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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보고 있던 사람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08.10.2026 06:14:09

윤서는 신혼집 앞에 차를 세우고도 한동안 내리지 않았다.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다. 필요한 옷과 서류만 챙기면 됐다. 나머지는 나중에 사람을 보내 가져오면 그만이었다.

태호의 일정도 확인했다.

오후부터 공식 행사가 잡혀 있었고 저녁까지 자리를 비우기 어려운 날이었다. 일부러 오늘을 골라 온 이유였다.

윤서는 차에서 내려 현관문을 열었다.

집 안은 조용했다.

익숙한 공간인데도 들어서는 순간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윤서는 거실을 지나 곧장 침실로 향했다.

캐리어를 펼쳐 옷부터 넣었다. 자주 입는 것만 골랐고 화장대 서랍에서는 여권과 통장, 귀중품을 챙겼다. 서재에 있던 개인 서류와 노트북까지 가져오자 캐리어가 제법 묵직해졌다.

윤서는 옷장을 다시 한번 살폈다.

빠뜨린 게 없는지 확인하고 지퍼를 닫으려던 순간이었다.

현관에서 소리가 났다.

윤서의 손이 멈췄다.

곧이어 문이 열렸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윤서는 천천히 침실 밖으로 나왔다.

현관에 태호가 서 있었다.

정장 차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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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어머니가 붙여준 도련님과 불륜 중입니다   102. 시어머니의 티타임

    윤서는 인터폰에 대답하지 않았다.화면 속 태호는 서두르지 않았다. 한 번 더 버튼을 누르고, 그래도 답이 없자 카메라를 향해 천천히 말했다.“안 열면 여기서 소리 지를 거야. 관리인 깨우고, 경찰도 부르고.”그가 골목 쪽으로 턱을 까딱했다.“경찰한테 방금 누가 이 건물에서 나갔는지 말해 줄까. 지금쯤 택시 탔겠지.”윤서의 손끝이 인터폰 버튼 위에서 굳었다.로비에서 소란이 나면 관리인이 내려올 것이다. 태호가 도혁의 이름을 외치기라도 하면, 누가 듣고 어디까지 퍼뜨릴지 알 수 없었다. 경찰까지 부르겠다는 말을 허풍으로 넘길 수도 없었다.윤서는 휴대폰 녹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건물 현관 잠금을 풀었다.잠금이 풀리는 짧은 소리가 이렇게 크게 들린 적은 없었다. 그녀는 도혁에게 연락할까 잠깐 생각했다. 생각만 했다. 지금 그가 이 건물로 돌아오는 것보다 나쁜 일은 없었다.---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동안 그녀는 거울을 봤다.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묶었다. 가운 깃을 목까지 여몄다.샤워를 할 시간은 없었다.머리를 묶는 손목 안쪽에서 그 냄새가 났다. 아침까지만 남겨 두자던 그 냄새였다. 윤서는 녹음 중인 휴대폰을 가운 주머니에 넣었다.초인종이 울렸다.그녀는 문을 열었다. 현관까지만이었다. 태호가 한 발

  • 시어머니가 붙여준 도련님과 불륜 중입니다   101. 삼킨 숨소리

    현관문이 닫히고, 비상구 철문이 멀리서 한 번 울렸다.그게 끝이었다. 집 안에는 다시 아무 소리도 없었다.새벽 네 시였다. 그가 먼저 나간다. 그들이 정한 규칙이었다. 지키기 쉬운 규칙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오래 귀에 남았다.윤서는 이불을 끌어당긴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등 뒤 시트에 아직 그의 체온이 남아 있었다. 손바닥을 그 자리에 얹었다. 미지근한 온기가 천천히 식어 갔다.몇 시간 전의 숨소리가 귀에 남아 있었다.처음으로 서로를 온전히 가진 밤이었다.도혁은 무릎을 세워 침대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조심스럽게 벌려진 윤서의 허벅지 안쪽에 닿은 그의 단단한 허벅지가 델 것처럼 뜨거웠다. 그가 팔꿈치로 상체를 받친 채 천천히 몸을 겹쳐왔을 때, 맞닿은 아랫배와 가슴팍 사이로 서로의 맥박이 날것 그대로 쿵쿵 울렸다."선배님."젖은 숨이 입술 틈새로 흘러내렸다. 도혁은 윤서의 뺨을 커다란 손바닥으로 감싸 쥐고, 터질 듯 달아오른 입술을 느리게 빨아들였다. 혀끝이 얽히며 질척한 마찰음이 귓가를 채웠다. 서두르지 않는, 그러나 한 치의 틈도 남기지 않겠다는 듯 집요하고 묵직한 탐닉이었다.윤서가 밭은 숨을 내뱉으며 침대 시트를 그러쥐자, 도혁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깍지를 꼈다. 손바닥에 엉겨 붙는 축축한 땀과 체온. 그의 허리가 조금씩 아래로 내려앉으며 여린 살결 틈새를 묵직하게 밀고 들어왔다."하, 읏……."끝까지 맞물려 들어오는 압박감에 윤서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도혁은 그녀의 골반을 단단히 붙든 채, 아주 느리게 안쪽을 채워 나갔다. 살갗과 살갗이 마찰할 때마다 눅진한 열기가 허리 아래에서부터 척추를 타고 번졌다. 거칠지 않았다. 부서질까 겁내는 사람처럼 조심스러웠지만, 물러섬 없이 끝까지 짓눌러 오는

