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11화. 재개발

Penulis: Jino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10-23 12:02:34

6월 첫 토요일 새벽, 지운의 휴대폰이 두 그릇 자리 탁자 위에 엎어져 있었다. 화면이 아래로 가게. 보라는 솥을 저으면서 그걸 한 번 봤다. 엎어 놓아도 뭐가 떠 있는지는 안다. 두 주 전에 두라고 한 사람이 보라였다.

「두라고 했으니 둔 거지.」

벽 달력은 6월로 넘어가 있었다. 미자 이모네 달력 6월 생선은 농어였다. 보라는 그 농어를 보고 솥을 한 번 더 저었다. 아침 국물이 걸쭉하게 올라오는 때였다.

지운은 뚝배기를 두 손으로 돌려 놓고 숟가락을 세워 한 번 저었다. 국물 세 번. 그다음 밥. 보라는 이제 그걸 보고도 손이 멈추지 않았다. 멈추지 않으려고 파를 썰었다. 파는 벌써 충분했다.

"비번이에요, 오늘?"

"네. 내일 당번이고요."

"그럼 오늘 새벽은 왜 왔어요. 자지."

"배가 고파서요."

새벽 배달 기사 둘이 들어와 창가에 앉았다. 늘 오는 둘이었다. 하나가 두 그릇 자리를 보고 "저 양반 아직도 두 그릇이야?" 했고, 다른 하나가 "두 달째지" 했다. 보라는 묻지도 않은 두 그릇을 떠다 주면서 "드세요" 했다. 기사 하나가 "사장님은 세입자한테만 눈이 가" 했다. 보라는 깍두기를 한 접시 더 놓았다. 깍두기를 더 놓으면 입이 닫혔다.

지운은 두 그릇을 다 비우고 일어나 그릇을 겹쳐 들었다. 설거지통 쪽으로 가면서 말했다.

"누나, 잘 먹었습니다."

"누나 아니라니까요."

"네."

네, 하고는 소매를 걷었다. 왼손 손등 흉터가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 보라는 그만하라고 하지 않았다. 두 달 동안 그만하라고 해 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배웠다. 대신 지운이 설거지를 하는 동안 보라는 그 옆에서 뚝배기를 닦았다. 둘이 하니까 빨리 끝났다. 그게 전부였다.

소정은 앞치마를 이제는 한 번에 묶었다. 창가 그릇을 걷어 오다가 설거지통 앞에 나란히 선 둘을 보고 아무 말도 안 했다. 안 하는 대신 입을 꾹 다물었다. 보라는 그 입이 더 시끄러웠다.

"뭐."

"아무것도요, 사장님."

◎

8시가 조금 넘어서 골목이 이상해졌다.

소리가 먼저 달라졌다. 생선 손질하는 소리, 방앗간 기계 소리, 황복례가 누구한테 소리치는 소리 사이로 구두 소리가 들어왔다. 시장 골목에서 구두 소리는 드물었다. 다들 장화 아니면 슬리퍼였다.

보라는 유리문 너머로 봤다. 양복 입은 사람 셋이 황씨네 앞에 서 있었다. 하나는 둘둘 만 종이를 들었고, 하나는 수첩에 뭘 적었고, 하나는 고개를 들어 2층 창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보라국밥 2층 창도 올려다봤다. 지운 방 창이었다.

황복례가 상자를 내려놓고 그 앞으로 나갔다. 목소리가 유리를 넘어 들어왔다.

"뭐 하는 사람들이야. 살 거야, 말 거야."

종이 든 사람이 명함을 내밀었다. 황복례는 명함을 받아서 눈에서 멀리 떼고 읽었다. 돋보기를 안 가지고 나온 모양이었다. 읽고 나서 황복례가 명함을 든 채로 보라국밥 쪽을 봤다. 그 눈이 보라를 찾았다. 보라는 솥 뒤에 있었다.

