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아침마다 손이 여섯 개 붙었다.
머리를 빗는 손, 옷끈을 잡는 손, 버선을 신기는 손.
명주의 단장을 돕는 손길이 계속되는 동안 그녀는 창호지 얼룩에 시선을 고정한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재작년 장마에 생긴 것이라고 누가 그랬고, 그 뒤로 단장을 할 때 늘 그 얼룩에 시선을 두었다.
빗이 정수리에서 허리께까지 물 흐르듯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 내려가기를 되풀이했다.
늘 스물여덟 번이었다.
검은 머리카락이 빗살을 따라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누웠고, 아침 빛이 들 때마다 그 위로 윤이 물결처럼 흘렀다.
결이 어긋난 데가 한 올도 없었다.
옷끈을 매는 손이 가슴 앞에서 잠깐 분주하다가 물러났다.
매듭은 늘 왼쪽으로 조금 기울었다.
매는 사람의 손버릇이었으나, 제 옷끈을 매어 본 적 없는 명주는 그 기울기가 남의 것인 줄도 몰랐다.
"다 되셨습니다."
명주가 일어서자 낮게 틀어 올린 머리 아래로 흰 목덜미가 드러났다.
그늘에 오래 둔 백자처럼 푸른 기가 옅게 도는 살빛이라, 빗을 들고 물러서던 삼월이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귀 뒤로 흘러내린 잔머리 한 올을 괜히 오래 매만지다 내려왔다.
뒤채에서 사람이 왔다.
"부인. 아기씨가 드셨다 합니다."
"아기씨."
"서란 아기씨께서요.
두 달이라 하옵니다."
명주가 기다렸다. 아무도 더 말하지 않았다.
"어디 아픈 게냐."
"아니오, 부인. 경사이옵니다."
"경사."
명주가 손을 폈다가 오므렸다.
"그럼 무얼 해 주어야 하느냐."
방 안의 사람들이 무심코 서로를 마주 보았다가 이내 다들 바닥으로 눈을 내렸다.
웃음을 누르느라 입가에 힘이 들어간 이가 둘 있었다.
곁에 섰던 온어멈이 나섰다.
"안태약이나 한 제 지어 보내시지요.
정실 이름으로 내리시면 그보다 좋은 낯이 없습니다."
명주는 안태가 무엇인지 몰랐으나 고개를 끄덕였다.
무얼 해 주어야 하는지 처음으로 누가 일러 준 참이었다.
약방은 뒤뜰 끝에 있었다.
명주가 그 문을 연 것은 시집온 뒤 처음이었다.
안쪽 공기가 바깥보다 서늘했다.
마른 냄새가 났다.
나무 같기도 흙 같기도 하고 그 밑에 쓴 것이 깔렸다.
쓴 것 밑에 단 것도 아주 조금 있었다.
그 단내가 어디서 오는지 명주는 몰랐다.
서랍이 벽 한 면을 덮었다.
서랍마다 종이가 붙었고 종이에 글자가 있었다.
서랍마다 놋 고리가 달렸는데 가운데 줄의 고리들만 색이 밝았다.
손이 많이 간 자리였다.
명주는 글을 읽을 줄 알았다.
당귀. 천궁. 백작약. 숙지황.
명주는 그 글자들을 하나하나 소리 없이 읽었다.
읽고 나서도 손은 어느 서랍으로도 뻗지 못했다.
당귀가 무엇에 쓰는 것인지 아무도 가르쳐 준 적이 없었다.
서랍 하나를 가만히 열자 마른 뿌리가 들어 있었다.
꺼내어 손바닥에 올려 보니 뜻밖에 가벼웠고, 가루가 조금 묻어 손금 사이로 들어갔다.
탁자 위에는 접시가 둘 달린 작은 저울이 놓여 있었다.
명주가 무심코 그것을 들었다가, 어느 쪽에 무엇을 올리는 것인지 몰라 도로 내려놓았다.
접시가 부딪혀 맑은 소리가 났고, 명주는 얼른 손을 뒤로 감추고는 빈 약방을 한 번 돌아보았다.
"부인."
문간에 여자가 섰다.
뒤채 살림을 맡은 홍매였다.
