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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Author: 희나리K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23 01:26:14

세쟈르의 눈꺼풀이 떠올랐다.

...?

눈길이 닿는 모든 풍경이 낯설었다.

오크톤의 나무 벽, 천장에 불안하게 흔들려 빛을 내는 단 하나의 조명, 그리고 상체를 일으키는 순간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허름한 침대까지.

머릿속은 망치로 두드려대듯 광광 울렸고, 턱을 매만지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턱 끝까지 내려온 진회색 머리칼이 공간과는 어울리지 않게 신비롭다 느꼈다.

“정신이 드나?”

“누구... 신가요?”

“둠바스의 기사단장, 로일드다.”

처음 듣는 이름, 처음 보는 얼굴, 처음 마주한 공간에 눈만 껌뻑였다.

그보다 더 오싹한 건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겠다는 것.

“제가 있는 곳이 둠바스라는 곳인가요? 저는 누구고... 당신은 왜 여기 있는 거죠?”

로일드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푸른빛 눈동자도, 짙은 네이비 빛 머리칼도 여전한데. 정말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그 모습이 애처롭긴커녕 마땅한 결과라는 생각만이 유일했다.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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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연의 군주는 로맨티스트   제45화

    “그 계집애가 네 귀에 속삭이던데. ‘경고를 무시한 대가는 치러야 해. 넌 인간이니까’.”그거야 당연히 얄밉지. 근데, 솔직히 톡 까놓고 생각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아버지가 분노했는데... 거기서 어떻게 일개 시녀 편을 들겠냐고. 그리고, 그게 뭐? 이게 다 나 때문이라는 거야? 그건 또 어떻게 들었는데?“군주님은 그때.. 그곳에.. 안 계셨는데....”“아니, 병신 같은 아르켈 놈들이 몰랐을 뿐.”어머..? 그럼 일찍 좀 구해주던가!뺨도 후려 맞고, 입술도 터지고. 말라토 기둥으로 끌려갈 때까지 반나절은 더 묶여있었는데. 아니야. 결국 구해줬잖아. 감사할 따름이지. 암.“근데 그거랑 이거랑.. 대체 무슨 상관이....”“그날, 세쟈르가 그곳을 나서며 뭐라고 궁시렁거렸는지 알아?”“네....?”칼데론의 손이 타나의 턱을 움켜쥐었다.“차라리 잘됐어 .죽어버렸으면 좋겠어.”그럴 리가. 벨리오는 분명 다른 말을 했었다. 다른 시녀들보다 유난히 자신을 챙긴다고. “그게 다가 아니야. 쪼르르 헤릴드에게 달려가 징징거렸지.”“...”“혹시라도 운이 좋아 살아남으면, 혈향루(血香樓)문 앞에 버려달라고.”“혈향루요...?”턱을 움켜쥔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입술이 오므라들고 금방이라도 멍이 들 것처럼.“천족들이 인간을 가둬두고 성 고문을 일삼는 곳. 그곳에 끌려간 인간 중 가장 오래 버틴 자가 2주던가.”“말, 말도 안 돼요...!”“그러니까 넌, 네 목숨을 해치려던 그년 하나 때문에 감히 나 칼데론에게 반기를 든 거야.”등골이 서늘해졌다.뒤늦게 세쟈르의 진심을 깨달아서가 아니라 자신을 향한 칼데론의 눈빛이, 표정이, 분위기가 평소와는 사뭇 달라서.“반기라뇨, 아닙니다. 정말 아닙니다...”“이래서 인간 따위를 거두고 아끼는 게 아니었는데.”끝이구나, 졸렬한 자존심이 만들어낸 영웅 놀이가 결국 파국을 불러왔구나.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어차피 어느 날 갑자기 뒤바뀐 세상. 여기서 죽으면 또 다른 세계로 가