미자 이모가 생선가게 앞치마를 벗지도 않고 건너왔다. 둘이 머리를 맞댔다. 둘이 머리를 맞대면 시장에 비밀이 없어졌다. 복순 할머니는 방앗간 문 앞에 의자를 내놓고 앉아서 그 셋을 구경했다. 구경하다가 "떡 살 거요?" 하고 물었다. 아무도 대답을 안 했다.

"재개발이래요." 소정이 창에 붙어서 말했다. "명함에 그렇게 써 있대요. 새뜰지구 뭐라고."

"창에서 떨어져. 손님인 줄 알아."

"손님 아닌 건 저도 알겠는데요."

소정은 떨어지지 않았다. 지운이 걸레를 들고 소정 옆에 가서 같이 봤다. 둘이 나란히 서니까 유리문이 다 가려졌다. 보라는 "둘 다 비켜" 했다. 둘 다 안 비켰다.

재개발 얘기는 시장에서 몇 해에 한 번씩 돌다가 없어지는 얘기였다. 아버지 때도 한 번 돌았다. 아버지는 그때 "국밥집 자리는 안 판다" 하고 솥 뚜껑을 닫았고, 그걸로 끝이었다. 보라는 그 생각을 하면서 국자를 솥에 걸쳤다.

양복 셋이 골목을 따라 내려왔다. 고개 들고 창을 보던 사람이 맨 앞이었다. 그 사람 걸음을 보라는 알았다. 왼발을 조금 끄는 걸음. 발이 아픈 게 아니라 버릇이었다. 8년 동안 옆에서 걸은 걸음이었다.

도마 소리가 났다. 보라 손이 깍두기 무를 꺼내 썰고 있었다. 생각하기 전에 손이 먼저였다.

◎

유리문이 열렸다.

"오랜만이다, 보라야."

보라는 돌아보지 않았다. 도마 소리가 커졌다. 무가 한 토막, 두 토막, 세 토막. 지운이 바닥 걸레질을 하다가 허리를 폈다. 소정이 보라를 봤다가 문 쪽을 봤다가, 다시 보라를 봤다.

"국밥집 냄새는 그대로네."

「고정우.」

3년 전 이 가게 문 앞에서 들은 말이 그 말이었다. 국밥집 냄새. 보라는 그날 이후로 그 말을 입 밖에 낸 적이 없었고, 지금 그 말을 한 사람이 그 자리에 다시 서 있었다.

보라는 무를 다 썰고 나서야 칼을 놓고 돌아섰다. 고정우는 3년 전보다 살이 조금 붙었고, 머리를 뒤로 넘겼고, 양복이 몸에 맞았다. 가슴에 회사 패찰을 달았다. 과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보라는 그걸 읽고 나서 눈을 들었다.

"드실 거면 앉으시고, 아니면 나가세요."

"보라야."

"손님이면 앉으세요."

정우가 웃었다. 옛날에 보라가 짜증 내면 웃던 그 웃음이었다. 정우는 두 그릇 자리에 앉으려다가, 탁자에 엎어진 휴대폰을 보고 옆자리로 갔다. 창가에 앉았다. 뒤에 섰던 둘은 밖에 남았다. 수첩 든 쪽이 가게 간판을 올려다보며 뭘 적었다. 간판에 적을 게 뭐가 있나, 보라는 생각했다. 보라국밥, 네 글자였다.

"국밥 하나."

보라는 국밥을 떴다. 손이 떨리지 않았다. 떨리지 않는 손을 보라는 남의 손처럼 봤다. 뚝배기를 놓고, 깍두기를 놓고, 돌아섰다. 정우는 뚝배기를 돌리지 않았다. 숟가락으로 밥부터 떴다. 보라는 그걸 안 보려고 했는데 봤다.

"어머니는 잘 계시고?"

"청솔리에."

"여전히 멀구나, 거기."

보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멀다는 말을 정우한테서 들을 이유가 없었다. 정우는 청솔리에 두 번 갔다. 두 번 다 차를 끌고 가서 두 번 다 길이 멀다고 했다.

