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오랜만이군, 제2황자.”
황제는 입꼬리를 스르르 올렸다.
“짐이 널 찾느라, 제법 애를 먹었지.”
“폐하…. 몇 번이고 말씀드렸듯, 전 황위를 넘본 적도, 넘볼 생각도 없습니다. 단 한 번도.”
“그 말을 짐이 어떻게 믿겠느냐?”
황제의 눈이 가늘게 찢어졌다. 아주 섬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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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몇 달이 흘렀다.다이엔의 동생은 완전히 건강을 되찾았다. 걷지도 못하던 아이는 마당을 뛰어다니며 크게 웃었고, 얼굴에는 혈색이 돌았다. 그 모습을 처음 본 날 다이엔은 말없이 한동안 동생을 바라보다가 눈가가 붉어졌다.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누나!”아이는 다이엔에게 달려가 힘껏 안겼다.“정말 다 나았어요!”다이엔은 떨리는 손으로 동생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곧 아티를 향해 돌아섰다.“고마워요. 덕분에 제 동생이 살았어요.”아티는 고개를 저었다.“제가 살린 게 아니에요. 다이엔의 노력과 기도로 살린 거예요.”다이엔의 동생이 아티에게 달려와 안겼다.“누나 고마워요!”혈색이 돌아온 아이를 보며 아티도 환하게 웃었다.
다이엔은 여자를 조심스럽게 부축해 침대 옆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는 그녀의 입에 물을 가져다 입가에 적셨다. 그러고는 그냥 옆에 앉아 기다렸다.한참이 지나고서야 여자가 눈을 떴다.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현실을 인식하는 눈빛으로 돌아왔다.“으….”“... 괜찮아요?”다이엔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여자는 잠시 말이 없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미안해요…. 병을 고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한 번도 해 본 적 없어서 혹시나 해서 시도해 봤는데…. 안 되네요.”그녀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끝이 아직 약간 떨리고 있었다. 미안함이 역력한 얼굴이었다.“아니예요. 제가 무리한 부탁을 한 건걸요….”다이엔은 할 수 없다는 말에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동생을 살릴 방법이 정말 없는 걸까. 절망에 다이엔이 고개를 떨구었다.
[여덟 번째 심장 - 아티 (네루실리아)]그 마을에는 소문이 있었다.숲 어귀의 낡은 집에 마녀가 산다고. 꽃도 피지 않는 계절에 그 집 창가에는 언제나 싱싱한 풀과 꽃이 가득하고,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그 주변만 비가 온다고. 사람마다 말이 달랐다. 그러나 한 가지만큼은 같았다. 그 집에는 분명 마녀가 산다고.마을 사람들은 처음부터 그녀를 싫어했던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저 어여쁜 여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한 힘을 목격하고 겁에 질린 사람들이 하나둘 그녀를 마녀라 부르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집 앞에서 소리를 질렀고, 어떤 이들은 돌을 던졌다.다이엔도 그 자리에 있었다. 소리를 지른 것도, 돌을 던진 것도 아니었지만 막지도 않았다. 그냥 지나쳤다. 그것이 지금 마음에 걸렸다.다이엔이 그 소문을 다시 떠올린 것은 동생이 쓰러지고 사흘이 지난 날이었다.의원은 고개를 저었다. 약도 없고, 방법도 없다고 했다.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다이엔은 그날 밤 동생 곁에 앉아 이마의 땀을 닦으며
황제는 아무 대답없이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그는 뒤에서 문을 닫았다.철컥.잠금장치가 걸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아티니스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닫힌 문으로 향했다.황제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어딜 가려던 거지?”그의 시선이 창문에서 그녀의 옷 차림으로, 다시 아티니스의 얼굴에게로 옮겨 왔다.“저는…….”아티니스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황제는 기다려 주지 않고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대답해라.”“그게…….”아티니스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쳤다. 하지만 이미 등이 창틀에 닿아 있었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은 끝내 뒤로 물러나려 했
