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入제46화. 추락하는 것들에는 날개가 없다(2) 그 순간이었다. 탁-! 무언가 부러질 듯한 마찰음과 함께, 채원의 뺨에 닿기 직전이었던 배정아의 손목이 허공에서 딱 멈췄다. “……?!” 배정아가 당황하여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사무실 안으로 소리 없이 진입한 거구의 남자가, 무쇠 같은 악력으로 배정아의 손목을 꺾어 쥐고 있었다. JS그룹 비서실장, 김 비서였다. 그리고 김 비서의 뒤로는, 서도진의 명령을 받고 파견된 올블랙 수트의 JS그룹 최정예 경호원 네 명이 서슬 퍼런 기세로 도열해 있었다. “아, 악! 이거 놔!
재무이사가 사색이 된 얼굴로 뛰어 들어오며 소리쳤다. “뭐, 뭐?! 만기 연장이 불가해?! 당장 이번 주에 막아야 할 채권이 얼만데!” “현재 계좌에 남은 현금 융통액으로는 턱도 없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그룹 전체가 연쇄 부도 위기입니다!” 배정아의 숨이 턱 막혔다. 자신이 십수 년을 공들여 빼앗고 키워온 한성그룹이었다. 유라에게 완벽하게 물려주기 위해 전처 자식인 한채원을 그토록 짓밟고 시궁창에 처박았건만. 단 하루. 그 빌어먹을 발표회 단 한 번으로 그룹 전체가 풍비박산이 나고 있었다. “한채원… 이 독사 같은 년이
제45화. 추락하는 것들에는 날개가 없다(1) “다음 뉴스입니다. 어제 오후 열린 한성 어패럴의 F/W 신제품 런칭 발표회가 초유의 도용 사태로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오전 8시. 대한민국 모든 뉴스 채널과 포털 사이트 메인은 오직 하나의 이름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단독] 한성그룹 후계자 한유라, 이복언니 디자인 도용 ‘충격’ [속보] “원본 파일 삭제 지시했다” 기획조정실장 녹취록 파장 [종합] ‘카피캣’ 한유라, 무대 위에서 대국민 사기극… 한성 어패럴 불매 운동 조짐 화면 속 앵커의 건조한 목소리 위로, 어제
제44화. 무대 위에서 발가벗겨진 도둑(2) “아, 해킹. 조작. 뻔한 변명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채원이 강민우의 말을 가볍게 끊어버리며 서늘하게 웃었다. 그리고 무대 구석의 방송 콘솔 부스를 향해 손짓했다. 그곳에는 채원의 지시를 받은 오 대리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음향 기기를 조작하고 있었다. “그럼, 이 오디오 파일도 조작인지 다 같이 들어보죠. 어젯밤, 한성 어패럴 지하 3층 주차장에서 녹음된 파일입니다.” 지잉-. 스피커에서 거친 잡음이 일더니, 곧이어 너무나도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볼룸 전체에 쩌렁쩌렁하게
그 완벽한 승리의 순간. “그 철학, 참 얄팍하네요.” 장내의 스피커를 찢을 듯이 날카롭고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순간, 기자들의 타이핑 소리가 멈췄다. 플래시 불빛도 사그라들었다. 수백 명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일제히 쏠렸다. 무대 바로 아래, 단상 앞. 마이크를 쥔 채원이 싸늘한 얼굴로 유라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한채원……! 네가 지금 여기서 뭐 하는 짓이야!” 유라가 마이크를 쥔 손을 덜덜 떨며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VIP석의 배정아와 강민우도 놀라 자리에서 반쯤 몸을 일으켰다. “질의응
제43화. 무대 위에서 발가벗겨진 도둑(1) 찰칵! 찰칵, 찰칵! 눈이 멀 것 같은 수백 개의 카메라 플래시가 한성호텔 그랜드 볼룸을 대낮처럼 하얗게 물들였다. 한성 어패럴 F/W 신제품 런칭 발표회. 국내 굴지의 패션 대기업이 사활을 건 메인 컬렉션을 공개하는 자리인 만큼, 장내에는 주요 언론사 기자들과 패션계 VIP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차 있었다. 무대 뒤 대기실. “야! 드레스 어깨선이 왜 자꾸 우는 거야? 똑바로 못 잡아?!” 유라가 전신 거울 앞에서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수석 재단사가 땀을 뻘뻘
오전 8시. VIP 병동 특실.찌익-!정적을 깨고 거친 마찰음이 울렸다. 한채원은 제 손등에 꽂혀 있던 링거 바늘을 망설임 없이 뽑아냈다. 피가 울컥 솟구쳐 하얀 시트 위로 뚝뚝 떨어졌지만, 그녀는 미간 한 번 찌푸리지 않고 알코올 솜으로 지혈을 했다.“뭐 하는 짓이지.”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던 서도진의 목소리가 바닥으로 날카롭게 내리꽂혔다.그의 손에는 방금 전까지 김 비서에게 지시를 내리던 태블릿 PC가 들려 있었다. 도진은 피가 배어 나오는 채원의 손등과, 이미 환자복을 벗고 셔츠 단추를 채우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번갈
의식은 깊은 물속에서 천천히 떠오르듯 돌아왔다.코끝을 스치는 옅은 소독약 냄새. 규칙적으로 허공을 가르는 산소 발생기의 백색소음. 그리고,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지독한 근육통.한채원은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밀어 올렸다. 시야가 흐릿하게 번지다 이내 선명해졌다. 고급스러운 간접 조명이 은은하게 깔린 천장. 그저 넓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거대한 VVIP 병실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채원은 마른침을 삼키려 했지만, 목구멍이 사포로 긁어낸 것처럼 따가워 밭은기침을 내뱉었다.“콜록, 켁……!”그 작은 소리에, 창
상황은 불과 30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JS그룹 본사 120층, 대회의실. 숨 막히는 적막 속에서 내년도 핵심 전략 사업에 대한 임원진의 브리핑이 이어지고 있었다. 단상에 선 기획조정실장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고, 거대한 마호가니 테이블 상석에 앉은 서도진은 서늘한 눈빛으로 스크린의 수치들을 해체하듯 뜯어보고 있었다.“그래서,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고작 4퍼센트라는 겁니까? 그딴 쓰레기 같은 기획안을 들고 내 시간을 뺏으러 온 용기는 가상하군.”도진의 건조한 독설이 회의실을 얼어붙게 만든 바로 그 순간이었다.지이
다음 날 아침. 간밤의 폭풍 같았던 텐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펜트하우스의 공기는 다시 서늘하고 건조하게 가라앉아 있었다.한채원은 완벽하게 세팅된 블랙 수트 차림으로 1층 거실로 내려왔다. 다이닝 테이블에는 서도진이 커피를 마시며 태블릿으로 뉴스를 확인하고 있었다. 어젯밤 이성을 잃고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던 남자의 흔적은 단 1퍼센트도 남아있지 않았다.“나갑니까.”채원이 무심하게 묻자, 도진이 태블릿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오전 10시에 JS 본사에서 임원 회의가 있어. 당신은?”“한성건설 재무팀장이었던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