  • 시어머니가 붙여준 도련님과 불륜 중입니다   100. 도련님의 자리

    다음 날 밤 열한 시, 현관 초인종이 짧게 한 번 울렸다.이틀 동안 울리지 않던 소리였다. 이 시간에 그 초인종을 누를 사람은 세상에 하나뿐이었다.윤서는 문을 열기 전에 잠깐 숨을 골랐다. 이틀 동안 오지 않던 사람이었다. 문을 열자 도혁이 서 있었다. 모자를 벗어 손에 쥔 채였다. 얼굴이 이틀 사이 한결 수척해 보였다.“늦었죠.”“아니요.”윤서는 비켜섰다. 도혁이 들어와 현관문을 닫았다.이틀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고 싶은 말이 목까지 올라왔다. 이유는 나중에, 라던 한 줄. 그다음 날에는 오지 못한다는 짧은 연락만 왔다. 윤서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그걸 본 도혁이 먼저 말했다.“말 못 하는 일이 생겼어요.”신발도 벗지 않은 채였다.“선배님한테 그러라고 했던 거, 이번엔 제가 할게요. 말 못 한다고만 할게요. 아직은요.”윤서는 그의 얼굴을 봤다. 그녀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 별장 천장의 스피커 아래서도, 편집된 영상이 온 나라에 퍼진 날에도, 이런 얼굴은 아니었다. 무언가를 혼자 들고 오래 걸어온 사람의 얼굴이었다.말 못 한다고만 해 달라고 했던 사람이었다. 그럼 기다리겠다고. 그 말을 이제 그녀가 돌려줄 차례였다.“알겠어요. 기다릴게요.”도혁의 어깨에서 힘이 조금 빠졌다.식탁에 마주 앉았다. 찻잔 두 개가 이번에는 둘 다 채워져 있었다.윤서는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그에게 돌려 보였다. 묻지 않기로 했다면, 숨기지도 않아야 했다.[나 이제 다 알아. 이번엔 내가 조건을 걸 차례야.]도혁이 화면을 내려다봤다. 턱에 힘이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그는 한참 동안

  • 시어머니가 붙여준 도련님과 불륜 중입니다   99화. 선택의 대가

    봉투는 저녁 아홉 시가 넘어 도착했다.퀵 기사가 건넨 갈색 서류 봉투에는 보낸 사람 이름이 없었다. 태호는 현관에서 그것을 받아 들고 한참 서 있었다. 무엇이 들었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직접 의뢰한 일이었다.거실 테이블에 봉투를 내려놓았다. 술병은 없었다. 진술을 마친 날부터 냉장고의 술을 전부 버렸다. 맑은 정신으로 봐야 할 것 같았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었다.봉투를 열었다.보고서 몇 장과 사진이 나왔다. 사진마다 오른쪽 아래에 날짜와 시각이 찍혀 있었다.첫 장은 촬영장 뒤편 주차장이었다. 회색 승용차 조수석에서 내리는 남자. 모자를 깊이 눌러써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두 번째 장은 비 오는 밤이었다. 새벽 네 시 십 분. 건물 옆 비상구 문을 밀고 나오는 남자의 뒷모습. 사진 한쪽에는 빗줄기가 희미하게 번져 있었다.세 번째 장은 다른 날 새벽이었다. 큰길가에서 택시에 오르는 남자. 역시 뒷모습이었다.보고서 마지막 줄에는 흥신소 사람의 메모가 적혀 있었다.[세 장 모두 동일 인물로 추정되나, 얼굴이 확인된 사진은 없습니다. 법적 증거로 쓰시려면 추가 촬영이 필요합니다.]태호는 사진 세 장을 테이블 위에 나란히 놓았다.얼굴은 필요 없었다.어깨가 기울어지는 각도, 걸을 때 왼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는 습관, 고개를 아주 조금 숙이고 걷는 모양. 어릴 때부터 그 뒷모습을 봐 왔다. 명절마다, 집안 행사마다. 어머니는 늘 그 뒷모습을 가리키며 말했