정우가 숟가락을 든 채로 가게 안쪽 계단을 봤다.

"2층은 아직 그대로야? 아버님 방."

"세 놨어."

"시장 2층에 누가 들어와."

보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안쪽 벽에서 걸레 짜는 소리가 멈췄다. 보라는 그 소리가 멈춘 것을 들었고, 정우는 못 들었다. 정우는 밥을 한 숟가락 더 떴다.

지운은 걸레를 쥔 채로 가게 안쪽 벽에 서 있었다. 보라는 지운 쪽을 안 봤다. 봐야 할 이유가 없었다. 세입자고, 손님이고, 비번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안 보는데도 거기 서 있는 게 느껴져서, 보라는 그게 싫었다.

유리문이 또 열렸다. 황복례가 멸치 상자도 없이 들어왔다. 뒤에 미자 이모. 둘은 자리에 앉지도 않고 계산대 옆에 섰다.

"저놈이 그놈이냐."

"쉿."

황복례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정우가 숟가락을 든 채로 그쪽을 봤다. 미자 이모가 황복례 팔을 잡아당겼다. 황복례는 끌려가지 않았다. 팔짱을 끼고 서서 정우를 위에서 아래로 봤다. 두 달 전 지운을 보던 눈으로 봤는데, 그때와 결과가 달랐다.

"국밥 두 개요, 사장님."

미자 이모가 괜히 주문을 했다. 보라는 두 그릇을 더 떴다. 황복례와 미자 이모는 정우 뒷자리에 앉아서 먹었다. 먹으면서 안 보는 척 봤다. 황복례는 국밥 앞에서 말을 안 하는 사람인데, 오늘은 숟가락을 든 채로 한마디 했다.

"보라야, 이 집 깍두기 오늘 왜 이렇게 매워."

"무가 매워요."

"그래, 무가 맵겠지."

소정이 물컵을 들고 정우 탁자로 갔다. 물을 따르면서 정우 패찰을 읽었다. 읽고 나서 보라한테 돌아와 작게 말했다. "과장이래요." 보라는 "들었어" 했다. 소정은 "저 사람 밥부터 먹어요" 했다. 보라는 "다 봤어" 했다.

정우는 반 그릇을 남겼다. 숟가락을 놓고 손수건으로 입을 닦았다. 손수건을 쓰는 사람이었다. 3년 전에도 그랬다. 정우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보라는 받지 않았다. 명함이 탁자에 그대로 있었다.

"시행사에서 일해. 이 구역 맡았어. 설명회 하기 전에 먼저 인사하려고 왔다."

"인사했으니까 가세요."

"날짜 잡히면 상인회로 공문 갈 거야. 네 몫은 내가 챙길게."

"내 몫은 내가 챙겨요."

황복례가 뒤에서 숟가락을 탁 놓았다. 미자 이모가 황복례 발을 또 밟으려다가 못 밟았다. 황복례가 발을 먼저 치웠다.

"보라야, 나 일로 온 거야."

"일이면 더 할 말 없어요."

정우가 일어났다. 보라보다 반 뼘 컸는데, 지금 보니 그 반 뼘이 별로 크지 않았다. 가게 안쪽에 선 사람과 견주게 돼서 그랬다. 보라는 그 비교를 하고 나서 깍두기 통 뚜껑을 세게 닫았다.

정우가 계산대로 왔다. 오는 길에 바닥이 젖어 있었다. 지운이 짠 걸레에서 물이 떨어진 자리였다. 정우 구두가 그 위를 밟고 지나갔다. 지운은 걸레를 다시 짜지 않았다. 정우가 카드를 냈다. 보라는 카드를 두 손으로 받지 않았다. 한 손으로 받아서 긁고 한 손으로 돌려줬다. 황복례가 뒤에서 그걸 봤다. 미자 이모가 황복례 발을 밟았다.

