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주 가의 셋째 아가씨께서 보낸 청첩인데 한 번 보십시오. 주 가의 하인이 가져왔으니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옵니다!”강시아는 차갑게 냉소를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168화

    한 번에 쓸어버리는 것은 꽤나 모험적인 일이었지만 태후 일당의 원기를 가장 쉽게 꺾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주종현은 부드럽게 조서를 덮고서는 자리에 있는 관리들을 하나하나 훑어갔다.“대인들께서는 스스로 운이 따라주기를 바라십시오. 누구의 집에서든 있어서는 안 될 물건이 나왔다면 저는 여기서 대인들의 생명줄이 길기를 빌겠습니다.”이제야 모든 관리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이 되었다. 폐하께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불만이었던 것이다.이쪽을 누르면 저쪽이 불거지고 하나를 끌어내면 또 다른 하나가 그 자리를 채웠다. 그래서 폐하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153화

    설강은 연아 곁에 쭈그리고 앉아 아이의 어깨 위로 흘러내린 머리칼을 가만히 양옆으로 넘겨주었다.“아가씨께서 이렇게까지 먹는 것을 좋아하시니 떡 한 조각에 홀랑 속아 넘어가 버릴 수도 있겠습니다.”“누가 속아 넘어간다는 것이냐?”낯익은 목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연아는 금세 환히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밤떡을 번쩍 들어 올려 아버지에게 내밀었다.“아버지! 연아 밤떡 드실래요? 셋째 고모께서 연아한테 사주셨습니다!”주종현은 딸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미소 지은 뒤 설강에게 말했다.“설강, 연아를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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