서란이 들어온 뒤로 뒤채 사람이 늘었고 그중 하나였다.
"제가 지어 올릴까요."
명주가 저울에서 손을 뗐다.
"안태에 좋은 것을."
"예. 소인이 알고 있습니다."
홍매가 들어와 망설임 없이 위쪽 서랍 하나와 아래쪽 서랍 둘을 차례로 열었다.
어느 것을 얼마나 꺼내는지 명주가 물끄러미 보고 있었으나 보고도 남는 것이 없었다.
저울이 두 번 기울었다가 멈췄다.
홍매가 접시를 비울 때 가루가 조금 날렸는데, 홍매는 그것을 불지 않고 손날로 가만히 쓸어 종이에 담고는 빠른 손으로 접고, 또 접어, 끝을 밀어 넣었다.
"부인 이름으로 올리오리까."
"내 이름."
"부인께서 챙기셨다 아뢰어야 아기씨가 마음을 놓으시지요."
명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여라."
홍매가 약봉지를 소매에 넣고 나갔다.
명주는 조금 더 서서 서랍에 붙은 종이를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당귀. 천궁. 백작약. 숙지황.
아까 홍매가 연 서랍이 어느 것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손바닥에 남은 가루를 무심코 치맛자락에 닦았다.
십 년 만에 처음으로 치맛단에 무언가가 묻었다.
그날 밤 손을 씻는데 손금 사이에서 쓴 냄새가 났다.
명주는 그 냄새가 싫지 않았다.
쓴 것을 오래 맡고 있으면 그 밑에서 옅은 단내가 도는 것도 그날 처음 알았다.
내일은 서란이 밥을 잘 먹겠구나, 하고 명주는 생각했다.
창고 뒤편에 물길이 있었는데, 배를 대는 자리라 널판이 깔려 있었고, 그 널판 아래로 물이 드나들었다.물소리가 발소리를 덮었다.육정이 앞서 걸으면서 널판이 헐거운 데를 발끝으로 짚어 보고, 짚어 본 자리만 밟게 했다.뒷문이 있었고, 밖에서 걸려 있는 빗장을 뺐다.문을 반 뼘 열자 안에서 냄새가 나왔는데 소금 냄새가 아니었다.오래 씻지 않은 사람의 냄새가 먼저였고, 그 아래에 다른 것이 있었다.한경이 그 냄새를 알았다.피가 마르는 냄새였다.* * *셋째 창고 안이 넓어서 궤짝이 벽을 따라 쌓여 있었고, 가운데가 비어 있었다.비어 있는 자리에 등이 하나 놓여 있었다.등 옆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 강목이었다.무릎을 세우고 벽에 기대앉아 있었는데, 관복이 아니라 속옷 차림이었고 왼팔이 이상한 각도로 놓여 있었다.얼굴 반이 부어 한쪽 눈이 감기지 않았다.한경이 그 앞에 무릎을 꿇자 흙바닥이 축축했다."강 나리."강목이 고개를 들었는데, 드는 데 시간이 걸렸다."…부인.""말하지 마세요."한경이 그 왼팔을 보니 어깨가 빠져 있었고, 손목에 두 줄로 눌린 자국이 있었으며 간격이 손가락 두 마디였다.한경의 손이 그 자국 위에서 멎었다."이거.""부인. 여기 오시면.""닥치세요."한경이 그 어깨를 잡고, 한 손으로 팔꿈치를 받치고 한 손으로 어깨를 눌렀다."이 악무세요. 셋 셀게요."강목이 눈을 감자 감은 눈꺼풀이 한쪽만 제대로 닫혔다."하나." 당겼다.둘도 셋도 세지 않았다.어깨가 소리를 내며 들어갔고, 강목의 몸이 한 번 접혔다가 펴졌으며, 그 숨소리가 방 안에 길게 났다.* * *"…소신을 왜 찾으셨습니까.""찾아야 하니까요.""…적지 말라 하셨는데 소신이 적었습니다.부인 말을 안 들었으니 소신 탓입니다."한경이 그 얼굴을 봤는데, 부은 쪽이 등불을 받아 번들거렸다."강 나리.""…""그거 적어서 폐하가 그 함 안 드셨어요."강목이 눈을 떴는데, 뜨이는 쪽만 떠졌다."나리가 안 적었으면 폐하는 오늘