정우는 카드를 지갑에 넣고 유리문 손잡이를 잡았다. 잡은 채로 돌아섰다. 가게를 한 바퀴 둘러봤다. 솥, 테이블 여섯 개, 벽에 걸린 메뉴판, 그리고 보라. 그다음 안쪽 벽에 선 지운을 봤다. 잠깐이었다. 정우는 지운을 세입자로도 손님으로도 안 봤다. 벽을 보는 눈이었다.

"가게, 좋은 값에 팔아. 네 아빠도 원했을걸."

보라는 국자를 들었다. 솥을 저으려고 든 게 아니었다. 들고만 있었다.

"아빠 얘기 하지 마."

(11화 끝)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baru

  • 열 살 연하 세입자가 결혼하자고 한다   20화. 국밥 1

    기일에는 가게를 닫았다. 5년 동안 그랬다. 유리문에 종이를 붙였다. «오늘 쉽니다.» 그 종이는 한 해에 한 번만 붙었다.새벽 4시 50분에 보라는 그래도 솥 앞에 섰다. 불은 안 올렸다. 뚜껑만 열었다. 어제 끓인 국물이 식어서 위에 기름이 굳어 있었다. 보라는 그 솥을 보고 작게 말했다. 매일 하는 그 말을. 오늘은 그 말 뒤에 "다녀올게" 하나가 더 붙었다.보온통에 국밥을 담았다. 두 그릇. 밥 따로, 국물 따로. 청솔리까지 두 시간이면 식을 거였다. 식어도 국밥이었다. 어떤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지운이 계단을 내려왔다. 셋째 계단을 넘었다. 검은 셔츠에 검은 바지였다. 보라도 검은 옷이었다. 둘이 가게 안에 서 있으니까 가게가 상갓집 같았다. 보라는 그 생각을 하고 보온통 뚜껑을 세게 닫았다."비번 맞아요?""성준이랑 바꿨습니다.""그 떠버리가 바꿔 줬어요?""소정 씨한테 잘 보이고 싶다고요."보라는 보온통을 들었다. 지운이 받아 들었다. 보라는 안 줬는데 지운 손에 가 있었다. 그 손이었다. 손등 반이 다른 색인 손.휴대폰이 울렸다. 소정이었다. «사장님, 잘 다녀오세요. 가게는 제가 한 번 들여다볼게요.» 닫은 가게를 뭘 들여다본다는 건지 몰랐다. 보라는 «고마워» 하고 보냈다. 짧은 답이었다. 보라 문자는 늘 그랬다.◎첫차는 6시였다. 터미널까지 걸었다. 시장은 아직 셔터가 내려와 있었다. 황씨네 앞을 지나는데 셔터 밑으로 불빛이 새어 나왔다. 황복례가 안에서 "다녀와라" 했다. 셔터를 안 올리고 말했다. 보라는 "네" 했다. 지운이 고개를 숙였다. 셔터한테.터미널 매점 앞에서 지운이 가방을 열어 보였다. 소주 한 병이 들어 있었다."산소에 뭘 가져가는지 몰라서요. 사장님이 저녁에 한 잔씩 하셨