  • 심연의 군주는 로맨티스트   제44화

    경고는 통하지 않았다.타나는 끝끝내 세쟈르를 칼데론의 품에서 일으켜 그 앞을 지키듯이 막아섰다.그리곤 두려움 하나 없는 낯빛으로 그의 붉은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했다.“싫습니다. 식사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타나.”“이만 가보겠습니다.”덜덜 덜리는 세쟈르의 어깨를 감싸안고 발걸음을 옮겼다.솔직히 두려움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들키기 싫어 입술만 꽉 깨물었다. 비로소 칼데론의 시선에서 벗어났을 때,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세쟈르의 얼굴을 살폈다.“괜찮으세요?”“아.. 아가씨... 이러시면 안 되시는데...”“방이 어디예요? 데려다 드릴게요. 네?”세쟈르의 푸른빛 눈동자에 투명한 물기가 가득 차올랐다.“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군요..”세상에, 그 당당하고 화려하던 모습은 다 어딜 간 건지.지금쯤 오르테아스는 하나뿐인 외동딸을 찾기 위해 정신이 나갔을 텐데. 이러다 또 전쟁이라도 터지면 어쩌려고 이래.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저... 기억 안 나세요?”“네...?”“저 타나잖아요. 말라토 기둥에서 잠이 들어, 공주님께 혼쭐이 났던 그 타나요.”세쟈르는 타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 눈동자만 세차게 흔들리더니, 또 한 번 고개를 푹 숙였다. 설마 나를 죽이려는 셈인가? 공주라는 호칭으로 몰아가서는?“이러지 마세요. 저한테 그런 말도 안 되는 호칭을 쓰시면 정말 큰일 납니다.”그때, 두 사람을 향해 가까워지는 묵직한 발걸음 소리. 짤랑거리는 금속의 갑옷 소리와 함께 드리워진 거대한 그림자.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로일드였다. “타나 아가씨, 군주님께서 찾으십니다.”“잠, 잠시만요..”“정말 이 시녀를 위한다면, 지금 당장 침실로 돌아가시죠.”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진 로일드와 세쟈르. 미세하게 흩날리는 검은 연기가 오늘따라 불길하게 느껴져 덜컥 몸이 굳어버렸다. 아씨, 사고는 쳤는데, 수습은 어떻게 하지? 오늘이 설마, 이곳에서의 마지막 날인가? ‘몰라. 잘못을 내가 잘못했어? 자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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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란 식탁 위, 탐스러운 과일들이 반짝였고 단 한 명의 인간을 위해 준비된 음식에선 뜨거운 김이 피어올랐다. 타나는 눈을 반짝이며 접시 위에 놓인 고기를 썰었다. “이게 정말 백사슴 고기인가요?”“흰 털을 가졌다는 이유로 둠바스에선 닭과 같은 존재지.”대답은 별로였지만 먹을만했다. 소, 돼지에 비해 질기긴 한데, 오히려 작게 잘라 꼭꼭 씹어 먹을수록 풍미가 돌았다.이곳에서의 주식인 감자수프도, 호밀빵도 말해 뭐해. 꿀맛이 따로 없는데.멀찍이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칼데론은 생각했다.시녀 하나의 목을 비틀어서라도 더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라, 그리 명하겠노라고. 그때, 문 앞에 쳐진 자줏빛 커튼이 열리며 여자 한 명이 안으로 들어섰다. 타나의 시선이 단번에 여자를 향했다.푹 숙여진 고개, 단정하게 모아진 두 손. 그리고... 너무나도 익숙한, 깊은 심해 속을 연상시키는 네이비 빛 머리칼이 가슴 아래까지 흘러내려 있었다. ‘설마... 설마.. 세쟈르?’“군주님께.. 고개를 바칩니다.”칼데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고개를 들거라.”천천히 들리는 고개. 그리고 이제야 확실해진 이목구비.타나의 손에 들린 포크와 나이프가 단숨에 멈췄다. 공주님이 살아있는 건 다행이지만, 왜 시녀복을 입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인사를 내뱉는 거지?오르테아스의 딸이, 철천지 원수인 둠바스 군주한테 이렇게 굴 리가 없잖아.당혹스러운 눈망울이 칼데론을 향했다. “군, 군주님...”“타나, 오직 너를 위한 시녀니, 네 마음대로 쓰면 돼.”마음대로 쓰라고? 세쟈르가 무슨 물건이야? 아르켈에선 공주였다고. 공주! 유난히 창백한 얼굴이 안쓰러워 보였다.자신을 이용하고 무참하게 버린 건 이미 지난 일. 칼데론의 붉은 눈동자가 이토록 차갑고 악랄하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원하지 않습니다. 시녀가 필요하지 않습니다.”“편하게 부려. 어차피 기억이랑 신력은 전부 잃었으니까.”?말도 안 돼.아무리 미워도 그렇지, 아르켈 황제의 딸을 납치해 고작 시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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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연의 군주는 로맨티스트   제41화

