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入수요일 오후.하얗게 소독된 한국병원의 로비는 평소와 다름없이, 냉정하고 고요한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유진은 의국 스테이션 서서 환자 차트를 무심히 넘겼다.오늘 새벽. 불과 몇 시간 전.가슴과 하얀 목덜미 위로 새겨진 선홍빛 낙인과 외설적인 정욕의 열꽃들을 어떻게든 숨기려 애를 썼다.유진은 일부러 빳빳하게 날이 선 의사 가운의 깃을 턱끝까지 바짝 올려 세웠다.떳떳치 않은 감정들이 몸에 남은 흔적처럼 남아 유진의 머릿속을 피폐하게 난도질했다.[오늘… 끝내자. 선호 말대로… 요스케에게 시간을 더 주는 건, 기만이야.]또각, 또각, 또각ㅡ.그때 대리석 바닥을 울리는 구두 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사정없이 찔렀다.로비 저편에서, 한 무리의 수행원들을 거느린 중년 여성이 걸어 들어왔다.순간 유진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LX 그룹의 안주인이자, 김문기의 어머니.지난 10년 동안.유진을 마치 버러지, 싸구려 여자 보듯, 비하하며 비웃으면서도, 가스라이팅 하듯 완벽하게 자신의 발밑에 고분고분한 며느릿감으로 여겨왔던 시어머니.지금 그녀의 얼굴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차갑고 사납게 일그러져 있었다.“어…… 어머니?”유진이 본능적인 불길함에 차트를 내려놓으며 급하게 그녀를 맞이했다.하지만 문기의 어머니는 유진이 미처 목소리를 다 가다듬고 예의를 차릴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그녀는 폭풍처럼 성큼 다가와 허공으로 손을 치켜들었다.짜아아앙ㅡ!!정적을 깨트리는 날카롭고 거대한 파열음이 병원 한복판을 사정없이 찢어발겼다.그녀의 억센 손바닥이 유진의 왼쪽 뺨을 그대로 후려쳤다.고개가 거칠게 돌아간 유진의 몸이 중심을 잃고 병원 대리석 바닥 위로 볼품없이 쓰러졌다.그 충격으로 의사 가운의 단추 몇 개가 바닥에 부딪혀 사방으로 튀었고.묶여 있던 유진의 머리칼이 흐트러지며 가려져 있던 목덜미의 하얀 살결이 드러났다.턱끝까지 바짝 깃을 세워 가려두었던 목덜미의 하얀 살결이 공기 중으로 무방비하게 노출되었다.그 뽀얀 살결 위로, 새벽 내내 문기가 물어뜯
쩌적ㅡ.날카로운 파열음이 그의 손에서 번져나갔다.그리고 유진의 얇은 블라우스가 문기의 억센 손길에 사정없이 찢겨 나갔다.창문으로 스며든 달빛 너머로,하얗게 빛나는 유진의 매끄러운 살결과 탐스러운 곡선이 그대로 드러났다.문기는 숨을 헐떡이며, 유진의 가느다란 두 손목을 가차 없이 잡아챘다.그리고 자신의 목에 매달려 있던 넥타이를 풀어 그녀를 머리 위로 고정해 묶어버렸다.완벽한 결박이자 무력화.“오빠, 읏……!”유진의 하얀 목덜미와 깊은 쇄골 사이로 그의 뜨거운 입술이 깊숙이 묻혔다.그의 숨결에서 위스키 향이 눅진하게 배어 나왔다.그리고 뜨겁고 거친 혀가 유진의 여린 살결을 강박적으로 핥아 내렸다.이어 이빨로 연약한 살점을 지긋히 짓누르며 선홍빛 붉은 낙인을 새겨나갔다.동시에 그의 손바닥이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부서질 듯 강하게 움켜쥐었다.그리고 둥근 골반 라인을 따라, 허벅지 안쪽까지 쓸어내렸다.노골적이고 가파르게 손길마다, 유진의 전신에 미치도록 자르르한 소름이 돋아났다.요스케의 다정하고 아늑했던 안식처의 기억을,날것의 난폭한 촉감으로 완벽하게 도려내어 지워버리겠다는 듯,문기의 스킨십은 지독하리만치 외설적이고 폭압적이었다.바지 버클 안쪽에서,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그의 뜨겁고 우람한 중심이,유진의 조여진 허벅지 안쪽의 연약한 살결을 사정없이 짓눌러왔다.그리고 살결과 살결이 맞닿아 비벼질 때마다,물기 어린 마찰음이 어두운 방 안을 외설적으로 채웠다.문기는 강제로 유진의 희고 가느다란 한쪽 다리를 제 단단한 허리에 감아 올렸다.기어이 자신의 소유권 탈환을 목표로 최종 영토를 잔인하게 범하려는 듯,문기는 맹렬한 속도로 하체를 몰아쳤다.“하지 마…… 오빠, 제발…… 아웃이야……!”유진이 눈물이 핑 돈 채 숨을 헐떡이며 애원했다.하지만 문기의 억센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그는 유진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자신의 혀를 밀어 넣어, 숨통을 막아버릴 듯 격렬하게 탐닉했다.문기의 끈적한 타액과 거친 숨결이 유진의 입안 구석