  • 열 살 연하 세입자가 결혼하자고 한다   19화. 갚을 때까지 먹어라

    8월 첫 토요일 밤 9시에 «퇴근.»이 왔다.보라는 가게 안에 있었다. 닫은 지 여섯 시간이 지난 가게였다. 솥에는 국물이 두 그릇 남아 있었다. 남긴 거였다. 보라는 «국밥 남았음» 하고 보냈다. 점은 안 찍었다. 저쪽은 찍고 이쪽은 안 찍는 게 이제 보통이었다.야시장 밤 뒤로 일주일이 갔다. 보라는 그날 밤 둑길에서 아무 말도 안 하고 돌아왔다. 지운이 뒤에서 따라왔다. 둘 다 말을 안 했다. 가게에 오니까 국자가 바닥에 그대로 있었고, 솥은 황복례가 뚜껑을 덮어 놨고, 소정이 돈통을 안고 앉아 있었다. 그 뒤로 일주일 동안 시장 사람들은 보라를 볼 때마다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황복례도 그랬다. 황복례가 입을 닫는 건 국밥 앞에서뿐이었는데, 이번 주는 보라 앞에서도 닫았다.지운은 똑같이 왔다. 당번 다음 날 5시 40분, 두 그릇. 비번 날 설거지. "누나, 잘 먹었습니다." 똑같이. 보라는 똑같이 "누나 아니에요" 했다. 그 말이 이번 주에는 잘 안 나왔다.보라는 일주일 동안 세 번 물으려고 했다. 뭘 갚는다는 건지. 한 번은 솥 앞에서, 한 번은 설거지통 앞에서, 한 번은 계단 밑에서. 세 번 다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소정이 수요일에 "사장님, 왜 안 물어봐요" 했다. 보라는 "뭘" 했다. 소정은 "뭘, 이라뇨. 시장 사람들이 다 궁금해하는 그거요" 했다. 보라는 "물어서 나올 거면 벌써 나왔어" 했다. 소정은 "그래도 물어봐야 나오죠" 했다. 보라는 파를 썰었다.「물어서 나올 거면.」그렇게 믿고 넉 달을 안 물었다. 믿은 게 아니라 무서웠는지도 몰랐다. 나오면 뭐가 나올지.9시 20분에 유리문이 열렸다. 지운이 들어왔다. 훈련복 차림이었다. 땀 냄새가 났다. 두 그릇 자리에 앉았다. 보라는 한 그릇을 떴다. 뚝배기를 돌리고, 숟가락을 세우고, 세 번."늦었네요.""훈련이 길

  • 열 살 연하 세입자가 결혼하자고 한다   18화. 열 살

    야시장은 한 해에 하루였다. 7월 마지막 토요일 저녁. 상인회에서 골목에 전구 줄을 걸고, 가게마다 좌판을 밖으로 냈다. 아버지 때부터 보라국밥은 그날 솥을 골목으로 내놨다. 솥째로. 종이 그릇에 국밥을 담아 팔았다. 한 해에 하루만 보라국밥이 저녁 장사를 했다.새벽에 보라가 지운한테 말했다. 두 그릇째를 먹을 때였다."오늘 야시장이에요. 저녁에 솥 내놔야 돼요.""네.""솥 무거워요. 상인회에 사람 불러야 되는데.""제가 들겠습니다.""혼자 못 들어요.""성준이 옵니다.""벌써 불렀어요?""지난주에요."보라는 지난주에 야시장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 지운이 어디서 들었는지는 안 물었다. 시장에서는 뭐든 다 들렸다.솥을 옮기는 게 일이었다. 아버지 살아 있을 때는 아버지와 황씨네 남자들이 들었다. 아버지 돌아가신 뒤로는 상인회 젊은 사람들을 불렀다. 올해는 안 불렀다. 지운이 들었다. 성준이 반대쪽을 잡았다. 둘이 솥을 들고 유리문을 나가는데 성준이 "이거 몇 킬로야" 했고, 지운이 "말하지 마" 했다. 보라는 뒤에서 국자를 들고 따라 나갔다."거기요. 전구 밑에."솥이 내려앉았다. 골목 바닥이 울렸다. 황복례가 건너편에서 "저 힘 봐라" 했다. 미자 이모가 "둘이 드는 건데요" 했다. 황복례가 "그래도 저쪽이 더 드는 거 안 보이냐" 했다. 성준이 "저도 들었는데요" 했다. 아무도 대답을 안 했다.소정이 종이 그릇을 쌓았다. 소정은 오전 알바인데 오늘은 저녁까지 나왔다. 돈을 더 주겠다고 했더니 "안 받아요" 했다. 안 받는 이유를 보라는 알았다. 성준이 전구 줄을 고치고 있었다.6시에 전구가 켜졌다. 하나가 안 켜졌다. 보라국밥 솥 바로 위 전구였다. 성준이 사다리를 가져왔고 지운이 올라갔다. 전구를 돌렸다. 켜졌다. 황복례가 "저 키면 사