  • 시어머니가 붙여준 도련님과 불륜 중입니다   98. 미국에서 온 사람

    남자가 한국에 들어온 지 열흘이 지났다.인천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온 날, 그는 최미연에게 한 줄만 보냈다. 도착했습니다. 답장은 그날 밤, 그녀가 피의자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에야 왔다. 지금은 만날 수 없다고,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라고.남자는 기다리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가 불러서 온 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전화는 그에게 핑계 하나를 줬을 뿐이었다. 몇 년을 미뤄 온 일을, 이제는 끝낼 핑계.최미연은 피의자였다. 출국이 금지됐고, 연락하는 사람마다 기록이 남았다. 그런 사람 곁에 서는 건 남자의 일이 아니었다. 그는 혼자 움직였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그사이 그는 한 가지를 최미연에게 보내 주었다. 주소 한 줄. 그녀가 그 주소로 어떻게 움직일지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짐작대로였다. 다음 날 아침 뉴스 한 귀퉁이에, 별장 사건 피의자가 피해자 거처에 찾아갔다는 기사가 짧게 실렸다.남자는 그 기사를 읽고 호텔 방 커튼을 걷었다. 그리고 다른 주소를 지도에 띄웠다.드라마 촬영장이었다.---오후 세 시, 세트장 바깥 모니터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남자는 방문증을 목에 걸고 그 뒤쪽에 섰다. 제작사 투자사 쪽 지인의 이름을 대자 방문증은 어렵지 않게 나왔다. 단정한 코트, 낮은 목소리, 미국식 억양이 조금 섞인 한국어. 누구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모니터 속에서 도혁이 연기하고 있었다.주인공 앞에 서서 무언가를 말하려다 삼키는 장면이었다. 테이크가 세 번 반복됐다. 세 번 다 삼키는 순간의 눈이 조금씩 달랐다.남자는 그 눈을 오래 봤다.모니터 옆 의자에 앉은 감독이 한 번 고개를 돌렸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투자사 쪽 손님인가 싶어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나중에 그 얼굴을 다시 떠올리려 했을 때, 감독은 코트 색깔 말고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 시어머니가 붙여준 도련님과 불륜 중입니다   97. 문 앞의 시어머니

    사흘 뒤 밤이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열한 시가 조금 넘어 초인종이 울렸을 때, 윤서는 식탁 맞은편에 앉은 도혁을 보며 웃고 있었다.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을 듣던 중이었다. 소품 담당이 대본 위에 커피를 엎었다는 얘기였다.웃음이 그대로 멈췄다.도혁은 이미 이 집에 와 있었다. 이 시간에 초인종을 누를 사람은 없었다.윤서는 인터폰 앞으로 갔다. 건물 현관 카메라 화면이었다.화면 속에 최미연이 서 있었다.우산도 없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들러붙어 있었고, 회색 코트 어깨가 짙게 젖어 있었다. 그런데도 턱은 들려 있었다. 카메라를 정확히 올려다보고 있었다.“윤서야.”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흘 내내 별장 천장에서 쏟아지던 그 목소리였다.“문 열어. 한 번만 얘기하자.”윤서의 손끝이 차가워졌다. 이 주소는 변호사와 관리인, 아버지밖에 몰랐다. 시어머니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사실이 화면 속 얼굴보다 더 무서웠다.뒤에서 의자 끌리는 소리가 났다. 도혁이 일어서 있었다. 화면을 본 그의 얼굴이 굳었다.둘은 눈만 마주쳤다. 말은 필요 없었다.도혁이 거실 불을 껐다. 그리고 현관에서 가장 먼 방으로 소리 없이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윤서는 인터폰 화면을 끄지 않았다. 화면 속 시어머니를 보면서 휴대폰을 들었다.먼저 변호사였다.“지금 시어머니가 제 건물 현관 앞에 와 있어요. 들여보내지 않았어요. 화면 녹화하고 있어요.”변호사의 목소리가 단번에 깼다. 경찰에 바로 신고하라고, 절대 문을 열지 말라고, 자신도 지금 출발하겠다고 했다.다음은 경찰이었다. 윤서는 주소와 상황을 또박또박 말했다. 접수 담당이 피해자와의 관계를 물었다.“시어머니예요. 별장 감금 사건 피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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