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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Autor: DearStory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04-14 03:59:55

생각지도 못한 큰 키에 아티니스는 고개를 살짝 들어야만 했다. 

그의 가슴팍 너머로 올라간 시선 끝에서 마주한 것은 여전히 보석처럼 빛나는 짙은 자주빛 눈동자였다.

‘여전히 잘생겼네… 잘생… 기면 안 되는데. 거절해야돼!’

그와 시선이 딱 마주치자, 아티니스는 순간 목적을 까먹을 뻔했다.

당황한 그녀는 뒷걸음치며 거리를 두었다.

“청, 청혼서가 마음에 들긴요. 협박이나 마찬가지였잖아요!”

말을 하려다 목소리가 꼬이고, 톤도 이상해졌다.

“대공자의 청혼서를 협박이라니. 너무한걸.”

당황한 그녀와 달리, 그는 장난기 어린 미소로 되물었다. 

“그런데 반말하던 예전과 달리, 왜 격식을 차리지?”

그의 말에 아티니스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 대공자님이란 걸 알게 된 이상, 예의는 갖춰야죠.”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일단 앉자. 그리고 영애의 하녀는 밖에서 기다리는 게 좋겠어.”

그 말에 아티니스는 리리를 힐끔 바라보았다.

리리는 그녀의 마법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이지만, 지금 대공자에게 들켰다는 사실까지는 몰랐다. 

아티니스는 리리를 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리리를 방 밖으로 내보냈다. 

응접실에는 오롯이 두 사람만이 남았다.

‘으… 둘만 있으려니까 더 어색해! 하지만 이건 꼭 없던 일로 만들어야 해…!’

공기까지 말라버린 듯한 긴장 속에서,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가문 이름도 모른 채, ‘아티’란 애칭 하나로 영애를 찾았어.”

“… 그걸 3년씩이나 찾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포기할 줄도 알아야죠.”

아티니스가 단호히 반박하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미소를 지었다. 

“찾는 데 삼년이 걸린 게 아니야. 이렇게 직접 만나기까지가 삼 년 걸린 거지. 초대장도 여러 번 보냈지만, 매번 거절 아니면 무응답이었으니까. 그래서 방법을 바꿔 본 거야.”

아티니스는 초대장을 받은 기억이 없었다. 

‘초대장…? 설마 엄마, 아빠가 내게 보여주지도 않고 거절하신 건가?’

세레스니타 백작부부는 과보호를 넘어 이상하게도 아티니스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걸 두려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초대장은 거절이지만, 청혼서는 괜찮은 거였군. 진작 보낼 걸 그랬어.”

“그게 아니에요. 오늘 거절하러 온 거예요!”

그녀가 단호히 외치자, 그는 느긋한 얼굴로 되물었다. 

“왜? 포르투릭스 대공가 청혼서인데? 백작가 영애에겐 나쁘지 않은 조건일 텐데.”

“전 부귀영화 때문에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거고요…. 그리고…”

아티니스는 잠깐 시선을 피했다가 단호하게 덧붙였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좋아요.”

그녀가 굳이 나이를 따지지는 않았지만, 거절할 핑계를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눈치 챘는지, 아니면 상관없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럼 나를 사랑하면 되겠네. 난 영애보다 나이가 많으니.”

“...... 네?”

“말했잖아, 그때. 왜 영애가 누나라는 거냐고. 내가 어릴 땐 또래보다 많이 작았을 뿐이야.”

그는 너무도 당연한 듯 말했다.

아티니스는 깜짝 놀라 입을 벌린 채 멈춰 섰다. 

‘그럼… 정말 나보다 나이가 많은 거야? 어릴 땐 작았다 해도 삼 년 사이에 이렇게 사람이 변할 수도 있는 거야?’

“실망이야. 난 영애를 알아가려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영애는 나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네. 이름은 알고 있겠지?”

그녀가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 그는 실망이라는 말을 흘리면서도 얼굴에는 그 어떤 실망도 보이지 않았다.

“… 좋은 의도로 제 정보를 모은 건 아니셨잖아요.”

“흐음, 내 이름도 모르는구나.”

그 말은 사실이었다. 

아티니스는 올 때 내내 거절할 말만 골라 연습하느라, 그의 정보를 알아볼 생각도 못 했다. 

“그럼 그것도 모르고 왔겠네.”

그가 작게 중얼거렸다. 

“네?”

“결혼할 사이인데, 이름 정도는 알아야지. 세이런 포르투릭스야.”

그리고 세이런은 말을 덧붙였다. 

“내가 영애를 찾은 건 ㄴ……”

잠시 말을 멈춘 그는 생각을 고치듯 말을 이어갔다.

“단순한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야.”

“... 거절하러 왔다니까요.”

아티니스가 더 단호하게 말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내가 몸이 좋지 않아. 태어날 때부터.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종종 심장이 조여와. 숨 쉬는 것도 벅찰 때가 있어. 클수록 생명의 불꽃이 조금씩 사그라드는 느낌이야.”

아티니스는 자신을 붙잡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거라 생각했지만, 그의 담담함은 오히려 진심처럼 느껴졌다.

“... 그걸 왜 저한테 말씀하시는 건데요?”

“흠… 음.... 결혼 상대를 골라야 하는데, 아무도 나 같은 병약한 사람과 결혼하려 하지 않더라고.”

“대공자라면 누구든 줄을 설 텐데요?”

그 말에 세이런은 미묘하게 웃었지만, 감정은 실리지 않았다.

“그런데 영애는 왜 거절하지?”

“왜 꼭 저여야 하죠?”

“영애는 특별하니까.”

“전 특별하지 않아요.”

“나한텐 특별해.”

마지막 말은 정말 진심같이 들렸다.

세이런은 단호하게 거절하는 아티니스를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그가 입을 열었다.

“영애 부모가 왜 영애를 그렇게 꽁꽁 숨기며 살게 했는지, 알아?”

그 말에 아티니스의 표정이 단숨에 굳었다. 

“... 제 부모님까지 조사하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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