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노유경은 조용했다. 그 조용함이 오히려 제이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임원 회의에서 그렇게 체면을 구겼는데도,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소와 다름없이 웃으며 사무실을 오갔다. 마치 이 정도 일은 이미 예상했다는 태도였다.
저 사람이 이대로 물러설 리가 없는데.
그날 밤 이후, 김 대리는 제이와 은밀히 손을 잡았다.겉으로는 여전히 이영민 쪽에 포섭된 배신자 행세를 하되, 실제로는 제이가 짜둔 판 위에서 움직이는 역할이었다.김 대리는 떨리는 손으로 외장하드를 내밀었다. 사무실 안은 조용했다.창밖으로 들어오는 늦은 오후 햇빛만이 두 사람 사이를 비췄다.그 작은 장치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이 방 안에서 정확히 아는 사람은 단 두 명뿐이었다.이영민은 김 대리의 손에서 외장하드를 낚아채듯 받아 쥐었다. 표정에서 초조함이 사라지고 있었다."이게 정말 핵심 소스코드입니까.""전부입니다. 설계도까지 다 있습니다."김 대리의 목소리는 낮았다.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영민은 그 떨림을 아주 자연스럽게 오해하고 있었다.제 손으로 사채 채무를 조용히 청산해주며 사냥개의 목줄을 쥐었으니, 감히 저를 속이지 못할 것이라 믿는 오만함이 그의 눈을 가리고 있었다.김 대리는 들키지 않기 위해 억지로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며, 빚더미에 목이 졸려 동료를 배신한 비겁자의 연기를 필사적으로 이어갔다.노트북 화면 위로 파란 빛이 이영민의 안경 렌즈에 번졌다. 화면 안에는 제이가 심어둔 '더미 코드'가 정교한 시뮬레이션 화면을 띄우며 완벽하게 돌아가고 있었다.대규모 트래픽이 몰리는 순간 시스템 전체를 먹통으로 만들 시한폭탄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이영민의 입꼬리가 비틀리듯 올라갔다.'드디어. 드디어 이걸 손에 넣었다.'"수고했습니다, 김 대리. 약속했던 잔금은 오늘 중으로 처리해주지.""감사……합니다, 대표님."김 대리는 조용히 사무실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복도를 걸으며 그는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았다.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무거웠다. 제이가 마지막으로 건넨 말이 귓가에 남아 있었다.'어차피 그쪽에서 먼저 배신하려 했던 겁니다. 우리는 그저 조금 먼저 움직인 것뿐이에요.'그 말이 위로가 되어야 했는데, 오히려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는 엘리베이터 앞에 서
한별특송 인수 시도가 무산된 지 며칠 뒤, 김 대리를 둘러싼 이영민의 두 번째 접근이 사내에 조용히 소문으로 돌기 시작했다.어둑해진 탕비실, 김 대리가 식은땀이 밴 얼굴로 제이 앞에 섰다. 손에 쥔 커피잔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팀장님, 그게...""이영민 대표 쪽에서 연봉 세 배 제안했다면서요?"제이가 먼저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화도, 추궁도 아니었다."축하드려요. 김 대리님 가치가 그만큼 인정받았다는 뜻이니까요."김 대리는 예상 밖의 반응에 오히려 더 당황한 얼굴이었다."저, 저는 아직 대답 안 했습니다. 진짜로요.""알아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얘기하는 거고요."
물류 대란 이후, 한별특송의 가치가 업계에 널리 알려졌다. 작은 신생 업체였던 그곳이, 이제는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이름이 오르내리는 곳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소문은, 이영민의 귀에도 정확히 들어갔다. 그가 움직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제이의 휴대폰이 울렸다. 이영민이었다.현제이 씨, 혼자서 판을 잘 짜는 것 같지만.대기업 자본이 밀고 들어오면, 그 독점 계약서 한 장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해요.제이는 그 문자를 읽고 짧게 헛웃음을 지었다.정준호 품에서 나와서, 저랑 제대로 손잡아 볼 생각 없습니까?이번엔 회사를 통째로 삼키겠다는 거네.문자 하나에서도, 이영민 특유의 여유와 집요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제이는 답장을 보내지 않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지금은 말보다 대비가 먼저였다.
회장과의 독대 이후, 회사 분위기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매출도, 실적도 꾸준히 올랐고, 얼마 전에는 경제지에서 "주목할 만한 젊은 경영인"으로 제이의 짧은 인터뷰까지 실렸다.수정을 비롯한 팀원들도 이제는 확실히 다른 눈으로 제이를 봤다. 낙하산이라는 뒷말은 완전히 사라졌고, 오히려 존경 섞인 시선이 그 자리를 채웠다.이제 다 해결됐다고, 준호는 생각했다. 그래서 평범한 연인처럼 밥도 먹고, 퇴근도 같이하고 싶었다.하지만 제이는 여전했다."수고하셨습니다, 본부장님. 내일 뵙겠습니다."깍듯한 인사와 함께, 제이는 가방을 챙겨 먼저 자리를 떴다. 회의 시간에도, 보고 자리에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공적인 태도만 유지했다. 그 뒷모습을 보며, 준호는 깊은 갈증 같은 걸 느꼈다.분명 키스도 나눴고, 할아버지 앞에서도 뜻을 같이했는데.왜 이 사람은, 아직도 나를 이 선 안으로 들여보내 주지 않는 거지.