    세쟈르의 눈꺼풀이 떠올랐다....?눈길이 닿는 모든 풍경이 낯설었다. 오크톤의 나무 벽, 천장에 불안하게 흔들려 빛을 내는 단 하나의 조명, 그리고 상체를 일으키는 순간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허름한 침대까지. 머릿속은 망치로 두드려대듯 광광 울렸고, 턱을 매만지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턱 끝까지 내려온 진회색 머리칼이 공간과는 어울리지 않게 신비롭다 느꼈다.“정신이 드나?”“누구... 신가요?”“둠바스의 기사단장, 로일드다.”처음 듣는 이름, 처음 보는 얼굴, 처음 마주한 공간에 눈만 껌뻑였다.그보다 더 오싹한 건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겠다는 것.“제가 있는 곳이 둠바스라는 곳인가요? 저는 누구고... 당신은 왜 여기 있는 거죠?”로일드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푸른빛 눈동자도, 짙은 네이비 빛 머리칼도 여전한데. 정말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구나.그 모습이 애처롭긴커녕 마땅한 결과라는 생각만이 유일했다.“앞으로 네가 지낼 방이다. 둠바스 성에서 가장 낮고 허름한 곳.”“낮고... 허름한.. 곳..”“이제야 처지를 알겠나? 세쟈르.”힘없는 고개가 작게 끄덕여졌다.'내 이름이 세쟈르구나. 나는 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걸까.'그는 세쟈르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위태롭게 걸쳐진 시녀복의 어깨끈 양쪽을 단숨에 끌어내렸다. “앗..!”세쟈르는 본능처럼 팔을 올리며, 출렁거리듯 튀어나온 젖가슴을 다급히 가렸다.아무리 상황 파악이 안 돼도, 기사단장에게 대들 만한 입장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고개를 돌렸다. 물론, 곧바로 붙잡힌 턱이 그의 얼굴을 바라보게 만들었지만.“혹, 혹시 저는.. 시녀인가요?”“훌륭해.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업무는 나를 기쁘게 만드는 것이다.”혼란스러움의 크기가 감당이 되질 않아 자꾸만 어지러웠다.시녀라는 사실도 믿기지가 않는데, 금방이라도 짐승처럼 변할 것 같은 사내를 기쁘게 만들어야 한다고?목구멍에 숨이 걸렸다. “당장 그 옷부터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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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 오르테아스의 창이 헤릴드를 향했다. “감히 너 따위가, 내.. 내 딸을... 이 제국의 공주를 욕심내다니.”헤릴드가 바닥에 납작 엎드려 고개를 조아렸다. 아무리 신력을 가진 장군이라도 지금은 이것만이 유일한 살길이었다.자신도 지금 딱 미치겠는데, 아무리 그러한들 아비의 분노만 할까. “폐하, 살려만 주십시오. 목숨을 걸고 공주님을 구해오겠습니다.”오르테아스의 머릿속엔 애초부터 살려줄 생각은 존재하지 않았다.만약 세쟈르가 운이 좋아 살아 돌아올지언정, 고작 장군 따위와 혼인을 하겠다며 난리 법석을 피울 것이다. 안 그래도 철이 들지 않아 늘 고민거리였던 딸.혼사만큼은 반드시 바하족 족장의 아들과 해야 한다고 그리도 일렀거늘. 그래야 바다까지 영토를 넓힐 수 있다고 수백 번도 더 경고했거늘. “죽을 짓을 했으면, 죽어야겠지.”“윽.. 폐, 폐하....”짧은 신음과 함께 헤릴드의 몸이 녹아내렸다. 차가운 빛깔을 뿜어내는 불꽃에 휩싸인 육체는 단 10초도 버텨내지 못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병사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자신들의 리더인 장군이 눈앞에서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으니. 눈을 꼭 감고 그저 숨을 참았다.“솔피온을 데려오거라, 어서!”오르테아스의 목청이 유난히 드높았다.아직 믿을만한 장군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물론 둠바스 심연의 기사단에 견주려면 멀고도 멀었지만 말이다. 능력이 부족하면 머릿수로 밀고 나가야 하는데.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바하족의 수장을 제 편으로 만드는 것뿐.하얀 갑옷을 입은 솔피온이 부리나케 달려와 머리를 조아렸다.“폐하, 부르셨습니까.”“바하른 섬을 찾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조공품이 화려해야 할 것이야.”***칼데론의 기분이 유난히 좋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나는 세쟈르의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혹시라도 들려오는 대답이 죽음일까 봐. 따스하고 말캉한 혀가 허리선을 지나 탐스러운 가슴을 과일처럼 머금을 때도, 딱딱하게 발기한 그의 성기가 무자비하게 제 안을 쑤셔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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