그다음 날 밤도, 그다음 날 밤도 아티니스는 창문을 열었다.모두가 잠들고 기사들의 순찰이 제일 느슨해질 때. 몰래 매일 같은 시간에 나갔다. 그리고 매일 조금씩 더 멀리까지 움직였다. 담장 근처를 서성이며 기사들의 순찰 경로를 파악했다. 어느 쪽 길에서 횃불이 지나가는지, 교대 시간은 언제인지, 어느 방향에 사각지대가 있는지.어느 날은 지나가던 순찰 기사에게 들킬 뻔해서, 화단 뒤에 한참 동안 몸을 숨겨야 했었다. 그날은 정말 들키는 줄 알고 정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횃불빛이 그녀의 발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가 방향을 바꿔 멀어졌을 때, 그제야 숨을 내쉴 수 있었다.두 번째로 들킬 뻔한 것은 담장 쪽으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꾼 기사 때문이었다. 아티니스는 반사적으로 바람을 불러 몸을 담장 위로 밀어 올린 뒤 숨을 죽였다. 기사는 그 아래를 무심히 지나갔다. 아티니스는 담장 위에 붙어서 그가 사라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하아… 위험했어…. 오늘은 안 되겠다.’그녀는 조용히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방 안에 돌아오면 언제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마법을 쓰는 자를 황실에서 보호해 준다는 공고였다. 사람들은 마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그러나 신기한 힘이라는 말만으로도 글라디와 릴리아의 걱정은 더 커졌다. 마을 사람들 중 누군가가 황실에 말하는 건 시간 문제였으니까.글라디와 릴리스는 결국 결정을 내렸다.“아티니스, 우리 다른 데로 가자. 다른 곳에서 우리끼리 행복하게 살자.”세 사람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마을을 떠나 인적이 드문 산속 깊은 곳으로 향했다.누구의 눈에도 닿지 않는 곳이었다. 그곳에서는 아티니스가 마법을 써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꽃을 피워도, 빛을 만들어도, 강물을 손으로 들어올려도 누가 보고 놀랄 일이 없었다.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아티니스는 그 시간 동안 무럭무럭 자랐다.조용한 산속 작은 오두막에 살면서 자유롭게 마법을 쓰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마법으로 겨울에도 꽃을 피워 식탁을 장식했고, 어두운 밤
“왜 이렇게까지 하시죠?”아티니스의 목소리에는 불편함과 억눌린 분노가 섞여 있었다.세이런은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차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는 그 이유를 알아. 그리고 도와줄 수 있어.”“그 말도... 병약하다는 것도, 전부 거짓말이죠?”아티니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전 오늘 거절하러 온 거예요. 그리고 비밀을 지켜준다고 한 말… 끝까지 지켜주세요. 전 그걸 확인하러 온 거예요.”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등을 돌렸다.이곳에 더 머무르는 것은 위험하다고 느껴졌다.알아
생각지도 못한 큰 키에 아티니스는 고개를 살짝 들어야만 했다. 그의 가슴팍 너머로 올라간 시선 끝에서 마주한 것은 여전히 보석처럼 빛나는 짙은 자주빛 눈동자였다.‘여전히 잘생겼네… 잘생… 기면 안 되는데. 거절해야돼!’그와 시선이 딱 마주치자, 아티니스는 순간 목적을 까먹을 뻔했다.당황한 그녀는 뒷걸음치며 거리를 두었다.“청, 청혼서가 마음에 들긴요. 협박이나 마찬가지였잖아요!”말을 하려다 목소리가 꼬이고, 톤도 이상해졌다.“대공자의 청혼서를 협박이라니. 너무한걸.”당황한 그녀와 달리, 그는 장난기 어린 미소로 되물
청혼서라는 말에 아티니스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일면식 없는 대공가에서 결혼을 제안하다니. 게다가 시골 영지에 틀어박혀 살아온 자신을 어떻게 알고 보낸 건지 아티니스는 의아했다. “설마… 예전에 황실 파티에서 우리 아티를 본 건 아닐까요?”백작부인이 조심스레 말했다. “시골 영지 영애인 제게 누가 관심을 보였겠어요… 저도 관심 없었고요.”“무슨 소리야. 우리 아티의 아름다움은 태어날 때부터였단다. 세상을 밝혀주는 따스한 아침 햇살 같은 주홍색 머리카락에, 릴리스를 쏙 빼닮은 아메랄드를 담고 있는 두 눈동자. 그 무도회에
둘은 물에 흠뻑 젖은 채 서로를 바라봤다. 아티니스는 다시 넘어지지 않게 두 손으로 몸을 지탱하며 그 소년을 내려다보았고, 소년은 팔꿈치로 몸을 일으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두 사람은 잠시 동안 서로에게서 눈을 때지 못했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눈빛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ㅁ… 뭘 봐.”정적을 깨는 차가운 말투였다. 그 말에 아티니스는 눈을 깜빡였다. 잠시나마 그에게서 느꼈던 환상이 살짝 깨지는 듯했지만 그의 얼굴은 쉽게 그 환상을 깨지 못했다. 그의 목소리 또한 그랬다. “옷 다 젖어 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