육정이 이튿날 관가에 나가지 않고 말을 몰아 성 남쪽으로 갔는데, 나루까지 반나절이었고 나루에서 아는 얼굴을 찾는 데 한나절이 더 걸렸다.돌아온 것은 그날 밤이었다.말에서 내리는데 다리가 풀려 중문 기둥을 짚었고, 옷에 소금기가 앉아 있었으며 관복이 아니라 무명 두루마기 차림이었다.한경이 마당으로 나왔는데, 맨발에 신만 꿴 채였다.육정이 그 발을 봤다."신을 고쳐 신으시오.""나리는 다리가 풀려 서 계시지도 못하면서요.""내 다리는 내 다리고.""제 발은 제 발이고요?"육정이 입을 열었다가 그대로 닫았다.한경이 웃음을 터뜨렸고, 중문 안쪽에서 등을 들고 섰던 종이 어깨를 들썩였다가 얼른 등을 고쳐 들었다."…나루에 창고가 열둘이오.""…""그중 하나는 물건을 안 넣소."육정이 기둥에서 손을 떼어 옷에 두 번 문질렀다."열두 해 전부터 그렇다고 하오.소금을 안 넣고, 그렇다고 비어 있지도 않다고.""…누가 그래요?""거기서 배 부리던 늙은이요.내 아비를 알던 자였소."* * *그 밤 서하당에 세 사람이 모였는데, 한경과 육정과 서란이었다.서란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고, 한경이 앉으라 했는데도 꿇은 채였다."네가 아는 것을 다 말해라."육정의 말이었고, 하대였는데 나무라는 소리가 아니었다.서란이 무릎을 모으고 낮은 목소리로 아뢰었다.남포 나루 열두 창고 가운데 셋째 것은 태후마마 사가(私家) 것이라 했다.문서상으로는 남포 조운의 것인데, 조운의 지분 절반이 그 사가로 간다고 했다.거기서 사람을 재웠다는 말도 했는데, 시약장으로 보내기 전 사람들을 며칠씩 재웠고 재우는 동안 값이 정해졌다고."…소인도 거기서 나흘을 잤습니다."방이 조용했다. 밖에서 마당 널이 한 번 울었다."…열두 해 전에요."한경이 두 손을 폈다 접었다가, 두 번 그러고 나서 물었다."거기 지금도 사람 재워?""모릅니다. 다만.""…""소인이 있을 때, 그 창고에 방이 둘 있었습니다.하나는 사람 재우는 방이고, 하나는 문이 안에
그날 밤 한경이 사랑으로 갔다.육정은 서안 앞에 앉아 있었고, 어공 문책 문서가 펴져 있었는데, 사흘째 같은 자리에 펴져 있었다.한경이 문을 닫고, 소매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서안 위에 놓았다."이게 무엇이오.""읽어 보세요."육정이 첫 장을 폈다. 명부였다.이름과 나이와 붉은 줄이 있었고, 육정이 두 번째 장을 펴자 「입회」 칸이 있었으며, 이름이 둘 있었다.심가 가주. 그리고 열 살, 심명주.육정의 손이 멎었고, 한경이 그 앞에 앉았다."제가 열 살 때 어디 갔었는지 몰라요. 기억이 안 나요.우리 아버지가 마지막에 그 말 하려다 돌아가셨고요."육정이 고개를 들었는데, 든 얼굴이 등불 쪽으로 반쯤 돌아갔다."…부인.""그리고 하나 더요."한경이 편지 한 장을 밀어 놓았는데, 접힌 자국이 여러 번 진 종이였다.「그 집 안주인이 이상합니다.소인이 아는 명주 아씨가 아닙니다.」* * *육정이 그 편지를 오래 보는 동안 방에 등불 하나가 있었고 심지가 타면서 소리를 냈으며, 마당에서 종이 물을 붓는 소리가 두 번 났다가 그쳤다."…이걸 누가 썼소.""서란이요.""곁방 아이가.""태후마마 사람이에요.봄에 이 집에 들어온 것도 그래서고요."육정이 편지를 내려놓았는데, 내려놓는 손이 떨리지 않았다."…부인은 이걸 언제부터 알았소.""서란이 정체는 두 달쯤 됐어요.이 편지는 오늘 봤고요.""…""나리.""…""나 이거 왜 나리한테 보여 드리는지 아세요?"