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파말라 공녀?”
헤이든의 외침에 진은 머리를 뜯으며 한껏 울상을 지었다.
아씨, 이자식도 그소리 할줄 알았다.
“그냥 포기할까? 근데 한두 푼이 아니란 말이야.”
“너 진짜 어쩌려고 덥석 받은 거야?”
“나 없는 동안 뭔 일 있었냐?”
헤이든은 괜히 아무도 없는 주변을 한번 두리번거리곤 진에게 다가와 낮게 속삭였다.
“거기 공녀의 하녀가 암살 시도했다잖아. 한두번이 아냐.”
“내가 내 발로 사형장에 들어가는 거구나”
“너무 그러진 마라. 위험하긴 한데, 너를 콕 집어서 찾으니까.”
울상을 짓는 진에 헤이든은 한쪽 눈썹을 올렸다.
이래서 내가 가려고 한건데 말이지.
“공작가 개판이냐?”
“공녀가 혹시나 후계 구도 나올까 봐 그러는 것 같던데.”
“그 판에 내가 왜 껴야 하는 거야. 돈은 좋지만 살아야 돈이지. 그냥 취소해 버릴까?”
“너가 계약서에 도장까지 찍어서 가져왔잖아. 계약서 다시 볼까? 위약금이 셀 거 같은데.“
“내가 눈이 멀었지.”
중얼 읊조리는 진에 헤이든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
이 녀석이 죽을 것 같진 않은데, 그쪽 상황이 너무 안 좋으니…
“내가 도울 수 있는 한까지는 도울게”
“당연히 도와야지. 너가 떼먹는 수수료가 얼만데”
“그놈의 입”
헤이든은 진의 복잡한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깊은숨을 내뱉었다.
“공작가에서 너한테 의뢰한 건 아닐 거고.”
“스피나 가문에서 의뢰했어”
“하긴, 거기도 그럴만하긴 해”
”왜 또?”
걱정 가득한 진의 얼굴에 헤이든은 진의 이마를 꾹 누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옛날에 두 가문이 정략혼 준비했었잖아. 몰랐냐?”
“아니 알지. 근데 그 장녀가 없는데 뭐가 남아서 혼자 그러냐 이거지”
“진 그릭씨는 귀가 영 어둡네?”
“야, 사막에서 돌아온 지 이제 반나절이야.”
짜증 섞인 진의 말이 가게 안을 울리자, 헤이든은 후후 웃으며 행주를 빙글빙글 돌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진 그릭을 위한 친절한 사장님의 설명이 필요하겠구만.”
“아주 삶이 길지. 길어?”
“그 장녀랑 막내 공녀가 사라지고 나니까 깨지긴 했는데, 그래도 둘의 사이가 가깝긴 했거든? 왜, 정치랑 돈이랑 얽히는 건 예삿일이니까”
“그래서?”
빨리 말하라는 진의 말에도 헤이든은 다시 목소리를 낮추었다.
“스피나 가문에 혼외자가 등장했어.”
“엥? 혼외자?”
“국법은 너도 알지? 혼외자도—”
“계승을 할 수 있지.”
진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생각에 잠겼다.
스피나 가문의 수장은 지금 의식이 가물가물하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런데, 혼외자 등장이라니.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그 혼외자가 파말라 가문의 누군가와 붙었다는 것까지는 내가 찾았거든? 근데 누구인지는 몰라. 첫째 첩인지, 둘째 첩인지.”
“그러고도 너가 용병계의 정보 큰 손이냐?”
비아냥거리는 진에 헤이든은 혀를 차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 혼외자 녀석도 뒤를 캐려고 해도 아무것도 안 나와.”
“근데 어떻게 혼외자로 인정받았냐?”
“출생증명서 말이야. 그거지 뭐.”
진은 허어, 하는 소릴 내며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태어나서 한번 보는 그거를 어떻게 구했을지…”
진은 뒷머리를 북북 긁으며 미간을 좁혔다.
이상하리만치 일이 꼬이는 기분인데….
이러다 진짜 내 정체까지 들키면 다 죽는거 아냐?
“그 증명서에 증인으로 스피나 가문 수장의 인장이 아버지 자리에 박혀 있었던 거지”
“하여튼 이상한짓 하는 게….”
“입조심”
킥킥거리는 진에 헤이든은 진의 머리에 딱밤을 때렸다.
얘가 조심성도 없이.
머리를 부여잡은 진은 눈물을 글썽이며 헤이든을 흘겨보았다.
“아프냐?”
“그럼 가렵겠냐? 아오, 손은 더럽게 아파서”
“그러게 적당히 했어야지”
“혹 난 거 아냐?”
훅하고 다가온 진에 헤이든은 놀라 몸을 뒤로 빼었다.
“악! 냄새!!”
헤이든의 말에 진은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맛에 헤이든을 놀리지.
“며칠 안 감은 거야? 와, 머리에서 똥 냄새나”
“한 달”
“너도 참 대단하다.”
진은 이리저리 손을 휘젓다 아, 하는 소릴 내었다.