그리고 밤늦은 시각,유진은 다시 무거운 걸음으로 선호의 집으로 돌아왔다.낡은 복도 벽면에 센서등이 창백하게 켜지는 순간,자신의 집 현관문 앞에 그림자처럼 기대어 선 채, 문기의 거대한 실루엣이 시야를 빈틈없이 가로막았다.그의 손에는 반쯤 타들어 간 시가가 들려 있었고, 복도에는 매캐한 시가향과 지독한 위스키 향이 진동했다.문기는 유진의 어깨 위로 성큼 다가왔다.유진의 가녀린 옷자락과 흩날리는 머리칼 너머로, 눅진하게 배어 있는 요스케의 신혼집 라벤더 향취가 문기의 후각을 가차 없이 자극했다.그녀의 흔들리는 황금빛 눈동자를 본능적으로 직감한 그의 눈빛이 순식간에 짙어졌다.그가 사납게 다가와, 유진의 가녀린 어깨를 복도 벽면으로 거칠게 밀어붙였다.쿵—!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차가운 시멘트 벽의 촉감이 등을 내리쳤다.문기가 유진의 하얀 목덜미에 자신의 코끝을 난폭하게 박아 넣었다.유진의 매끄러운 살결 위로 배어 있는 요스케의 은밀한 흔적.다른 남자의 체취가 섞인 그녀의 향기가,문기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독한 위스키와 시가 향과 사납게 뒤섞이며,유진의 전신 위에서 추악하게 정면으로 충돌했다.“서유진, 그 자식이 아프다고 하니까 또 마음이 쓰여? 10년을 나만 보던 네 눈빛이 왜 또 그 새끼 때문에 흐려지는데!”어두운 복도 안,문기의 광기 어린 질투가 짐승의 포효처럼 터져 나왔다.그의 거친 손길이 유진의 손목을 으스러뜨릴 듯 낚아채자 유진은 억장이 무너지는 피로감에 힘겹게 그를 밀쳐내며 실랑이를 벌였다.블라우스 단추가 문기의 손끝에 걸려 위태롭게 흔들렸다.복도의 센서등이 탁— 하는 차가운 기계음과 함께 무정하게 꺼져버렸다.순식간에 찾아온 완전한 암전.두 사람의 가쁜 호흡 소리와 옷자락이 쓸리는 마찰음만이, 기괴하도록 선명하게 증폭되었다.촉각이 극도로 예민해진 암흑 속에서,문기가 유진의 허리를 꺾어 그의 품으로 강제로 끌어당겼다.거친 동선에 반응한 센서등이 다시 탁, 주황빛 불을 켰다.사납게 켜진 시린 불빛 아래,눈물이
5주 차의 월요일 저녁.다시금 류 요스케의 가혹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이 매혹적인 반격의 기회가 열리는 날이었다.선호와의 잔인한 의논 끝에 제 감정의 실체를 마주했음에도.유진은 여전히 벼랑 끝에 선 채,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었다.그리고 요스케는 자신의 아내가 흔들리는 틈새를 무섭도록 정확하게 파고들었다.부정맥으로 쓰러진 지 고작 일주일.창백한 핏기를 지운 채, 다시 완벽한 포식자의 모습으로 복귀한 요스케.그가 선택한 반격의 다섯 번째 데이트의 전장은 다름 아닌 두 사람의 합법적인 ‘신혼집’이었다.스르륵ㅡ.유진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선 신혼집은 여전히 아늑하고 평온했다.문기와의 캠핑장에서 터졌던 사나운 장작의 파열음도,자신을 조여오던 복도에서의 숨 막히는 대치도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편안함.집 안 가득 은은하게 퍼지는 라벤더 향과 통창 너머로 펼쳐진 고요한 도심의 야경이 지쳐 있던 유진의 신경을 거짓말처럼 부드럽게 이완시켰다.아일랜드 식탁 앞에는 편한 옷차림의 요스케가 유진을 기다리고 있었다.아직 병색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조금 서늘해 보이는 인상이었지만.유진을 바라보는 그의 깊은 눈동자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고 매끄러웠다.“왔어, 유진아?”요스케가 나지막하게 속삭이며 유진의 무거운 가방을 받아주었다.평창동 루프탑 레스토랑에서의 그 난폭했던 폭주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유진의 이마를 커다란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렸다.“앉아서 조금만 쉬고 있어.”그는 셔츠 소매를 우아하게 걷어붙인 채 오직 유진 한 사람만을 위한 만찬을 직접 준비하기 시작했다.먼저 뭉근한 불 위에 올린 냄비에서 달콤하고 고소한 밤 수프가 부드럽게 끓어올랐다. 요스케는 긴 스푼으로 수프를 천천히 저으면서도, 중간중간 유진의 안색을 살피는 다정한 시선을 단 한순간도 거두지 않았다.이어 달궈진 주물 팬 위로 올리브유와 허브 향을 잔뜩 머금은 두툼한 최고급 안심스테이크가 올라갔다.치이익ㅡ.요란하면서