육정이 대답하지 않았고, 종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이거 알면 나리도 위험해져요.그래서 여태 안 보여 드렸어요.근데 지금은 나리가 몰라서 더 위험해요."한경이 서안 위의 종이를 정리해서 세 장을 겹치지 않게 폈다."강 심약이 이틀 전에 없어졌어요."육정의 어깨가 굳었고, 굳으면서 서안을 짚은 손이 주먹이 되었다."태의원 방이 다 뒤집혀 있었고, 사람 끌려 나간 자국이 있었어요.신 깨끗한 자들이 왔대요.""부인.""나리. 이제 나리 차례일 수도 있
뒤채 우물은 태의원 담 안쪽에 있었는데, 두레박이 없었고 물때가 두껍게 앉은, 쓰지 않는 우물이었다.우물 전을 두른 돌이 여섯이라, 한경이 문 쪽에서부터 하나 둘 세어 나가다가 세 번째 돌 앞에 섰다.한경이 손끝으로 밀어 보았지만 돌은 움직이지 않았다.치맛단을 무릎 위로 걷어 올리고 두 손으로 잡자, 손톱 밑에 물때가 끼었고 돌이 반 치 들리다 도로 내려앉았다.한 번 더 들자 들린 자리 아래 흙이 있었고, 흙 속에 기름종이로 싼 것이 있었다. 열쇠였다.* * *문갑은 방 안쪽 벽에 붙어 있었다.뒤집힌 방에서 문갑만 제자리에 있었다.뒤진 자들이 문갑은 열어 보지 않았는데, 자물쇠가 걸린 것을 보고 지나간 것 같았고 지나간 이유는 아마 그 자물쇠가 너무 낡아서였다.열쇠가 들어갔고, 아래 칸을 당기자 안에 종이가 두 뭉치 있었다.첫째 뭉치는 시약 명부의 사본이었다.서란이 옮겨 적은 것과 글씨가 달라서 획이 굵고 빨랐다. 강목의 글씨였다.열두 해 전 장이 맨 위에 있었는데, 붉은 줄이 그어진 이름 가운데 하나에 먹으로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강윤(姜潤). 열아홉.동그라미가 여러 번 덧그려져 있었고, 종이가 그 자리만 얇아져 있었으며, 한 군데는 아예 뚫려 있었다.십수 년 동안 같은 자리를 몇 번이나 덧그렸는지는 세지 않았다.* * *궤 안 둘째 뭉치는 명부가 아니었다. 편지였다.봉함이 뜯긴 것이 열두 통쯤 되었고, 받는 사람 이름이 다 같았다.강목에게. 보낸 사람 이름은 없었고, 글씨가 곱고 획이 흔들리지 않았는데, 한경이 첫 장을 폈다.「형님 이름이 열두 해 전 장에 있습니다.소인이 그것을 보았습니다.」한경이 두 번째 장을 펼쳐 보았다.「그 장이 어디 있는지 소인은 압니다.아직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한경이 세 번째 장을 이어서 폈다.「소인이 그 집에 들어갑니다. 육가입니다.소인을 보내는 분이 그리 정하셨고, 소인은 갈 수밖에 없습니다.」한경의 손이 멎었다가, 이내 네 번째 장을 폈다.「그 집 안주인이 이상합니
강목이 문서를 올린 것은 이튿날 아침이었다.종이 한 장에 품목과 색과 무게와 갈았을 때의 결을 적고, 맨 마지막 줄에 무엇이 섞였는지를 적었다.문장을 짧게 썼는데, 짧게 쓸수록 고칠 데가 없었다.봉하지 않고 편전으로 올렸는데, 봉한 것은 누가 뜯었는지 알 수 없다.내관이 그것을 받아 들어갔고, 황제가 그 종이를 읽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으며, 읽고 나서 접지 않고 서안 위에 그대로 두었다."…이 자를 오라 하라."강목이 편전에 들어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이마를 붙였다."네가 썼느냐.""예, 폐하.""네 이름을 걸었구나.""…소신의 이름밖에 걸 것이 없사옵니다."