“닷새 후부터 일하러 가니까 알고 있어.”
“엥? 그렇게나 빨리?”
“단장이 못 따온 계약을 내가 스스로 따왔잖냐”
헤이든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진과 눈을 마주쳤다.
저 돈 밝히는 귀신이라면, 분명 엄청나게 뜯어 먹었을 거였다.
거기다 위험한 것도 알고 있으니 배는 받아 먹었겠지.
“얼마 받냐?”
곧게 펼쳐지는 두 개의 손가락에, 헤이든은 헛웃음을 뱉었다.
“20? 하루에?”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는 머리에 헤이든의 입이 벌어졌다.
“야 그거 완전…”
그의 말에 진이 승리의 미소를 짓자, 헤이든은 고개를 내저었다.
“날강도”
“위험수당 포함이야. 10골드라고 했는데 자기가 두 배 준다던데?”
발랄한 목소리에 헤이든은 당당한 진의 얼굴을 흘겨보았다.
어쩌다 저 수전노 같은 게 굴러와가지고.
뭐, 돈많은 양반이 주는거니 얌전히 받아야겠지만.
벤이 아무말 없이 고개를 돌리자, 헤이든은 성큼 그에게 다가갔다.“어떻게 저에게 까지 깜쪽같이 속이신 거예요!”“그래서, 네가안다고 해서, 지금과 달라질 게 있냐?”“할아버지!”“목소리 낮춰라! 어디서 소리를 키워!”벤의 호통에 헤이든은 두 눈을 꾹 감고 숨을 참았다.손이 차갑게 식고 덜덜 떨리는 것만 같았다.정말 아니어야 했다.진이, 그 애가 지금껏 감춘 것이 그것이 아니어야 했다.아니, 맞다고 해도 할아버지가 이럴 순 없었다.“제발 아니라고 말씀해주세요”“헤이든, 달라질 게 없는 일이다.”“뭐가 달라지지 않는 일인데요. 대체, 뭐가 그대로인 건데요?”“헤이든”그의 말에 헤이든은 마른 세수를 하며 다시 벤을 바라보았다.“진이 이네스 파말라고, 엘리 누님이 아멜리아 라 파말라 인 게, 달라질 일이 아니에요?”한글자씩 꾹꾹 눌러 말하는 헤이든에, 벤은 길에 한숨을 뱉었다.그 애들은 정말, 너무나도 위험했다.당장이고 죽을 수도 있는 아이들.내가 그것을 무시할수 있었을까.“그래서, 누가 보아도 제 집에서 습격 받은 아이들을 제 집으로 돌려 보냈어야 했다는 말이냐?”“그게 아니잖아요.”“난 지금 당장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아이비는 낮게 한숨을 쉬자, 진은 가만히 아이비를 바라보았다.백작이랑 무슨말을 했길래 이러는건지.또 이상한 일이라도 생겼으려나.“무슨 일 있으세요?”“아, 누굴 만날 일이 있는데, 도저히 생각이 안나서.”“누군데요?”“네이슨 레 하버릭이라…. 들어본 적 있니?”“하버릭 백작 둘째 아들이잖아요”“뭐야, 이런 건 또 잘 아네?”아이비가 놀란 듯 진을 바라보자 진은 어깨를 으쓱였다.그 이름을 여기서 또 듣다니.하긴, 공작가의 가신이니 들을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다만.그 놈이랑 엮이면 또 귀찮아지는데.워낙에 원리원칙을 따지는 놈이었으니.“몇 년 전에 하버릭에서 일한 적 있거든요. 2년전이었나….”“어떤 사람이야? 일했으면 잘 알 것 같은데.”“알긴 알죠. 근데 뭐랄까…. 좀 꼴통 이랄까요?”“꼴통?”헛웃음을 보이는 아이비에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계약때문에 얼마나 싸웠던지.그렇게 원칙 따지면 일은 어떻게 하라는건지.생각 할 수록 짜증나네.“원리원칙 주의자에 사사건건이 시비 거는 인간이에요. 같이 일하다가 화나서 때려 치고 싶었거든요.”“색다르게 정신
“또 뵙습니다. 백작부인”“오는 길은 평안하셨을까요. 공작 영애.”카트린이 웃으며 아이비의 손을 잡자,아이비도 웃으며 그녀의 손을 다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백작부인의 덕분에 무척이나 평안했답니다.”“그랬다니 정말 다행입니다.”아이비는 카트린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발을 옮겼다.브렌트가가 사교계에 발도 못 붙이게 한 건 카트린의 덕이 컸다.율리아가 말을 잘한 것인지, 아니면 그녀가 나를 돕는 것인지.뭐, 좋은 게 좋은 것이겠지.“브렌트 가는 이번에 큰 고초를 겪는다 합니다. 아무래도 브리뉴 왕국과의 교역에 투자자를 찾지 못했으니.”“애석한 일이네요.”아이비의 웃음 섞인 말에 카트린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어찌되었든, 간다고 하여도 교역이나 제대로 될지는 모를 일이지요. 워낙에 폐쇄적인 곳이니.”“그러니 왕실에서 백작님께 와인을 하사한 것 아니겠습니까.”주변을 둘러본 카트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자연스럽게 말하다니.영락없는 공작부인인것 같은데 말이지.“칭찬이 과하셔요.”“칭찬은요. 백작님의 노고를 왕실에서 치하 하신 것 아닙니까.”카트린은 미소 띈 얼굴로 아이비의 귓가에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ldqu