다시 찾아온 일요일.두 명의 포식자로부터 완벽한 격리와 고립의 ‘브레이크 타임(Break Time)’이었다.그 피 말리는 4주라는 시간 동안.서유진의 온전했던 세상은 붉은 피와 뜨거운 눈물, 그리고 원초적인 정욕과 숨 막히는 죄책감의 진흙탕 속에서 갈가리 찢겨 나갔다.화요일과 목요일, 그리고 토요일마다, 10년이라는 긴 역사의 족쇄와 눈물 어린 처절한 사과로 상처받은 제 영혼을 치유하려 들었던 진짜 첫사랑, 김문기.그리고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마다, 8년 동안 묵혀둔 진정한 사랑을 목숨 구걸하듯 애원하며 비참하게 부서져 내렸던 진짜 남편, 류 요스케.그 지옥 같은 영토 교대의 서킷 속에서 유진은 더 이상 제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문기의 비틀린 과보호와 상처의 본질을 완벽하게 이해하게 된 순간부터, 유진의 감정은 이미 단단한 ‘확신’의 영역에 도달해 있었다.자신이 평생을 바쳐 사랑했고, 앞으로의 생도 온전히 귀속시키고 싶은 유일한 구원의 성벽은 결국 김문기였다.누군가 그랬다.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향하는 감정이라고.그리고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당했던 잔인한 기만과 방치 속에서도,그녀는 자신의 심장에 깊게 박힌 그 남자를 여전히 미치도록 사랑하고 있었다.하지만 그 확신의 종착지 바로 앞에서, 유진의 가녀린 발목을 사정없이 꺾어버리는 것은 요스케를 향한 지독하리만치 무겁고 축축한 ‘죄책감’이었다.자신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감에 심장을 쥐어짜며, 병상 위로 쓰러졌던 거구의 남자.제 상처를 위로받겠다고, 홧김에 감행했던 초고속 혼인신고의 대가로 영혼이 온통 난도질당해 버린 자신의 법적인 남편.그 순수한 집착과 사랑을 이토록 잔인하게 이용해 먹고, 이제 와서 쓰레기처럼 버릴 자격이 과연 자신에게 존재하는지 의문이었다.결국 확신이라는 절벽과 죄책감이라는 거대한 성벽 사이에 낀 채, 멍하니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유진의 모습은 영혼이 휘발된 인형과 다름없었다.주방에서 마른 수건으로 투명한 유리컵을 쓸어내
유진이 자신의 추악한 바람기까지 전부 알고도 10년을 묵묵히 버텨왔다는 진실,문기가 마른 입술을 떨며 겨우 목소리를 냈다.“네가 그 자식에게 다시 마음이 흔들려서 도망친 줄 알았어. 오대산 그날, 나도 널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그런데 그 자식이 운이 좋게도 널 먼저 찾았어. 그리고 너와 함께 있었어. 그때부터…… 어쩌면 내가 아니라 류 요스케가 너의 진짜 운명일까 봐 겁이 났어.”하지만 그의 절박한 변명마저도.상처받았던 세월의 잔해가 여전히 유진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었다.“남편에게도 이 질문을 했었어. 오빠에게도 묻고 싶어?”“무슨…… 질문?”“만약 오대산에서 남편을 만나지 않았다면, 오빠는 그때 나와 사귀었을까?”“뭐?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넌 그때 이미 내 정혼자였어. 사귀고 말고 할 필요도 없는.”“잡은 고기 먹이 안 줬다? 그거야?”“너 진짜 내가 너에게 노력을 안했다고 생각해? 지난 10년동안?”순간 유진은 할 말이 없었다.그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희생을 해 왔는지는 유진 스스로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그럼 다시 물을게. 우리 결혼 파토나고 내가 남편과 결혼하기 전까지 한달 동안 오빠 날 제대로 잡으려는 노력조차 안했잖아. 왜 그랬어?”“그건 너에게 시간을 주고 싶었어. 그리고 우리 어머니도 설득해야 했고. 상황 다 정리해 놓고 너 힘들지 않게 데려오려고…… 그래서… 아니, 솔직히 화가 났어. 네가 그 개자식을 우리 신성한 결혼식에 끌어와 날 모욕한 것도 그리고 날 믿지 않은 것도 너무 화가 나서 나도 시간이 필요했어.”“지금 나에게 갑자기 이러는 거…… 혹시 라이벌인 남편에게 날 뺏기기 싫은 건 아니고?”“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하지, 그 자식이 널 내게서 훔쳐가는 걸 그저 불구경하듯 바라만 보라는 거야? 그 개자식이 아니었어도 난 누구에게도 너 안 뺏겨.”문기가 다급하게 유진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그의 커다란 두 손이 유진의 가녀린 어깨를 부서질 듯 꽉 움켜쥐었다.“그래. 내가 결정적일 때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