황제가 그 종이를 손끝으로 반 치 밀었다."짐은 이름을 걸 데가 없다.걸면 나라가 따라오더구나."농이었다. 편전이 조용해졌다.내관은 웃어야 하는지 몰라 이마를 더 붙였고, 승지는 붓을 든 채로 멎었다.강목만 고개를 들었다가, 무례인 줄 알고 도로 내렸다."…아무도 안 웃는군.""…황공하옵니다.""짐이 농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방에서 웃으면 죄가 되는 것이겠지."강목이 이마를 붙인 채로 웃었고, 소리가 났다.나고 나서 등이 굳었다.황제가 그 소리를 들었다."이름값을 하는구나."황제가 종이를 손끝으로 누르자 누른 자리가 서안 위에서 조금 밀렸다."…오늘부터 태의원에 들지 마라."강목이 고개를 들었는데, 드는 것을 스스로 알아채지 못한 얼굴이었다."집에도 가지 마라.성 밖으로도 나가지 마라.""폐하.""짐이 부를 때까지 궁 안에 있으라.처소를 내어 주겠다."강목이 이마를 바닥에 붙였고, 붙인 채로 말을 이었다."…황공하오나, 소신이 궁에 머물면 소신을 찾는 자가 궁 안으로 들어옵니다.""…""소신이 밖에 있어야 밖에서 끝납니다."황제가 오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편전 밖에서 발소리가 한 번 지나갔다."…물러가라."* * *그날 낮에 강목이 육가에 들르지 않았고, 한경이 저녁까지 기다렸다.오어멈이 두 번 문을 내다봤고, 서란
함이 태의원에 든 것은 신시였다.내관이 강목에게 직접 건네면서, 다른 자를 거치지 말라는 말과 무엇으로 빚었는지 적어 올리라는 명을 함께 전했다.강목이 함을 받아 무릎 위에 놓았다.내관이 물러간 뒤에도 뚜껑을 열지 않았는데, 옆에 있던 서리가 무슨 함이냐고 물었고, 강목이 물목함이라 했다.서리가 나가고 문을 닫은 다음에야 강목이 뚜껑을 열었다.붉은 알이 옥합에 담겨 있었고, 겉이 기름을 먹인 듯 매끄러웠다.지난 것들과 색이 조금 달랐는데, 붉은 기가 더 짙었고 알을 기울이자 표면에서 빛이 한 점으로 맺혔다.강목이 붉은 알을 등불에 비췄다. 오래 비췄다.오래 비춰 보고 나서 함을 닫고 두 손을 무릎에 놓았는데, 그 손이 떨리고 있었다.* * *그날 밤 강목이 육가에 왔는데, 중문을 두드리지 않고 뒷문으로 왔다.서란이 문을 열었고, 강목을 보고 한 번 굳었다가 비켜섰다.곁방에 앉아 등을 켜지 않았고, 한경이 들어와 앉자마자 강목이 말했다."폐하께서 소신에게 함을 하나 보내셨습니다.""무슨 함요.""태후마마께서 오늘 낮에 폐하께 올리신 것입니다.무엇으로 빚었는지 적어 올리라 하셨습니다."한경이 그를 봤는데, 등불이 낮아서 눈 밑이 어두웠다."열어 보셨어요?""예.""뭐였는데요."강목이 대답하지 않았고, 성한 손이 옥합 쪽으로 반쯤 갔다가 돌아왔다."강 나리.""…주사입니다.""그건 원래—""주사만이 아닙니다."강목이 소매에서 종이를 꺼냈는데, 접힌 것이었고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소신이 여태 감별한 것들과 색이 다릅니다.붉은 기가 짙고, 갈아 보면 가루가 더 무겁습니다.무거운 것이 섞여 있다는 뜻입니다.""납요?"강목이 고개를 들었는데, 드는 데 한 박자가 걸렸다."…부인은 그것도 아십니까.""단맛 나면 납이에요.잇몸에 회색 선 생기고, 배가 아프고, 애들은 그거 먹으면 바보가 돼요."강목이 종이를 무릎 위에 놓았고, 놓은 종이를 손바닥으로 한 번 폈다."…소신이 이것을 적어 올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