  • 열 살 연하 세입자가 결혼하자고 한다   17화. 맛은

    엄마는 토요일 9시에 왔다. 장마가 그 전날 끝났다.새벽에 지운이 두 그릇을 먹을 때 보라가 말했다. 솥을 저으면서, 지운을 안 보고."오늘 엄마 와요.""네."네, 가 평소보다 늦게 나왔다. 보라는 그걸 들었다. 지운은 숟가락을 든 채로 유리문을 한 번 봤다. 아직 캄캄한 유리문이었다. 거기 아무도 없었다. 지운은 다시 먹었다. 먹는 속도가 느려졌다가 다시 빨라졌다. 보라는 그것도 들었다. 숟가락 소리로."비번이죠, 오늘.""네.""그럼 나가 있어도 돼요. 엄마 있으면 불편할 텐데.""안 불편합니다.""지운 씨가 아니라 엄마가요.""……그래도 있겠습니다."보라는 엄마가 오는 걸 유리문 너머로 먼저 봤다. 아니, 황복례가 먼저 봤다. 골목 저쪽에서 "옥순아!" 하는 소리가 났고, 그다음에 엄마가 보였다. 양손에 보따리를 하나씩 들고, 등에는 배낭을 메고, 모자를 쓴 채였다. 밭에서 쓰는 모자였다. 그걸 쓰고 버스를 두 시간 타고 왔다.황복례가 엄마 보따리 하나를 뺏어 들었다. 미자 이모가 생선가게에서 나와서 다른 하나를 뺏었다. 엄마는 빈손으로 유리문을 열었다. 셋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가게가 좁아졌다."왔다.""왔네."보라는 솥 뒤에서 나오지 않았다. 엄마도 솥 쪽으로 오지 않았다. 둘은 그렇게 인사했다. 5년 동안 그렇게 인사했다.엄마가 가게를 둘러봤다. 솥, 테이블 여섯 개, 메뉴판, 벽 달력. 7월 달력 생선은 민어였다. 엄마 눈이 달력에서 설거지통으로 갔다. 거기 지운이 있었다. 비번이었고, 소매를 걷고, 뚝배기를 닦다가 멈춘 채였다.엄마가 지운을 봤다.오래 봤다. 보라가 세어 보지 않았는데도 길었다. 황복례가 입을 열려다가 미자 이모한테 팔을 잡혔다. 소정이 뚝배기를

  • 열 살 연하 세입자가 결혼하자고 한다   16화. 첫 문자

    화요일 저녁 6시 10분에 휴대폰이 울렸다.보라는 솥을 닦고 있었다. 손에 물이 묻어서 앞치마에 닦고 휴대폰을 집었다. 모르는 번호였다. 보라는 모르는 번호는 안 받는 사람인데, 이건 전화가 아니라 문자였다.«퇴근.»두 글자에 점 하나. 보라는 그걸 한참 봤다. 누군지 묻지 않아도 알았다. 퇴근이라는 말을 보라한테 할 사람이 그 사람밖에 없었다. 보라는 번호를 저장했다. 이름 칸에 뭐라고 쓸지 몰라서 «2층»이라고 썼다.답을 쓰려고 자판을 열었다. 뭐라고 쓸지 또 몰랐다. 퇴근했으니 오라는 건지, 퇴근했다고 알리는 건지, 퇴근했으니 밥을 달라는 건지. 보라는 솥을 봤다. 점심 지나고 남은 국물이 반 솥 있었다.«국밥 남았음»쓰고 나서 보냈다. 보내고 나서 위에 뜬 «퇴근.»을 다시 봤다. 점이 있었다. 보라 것에는 없었다. 보라는 자판을 다시 열어서 점 하나를 쳤다. 점만 따로 보내는 건 더 이상해서 지웠다.「뭐 하는 거야.」휴대폰을 엎었다. 엎어 놓고 솥을 닦았다. 바깥에 비가 왔다. 장마가 그날 시작됐다. 유리문에 빗방울이 붙었고, 골목 셔터들이 일찍 내려갔다.20분 뒤에 유리문이 열렸다. 지운이 젖어서 들어왔다. 머리에서 물이 떨어졌다. 보라는 수건을 던졌다. 지운이 받았다. 받아서 머리를 닦고, 두 그릇 자리에 앉았다."남았다고 하셔서요.""남았어요."보라는 국밥을 떴다. 한 그릇이었다. 저녁이니까. 지운이 뚝배기를 돌리고 숟가락을 세우고 세 번. 보라는 그 앞에 서서 봤다. 저녁에 가게에 손님이 앉아 있는 게 두 달 만이었다. 그때는 성준도 있었다. 지금은 하나였다."지운 씨는 문자에 점을 꼭 찍네요."보라가 말했다. 솥 뚜껑을 닫으면서. 지운이 숟가락을 든 채로

