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제82화. 기나긴 터널의 끝(2)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얕은 흐느낌. 채원이 당황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한 번 터진 감정의 둑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렸다. "흑... 으흑..." 눈가에 맺힌 눈물이 뺨을 타고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지독했던 상처와 분노, 그리고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긴장감이 한꺼번에 녹아내리며 터져 나오는 안도의 눈물이었다. 채원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려던 찰나였다. "채원아." 등 뒤에서 낮고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커다랗고 단단한
"아아아악!! 안 돼!! 무효야!! 15년이라니!! 내가 왜 15년이야!! 재판장!! 너 얼마 받았어!! 서도진 그 새끼한테 얼마 처먹었냐고!!" 교도관 세 명이 달려들어 발악하는 송 여사의 양팔을 꺾고 포승줄을 단단히 조였다. "놔!! 놓으라고 이 새끼들아!! 내가 누군 줄 알아!! 나 한성그룹 회장 송미란이야!! 이것들 안 놔?!!" "조용히 하세요! 법정 모독으로 추가 기소되기 싫으면!" 교도관의 호통에도 송 여사는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바닥에 주저앉은 유라 역시 교도관들에게 목덜미를 잡힌 채 질질 끌려 일어나야만
제81화. 기나긴 터널의 끝(1)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 무거운 정적이 흐르는 법정 안, 수백 명의 방청객과 기자들이 숨을 죽인 채 단상 위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꽂힌 곳. 피고인석. 그곳에는 한때 한성그룹의 안주인으로 군림했던 송미란과, 그녀의 딸 한유라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 채원은 방청석 맨 앞줄에 앉아 그 두 사람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화려한 명품 수트와 수천만 원짜리 보석으로 온몸을 휘감고 다니던 두 모녀. 하지만 지금 그들이 입고 있는 것은 칙칙한 연녹색 미결수복이
제80화. 추락하는 것들(2) "서도진!! 한채원!! 너희들이 날 이렇게 만들고 무사할 줄 알아!! 내가 가만 안 둬!! 죽어서도 저주할 거야!!" 문이 닫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송 여사의 악에 받친 저주가 들려왔지만, 그 소리는 이내 경찰차 사이렌 소리에 묻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가자. 기자들이 떼로 몰려오기 전에 밑으로 빠져나가야 해." 도진이 채원을 이끌고 비상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강당에 남은 주주들은 완전히 넋이 나간 채, 한성그룹의 새로운 주인이 될 채원의 뒷모습만을 경외감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
"그래서 한 본부장이 사고가 났던 거야? 맙소사..." 침묵이 깨지자마자 엄청난 소란이 일었다. 주주들이 두 모녀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맹렬한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악마 같은 년들!! 사람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런 짓을 해!!" "살인마!! 우리 회사를 살인마가 경영하고 있었다고?!" "당장 구속해! 당장 감방에 처넣어!!!" 사람들의 분노 어린 고함에, 유라가 귀를 틀어막으며 비명을 질렀다. "아니야!! 거짓말이야!! 난 몰라!! 난 모르는 일이라고!!" 유라가 미친 사람처럼 펄쩍펄쩍 뛰며 발악했다. "살인
제79화. 추락하는 것들(1) 탕! 탕! 탕! "의결권의 과반 이상 찬성으로, 한성그룹 대표이사 송미란의 해임 안건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마치 사형 선고와도 같은 의사봉 소리가 대강당의 공기를 무겁게 내리눌렀다. 그 소리가 울려 퍼진 직후, 강당 안은 묘한 정적에 휩싸였다. 누구 하나 감히 입을 떼지 못하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가장 먼저 정적을 깬 것은 송미란 여사의 처절한 비명이었다. "아아악!! 안 돼!! 이건 무효야!! 싹 다 무효라고!!" 송 여사가 바닥을 뒹굴며 악을 썼다. 그녀의 화려했던 올림머리
채원의 턱에 꾹 힘이 들어갔다. 도진의 지적은 뼈아픈 팩트였다. LK 파트너스가 요구하는 18% 지분의 프리미엄 인수가는 최소 800억 원. 현재 빈털터리나 다름없는 채원에게는 꿈도 꿀 수 없는 거액이었다.채원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도진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래서 묻는 겁니다. 서도진 대표님.”“…….”“제게 비공식적인 자금 지원을 해주실 수 있습니까?”구걸이 아니었다. 완벽한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당당한 제안이었다.“저는 이 지분만 확보하면, 한성그룹을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습니다. 대표님께서 자금을 대주신
오전 8시. VIP 병동 특실.찌익-!정적을 깨고 거친 마찰음이 울렸다. 한채원은 제 손등에 꽂혀 있던 링거 바늘을 망설임 없이 뽑아냈다. 피가 울컥 솟구쳐 하얀 시트 위로 뚝뚝 떨어졌지만, 그녀는 미간 한 번 찌푸리지 않고 알코올 솜으로 지혈을 했다.“뭐 하는 짓이지.”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던 서도진의 목소리가 바닥으로 날카롭게 내리꽂혔다.그의 손에는 방금 전까지 김 비서에게 지시를 내리던 태블릿 PC가 들려 있었다. 도진은 피가 배어 나오는 채원의 손등과, 이미 환자복을 벗고 셔츠 단추를 채우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번갈
의식은 깊은 물속에서 천천히 떠오르듯 돌아왔다.코끝을 스치는 옅은 소독약 냄새. 규칙적으로 허공을 가르는 산소 발생기의 백색소음. 그리고,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지독한 근육통.한채원은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밀어 올렸다. 시야가 흐릿하게 번지다 이내 선명해졌다. 고급스러운 간접 조명이 은은하게 깔린 천장. 그저 넓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거대한 VVIP 병실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채원은 마른침을 삼키려 했지만, 목구멍이 사포로 긁어낸 것처럼 따가워 밭은기침을 내뱉었다.“콜록, 켁……!”그 작은 소리에, 창
상황은 불과 30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JS그룹 본사 120층, 대회의실. 숨 막히는 적막 속에서 내년도 핵심 전략 사업에 대한 임원진의 브리핑이 이어지고 있었다. 단상에 선 기획조정실장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고, 거대한 마호가니 테이블 상석에 앉은 서도진은 서늘한 눈빛으로 스크린의 수치들을 해체하듯 뜯어보고 있었다.“그래서,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고작 4퍼센트라는 겁니까? 그딴 쓰레기 같은 기획안을 들고 내 시간을 뺏으러 온 용기는 가상하군.”도진의 건조한 독설이 회의실을 얼어붙게 만든 바로 그 순간이었다.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