아이비는 아리엘과 눈을 마주치자 작게 웃었다.이 녀석들, 그사이에 무슨 재미있는 일을 한건지 모르겠는데.“공작저에도 급한일은 없어. 아리엘도 있으니 네가 걱정할 일은 없을텐데.”“아뇨. 원래 제가 근접 호위 아닙니까. 계약대로 해야지요.”“왜이러는지 모르겠네. 헤이든과 할이야기도 있지 않나?”멀뚱히 다른곳을 바라보는 진에 헤이든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잠깐잠깐 나오는건 공작성 내부의 저희 다른 인력이 있어 가능하긴 했습니다. 아리엘의 계약은 다른 것이니 진이 하는 말도 옳은것이지요.”“또 편들기는. 이리 말하는데 그럼 돌아가지.”아이비의 말에 아리엘은 작게 허리를 숙였다.“헤이든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가겠습니다, 먼저 마차에 계시지요.”“그래. 먼저 가 있겠네.”아이비를 따라 가는 진의 뒷모습에 헤이든은 입안을 다셨다.평소랑 비슷한데, 묘하게 거리를 둔 단 말이지.진짜 그날 일이라도 생각하는 건가.장난친 거 아니 었나?대체 무슨생각을 하는지 알수가 없단 말이야.“쟤 뭐 사고친거 아니지?”“딱히. 사고 라고 할만 한건 델란 백작영애를 울린 정도?”“근데 쟤 상태가 왜저런지 모르겠네.”아리엘은 가만히 진과 헤이든을 번갈아 보다 헤이든의 앞을 가렸다.그
헤이든의 말에 진은 고개를 내저었다.혹여나 누군가 알아볼 수도 있었다.언니도 오고 싶겠지만, 아이비의 호텔이라고 하면 거절하겠지.아직도 겁을 먹고 있을 테니.“아서라. 코앞인 것도 아니고, 마차로 와야 하잖아.”“그래도 올만하지. 정원만 한번 볼 건데 뭐 어때?”“하지만….”진은 쓰게 웃으며 숨을 크게 들이마졌다.혹여나 동선이 겹친다면 들킬 수도 있었다.초상화도 없는 나와는 달리, 공작부인의 처소에 있는 초상화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언니였으니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기도 했고.“아냐. 괜찮아.”“공녀님한테 안 들키게 오면 되지. 걸려서 혼날까 봐 그러냐?”“참나, 작당모의도 아니고 무슨”진의 웃음에 헤이든도 덩달아 웃으며 진의 어깨에 팔을 걸치자, 진은 슬적 그의 팔을 빼며 목을 돌렸다.“뭐야?”“아니 뭐….”헤이든은 가만히 진을 보다 다시 웃으며 진의 앞으로 가 뒤를 돌아 진과 눈을 마주쳤다.어색하게 시선을 돌리는 진에 헤이든은 입을 다시며 뒷목을 쓸었다.얘가 왜이러는 건지 감도 안잡히네.“어릴 때 이런 장난 많이 했잖아. 누님도 보면 좋아 할 테니까 하자”“그래도….”“안들켜. 걱정마.”“아,
“제법 볼만하군. 같은 호텔이라고 해도 아무도 안 믿겠어.”아이비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이전과는 다르게 깔끔하고 제법 괜찮단 말이지.높은 천장과 거대한 샹드리에. 그리고 이곳에 석상과 그림까지 올라간다면 제법 웅장할 것같고.“공녀님의 마음에 드시니 다행입니다.”“마음에 안들었으면 다 갈아 엎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말이야.”“저도 그걸 걱정 했었습니다.”헤이든의 대답에 아이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자리를 옮겼다.이정도까지 만드느라 헤이든이 고생을 했겠지.따로 수당을 더 챙겨 주어야 하려나.“자네가 꽤나 고생 했겠어”“아닙니다. 일전에도 말씀 드렸다 시피, 전부 돈이니까요”아이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진을 흘겨 보았다.딴청을 피우며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진에, 아이비는 픽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이쯤이면 깐족 거리며 한마디를 얹었을 텐데.싸운 건가? 애들도 아니고.정말 둘이 무슨 일이 있었나?“따로 자네에게 설명을 들을건 없을것 같고.”“나머지 객실은 어떻게 안내를 해 드릴까요?”아이비는 고개를 저으며 아리엘과 눈을 마주쳤다.“아리엘과 함께 둘러 볼 터이니 자네들은 쉬고 있게.”“알겠습니다. 그럼 좋은시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rdqu