  • 열 살 연하 세입자가 결혼하자고 한다   15화. 두 그릇 자리

    7월 첫 토요일 새벽, 사이렌이 세 번 지나갔다.보라는 솥 앞에서 세 번을 다 들었다. 새뜰소방서 쪽에서 나와서 큰길로 빠지는 소리였다. 하나가 아니라 셋이 줄줄이. 보라는 국자를 든 채로 유리문을 봤다. 아직 캄캄했다. 4시 55분이었다. 손목시계로는 5시였다.사이렌은 새벽에도 났다. 늘 나는 소리였다. 그런데 셋이 줄지어 가는 건 드물었다. 보라는 솥을 저었다. 저으면서 시계를 봤다. 5시 40분이 됐다. 두 그릇 자리는 비어 있었다. 지운은 어제 당번이었다. 당번 다음 날 아침이면 5시 40분에 유리문이 열려야 했다.6시가 됐다. 안 열렸다.새벽 배달 기사 둘이 와서 창가에 앉았다. 하나가 두 그릇 자리를 보고 "오늘은 안 왔네" 했다. 보라는 "네" 했다. 다른 하나가 "아까 소방차 나가던데" 했다. 보라는 두 그릇을 떠다 주고 깍두기를 놓았다. 손이 평소보다 느렸다.5시 반부터 와 있던 소정이 그 말을 듣고 휴대폰을 꺼내 보더니 보라 앞에 내밀었다."사장님, 산불이래요. 옆 시 뒷산이요. 밤에 났대요. 바람이 세서 안 꺼진대요. 새뜰소방서도 지원 나갔다고 나와요."보라는 화면을 봤다. 산 하나가 벌겋게 찍힌 사진이 있었다. 밤 사진이었다. 벌건 선이 산등성이를 따라 길었다. 보라는 그 선을 보다가 휴대폰을 소정한테 돌려줬다."가게 하자.""사장님.""손님 와."손님이 왔다. 보라는 국밥을 떴다. 두 그릇 자리에는 손님을 앉히지 않았다. 소정이 그 자리로 손님을 안내하려고 하자 보라가 "거긴 안 돼" 했다. 소정이 "왜요" 했다. 보라가 "안 돼" 했다. 소정은 손님을 창가로 보냈다.◎황복례가 10시에 들어왔다. 멸치 상자 없이, 휴대폰을 들고."보라야, 48시간이란다.""뭐가요.""지원 나간 거. 이틀 꼬박 있다 온다고. 미자가 소방서 앞에 가서 물어봤어. 구조대 다 갔대. 그 떠버리 총각도 갔고, 니네 총각도 갔고.""우리 총각 아니에요.""그럼 누구 총각이냐."보라는 솥을 저었다. 복순 할머니가 유리문을 반만 열

Bab Lainnya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