다음 날 아침, 제이에게 본사 회장실에서 직접 호출이 떨어졌다. 그 비 오던 밤이 지나고, 딱 하루 만이었다.그 소식을 들은 준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회의 중이던 걸 그대로 두고, 곧장 제이의 자리로 달려왔다."내가 같이 가요."준호가 제이의 팔을 붙잡았다."할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든, 대답하지 말고 나한테 넘겨요. 무슨 트집을 잡으실지 몰라요.""어떤 트집을 잡으실지, 저도 대충 짐작 가요."제이는 그 손을 가만히 떼어냈다."준호 씨, 어제 우리 얘기 끝냈잖아요.""그거랑 이건 다른 문제예요. 할아버지가 제이 씨 상처 줄 수도 있는데, 그걸 왜 혼자 감당하려고 해요.""그거랑 이것도 같은 문제예요."제이가 담담하게 대꾸했다."이런 자리마다 준호 씨가 대신 나서면, 결국 저는 아무것도 스스로 증명 못 하는 사람이 돼요.""이건 제 싸움이에요."제이가 단호하게 잘랐다."회장님 만나는 것도, 제 발로 갈게요."준호는 그 눈빛 앞에서 더 이상 말리지 못했다. 대신 걱정스러운 얼굴로 제이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도, 그 시선은 떨어지지 않았다.회장실, 위압감이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정 회장은 소파에 앉은 채 제이를 한참 훑어봤다. 아무 말 없는 그 시선만으로도, 웬만한 사람은 기가 죽을 만한 무게였다. 벽에 걸린 그룹 창립 사진들이 그 위압감을 한층 더했다."앉게."회장이 짧게 권했다. 제이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또 보는군."회장이 낮게 말했다."준호 도움을 거절했다는 얘기, 들었네.""현제이입니다. 지난번 임원 보고 자리에서 뵀었습니다."제이가 담담하게 고개를 숙였다. 제이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본사 요직 자리 하나, 원한다면 마련해줄 수 있네. 지원금도 마찬가지고."회장이 슬쩍 조건을 던졌다. 제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가늠하려는 눈치였다."생각해 주신 거겠지만, 사양하겠습니다."제이의 대답에는 흔들림이 없었다."저는 정준호 본부장의 배경을 타고 승진할 생각이 없습니다.
요즘 들어, 결재가 이상할 정도로 빨리 났다.까다로울 거라 예상했던 물류망 허가도, 본사 쪽 협조도, 전부 예상보다 훨씬 매끄럽게 풀렸다. 처음엔 그저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서류 하나 올리면 하루 만에 승인이 떨어지고, 협력사 미팅도 이상하리만치 순조롭게 잡혔다.하지만 수정이 우연히 흘린 한마디에, 제이는 그 이유를 알게 됐다."이번 허가 건, 실장님이 회장님이랑 직접 담판 지으셨대요. 후계 얘기까지 걸고요.""...그게 무슨 소리예요?""저도 자세히는 몰라요. 비서실 쪽에서 흘러나온 얘기라. 실장님이 회장님한테 뭔가 조건 걸고 우리 쪽 일 다 밀어달라고 하셨다던데."제이의 손끝이 순간 멈췄다.후계 얘기까지 걸었다고.고맙다는 감정보다 먼저, 차갑게 가라앉는 무언가가 있었다. 익숙한 감각이었다. 지난 생, 누군가에게 기대다가 결국 아무것도 스스로 해내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던 그 시절의 감각이었다.비가 내리는 밤, 제이는 곧장 준호를 찾아갔다.TF 사무실, 늦은 시간까지 남아 있던 준호가 놀란 얼굴로 제이를 맞았다."이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 비도 오는데.""준호 씨가 할아버지랑 무슨 거래를 했는지, 들었어요."준호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누구한테 들었어요?""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제이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나를 지켜주려고 그랬다고요? 착각하지 마세요.""제이 씨, 그건 그냥...""그건 보호가 아니라 기만이에요."제이의 목소리가 낮고 단호했다."난 내 능력으로 이 자리에 서서 증명할 거예요. 누군가의 배경에 기대서 살아남는 순간, 난 또다시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으로 돌아가요. 난 두 번 다시 그렇게 안 살아요.""제이 씨가 무능하다는 게 아니에요. 그냥 좀 편하게, 저 하나 믿고 가면 안 돼요?""편하게 가는 거, 그게 제일 위험한 거예요."제이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저는 그렇게 살다가 다 잃어본 적 있어요. 누군가를 믿고 기댄 대가로, 제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린 적이요. 그때는 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